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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05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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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31g | 153*224*20mm |
ISBN13 | 9788996328728 |
ISBN10 | 8996328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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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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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은 지금 읽어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키워드가 '조국'과 '나라의 소중함'에 맞춰져 있긴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역사적 사실때문일까? '수업'하면 <마지막 수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터넷 서점에서 '수업'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1000개 넘는 책들이 검색된다. 그만큼 수업은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인간이 받아야 하는 일상과 지식의 충전소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도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정직하다. 아무 수식어도 없이 그냥 <수업>이다. 네이버 책글감에서 이 책을 찾으려고 스무번을 넘게 클릭해야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리라.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년 전쯤이다. 김용택, 도종환, 양귀자 등 평소 좋아하는 문인들이 '수업'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쓴 에세이라 호기심이 갔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의외였다. 이름이 생소한 문인들의 글이 더욱더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은미희의 <내 생의 밴드마스터>였다. 마치 한 편의 수채화 같은 단편드라마를 본 듯한 정갈한 문체와 가슴을 쿵쿵 치고 가는 문장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지금 혼자 밴드마스터가 되어 있다. 쿵쿵. 머릿속에서 작은북과 큰북의 울림이 울려오고 멜로디언과 실로폰의 소리도 들어 있다. 나는 한 손을 허리에 얹고 한 손으로는 술이 달린 지휘봉을 돌린다. 나는 이제 그 모든 것을 혼자 다 해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을 엽렵하게 살아갈 수 없다. 나는 내 생의 밴드마스터인 것이다. 지쳐도 쉬지 못하고 지휘봉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p55)
지휘봉이 잡고 싶어 밴드부에 가입한 작가는 담당교사와 실랑이 끝에 뺨을 맞는다. 여기에는 초등학생들의 순수하지만 영악한 권력의지와 정치 역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작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그 선생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작가는 자신 안의 교만함을 버리게 되었고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내 중심의 자만심'을 버리게 되었다. 뺨을 맞음으로써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성석제를 위협하는 유머와 풍자의 작가 김종광의 <악성종양 같은> 글은 배꼽이 빠진다. 특히 '검투사 시간'은 읽는 것만으로도 낄낄 거리게 된다. 칠판에 7등분을 해서 수학 문제를 출제하고 7명의 학생들에게 풀게 하는 것. 그걸 작가는 '검투사 시간'이라고 명명하며 '문제와 싸우라는 거였다. 로마 시대 대 원형 경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자랑 친구랑 싸웠던 노예들처럼'이라고 묘사한다.
7,80년대 학교답게 폭력이 난무하고 친구와의 우정, 문학소년과 소년들과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 가난과 싸우고 교실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에피소드들이 학창시절을 연상케하는 추억의 종합선물 같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보다 먼저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의 모습과 동년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요즘 학교 수업시간의 풍경은 어떠할까? 종종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우울함 뿐이다. 학생이 힘없는 여교사를 집단 폭행한 사건도 있었고, 툭하면 동영상을 찍어 협박하기도 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은 또 얼마나 많은가? 우리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권에 대한 도전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때도 그렇게 했으니깐 너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적어도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에 모인 학생들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딜 감히 선생님을!
하긴 솔직히 몰랐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 시기인지를. 조금씩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겠더라. 의자에 앉지도 못할 정도로 엉덩이를 맞고, 성적표를 조작하고, 친구들과 탈출(?)을 일삼아도 그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윤을 따지지 않고 얽히고 뭉친 우정이 얼마나 오래가고 힘이 되는지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환갑이 넘는 수학 선생님이었는데 포마드로 머리를 곱게 넘기고 검은 양복에 검은 불테 안경이 그 분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 분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항상 90도 각도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어느날 한 학생이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저는 비록 이 학교에서 수학 선생으로 일하지만 여러분들은 저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실 게 분명합니다. 그때 잘 봐달라고 미리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해 교실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몰래 내주던 미술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계실까? 전교조 문제로 학교를 떠나는 날 우리는 저지선을 뚫고 선생님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지금 학교에서는 그런 낭만이 남아 있을까? 이 책을 생각하니 그점이 몹시 궁금해진다. 하긴 뭐 조금 있으면 아들 녀석들의 수업참관을 가면 알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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