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건과 사고가 터지는 요즘,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 곧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기에 수신(修身)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요. ‘한 사람의 환경과 경험에 상관없이 인격의 성장과 완성은 결국 개개인의 의식적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는 글귀에서 전해오는 여운을 안고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채근담》, 《신음어》, 《위로야화》, 《격언벽력》, 《명심보감》 등의 여러 서적에서 인용된 좋은 글이 많기에 곁에 두고 여러 번 읽게 될 듯 합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수정(守靜: 고요히 앉아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힘), 존양(存養: 마음을 쏟아 자신을 기르는 힘), 자성(自省: 나를 허물고 한계를 뛰어넘는 힘), 정성(定性: 고난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 치심(治心: 자신을 살펴 하늘의 기운을 얻는 힘), 신독(愼獨: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주경(主敬: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힘), 근언(謹言: 절제하여 신뢰를 잃지 않는 힘), 치성(致誠: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힘)으로 세분화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수신(修身)’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진 글이기에 저는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서 정리했습니다.

현대인의 생활 속에 있는 많은 문제에 해답을 주는, 전통의 생명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수신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 혹은 사회적 요구를 따름이 아니라 메마른 마음의 밭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마음을 윤택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수련을 통해 생명의 리듬을 파악하여 심신의 조화를 꾀하고 몸을 쾌적하게 하며 성정을 온화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잠시 짬이 생겼을 때에나 혹은 아주 불행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에야 잠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만 옛 선인들은 어떠한 일을 하든 어떠한 분야를 전공하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고 평생을 바쳐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 수신이라 여겼습니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의 생활방식을 바꿔 매일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정좌하면서 고요함 속에서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고도의 경각심으로 성격의 한계와 심리적 문제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어떻게 정리할지 생각하고, 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길러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자제하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인간의 본성, 즉 보통 사람들의 자아 중심적 태도와 잘난 척하는 본성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바로 자성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세상을 뒤덮을 공로도

교만으로 무너질 수 있고,

크나큰 죄과도

참회로 벗어날 수 있다.

- 《격언력벽》

하루 세 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뜻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는 증자의 명언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이 말은 《논어》의 <학이>에 나오는 말로 ‘나는 날마다 세 번 내 몸을 살피니, 사람을 위하여 일을 도모함에 충성스럽게 아니했는가? 벗과 더불어 사귀되 믿음을 잃지는 않았던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익히지 아니했는가?’를 살핀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안정을 취하고 진지하게 자아를 뒤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인격에 무슨 결함이 있는지, 자신의 선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혁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정좌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하면, 평소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제쳐놓고 생각하지 않았거나 개의치 않은 듯 가장하며 회피했던 문제를 직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일정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정좌를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자신의 실제 상황에 근거하여 어떤 관점을 가지고 정좌에 들어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정좌의 효과는 우리가 평소에 책을 읽거나 선인들의 수신 사상에 대해 체득한 정도, 자신의 성격 결함을 직시한 정도, 자아에 대한 검열과 해부의 정도 등 다른 많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움직임과 고요함, 절제하고 드러내는 것으로써 생명을 기르고

음식과 의복으로써 형체를 기른다.

말을 삼감으로써 그 덕을 기르고

음식을 절제함으로써 그 몸을 기른다.

- 정이(송대학자), 《근사록》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는 주로 마음에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양심(養心 : 마음 수양)을 시작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발걸음을 생명의 리듬에 맡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그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사물이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순차적이고 점진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인격도 마찬가지 이치로 시간, 인내, 조건이 필요하고 천천히 성장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어두운 곳보다 더 잘 드러나는 곳은 없고,

미세한 곳보다 더 잘 나타나는 곳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이 홀로 있을 때 삼간다.

- 《중용》

자신의 심리 문제를 분명하게 다루기 위한 하나의 전제는 대담하게 자신을 직시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각종 복잡한 생각과 좋지 않은 욕망의 싹을 인식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영혼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좋지 않은 욕망과 상념은 싹이 틀 때 잘라버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마음속의 커다란 골칫거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 《맹자》<고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날로 엄중해질 것입니다. 가볍게 표현하면 과도한 긴장과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강하게 표현하면 건강에 여러 문제가 생겨 병을 몸에 달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심을 끝까지 발휘하면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알 수 있고

그 본성을 알면 하늘의 도리를 알 수 있다

자기의 마음을 살피고 자기의 본성을 기르는 것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

- 《맹자》<진심>

마음을 다해 사람의 도리를 행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야 비로소 인성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고,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 준 풍부한 선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지의 상도는

그 마음이 만물에 두루 미치게 하며 사심이 없는 것이며,

성인의 상도는

그 정이 만물에 순응하여 사사로운 정이 없는 것이다.

- 정호, 《정성서(定性書)》

우리는 비록 ‘유심(有心)’하고 ‘유정(有情)’한 존재이지만 여기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이르러 ‘세상을 벗어난 마음으로 세상에 얽매인 일을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상의 약점을 깊이 이해해서 처신과 처세에 있어 자유자재로 거둬들이기도 하고 놓기도 하며, 여유롭게 인생의 항로를 이끌어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공자는 일찍이 한 사람이 내뱉은 말 하나하나는 모두 세상에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것은 좋은 반응일 수도 있고 나쁜 반응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사람이 한 일은 종종 다른 곳에까지 파급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개인은 언제나 우주의 일부분이고 또 전체 우주의 움직임에 본질적으로 의지합니다.

근언(謹言)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떠벌리지 말고,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지 말며, 지나치게 고집을 부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또한 참을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입장을 바꾸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항상 자신을 반성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라야

능히 그 본성을 다할 수 있다.

- 《중용》

유가는 인생을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이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대학》)이라 말했습니다. 꾸준하게 심신을 수양할 수 있어야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 가득한 열정을 새로운 생활에 투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유가가 길러내고자 하는 이상적 인간형은 인정세사에 통달하고, 충만한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며, 예의 바르게 처신하고, 강력한 항심(恒心)과 의지를 가지고 숭고한 신념을 끈기있게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책의 끝부분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신을 위한 아홉가지 행동 원칙’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1. 하루 5분, 고요하게 정좌한다.

2. 번잡한 생각을 떨치고 가만히 마음에 집중한다.

3.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는지 지난 하루를 돌아본다.

4. 과오에 연연해 깊게 자책하지 않는다.

5. 성공은 삶의 한 가지 즐거움일 뿐임을 잊지 않는다.

6.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은 포장하지 않고 대면한다.

7. 만나는 모두가 스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한다.

8. 말을 하는 것이 침묵했을 때보다 나은지 먼저 생각한다.

9. 행복의 원천은 진정성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