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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6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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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9쪽 | 278g | 130*205*11mm |
ISBN13 | 9791192211213 |
ISBN10 | 119221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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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통으로 다루어지는 에세이집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33년차 전업 작가로부터 들려지는 삶의 의미란 어떤 것일까.
생소한 기대감으로 <검색어: 삶의 의미>를 주문했다. 며칠 후, 책을 배송 받고 박스를 열었다. 인터넷상에서 보던 색감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 표지였다. 가운데 네모난 이미지 박스 안에 한 사람이 보였다. 실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듯 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졌다.
책 표지를 넘겼다. 작가이름, 작가소개, 작가 사진이 나왔다. 그 아래 박상우 공간이라는 작가 전용 사이트가 소개되었다.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등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작가만의 전용공간이 고유한 세상처럼 여겨졌다. 또 한 페이지를 넘겼다. 구구절절한 서론 없이 곧장 차례로 이어졌다. 서론을 읽어야 할 의무가 사라지니 한결 책에 대한 접근이 편해지고 스피디해졌다.
<검색어: 삶의 의미>는 크게 네 가지 목차로 구성된다.
1.삶의 의미가 나를 부를 때
2. 오래된 가르침으로부터 깨어나라
3.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라
4. 죽는 날까지 학생으로 살아라
네 항목은 또 다시 6~7개의 소항목으로 나뉜다. 특이점은 각 항목마다 각각 다른 삶의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과학, 철학, 종교, 고전, 디지털, 인간, 존재, 사랑, 행복, 돈, 교양, 인연, 죽음, 노년 등등, 25개의 주제가 있는 셈이다. 대개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여타 에세이집과는 달리 삶이라는 것 자체가, 그냥 ‘통’으로 다루어진다.
소항목의 제목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탈출하고 싶으면 빨간 약을 먹어라, 디지털 노마드에게 지구는 너무 좁고 시시해, 욕을 처먹어도 행복할 수 있다면, 돈의 순수성이라는 말 이해가 되나, 티코는 아무리 튜닝해도 그랜저가 되지 않는다 등등. 한 권의 책 제목으로 붙여도 될 정도로 임팩트 있으며, 현실적인 제목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사실 요즘처럼 개인이 중시되는 시대에, 삶의 의미란 그리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은 모두 다를진대, 어떤 공통분모를 가지고 삶의 의미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숱하게 들어온 삶에 대한 가르침들은, 대개 너무 뻔하고 뻔해서 이젠 그만! 이라고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따분하게 여겨진다. 소통되지 않는 철학적 주제이거나, 일방적인 가르침이거나, 교묘하게 감성을 자극하거나, 긍정 기적 행복 사랑 감사 따위의 애매한 가치로 무조건적인 세뇌를 강요하거나, 고리타분한 지식으로 무장한 경우가 허다했다. ‘어떤 의미’를 주고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진정 삶의 의미란 있는 걸까.
큰 기대감 없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해졌다. 이게 정녕 에세이라고? 소설이 아닌데도 소설을 읽는 것처럼. 25개의 다른 목차들이 ‘삶’이라는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이어졌다. 또한 각 목차마다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과학, 철학, 종교, 고전 등에 관련된 방대한 내용들이 지식으로 담겨진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에 완전히 용해되어 삶, 그 자체로 와 닿았다.
마치 해외로 출장을 떠났던 아버지가 기념품을 사 왔을 때,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이지만 작은 기념품 하나로 어렴풋하게나마 그 세상이 느껴지는 식이었다. 한 목차씩 들여다 볼 때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삶의 이야기가 들려졌다. 그것들은 때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때론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또 때론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많은 고심 끝에 이 리뷰를 25개 목록을 한꺼번에 ‘언박싱’하는 대신, 최근 내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인연’에 대한 내용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12번째 인생 퀘스트 - 엄지족들이여,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21세기는 무절제한 과잉 인연의 시대이다. 옛날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손가락만 움직여도 인연이 맺어지는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무제한적인 연결로 인연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그것으로 인해 인연의 중요성 또한 인지하지 못한다.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만나니 헤어지는 것도 손가락으로 '삭제'하면 그만.
자신의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인간의 인지 능력은 150명 이상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통계가 있다. 많은 걸 자랑할게 아니라 좋은 인연을 알아보고 자신이 좋은 인연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연은 어느 누구에게도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발췌)
디지털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등. 세상은 온갖 변화의 언어로 도배되어 있다. 자고나면 또 새로운 용어가 늘어나 있다. 이젠 검색하기도 지칠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란 고작 일회용 마스크 한 장에 불과한 듯, 타성에 젖어있다. 그 변화마저 처음에는 왜 그래야 하지?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이젠 쓰지 말라고 해도 쓸 정도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습관이 인식으로 굳혀져 어떤 의문조차 갖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내가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떨까. 팬데믹 시대, 모든 인간관계가 달라졌다. 친했던 이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또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난 2년은 대면 만남을 중시했던 내게 비대면 만남이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물며 손가락 하나로 인연이 맺어지고 손가락 하나로 인연을 삭제할 수 있는 시대. 세상과 소통하고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변해야 산다고? 어떻게?
근시안적으로 바라봤던 일상. 그것이 전부라 여겼기에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려 했던 삶. 내가 느끼지 못할 뿐, 세상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내 삶의 패러다임 또한 변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요구를 받는다. 그 중 인연과 소통의 문제는 내게 숙제처럼 안겨졌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답정너’식의 삶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 사실은 내게 어떤 희망을 안겨줬다. 넘어져도 새롭게 구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 나를 항상 주눅 들게 했던 ‘답정너’가 틀렸으며 ‘나’라는 존재 자체가 답이 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알던 근시안적인 지식 체계로 조합된 단편적인 세상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젠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 전환가능하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이었다.
삶에 용해된 총체적인 지식 체계는 내 삶에 현실 적용가능한 데이터가 되다.
또한 단편적인 지식 체계를 넘어서, 다방면에서 축적된 지식을 총체적인 삶의 융합 체계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것들은 내 삶에 현실 적용이 가능한 데이터 값으로 주어졌다. 새로운 삶의 여정을 향해, 현실적인 가이드가 되어 주는 것이다. 나 또한 표지 전면의 이미지 박스 속에 주인공처럼 그렇게 삶을 역동적으로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 리뷰를 통해 나는 12번째 인생 퀘스트, 인연의 의미에 대해 나름 접근해 봤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 다른 목차를 들여다보려 한다. 하나씩 언박싱 할 때마다 열리게 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잘 엮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각각 25편을 다른 주제의 리뷰로 싣고도 싶다.
지구는 학교, 인생은 학습, 인간은 학생. (책에서 발췌)
정말 그런 듯하다. 이젠 삶이란 학습이 조금은 접근 가능해 질 듯하다. 아예 정답 없는 삶이라 덮어두지 말고, 애써 잘 안 풀릴 때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가이드 삼으려 한다. 그런 기쁨과 희망을 안고서 이제 책장을 덮는다.
가끔 우리 시대를 생각해 본다. 진정한 스승이 사라진 시대, 어른이 사라진 시대, 가치가 사라진 시대. 33년차 소설가로서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진정 삶으로 살아낸 한 작가로부터 들려지는 삶의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어떤 책이든 각자에게 와 닿는 의미 값은 다를 것이다. 혹 이 리뷰를 읽는 누군가 또한 나처럼 같은 삶의 이야기에 접속되면 좋겠다. 기존 삶의 패러다임이 깨어지고,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 짜여질 때. 그 순간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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