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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심경호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년 06월 15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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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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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70g | 153*224*30mm
ISBN13 9788976417473
ISBN10 89764174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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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심경호
1955년 충북 음성 출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일본 교토(京都)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문학) 수료, 1989년 1월에 〈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으로 교토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 강원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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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아시아 고전문학은 여행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었고, 고전문학의 작가들은 여행을 삶의 어떠한 요소로 생각했는가?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에서 다루어진 20여 편의 근세 이전 동아시아 여행 기록들은 요즘의 여행 기록들이 제공할 수 없는 풍부한 체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옛 사람들이 남이 지은 시문을 읽거나 남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방 안에서 감상했듯이, 이 책에 실린 기행기와 여행을 소재로 삼은 시와 소설을 통해, 와유臥遊하며 여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혜초慧超가 행력승이 아니었더라도 인도를 여행했을까? 육유陸游가 관직에 임명되지 않았더라도 양자강을 거슬러올랐을까? 이언진李彦?이 역관이 아니었더라도 에도로 떠났을까? 저자는 작가들의 노정을 따라가기 전에 짧게나마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여행지가 같다 하더라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은 여행의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고 여행의 동기 또한 각자가 처한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으로 여행이 쉽지 않던 시절, 김금원金錦園이 남장으로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는 여행 그 자체보다 조선 시대 여성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 내면의 충동에 의해 여행을 결심한 예는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길가에 뒹구는 해골이 되더라도” 자연 속에서 자신의 궁극적이고 정신적인 삶의 거처를 찾아 평생을 떠돌고자 했던 그에게 여행은 문학적 성취로 이어졌던 것이다.

계획하지 않았다 해서 여행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노인魯認은 왜란 때 포로가 되어 일본에 들어갔다가 《금계일기錦溪日記》에 일본 내부의 사정을 소상하게 밝힐 수 있었다. 최부崔溥는 뱃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중국에 체류한 경험을 통해 당시 조선 관리가 갈 수 없었던 중국 남부의 인문지리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표해록漂海錄》에서 그가 중국의 현실을 묘사하고 해석한 내용을 샤쿠겐 슈로策彦周良의 《입명기入明記》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서 중국의 번영상을 묘사한 부분과 대비해 보면 최부의 고증이 상세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 권의 여행기를 통해 동일한 주제를 다룬 여행기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그 기록의 가치를 확장시킨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기록의 가치가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예는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시한丁時翰이 《산중일기山中日記》에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보존 상황을 서술한 것으로부터 조선의 유교 지식인들이 사찰에 관해 남긴 글을 살펴보는 것, 김금원의 〈호동서락기〉 금강산 유람 기록으로부터 금강산을 다녀온 고려 시대 선비들의 기행문과 유람 준비를 위해 간행된 조선 시대 여행 가이드북을 펼치는 것이 그러하다. 일본을 통해 서양의 존재를 점진적으로 인식하게 된 통신사 일행과, 중국을 여행하면서 그 시선을 중국 너머로까지 두었던 박지원朴趾源 등의 생각이 실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이 책은 놓치지 않았다. 한 권의 여행기록이 더 이상 개인의 기록으로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행선지를 나타낸 수십 개의 지도와 표들로 이들의 노정을 뒤따라가면서도 김시습, 정약용, 마쓰오 바쇼 등의 시문을 통해 와유의 즐거움을 한껏 누린다. 독자 역시, 진랍국에서 “금을 뿌려서 장식한 양산”을 보고 주달관周達觀처럼 놀라는 한편, “너는 하늘을 살펴 군주의 덕을 닦는 기구이거늘/어찌하여 옛 성 곁에서 뻗대고 있단 말인가”(〈첨성대에게 묻는다〉) 하고 김시습과 경주를 쏘다니며 국가 흥망의 원인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굉도는 “천금으로 배를 하나 사서 가택을 둥실 물위에 띄워 늙음이 장차 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것을 바랐으나 현실은 바쇼처럼 “벼룩 이 끓고/말이 오줌 갈기는/방랑길 숙소”에서 병들고 지친 몸을 겨우 누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훨씬 불편했을 노정에서 지금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고통과 기쁨을 경험했다. 때로는 현실의 질곡을 박차고 일어났고, 때로는 역사지리의 공간을 조사하려 나섰으며, 때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때문에 떠돌아야 했다. 여행은,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었든 공적인 것이었든, 우연적인 것이었든 계획적인 것이었든, 그들의 내면을 변혁시킬 큰 계기가 되어 왔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은 자신의 발자국이 찍힌 지도와 경이가 담긴 소회로써, 자신의 인생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20여 편의 근세 이전 동아시아 여행 기록들을 통해 작가가 깊이 생각하지 못한 문제를 그의 우연한 기록 속에서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세계를 새롭게 구성해 상상의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간접 체험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쇼가 말한 진기하고 새로운 여행 기록의 모음집인 동시에, 독자의 간접 체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여행 기록 독법서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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