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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전파담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로버트 파우저 | 혜화1117 | 2018년 05월 05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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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전파담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34g | 141*200*30mm
ISBN13 9791196363208
ISBN10 11963632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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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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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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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그는 각국 도시 생활자이며 탐구자다. 그에게 ‘도시’란 여행자로 스 치는 장소가 아닌, 일상의 터전이며 삶의 기반이다. 어디에서나 경 계 밖 이방인으로 살지 않았으며 기꺼이 그 도시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 보이는 도시의 풍경보다 그뒤에 쌓인 시간과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입자’야말로 그의 관심사다. * 미국 앤아버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이 도시 밖에서 살았다. 고교 시절 도쿄에 두 달여 다녀간 이후 여러 대... 그는 각국 도시 생활자이며 탐구자다. 그에게 ‘도시’란 여행자로 스 치는 장소가 아닌, 일상의 터전이며 삶의 기반이다. 어디에서나 경 계 밖 이방인으로 살지 않았으며 기꺼이 그 도시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 보이는 도시의 풍경보다 그뒤에 쌓인 시간과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입자’야말로 그의 관심사다.
*
미국 앤아버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이 도시 밖에서 살았다. 고교 시절 도쿄에 두 달여 다녀간 이후 여러 대륙의 수많은 도시에 머물렀다. 한국과 일본과의 인연은 여러모로 남다르다. 서울·교토·대 전·구마모토·가고시마 등의 여러 학교에 재직하며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13년여를 살았다. 서울과 교토 등에 살면서 한국과 일본의 여러 도시를 수시로 다녔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첫발을 딛은 부산과 오늘날 도시를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의 시작점인 인천, 한국 전통건축 한옥에 대한 관심사로 시작한 전주와 대구 등과의 인연 은 특히 오래되었다. 이외에도 학업을 위해 살았던 더블린은 물론 런던과 뉴욕, 어머니가 말년에 살았던 라스베이거스 역시 그에게 는 늘 어제 본 듯 선한 도시다. 이밖에 미국과 유럽의 여러 도시에도 매우 익숙하다.
*
여러 언어 사용자이기도 한 그에게 사는 도시의 언어는 경계 안으로 들어가는 유용한 도구다. 언어학 전공자로서 모어인 영어 외에 한국어·일본어·독일어·에스파냐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 를 공부했고, 한문과 라틴어·북미 선주민 언어·중세 한국어·에 스페란토어·이탈리아어 등을 따로 익혔다.
*
이밖에 사진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단순히 애호 가의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촬영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6년 교토에서 열린 국제사진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고, 2017년과 2018년 인천과 홍천에서 마을공동체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역시 대부분 그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찍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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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출생. 미시간 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응용언어학 석사 과정을,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과정을 밟음. 1988년부터 1992년까지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객원 조교수, 한국과학기술대학(현재 카이스트) 교양 영어 초빙 조교수 등으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 교토 대학교 외 국어 교육론 강좌 부교수, 구마모토가쿠엔 대학교 경제학부 부교 수, 가고시마 대학교 교육센터 교양 한국어 부교수 등으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재직함.

주요 저서로 『외국어 전파담』, 『외국어 학습담』(2022 세종도서 교양 부 문 선정), 『도시독법』,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등이 있고 이밖에 『서촌 홀릭』, 『미래시민의 조건』, 『서울의 재발견』(공저), 『Hanok: The Korean House』 등을 쓰고, 『한 국문학의 이해』Understanding Korean Literature(김흥규 지음)를 영어로 옮김.

『한겨레』·『아시아경제』·『프레시안』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그 이전에도 『동아일보』·『한국일보』·『중앙선데이』·『넥스트 데일리』 및 영자 신문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코리아중앙데일리』 등에 꾸준히 칼럼을 게재해왔음. 2012년 한국어 교육과 관련한 공로를 인정 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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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늘도 우리는 외국어를 공부한다!
인류는 언제부터, 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언어의 전파 과정을 통해 바라보는 인류 문명의 또 하나의 문화사


외국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언어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영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영어가 외국어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어의 대명사는 영어가 아니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등장한 문자들이야말로 다른 언어 학습 대상의 원조였다. 대륙마다 배워야 하는 언어는 각각 존재했다. 이때만 해도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말이 아닌 글, 즉 문자를 익히는 것을 뜻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만날 일이 거의 없던 시대에 말은 배울 필요조차 없었고, 문자를 습득함으로써 선진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가장 강력한 동기였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에서 탄생한 문자는 해당 문화권은 물론 인접 지역에까지 일종의 패권을 형성했다. 문자를 아는 계층이 문자를 모르는 계층을 지배했다.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지배계층에 국한되었고, 문자의 습득 여부는 곧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구분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언어는 시대와 역사의 변화에 따라 지배층의 울타리 바깥으로 넘어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종교의 확산, 상업활동의 활성화, 근대국가의 등장, 자본주의의 출현, 제국주의의 확산 등 언어 전파의 과정은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불평등하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여기에서 저기로 전해졌다. 언어의 전파 과정은 때로 뜻밖의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인류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 세계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도, 패권화된 강대국의 언어에 맞서 자국의 언어를 지키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언어는 때로 민족의 상징으로 부상했으며, 한 나라의 언어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표류하기도 했다.

언어를 둘러싼 다양한 풍경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접점에서 새로운 현상을 야기했고, 이는 인류 문명 전반의 현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언어 전파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출발한 인류가 언어의 사용과 확산의 과정을 통해 어떤 문명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어떤 역사적 시점에 어떻게 조우하는가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국어라는 개념의 등장부터
외국어 전파 과정을 둘러싼 패권의 지배, 강압과 불평등, 반동과 대안의 역사를 만나다


외국어라는 단어는 근대 국가의 형성 이후 등장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는 세계 질서의 기본 단위가 아니었다. 때문에 외국어라는 단어 자체도 있을 리 없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질서의 기본 단위로 국가가 등장하면서 외국어라는 개념이 비로소 등장했다. 서서히 글을 배우는 것에서 말을 배우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지극히 일부 계층의 직업적 필요에 의해 외국어를 배웠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교류와 이동이 잦아지면서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국가가 등장하자 언어를 둘러싸고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국어가 지정되었다. 당연히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국어로 지정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강제했다. 언어는 국경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철저히 힘의 논리에 좌우되었다. 힘 있는 국가의 언어는 힘없는 국가에 전파되었다. 이른바 제국주의 국가들의 언어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외국어의 대명사가 영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역시 대영제국의 거침없는 활보에서 기인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공통어는 주로 프랑스어였으나 어느새 영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20세기 들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영향으로 영어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서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은 한자와 한문으로 동아시아 주변국을 지배했으며, 제국주의의 외피를 입은 일본은 점령하는 곳마다 그 나라의 말을 억압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제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자국어를 강제로 가르치기도 하고, 배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영국은 아일랜드인들에게 영어를 강제로 가르쳤고, 미국은 선주민들에게는 강제로 영어를 가르쳤으나 흑인 노예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엄금했다.

평생 외국어와 더불어 살았던 로버트 파우저 전 교수,
외국어 전파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외국어 전파담』은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파우저가 오랫동안 다종다양한 외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고찰해온 언어 전파의 관찰기이자 탐구의 기록이다. 저자는 매우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1961년 미국 앤아버 출신의 그는 고교 시절부터 외국어 학습에 눈을 떴다. 매우 특이하게도 서구권 언어만이 아니라 일본어와 한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권의 언어를 접했던 그는 그때부터 대륙과 문화권의 구분 없이 매우 다양한 언어를 학습했다.

그에게 언어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창이자 매우 유용한 도구였다. 언어를 통해 해당 언어권의 문화와 역사를 접하게 된 그는 미국 내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습득한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머물며 그 나라의 언어로 그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다. 일본의 교토,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의 대학과 한국의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에게 외국어는 그러나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에 그치지 않았다. 외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며 평생을 살아온 그는 매우 자연스럽게 외국어의 전파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이면에 배어 있는 역사적 맥락에 주목했다. 외국어의 전파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그의 앞에 드러난, 외국어를 둘러싼 역사는 여러모로 매우 상징적이었다.

고대문명에서 언어는 종교의 전파 과정과 분리할 수 없는 도구로 활용되었고, 각 지역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문자를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등 문명권마다 장구한 역사에 걸쳐 흔들리지 않는 패권을 유지하는 언어가 있었다. 그 언어의 패권은 권력자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글이 아닌 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권력은 분산되었고, 각 나라마다 표준 국어를 둘러싼 힘의 논리가 작동되었다. 그것은 곧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의 역사로 연결되고, 전쟁을 거쳐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면서 외국어의 전파 양상은 새로운 방향으로 물꼬를 틀었다. 『외국어 전파담』은 바로 이러한 외국어의 전파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이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며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써왔는가에 주목한 책이다.

미국인이자 언어학자인 로버트 파우저,
언어라는 키워드로 동서양,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사를 제시하다


『외국어 전파담』은 미국인 언어학자가 저술한 책이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독자는 얼핏 서구 언어권 중심의 다양한 현상을 다룬 책을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러나 저자인 로버트 파우저의 관심은 서구 언어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물론 비중으로 놓고 보면 서구 언어권의 역사와 언어 전파에 관한 내용이 많을 수는 있으나 그것은 오늘날 진척된 연구의 성과와 습득 가능한 자료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일 뿐, 그의 관심의 비중 차 때문이 아니다.

그는 ‘서구’라는 경계 안에 갇혀 서구 중심적 사고를 책에 담지 않았다. 그는 평생 외국어를 학습하며 언어를 둘러싼 인류 보편의 문화사에 관심을 두어 왔으며, 이 책은 그동안 그가 고찰한 외국어 문화사의 응집체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외국어 전파담』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은 물론 인도와 베트남, 몽고, 이슬람 왕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선주민 등 다양한 문화권의 언어를 둘러싼 여러 풍경이 매우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외국어, 언어라는 키워드가 각 문화권별로 어떻게 활용, 전파, 습득되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그것이 어떤 차이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매우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외국어 전파담』이 매력적인 지점은, 이 책이 단지 지난 역사의 사실만 나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어에 대한 그의 호기심과 탐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인류 역사에서 언어의 전파가 만들어낸 매우 특별한 문화사를 서술하면서 동시에 오늘날, 바로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외국어가 어떤 풍경으로 전파, 활용되고 있는지, 나아가 언어의 전파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우리에게 외국어는 진학과 취업, 승진, 여행을 위한 매우 실용적인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언어를 둘러싼 현상은 단순히 도구적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외국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고, 이미 제2언어, 제3언어의 단계로 진입한 지 오래 되었다는 단선적인 접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를 관통해오며 근대의 도시화와는 다른 방식의 도시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언어의 다양성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사용가능한 언어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대도시의 시스템 안에서 안착한 언어만이 살아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시점에 인류는 또다른 대안을 창조해내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을 장착한 통번역 장치의 등장이다. 로버트 파우저는 언어를 둘러싼 새로운 변화의 목전에서 섣부른 대안과 전망을 내놓는 대신, 앞으로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로버트 파우저의 『외국어 전파담』은 통해 다른 언어권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되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인류의 문화사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외국어를 둘러싼 거대한 변화를 목전에 둔 우리가 이후의 언어의 전파 과정과 그 양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이 매우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언어에 국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가 그래왔듯 언어 전파의 역사는 곧 인류 문명의 역사이며, 앞으로의 언어 전파 과정을 살핀다는 것은 곧 우리와 언어를 둘러싼 문명의 변화 과정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쓴 언어의 전파담,
온 세계 문헌을 찾아 수록한 매우 희귀하고 흥미로운 시각 자료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에 머물렀다가, 다시 200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임용되어 2014년까지 서울 생활을 했던 로버트 파우저 전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오로지 한글로 집필했다. 그가 한글로 쓴 이 책은 외국인의 서툰 도전의 결과물이 아니다. 한국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물론, 한글을 쓰고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하지만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로 쓰는 것만큼 편하지는 않았을 이 책을 그에게는 ‘외국어’일 한글로 집필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는 ‘한국에 살면서 만난 수많은 한국 친구들과 같은 언어로 교감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국인이 한글로 책을 쓰는 것, 외국인이 자신의 언어로 된 책을 쓰는 것은 매우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이 한글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필하는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기까지 하다. 그의 이러한 시도 자체가 어쩌면 외국어 전파담의 매우 유의미한 현상의 하나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언어의 전파 과정을 둘러싼 매우 희귀하고,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다양한 언어에 능숙한 그가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문헌과 자료를 섭렵하여 찾아낸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문자에서 말로 외국어 학습의 범위를 확장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동서양의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전파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의 효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한 곳에 모아 외국어 전파의 과정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고, 그 자체로 외국어를 둘러싼 다양한 풍경을 제시한다. 인도에서 제작한 필사본 쿠란과 라틴어 필사본 성경의 이미지를 함께 배치하여 종교의 경전을 읽을 수 있는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던 서로 다른 문화권의 유사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국가의 형성 이후 등장한 여러 나라의 국어사전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국가들이 표준 국어 지정과 보급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제국주의자들이 피지배국에서 자국어를 가르치는 사진들을 배치한 뒤 이어서 그것을 풍자하는 제국 내부의 목소리를 담은 일러스트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당대의 다양한 인식의 결을 공유하게 해준다. 이러한 이미지의 다양한 배치는 단지 새로운 이미지를 단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이 책에서 전하려는 주제를 독자로 하여금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외에도 제국주의 침략의 선두에 선 선교사들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 외국어 학습의 변천에 따른 다양한 교재와 학습법의 출현과 그 효용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다운 식견을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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