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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5년 1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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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52쪽 | 950g | 148*210*40mm |
ISBN13 | 9788970127248 |
ISBN10 | 8970127240 |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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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어떻게 읽을까? 사람마다 어떤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지는 개인적 맥락과 상황, 독서 이유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총균쇠가 학술서의 성격을 지닌 대중서로서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인과관계 추론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총균쇠를 통해 학계의 연구자 집단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핵심 문제인 글로벌 불평등은 왜 북반구에 부유한 국가가 집중되어 있고, 남반구의 나라들은 주로 가난한지에 대해 다루는 개념이다. 총, 균, 쇠는 이러한 글로벌 불평등이 왜 지속되는지 묻고 그것에 답변하는 책이다.
학술적인 글들을 이해할 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입증하고 정당화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정확히 총균쇠는, 학술서의 성격보다는 학술적 연구결과물을 풀어쓴 대중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기존의 관점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것이다. 부연하면, 학술적 지식의 발전은 새로운 발견과 주장에 의해 만들어진다. 학술연구에서 새로운 발견은 기존의 지식을 연장 및 확장하거나, 기존의 지식을 반박하는 것이다. 총균쇠에서 저자는 기존의 지식이(인종적 특성에 따른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평등)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다. 저자는 글로벌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 인종적 특성이 아니라 지리적 유산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방대한 역사적 기록을 동원한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가 주어졌다고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n개의 사건들을 시간적으로 나열해보자(Xt1, Xt2, Xt3.... Xtn). 과거에 먼저 발생한 사건이라고 모두 인과관계라 할 수 없다. 대개, 어떤 요인은 영향이 거의 없고, 특정 요인은 약간 중요하고, 또다른 요인은 매우 중요하다.
자세히 설명하면, 인과관계는 변수 x가 변수 y의 결과에 순수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z 같은 다른 교란요인(confounder)들이 무수히 많이 개입하기 떄문에 순수한 x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자연과학의 통상적인 검증절차를 따른다면, 최대한 유사한 조건을 지닌 집단에서 집단 a(처치집단)와 집단 b(통제집단)를 구분하고, 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의 결과값의 차이가 처치 이후 유의하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과학, 역사학 연구자들은 실험을 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에 있다.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일부 사회과학 분과학문에서 실험이 진행되기도 하고 그것이 사회과학 지식에 기여해온 부분도 매우 크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지식 또한 분명한 한계가 있는데, 실험실이 통제된 진공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진공상태가 아니며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개입한다. 따라서 실험실의 실험도 재현가능성(reproduciblility)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적 인과관계 문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실험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인과추론을 포기해야하는걸까? 저자는 인과추론의 문제를 '자연실험'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자연실험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기도 하며, 다이아몬드가 제임스 로빈슨과 공동편집한 <역사학, 사회과학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편서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자연실험은 역사적 맥락에서 유사한 조건에 있었지만, 다른 결과로 분화한 사례를 발굴하여 y에 진정으로 영향을 끼치는 x를 발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실험과 아이디어는 유사하다. 다만 실험실의 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을 이미 벌어진 역사적 현상에서 서로 유사한 조건에 있었지만 처치 이후 다르게 변화한 사례를 찾는다. 그리고 처치가 무엇이었는지 발견한다.
저자가 폴리네시아 군도를 소개한 것은 인상적이다. 폴리네시아 군도는 여러 섬이 하나의 군도로 밀집해있어 거주자들의 특성이 유사하지만, 섬별로 서로 기후, 지반 특성, 거주 동식물의 차이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발전과 저발전은 상이하게 일어난 점에서 훌륭한 자연 실험실이다.
군도의 인종적 특성이 유사하게 분포가 되어있는데도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인종적 특성은 인과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종적 특성이 매우 유사한 조건에서 기후, 지반특성, 동식물 등 환경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벌어졌으면 환경적 차이가 발전, 저발전 여부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폴리네시아 군도는 불평등 문제에서 인종적 차이가 중요하다는 명제를 반박하고, 지리, 환경 특성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당연히 사례 하나로 설명하는 건 아니고,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기원전부터 방대하게 다루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따라서 북반구가 부유한 것은 인종적 특성의 부유함에 대한 영향은 허위관계에 불과하고(상관관계는 있으나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말로도 표현 가능하다), 환경적 특질(기후, 지리, 동식물 특성)이 순수한 인과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총균쇠에 소개된 질적비교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질적방법이 부족해 보이면, Large-N을 수집하여 도구변수, 이중차분법, 회귀불연속모형 등 계량모형으로도 검증이 가능하다. 방법론적으로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이 우월하다기보다 자신의 설명을 입증하는데 적합한지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만하고 타당한지는 지리학, 역사학, 진화생물학 등 저자가 발을 담그고 있는 학술장의 동료들이 주장 및 자료제시에 달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기존 명제에 도전하여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방식은 과학적 사고의 전형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총균쇠를 읽는 방법 중 하나는 과학적 사고의 기반인 인과추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길일 것이다. 사람마다 읽는 방식이 다를텐데 나는 인과추론을 어떻게할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식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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