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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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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388g | 153*225*20mm |
ISBN13 | 9788962805031 |
ISBN10 | 8962805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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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능력치라는 신화
책의 부제가 아주 도발적이다. "대한민국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불합리하다." 합리/불합리 같은 개념은 사회적 지표를 통해 많이 가르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물론 우석훈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특이하지 않지만― 경제적 지표, 그 중에서도 '연봉'을 통해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봉에 대해 조금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연봉이 금기시되는 건 대학을 다닐 때 '과외비를 얼마 받는지'를 잘 언급하지 않는 사례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외비나 연봉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 비교당하거나 비교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비교당하거나 비교하기를 싫어할까. 혹시 '연봉=능력치'라는 일종의 인지도식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돌아보면 우리는 각자의 연봉에 대해 혹은 우리 모두의 임금에 대해 너무 이야기를 안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내놓고 말하기가 불편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말 형편없어 보이는 자신의 시급을 밝히는 게 싫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5~6p)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히 "대한민국에서 연봉은 능력과 크게 상관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연봉을 결정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비합리적인 것들이다. 1장에서는 연봉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반박한다. 수요와 공급?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거한다면 애초에 전문직이나 사회적 서비스는 지금과 전혀 다른 지형을 보일 것이다.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 어차피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노동생산성? 실질소득-노동생산성을 하면 마이너스(-) 수치가 나온다는 건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통계치가 말해준다. 기업의 복지? 딱히 우리나라의 기업복지나 국가복지가 좋은 건 아니다. 결국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얼핏 보면 연봉과 크게 상관이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별로 그렇지 않다.
게다가 IMF 보고서는 한 술 더 떠서, 연봉이 능력치를 반영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한다.
중산층에 압박이 가중되는 현상은 가구의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소득층에 경제적 지대(고수익성, 대폭 인상된 임원 연봉 등)가 편중되면서, 평균 임금은 생산성 성장률보다 더딘 속도로 증가하였다. (58p)
책에서도 강조하는 바지만, IMF마저 임원들의 높은 연봉을 가리켜 '경제적 지대'라고 표현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소득이 아니라 단지 그 위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생산 없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지대인데 IMF는 임원들의 연봉을 지대라고 표현한 것이다. '연봉은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통설은 환상에 불과함을 알려준다.
킥 다운으로 해법을 찾자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 우석훈 박사는 수동 기어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 사용하는 '킥 다운 전략'을 비유로 든다. 킥 다운이란 순간적으로 RPM을 높이기 위해 기어변속을 낮추는 전략인데, 기어를 올릴수록 속도가 올라간다는 일반 상식과 반대되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동 기어를 쓰는 사용자들은 이런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한다. 말하자면 통념과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구조의 킥 다운이란 무엇인가. 경제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기업에게 유리한 기어변속을 하는 게 아니라, 연봉이 적은 사람들에게 맞춰 기어변속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힘이 떨어져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자동차를 급가속하기 위해서 기어 단수를 하나 위로 올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내리는 게 나을까? 직관적으로는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지만, 엔진의 힘을 포함한 메커니즘상으로는 당연히 킥 다운하는 방법밖에 없다. (...) 소득이 적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쪽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 바로 경제에서의 킥 다운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시적으로 기어 단수를 한 단 내리는 것, 2015년 G20에서 논의된 경제 어젠다가 바로 그 내용이다. (131p)
실제로 이것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추구한 정치전략과 동일하다. 나는 예전에 EBS의 지식채널e에서 그의 일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의 한 마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 촌철살인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저자가 반박했듯이 연봉의 결정은 능력이 아니라 대개가 비합리적인 것들에 의해서고, 이는 고소득자의 능력이 꼭 저소득자보다 뛰어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고소득자만을 위한 정책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이는 그릇된 통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이 있다면, 고소득자의 연봉은 줄이고 저소득자의 연봉은 올려 중산층을 많이 만들어내야 하겠다.
연봉협상을 위한 실전 팁
<디버블링>, <88만 원 세대>, <조직의 재발견> 등에서 나타난 우석훈 박사의 글은 대부분 거시적이면서 옳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특징이 있었다(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 그런 경향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성격의 글이 게재됐다. 4장인 '가끔은 꾀가 필요해'가 그것인데, 여기서는 연봉 협상을 위한 실전적인 팁이 나온다. 원하는 연봉을 쓰라고 했을 땐 평균 연봉의 -10%를 쓰라는 것이나 3/4나 4/4분기의 실적을 위해 추석 때부터 열심히 달리라는 조언 등은 '우석훈스럽지는 않지만', 책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들어가도 괜찮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책을 샀는데 거시적인 이야기만 하다 끝나버리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조금은 실전적인, 쏠쏠한 팁이 들어가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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