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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기억

전민식 | 은행나무 | 2013년 03월 20일 리뷰 총점7.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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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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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600g | 150*210*30mm
ISBN13 9788956606743
ISBN10 895660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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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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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5년 겨울, 부산에서 태어나 평택에서 자랐다. 서른을 앞둔 마지막 해에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고, 6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오로지 글쓰기에만 매진했고, 20년 넘게 한길만 고집한 끝에 마흔일곱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13월』, ... 1965년 겨울, 부산에서 태어나 평택에서 자랐다. 서른을 앞둔 마지막 해에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고, 6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오로지 글쓰기에만 매진했고, 20년 넘게 한길만 고집한 끝에 마흔일곱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13월』, 『불의 기억』, 『알 수도 있는 사람』, 『9일의 묘』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강의를 하며 파주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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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2002년 여름, 도시마다 월드컵의 붉은 물결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무렵,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문화마을로 지정된 서울 외곽의 한 마을에서 한 여자가 살해된다. 월드컵 기념 종을 만들었던 무형문화재 규철은 아내 살인범으로 잡혀 감옥에 들어가고, 졸지에 엄마와 아빠를 잃은 해원은 부모의 친구였던 한위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한위는 아들 동주와 함께 딸이나 다름없는 해원을 데리고 변산 월롱의 폐차장으로 내려가 일가를 이룬다.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 벙어리가 되고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해원과 동주는 점차 연인 사이로 발전해 간다. 하지만 동주는 자신을 종 만드는 장인으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양육 방식에 질려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고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해 금속공예를 전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해원으로부터 소식이 끊기고, 얼마 후 아버지 한위도 사라진다. 그리고 해원의 아버지인 규철이 때 이르게 출소해 동주를 찾아오는데…….

출판사 리뷰

“녹·늪·살 냄새 나는 언어, 그 섬뜩한 서정!”

예술을 향한 광기와 인간 실존의 부조리
서정과 우수로 그려낸 파멸과 구원의 서사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전민식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불의 기억》이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를 통해 ‘사람 냄새 나는 가슴 시린 치유의 풍경’(세계문학상 심사평)을 인상 깊게 보여주었던 작가의 이번 신작은 ‘예술가적 고뇌와 인간적 욕망 사이에서 방랑하며 용해로처럼 뜨겁게 살다 간 두 예인의 파멸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기와 청년기 유랑의 체험이 상당 부분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절대적 불가능을 초월하려는 두 종쟁이의 초인적 삶을 통해 작가의 예술론을 담아내고 있으며, 한편으론 제3자에 의해 뒤바뀐 운명의 파도에 실린 허약한 배와 같은 인간 실존의 부조리를 그려내고 있다. 살 냄새 나는 문장과 섬뜩한 서정미로 그려낸 광기와 유랑의 세월이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기며,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인간 드라마가 우수에 젖은 듯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장편소설문학상 최종심에서만 아홉 번 떨어진 끝에 1억 원 고료 세계문학상 영예를 안아 화려한 조명과 함께 ‘9전10기의 사나이’ ‘유령작가의 인생반전’ 등의 별명을 안았던 전민식 작가. 이번 소설은 작가가 20여 년 전 성덕대왕신종과 상원사의 종소리를 듣고 처음 구상한 후, 꾸준한 공부와 인터뷰를 토대로 여러 스타일의 소설로 변주해 본 끝에 오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오래 품고 갈고닦은 세월만큼 장인 수준의 해박하며 육화된 묘사와 예술미 넘치는 문장이 압권이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진실을 찾아 방랑하는 사람들
상처 입은 풍경의 저녁이 짐승처럼 다가온다


《불의 기억》은 각각‘과학’과 ‘신들림’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불굴의 예술혼을 간직한 두 종쟁이가 사랑과 예술을 두고 벌이는 광기 어린 싸움을 그린 소설이다.
금속공예 졸업전을 앞둔 청년의 학교로 쇠 냄새 나는 한 사내가 찾아온다. 징역을 살다가 갓 출소한 사내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 그렇게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 청년과 실종된 딸을 찾는 살인자와의 기막힌 동행이 시작된다. 사라진 사람들을 쫓는 두 사람의 여정을 축으로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종쟁이 일가의 파국의 전말을 서서히 드러낸다.

친구이자 연적이며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두 종쟁이의 애증과 질투, 미친 듯한 분투의 나날 끝에 완성한 월드컵 기념 거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불행이 찾아든다. 이 시대 최고의 주철장이자 무형문화재였던 사내는 아내 살해범으로 몰리고, 사내의 친구인 청년의 아버지가 사내의 딸을 맡아 키우게 된다. 그리고 7년 후, 사내의 딸과 청년의 아버지가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로맨스와 스릴러적 요소를 바탕에 깔고 간절함과 비애 속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아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내 사랑하는 여자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터지기 직전의 봇물 같은 슬픔을 안은 채 헤매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이 찾아 헤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무모한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은 또 다른 오해를 부르고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두 개의 뜨거운 태양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듯 둘의 몸은 뜨거웠다.
어둠이나 바람으로도 식지 않았고, 차가운 술로도 달랠 수 없었다.
눈물로도 사랑의 힘으로도 식혀지지 않았다.
이제 막 분화를 시작한 화산처럼 둘의 가슴속에 자리한 용해로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치명적 욕망과 사랑이 뒤엉킨
잔혹하고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


작품은 두 종쟁이와 그들 각각의 자녀인 네 명의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삶이라는 고독한 싸움과 방랑의 세월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치명적 욕망과 사랑이 뒤엉킨 잔혹하고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를 탄생시킨다.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의혹과 분노 속에서 복수를 꿈꾸는 사내,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긴 슬픔과 콤플렉스 속에서 종의 완성을 통해 그를 극복하고자 하는 남자, 끔찍이도 탈출하고 싶었던 운명의 굴레 속으로 다시 끌려들어가는 청년, 용납하기 힘든 잔혹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여자. 도망다니고 쫓고 쫓기는 엇갈린 운명의 교차로에서 드디어 네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작품은 예기치 못한 반전과 절정을 그리며 숭고미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광기와 살인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제나 ‘인간미’와 ‘서정미’을 잃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특히 생활 밀착의 인간사를 묘사할 때 전민식의 꼬리표인 ‘인간 냄새 나는 이야기’는 빛을 발한다. 작가는 이기적으로 욕망을 추구하는 두 종쟁이의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을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고독한 예술가의 인간적 콤플렉스와 한계, 미칠 듯한 절망감과 고뇌를 읽다 보면 오히려 울음을 삼키고 있는 이 초인들의 거대한 등을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싶어진다. 비열하면서도 때론 아량 있고, 속은 더럽게 치사하면서 겉으론 너그러운 체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우리 이웃의 역겹기도 하고 정겹기도 한 살 냄새, 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여자의 굳은살 박인 발뒤꿈치를 보며 애잔해하고 멀리서 가슴만 끓이는 남자의 사랑은 가슴 짠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이 소설의 백미랄 수 있는 월롱의 늪 위에 세워진 폐차장 겸 종 작업장의 분위기라든지, 장마에 땅속에 숨기고 있던 것들을 토해내는 늪, 교통사고 난 버스의 핏물 속에서 건져낸 목걸이, 절단 난 신체의 일부를 모아놓은 냉장고, 장씨의 충동적인 칼질 등 어쩔 수 없는 인간 본능과 광기의 분위기는 섬뜩한 전율로 다가온다. 거기에 작가는 신라시대 ‘종에 사람을 넣었다’는 설화를 차용해 서스펜스를 조장하며 소설적 긴장과 흡입력을 증폭시킨다. 그 두려운 분위기 속에 묘사되는 서정 어린 풍경의 묘사는 찬달 아래 보는 듯 차갑고도 기괴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장마가 들면 늪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늪이 땅속 깊이 숨긴 물을 경계해야 했다. 비는 늪이 가둔 물뿐만 아니라 늪 속에서 시간을 먹고 쌓여 온 낡은 물건들을 헤집어 올려 토해 냈다. 남몰래 버린 녹슨 냉장고를 토해 내고 다리살 부러진 자전거와 구멍 난 타이어를 게워 냈다. 깨진 항아리와 살점이 다 뜯겨진 어린아이를 토해 내기도 했다.
- 본문 중에서

종의 기원에서부터 완성까지
“소멸은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는가?”


작품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홀로 묵묵히 걸어가며, ‘절대자의 목소리’라는 불가능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서히 광기에 빠져드는 종쟁이들의 삶은 하나의 예술가의 메타포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종의 기원에서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으로 끝맺는 이 소설은 큰 틀에서 하나의 예술가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런데 오랜 세월 보존되는 예술품에 비해 인간의 삶은 부조리하고 허약하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여자를 친구에게 빼앗겨야 하는 슬픔, 아내 살인범으로 오인받아야 하는 억울함, 모든 것을 걸어도 완성시킬 수 없는 종, 제3자에 의해 엉뚱하게 뒤바뀐 운명 등이 그것을 증언한다.

작품은 그러한 생의 파국과 부조리한 삶에 노출된 인간이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부유하는 삶은 그러한 예술과 인간에 대한 속죄와 구원을 향한 염원의 세월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희생으로 탄생한 종의 소리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미움을 삭히고 배처럼 계곡을 따라 흘러가는 마지막 장면은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16년 동안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화두 “소멸은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는가”를 풀어낸 작품이라 밝혔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죽음과 소멸은 결코 단절이 아니며 삶과 영혼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남아 영원히 계속됨을 그린 우주적 순환론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소리는 두꺼운 구리 뒤에 꽁꽁 숨겨져 있던 그리움이 깨어나게 만들었고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곳의 눈물을 끌어올렸다. 한순간에 미움을 삭혀 버렸고, 화를 부드러운 물처럼 녹여 지옥까지 흘러내려 보냈다. 계곡으로 흘러 들어오는 종의 여운을 따라 사람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종소리에 젖은 계곡은 금방이라도 출항할 배처럼 꿈틀거렸다. - 본문 중에서

종의 제작을 둘러싼 인간들의 욕망과 예술을 향한 인간들의 광기를 그린 이 소설은 비극적 삶 속에서 복수와 구원을 찾아 애쓰는 동시에, 무언가에 모든 것을 건 인간들의 지독한 외로움을 그려 보이며, 해 지기 전 마지막으로 붉게 타는 노을 같은 진한 그리움을 남긴다.

이 소설은 2012 6월부터 10월까지 인터파크 웹진 ‘북&’에 《종의 기원》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작품을 《불의 기억》으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한 것이다.

추천평

전민식의 장편소설 《불의 기억》은 ‘예술’·‘사랑’·‘광기’가 뒤엉킨 파국적 삶을 증언한다. 이 파국적 삶의 한가운데에 ‘종’, 즉 예술이 위치하고 있다. ‘종’의 본질은 아름다운 소리에 있다. 그 소리가 우리들 마음의 모든 ‘그리움’을 불러 일깨우고 ‘미움’을 삭혀버리는 마지막 장면은 하나의 예술론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고봉준(문학평론가)
광기에 사로잡힌 채 절대 음감의 종소리를 얻으려는 인간들 사이에서 말을 잃어버린 한 여인의 운명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이토록 지독하게 잔인하고 외로운 일이다. 《불의 기억》은 존재의 외로움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비망록이다.
방현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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