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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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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 돌베개 | 2016년 04월 25일 | 원서 : Hunger: An Unnatural History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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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70g | 140*220*30mm
ISBN13 9788971997161
ISBN10 897199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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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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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54년 미국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태어나 현재는 뉴멕시코 주 남부에 거주한다. 자연 및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며, 글쓰기가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사회참여 활동의 한 가지라고 믿는다. 삶의 터전, 공유 목초지, 고고학, 꽃, 나비, 굶주림, 범신론에 관심이 많다. 실버시티에 있는 웨스턴 뉴멕시코 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문·창의적 글쓰기·논픽션 등 다양한 글쓰기 지도를 한다. 힐라... 1954년 미국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태어나 현재는 뉴멕시코 주 남부에 거주한다. 자연 및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며, 글쓰기가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사회참여 활동의 한 가지라고 믿는다. 삶의 터전, 공유 목초지, 고고학, 꽃, 나비, 굶주림, 범신론에 관심이 많다. 실버시티에 있는 웨스턴 뉴멕시코 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문·창의적 글쓰기·논픽션 등 다양한 글쓰기 지도를 한다.
힐라 강 상류 지역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모임 등의 환경단체, 기후보호 자문위원회, 평화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퀘이커교도 모임, 아마추어와 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학 탐사 연구 활동인 ‘시민 과학’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한국에 소개된 『나비에 사로잡히다』『꽃의 유혹』 외에도 『빛 속에 서서: 범신론자로서의 내 인생』『플루트 연주자의 찬가: 미국 남서부에서 지낸 계절들』『땅의 초창기: 미국의 고고학에 관한 성찰』 등이 있다. 『시민 과학자의 일기: 참뜰길앞잡이 뒤쫓기 그리고 세상과 관계 맺는 다른 방식』으로 2016년 존 버로스 메달을 받았다.
역자 : 곽명단
소설과 교양서를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검은 감자』『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 우주의 비밀을 발견하다』『어느 뜨거웠던 날들』『신이 없는 세상』『위대한 감시 학교』『하얀 라일락』『행복한 그림자의 춤』『소공녀』『위대한 박물학자』『창조적 단절』『아름다운 죽음의 조건』『빵의 역사』(공역) 등이 있다.
감수 : 손수미
서울대학교와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영양생화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인하대학교, 경희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자연과학 및 의?약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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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4. 아일랜드 여행」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에게 배고픔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배고픔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다. 당신은 배고픔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존재다.
배고픔은 당신으로 하여금 세상과 교류를 시작하게 한다.” _본문 중에서

글쓰기가 정치와 사회를 바꾼다고 믿는 작가 샤먼 앱트 러셀은 그동안 삶의 터전, 공유 목초지, 고고학, 꽃, 나비, 범신론 등에 관해 집필해 왔다. 우수한 자연과학 도서에 수여되는 존 버로스 메달 2016년 수상자이기도 한 러셀은 이 책 『배고픔에 관하여』(2005)에서 ‘나와 너의 배고픔’, 나아가 ‘이 세상의 배고픔’에 주목한다.

굶주림과 불평등에 관한 책은 국내에도 여러 권 출간되었지만, 이 책처럼 ‘배고픔’의 온갖 양상을 총망라한 책은 없었다. ‘배고픔에 관한 백과전서’라고 불러도 좋을 이 책에는 ‘우리의 위(胃)가 가득 차 있는가, 비어 있는가?’에 따라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다 담겨 있다.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익숙하고 개인적인 배고픔부터, 건강을 위한 단식과 절식, 다이어트, 거식증, 종교적 금식, 단식 투쟁, 세계의 절반을 짓누르는 고질적인 기근까지……, 배고픔에 관해서 떠올릴 수 있는 이슈 대부분을 아우른다. 우리가 왜 배고픔을 느끼는지, 배고플 때 우리 몸과 정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러셀은 수많은 문헌을 파헤치고 시간과 공간을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배고픔’이란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넓고 깊게 탐색한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연관시키고, 인류애와 연민을 바탕으로 기근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태초에 배고픔이 있었고 세상 끝에도 배고픔이 존재하며, 우리 인간 존재는 배고픔이라는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바꾸어 말해 배고픔이 곧 우리 숙명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나비에 사로잡히다』『꽃의 유혹』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러셀의 해박함은 이 책에서도 감탄을 자아낸다. 러셀은 철학, 문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진화론, 생물학, 의학 등을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생존 본능과 사회적 동물로서의 활동을 다각도로 성찰한다. 여러 굽이를 돈 끝에 이 책이 도달하는 곳은 ‘인간 그 자체’다. 러셀은 인간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똑바로 응시하고, 인간 존재들이 구성한 세계와 그들이 만든 역사를 꿰뚫는다. 그리고 마침내는 우리가 “배고픔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인 한편 “배고픔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존재라고 철학적인 진단을 내린다. 그리하여 이 책은 결국 ‘인간학 개론서’로 나아간다. 이처럼 러셀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배가 고프”고 “평생토록 배고픔과 배부름이라는 두 기둥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우리 존재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해 이 세상의 굶주리는 절반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그리고 세상의 반쪽,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때론 연민에 찬 눈으로 때론 개혁가의 결연한 눈으로 바라본다.

바야흐로 우리는 ‘먹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먹는 입’을 보며 시름을 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 개인 방송부터 공중파까지 ‘먹방’과 ‘쿡방’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먹는 행위’와 ‘배고픔’, 나아가 ‘인간 존재의 심연과 그늘’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 배고픈 존재의 초상

샤먼 앱트 러셀은 이 책에서 우리 인간을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배고픔이라는 나라를 드나드는 통근자, 배가 고프도록 형성되고 배고픔을 견디도록 형성된 존재, 배고픔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탄 탑승자……. 러셀에 따르면 우리는 아프거나 죽을병에 걸렸을 때에만 비로소 배고픔에서 놓여날 뿐 애초에 “식탁을 두드리면서 밥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도록 설정된 존재”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배고픔을 참도록 설계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존재의 아이러니다.

1장 ‘단식 광대’에서 러셀은 굶주려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담하게 무너져 가는 인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소설 세 편을 소개한다. 요즘 말로 하면 굶주림 행위 예술가쯤 될 인물이 등장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단식 광대」, 실제 자신의 체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인용하면서 ‘배고픈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오래된 사회 통념을 되짚어 본다. 생명(삶)이 줄 수 있는 것을 뛰어넘는 무엇, 바꿔 말해 형이상학적 고상함을 갈구하면서 굶주림의 실체를 외면하도록 학습된 우리를 러셀은 “우리는 모두 단식 광대다.”라는 표현으로 압축해서 정의한다.

“배고픔은 자기 몸 못지않게 친밀한 주제이다. 점심을 먹기 직전에 내가 느끼는 것이 배고픔이다. 내 몸뚱이, 내 가슴, 내 허벅지만큼이나, 나는 배고픔을 생각한다. 내 어머니는 대공황 때 배고픔을 겪었으므로, 내가 지금의 나인 것은 일부분 그때 그 배고픔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나인 것은 대부분 나는 비자발적 배고픔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나인 것은 배고픔이 내 세포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이 특정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배가 고프다. 우리는 그네를 타듯 평생토록 배고픔과 배부름이라는 두 기둥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지금도 배고픔은 혈류를 타고 우리 몸속을 돌고 있다. 배고픔은 시상하부에 있는 종을 뗑그렁뗑그렁 쳐 댄다. 배고픔이 우리를 부엌으로 몰고 간다. 우리 자리는 조수석이다. 우리는 모두 단식 광대다.”(28쪽)

배고픔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 책에서 우리는 배고픔과 투쟁하는 사람들의 인상적인 사례를 숱하게 목격할 수 있다. 그중에는 러셀 자신의 경험담도 있는데, 다분히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중성, 곧 제1세계 사람들의 이중성을 희화화하고 풍자한다. 그 사연은 이렇다. 인생의 어느 한때, ‘얼치기 단식 광대’가 되어 기근 관련 신문 기사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컴퓨터에 소말리아 폴더와 에티오피아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하던 러셀은 늘 ‘비통의 문’ 앞에서 기웃대기만 할 뿐 현실에서는 아들과 함께 해피밀 세트를 사러 패스트푸드점에 드나들 뿐인 자신의 일상에 번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러셀은 단식이 신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싶다는 ‘세속적인 호기심’으로 ‘시험 삼아’ 굶는 대열에 합류한다. 러셀은 사흘째에 현기증으로 타일 바닥에 무릎을 찧고 머리에 혹 하나를 달고서야 자신의 무모함을 깨닫고 자리보전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흘 만에 자신이 원한 것은 ‘음식 이면의 의미’와 ‘중도의 삶’이며, 지금 자신은 산책과 집 안 청소를 원한다고 되뇐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서 오렌지 한 알을 먹는 것으로 단식을 끝낸다.

그 밖의 사례들은 대부분 놀라움과 당혹감을 안겨 준다. 비통하다 못해 ‘이것이 인간인가?’ 탄식하게 만드는 사례도 허다하다. 주지하다시피 사람들이 배고픔에 처하는 이유는 다 다르다. 스스로 자발적인 배고픔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먹어도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들, 이를테면 프라더-빌리 증후군 환자도 있고, 거식증으로 인해 곡기를 끊은 채 고목처럼 말라 가는 사람들도 있다. 러셀은 평생 거식증과 알코올 문제에 시달렸던 여성 작가 캐럴라인 냅의 회고록 한 부분을 소개한다.

“내가 거식증을 앓는 동안 식욕을 ‘잃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웃기는 소리다. 그 반대였다. 나는 식욕을 먹었고, 식욕을 품고 잤고, 식욕을 들이쉬었다. 끊임없이 먹을 것을 생각했고 음식 잡지와 맛집 소개 책자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마치 포르노 잡지를 무더기로 쌓아 놓고 탐독하는 10대 소년 같았다.”(206~207쪽)

종교적인 이유로 단식하는 사람들의 사례도 대단히 흥미롭다. 예컨대 테레제 노이만이라는 독일 여성은 성흔이 나타난 뒤 하루에 한 번 성찬 빵을 먹는 것 말고는 1962년 사망할 때까지 39년 동안 단식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례 외에도 종교는 늘 단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중 인상적인 한 사례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나님의 완전한 신성을 향한 굶주림”을 믿는 목사 존 파이퍼는 “한국에는 전체 기독교인 중 30퍼센트가 복음주의자로서 단식이 다반사가 되었고, 한국의 선교 교회에서는 40일 단식을 마친 사람이 2만 명이 넘는다”면서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는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도 소개된다. 바로 건강과 체중 감량, 정신 수련을 목적으로 단식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야기도 있다. 1965년 27세 남성 A. B. 씨는 200킬로그램이 넘는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하루에 비타민제 한 알만 먹고 물은 원하는 만큼 양껏” 마시고 부분적으로 칼륨 보조제를 복용하면서 382일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끝에 체중을 125킬로그램이나 줄이는 데 성공한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 외에 건강과 장수를 위해 1일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거나 단식을 선택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넘쳐난다. 그러나 단식과 절식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얼마쯤 굶는 것이 건강에 좋을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류 의학계는 여전히 단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식 투쟁, 대의를 위해 굶는 사람들

이 책의 6장은 온전히 ‘단식 투쟁’에 할애되어 있다. 단식 투쟁가들에게 단식이란 강한 자를 향해 던지는 ‘다윗의 돌멩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단식 투쟁가들은 믿는다. 단식의 목소리가 지닌 힘은 그 목소리의 제공자가 지닌 힘과 반비례한다고. 단식이 약자에게는 힘을, 소심한 자에게는 용기를, 강자에게는 겁을 줄 수 있다고. 단식의 목소리는 억눌린 자를 해방하고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99~100쪽)

20세기 초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실비아 팽크허스트 모녀를 위시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즉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부러 감옥에 수감된 뒤 짧게는 3일, 길게는 30일 동안 단식 투쟁을 지속한다. 위기를 느낀 당국은 독방이나 징벌방에 가두기도 하고, 잼, 닭고기, 과일 같은 음식으로 유혹하기도 하지만,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급기야 당국은 코나 입으로 고무관을 집어넣고 음식을 투입하는 강제 급식을 실시한다. 실비아 팽크허스트는 강제 급식 첫날을 “겁탈당한 여자처럼 공포스러웠다”고 회고한다. 영국 여성들은 1918년에 불완전한 투표권을 얻었고, 1928년에야 마침내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얻었다.

20세기 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단식 투쟁이 흔했다. 어느 역사학자의 기록에 따르면 1972년부터 1982년까지 52개국에서 단식 투쟁을 벌인 횟수가 200번이 넘었다. 이 기간에 단식 투쟁을 하다 사망한 사람도 23명이나 되었다. 그중 10명이 벨파스트 외곽의 영국 교도소에 투옥된 아일랜드 공화국군, 즉 IRA 대원이었다. 최근에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영화 《헝거》로도 소개된 이 집단 단식 투쟁으로 “27세였던 보비 샌즈는 식사를 거부한 지 66일 만에 사망했다. 그로부터 7일 뒤에는 프란시스 휴스가 단식 59일 만에 사망했고, 11일 뒤에는 레이먼드 맥크리시와 팻시 오하라가 단식 61일 만에 죽었다. 그때 한 사람은 71일간, 또 다른 사람은 73일간 단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각자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맞닥뜨린 것은, 설령 의식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미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단식을 중단하는 행위는 앞서 죽은 동지들의 희생을 부정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121쪽) 1981년 봄부터 여름 사이에 옥중에서 투쟁하다 사망한 이들 아일랜드 10인의 용기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많은 이들이 10인의 단식 투쟁을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다.

단식 투쟁 끝에 처음으로 사망한 보비 샌즈는 이렇게 썼다. “가장 크게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은 압제적인 외세인 영국 주둔군을 몰아내기 전에는, 그리하여 모든 아일랜드 사람이 일심동체로서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는, 몸과 정신이 모두 자유롭기 전에는, 아일랜드에 절대로 평화가 올 수 없다는 것이다.”(119쪽)
러셀은 단식 투쟁의 표상과도 같은 간디의 삶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간디가 “영국 정부에 맞서 단식한 적은 아주 드물었”으며 오히려 “인도의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사이에서, 힌두교도와 카스트제도에서 가장 낮은 계급층인 불가촉천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연이어 단식을 했다는 것이다.

배고픔 연구: 굶주림은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이 책의 7장과 8장은 배고픔에 관한 의학계의 본격 연구에 관한 내용이다. 살아 있는 생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이 연구는 필연적으로 윤리 논쟁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고, 실험 대상을 모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난관을 헤치고 역사상 어떤 연구자들보다 정밀하고 생생한 논문을 남긴 이들이 있으니, 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 치하 바르샤바 게토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동포들을 돌본 폴란드 유대인 병원 의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연구를 위해서 환자들을 굶긴 것이 아니다. 굶고 병들어서 죽은 시체가 거리에 나뒹구는 참상 속에서 유대인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식량을 환자들과 나누며, 즉 그들 자신도 함께 굶으며 굶주림이 우리 몸을 어떻게 파괴하고 정신을 좀먹는지,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처참하고 극적인지 낱낱이 기록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스라엘 밀레이코브스키 박사는 연구 프로젝트의 최종 원고에 덧붙인 짤막한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굶주림은 벽으로 둘러친 게토 내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 징후는 우글거리는 거지 떼와 거리에 즐비하게 누워 있는 시체였다. ……동료 의사들 중에도 굶주린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도 연구를 중단하는 사람은 없었고, 어떤 홍보도 하지 못하는 그 연구를 묵묵히, 겸허하게 수행했다.”(131쪽) 연구 결과 굶주림 질병에 “합당한 굶주림 치료법은 오직 음식뿐”임이 밝혀지지만 의사들은 자신들이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기록하는 것 말고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참혹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의사든 간호사든 환자든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강제 수용소나 게토 안에서 나치에게 살해당한 이들이 태반이고,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 참가했다가 부상해서 죽은 이도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많았다. 굶주림 질병 연구를 시작하는 데 이바지했고, 강제 이송 화물차까지 질질 끌려가야 했던 이스라엘 밀레이코브스키 박사는 다음과 같은 예언으로 굶주림 질병 연구 논문의 서문을 끝맺었다. “그러니 그대는 그대가 이룩한 일로써 그 졸개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주 죽지는 않으리라고.”(145쪽)

8장에서 소개되는 굶주림 연구 역시 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1944년에 어느 민간단체가 미네소타대학교 생리위생 실험실에서 실시한 까닭에 ‘미네소타 실험’ 또는 ‘미네소타 기아 실험’ 등으로 불리는 이 연구에 자원한 이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었다. 비록 전쟁은 거부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국과 인류를 위해 희생하기로 결심한 젊은이들이 100명 넘게 지원해 36명이 피험자로 선정되었고, 18명은 조수 및 직원으로 뽑혔다. 충분히 교육받았고 신체 조건도 평균보다 우수했으며 정신력도 강해 보였던 피험자들은 1일 칼로리 섭취량을 줄인 ‘준기아 실험’ 6개월 동안 체중이 줄고 망상에 시달리고 인격이 파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패배였다. 이 참담한 과정을 연구진들은 1,300쪽이 넘는 『인간의 굶주림 생물학』에 담아 1950년에 출간했다.

“실험을 시작하면서 피험자 대표로 뽑힌 사람은 28세 청년이었다. 그는 ‘대단히 지적’이고 ‘호감을 사는’ 성격이었는데, 지난 6개월간의 준기아기에는 가장 약하고 가장 짜증스러운 축에 들었다. 몇 시간 동안 음식을 다 섞어서, 보기만 해도 역겨운 돼지죽처럼 만드는가 하면 어찌나 고통스러운 척하는지 모두들 짜증스러워했다. 준기아기의 마지막 날인 7월 28일에는 러닝머신을 하다가 쓰러졌는데,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회복기 첫 주가 끝날 무렵에는, 타이어를 가는 동안 자동차가 잭에서 미끄러지도록 해 놓았다. 그 바람에 까딱하면 잘려 나갔을 만큼 손가락 하나를 심하게 다쳐 미네소타 대학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절단하려고 작정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겁이 나서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고 실토했다.
그다음 주, 이 피험자는 친구를 찾아갔고 마당에서 장작을 팼다. 그전에도 해 본 일이었다. 이번에는 손가락 세 개가 잘려 나갔다.”(167쪽)

인간학 개론서이자 기근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인간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hunger’를 단일 주제로 삼아 단순한 배고픔부터 비자발적인 굶주림, 전쟁으로 인한 기근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생존 본능과 사회적 동물로서의 활동을 다각도로 톺아본다. 특히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타인에게 진한 연민을 느끼면서도 자본주의 사회라는 현실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든 소시민의 고뇌를 토로한 대목은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담담하고 진솔하게 털어놓는 고백과도 같은 자기 성찰이 그 어떤 구호보다도 큰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체내 소화 과정과 단식의 영향을 알기 쉽고 자세히 소개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단식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빈곤과 굶주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러셀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우쳐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하는 구호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린이를 굶주림 근절의 아이콘으로 내세우는 것은 굶주린 어른이 어린이에 비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돌보기가 훨씬 어렵고, 치유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꼬집는다. 아울러 굶주리는 세계가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어른의 기아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러셀은 임신부가 열 달 내내 자신이 섭취한 양분을 기꺼이 태아한테 먹이지만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릴 경우 임신부 자신의 생존에 더 힘쓴다는 실험 결과나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기근에서 비롯된 식인 풍습 등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유기적 통일체로서의 사람살이를 생각하게 하는 책

이 책에서 러셀은 한 개인을 넘어 사회로, 인류의 역사로, 세계로 철학적 사유를 확장해 나가는 통찰을 보여 준다. 과학적(의학적) 실험 자료, 역사적 사실 자료, 인류학적 탐사 자료 등을 소개하여, 굶주림과 기근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개인이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나아가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과정과 결과를 소상하게 보여 준다. 아울러 굶주림과 기근의 최대 원인을 강대국들이 벌인 전쟁과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단정한다. 세상 절반의 굶주림은 결국 우리 잘못이며 우리 문제인 것이다.

추천사와 옮긴이의 글

“구경거리 쇼이든, 종교적 의식이든, 정치적 투쟁이든, 진료를 받기 위해서이든 그건 둘째 문제다. 비어 있는 위, 그것이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 샤먼 앱트 러셀이 쓴 이 책의 주제이다.
_워싱턴포스트

“역사, 과학, 자전적 체험을 버무려 쓴 품격 있는 글이다. ……위가 꾸르륵거리는 익숙한 현상부터 전 세계의 기근 문제까지, 배고픔의 영역 전체를 섭렵하는 참여 여행기.”
_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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