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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6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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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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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80.4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4.9만자, 약 4.9만 단어, A4 약 9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93554 |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은 백수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주변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구매해놓고 아직까지 묵혔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게 된 책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집 등 몇 권 정도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전부 소장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이 취향에 맞다면 차근차근 하나씩 도장깨기를 할 계획을 세우면서 책장을 넘겼다. 워낙에 지인들의 극찬이 담긴 작품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해미라는 인물이다. 해미에게는 언니가 있었는데 어린 시절에 어떤 사고로 잃었다. 동생은 죽음이라는 것조차도 모를 나이여서 그렇게 지나갔지만 해미는 지금까지도 마음에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하게 언니를 잃은 것뿐만 아니라 이후부터 가족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별거에 이르렀다. 아버지께서는 한국에, 어머니와 해미 자매는 독일의 한 마을로 이주한다.
독일로 온 초반에는 친구도 없이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로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숨기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이미 독일에 정착한 이모와 주변의 한국인 이모들, 한 살 차이의 친구 레나, 이모의 아들인 한수와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한수의 부탁으로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계획을 짜게 되는데 그 안에서 행복도 잠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해미의 시점에서 다시 선자 이모의 첫사랑 계획을 상기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대학교 시절의 친구 우재와 조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독일이 배경이기는 했지만 이해하는 데 어려운 내용이 없어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잊고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 잔잔하게 깔려 있는데 이 부분 역시도 대부분 알고 있을 내용이라는 점에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보통 페이지 수의 작품인데 자기 전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내용 자체가 마치 고요하게 흘러가는 듯해서 이 부분도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서사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다. 첫 번째는 파독 간호사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다. 해나의 이모인 행자 이모를 비롯해 선자 이모, 마리아 이모까지 독일에 정착하게 된 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독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행자 이모는 간호사로 근무하다 공부해 의사가 된 인물이고, 다른 이모들 역시도 가족을 위해, 또는 돈을 많이 준다는 이야기에 낯선 환경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작품에서는 파독 간호사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 파독 간호사의 삶을 비극적이지 않고 건조하게 툭 던져 주는 느낌으로 서술된다고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아픈 역사이기도 할 텐데 이들을 '가난을 위해 다른 나라로 넘어간 사람들'이라는 편견으로 보지 않게 해 주어서 이 지점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는 로맨스 요소이다. 크게 대학 시절의 우재와 해미, 독일 이주 당시의 한수와 해미, 그리고 선자 이모와 K.H.라는 인물의 관계로 애정 관계가 느껴졌다. 사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연애 감정을 교류하지는 않지만 해미의 시점에서 제주도로 떠난 우재를 생각한다거나 현재 같이 보내는 시간들에서 미묘하게 마음이 있었다는 게 고스란히 와닿았다. 또한, 해미가 한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친구로서의 애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지점이 사춘기 시절의 설레는 사랑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선자 이모와 K.H.의 관계는 편지로 나타나는데 가장 머리를 맞은 듯한 관계였다. 해미가 그랬듯 나 역시도 왜 하나의 선택지로만 생각했을까.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다르게 전개된 듯했는데 오히려 읽은 이후의 감상이 더욱 좋았다. 사랑과 우정, 그밖의 어떤 감정을 떠나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보듬고, 지켜 주고, 생각하는 그 마음들이 너무나 사랑스웠다. 등장하는 인물 어느 누구에게도 적대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해미가 했던 선의의 거짓말과 이를 이해하고 지켜 주었던 이모까지도 말이다. 독자인 나에게도 치유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주인공 해미는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고 너무 일찍 인생의 비극을 알아버렸다. 딸을 잃은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은 괜찮다는 의미가 담긴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모든 슬픔을 견뎌낸다. 부모님의 별거로 엄마를 따라 동생 해나와 함께 셋이 독일로 이주했을 때도 속마음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낯선 타국에서 힘들었을텐데도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가상의 친구를 만들고, 늘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그런 해미의 속을 들여다본건 엄마의 언니, 이모였다. 이모는 파독간호조무사가 되어 독일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선자 이모, 마리아 이모 그리고 그 밖의 파독 간호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데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인드에 영향을 받는 해미는 움츠렸던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 선자 이모의 아들 '한수'와 친해지게 되면서 셋의 우정은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는 해미와 레나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나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것. 첫사랑을 찾기 위해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기 시작한 셋은 첫사랑의 이름 이니셜이 K.H 인 것을 알아낸다. 추리와 상상력을 펼치며 찾아내려 고군분투하는 동안 해미는 밝은 모습을 되찾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해미는 여전히 인간관계를 자제하며 지낸다. 그러다 대학 동창이자 미묘한 감정을 가졌던 우재와 재회하게 되는 해미. 해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우재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예전과는 자신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알고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K.H에 대한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진 자신을, 움츠려있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을 꺼내는 해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책 속 문장 PICK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p.109)
살을 단순하게 만들고 몸을 조금이라도 쓰면 인생이 살 만해져. (p.214)
"해미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보잖아? 그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느낀 모멸감을 되갚아주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일부러 찾아와 똥을 누고 간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똥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아무리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 해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토록 모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던 게 아닌가하는." (p.249)
"그때 나는 네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아주는 게 참 좋았어.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네가 나를 배려하느라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 그때 나한테는 그걸로 충분했던 것 같아. 근데 해미야,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때 우리에겐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우리의 관계도 십여 년 전에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 건 아니었을까." (p.262)
피한 것이다. 달아난 것이다. 나에게 다가와 마음의 문고리를 잡고 흔드는 우재로부터.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의 삶에 내가 또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그 무시무시한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p.263)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가 차지하는 이야기의 비중이 다소 크게 느껴져서 이것은 해미의 이야기인가, 선자 이모 첫사랑의 이야기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선자 이모와 K.H가 .. 서로에게 묻는 그들의 안부는 아름다웠고 애틋했다.
아, 그리고 우재와 해미가 조금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D 후속편이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
읽는 내내 섬세했고, 부드럽고 우아했던 『눈부신 안부』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 나는 지금 막 도착했어.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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