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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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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98g | 148*210*20mm |
ISBN13 | 9788991136281 |
ISBN10 | 8991136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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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업이었던 미국 소설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썼다던 일기 형식의 에세이집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를 접하게 되었을 때, 작가인 그가 죽음과 관련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궁금했다. 죽음을 앞두고 어떤 회한에 사로잡혀 있을까? 어떤 후회를 하고 있을까? 혹시 젊은 세대들에게 “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해라! ” 라는 당부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어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더니 아뿔사, 바보 같은 세상과 그러한 세상을 사는 머저리들을 향해 신랄한 호통이 떨어진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 ... 저 연이은 불빛들, 저들은 결코 멈추는 법 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저 숱한 사람들. 저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우리 모두는 전부 죽게 돼 있는데 이 무슨 요란법석인가! 모두 죽게 돼 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린 서로 사랑해야 하건만 그러지 않는다. 우린 하찮은 것들에 겁먹어 기가 꺽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잡아먹힌다. 계속해, 말러. 네 덕분에 이 밤이 황홀해. 멈추지 마, 이 새꺄! 멈추지 말라고! ” (13페이지)
“.... 마권은 찢어발기고, 각종 정보지를 읽고, 전광게시판의 바뀌는 내용을 쳐다보며 차츰차츰 마모돼가는 사람들. 그러는 동안 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으로 그들 사이에 서 있다. 우린 병들었고, 우린 희망에 기생하는 빨판상어다. 우리 옷은 남루하고, 우리 차는 낡았다. 우린 신기루를 향해 나아가면서 너나없이 삶을 허비한다. ” (90페이지)
노년의 작가는 자신의 삶을 ‘글쓰기, 경마, 아홉 마리의 고양이’ 로 표현했다. 낮에는 경마 내기를 하고 밤에는 자신의 컴퓨터 매킨토시로 글을 쓰며 함께 사는 고양이들에게서 일상의 행복을 느낀다.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시지만 글은 쓰고 또 써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그에게 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세상을 향한 자기 표출의 방식이었으며 삶에 대한 활력소였다. 나이듦에 대해서도, 죽음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이봐, 자기, 어찌 지내? 언제 날 데리러 올 거야? 준비하고 있을게. ” 라고 담담한 어조로 시간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신경쓰는 것은 인생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일이다.
“ 사실 글쓰기도 사람을 덫에 빠뜨릴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지난날 자기 독자들의 마음에 들었던 걸 또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랬단 끝장이다... 글쓰기의 최종 심판관은 딱 한 명, 작가 자신밖에 없다. 작가는 평론가, 편집장, 출판업자, 독자에게 휘둘리는 날엔 끝장이다. 그리고 작가가 명성과 행운에 휘둘리는 날엔 강물에 처넣어 똥 덩어리와 함께 떠내려 보내도 물론 괜찮다. ” (36페이지)
작가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나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나 죽음은 닥친다고 말하며 가장 중요한 건 살아있는 오늘이라고 말한다. 우승마가 몇 번이냐에 따라 일회일비가 겹치는 도박꾼들과는 달리, 말들은 항상 달리는데 우리도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활기차게 덤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난 그 어느 누구와 시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불멸의 명성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따윈 전혀 관심 없다. 중요한 건 살아 있는 동안의 행동이다. 햇빛을 향해 활짝 문이 열리면서 말들이 빛 속으로 뛰어들고, 작은 몸집에 환한 비단옷이 멋들어진 기수들이 모두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영광은 활기차게 덤벼드는 자의 것이다. 죽음 따윈 엿이나 먹어라. 오늘, 또 오늘, 그리고 또 오늘이다. 그렇고말고.” (100페이지)
때문에 작가는 죽음은 애도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을 듣노라면, 죽음이 애도할 일이 아니라는 이 표현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죽음도 질투할 만큼 하루를 어떻게 보람차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자아 성찰이 당장 시급한 게 아닌가 싶은데 작가는 거기에 대해서도 충고의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린 제 자신을 너무 꼼꼼하게 살펴보면 안 된다. 그랬단 사는 걸 멈추게 될 거다... 행위를 하건 하지 않건 도망갈 길은 없다. 우린 자기 자신을 그냥 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장기판에서 무슨 수를 써봐야 결국은 외통수에 걸리게 돼 있다. 그래, 오늘은 경마 운이 나쁜 날이었고, 내 영혼의 입속이 쓰다. 하지만 난 내일도 간다. 안 가려니 두렵다...” (127페이지)
그는 죽음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며 언뜻 놀리는 태도로 죽음을 친구 대하듯 맞이한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때때로 꺼내 말을 걸며 세상을 향한 풍자도 서슴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별 것 아니다, 삶도, 죽음도. 아직 죽음이 낯선 이에게, 죽음에게 말을 건네보는 게 어려운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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