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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8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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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74g | 153*224*20mm |
ISBN13 | 9788976823045 |
ISBN10 | 8976823044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3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떠나기 위해 여행을 간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여행 목적지는 익숙한 곳이 되기 쉽다. 누구나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어디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그래서 여행을 하기 전 책을 보고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지의 땅에 대해 친숙해지려고 노력한다. 단지 낯선 땅으로 이동하는 데도 이처럼 두려움이 따르는데 하물며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어떻겠는가. 이 책은 낯설음과 차이, 그로부터 오는 타자와의 만남과 소통에 대해 다룬 책이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소통의 폭은 넓어졌으나 그만큼 개인들은 저마다 비밀스런 공간에 익명으로 이야기를 풀어놓고, 또 다른 익명의 다수는 이에 공감하거나 공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에는 진정한 두려움도 기쁨도 없다. 선을 뽑아버리면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는, 익명의 자아가 부유하는 세계일뿐이다. 소통이 너무나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지금, 장자의 시각에서 ‘소통’과 ‘연대’를 새롭게 조명하는 것은 소통의 진정한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새겨볼 계기가 되었다.
‘도교’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초월, 세상과의 단절, 개인주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장자는 오랫동안 삶과 동떨어진 사상가로 오해받아 왔다. 하지만 장자는 그 누구보다도 타자와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던 철학자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문화 사회’ 개념에 대한 논란도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얼마 전 UN에서 ‘단일 민족’의 개념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뉴스에 대해 다문화 사회의 적합성에 대해 토론이 오갔다. 그 중 단일 민족의 개념을 보존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단일 민족이 반드시 배타적인 개념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문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우리 문화의 독특한 특징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반드시 다른 문화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장자의 개념에서 보면 다문화 사회란 ‘낯선 위치에서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에서는 우리의 문화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새롭게 창조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타자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다문화 사회는 이러한 소통을 활성화시켜주는 공론의 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장자의 사상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일반 독자를 고려하여 다양한 예화와 문학 작품, 서양 철학의 개념을 차용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장자의 사상을 조명한다. 특히 ‘로빈슨 크루소의 타자’를 설명하면서 인용된 ‘방드르디’는 이 책과 별도로 한 번쯤 읽고 싶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풀이해 놓았다. 한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장자가 문학적인 형식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으로 소요유 편의 대붕 이야기가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메추라기와 대붕의 극명한 비교를 통해 대붕의 위엄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속들이 헤집어 보면, 대붕은 차이와 낯설음을 가져오는 여행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범한 우화 속에 들어있는 날카로운 비유와 치밀한 사상적 구조는 읽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낸다.
다만 책을 읽다보면,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장자의 ‘성심’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나 들뢰즈의 마주침(rencontre), 배치(agencement), 결합(combinaison) 등의 개념과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초보자로서는 생소한 내용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 참고 문헌이나 주석을 달아 주었다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서양 철학과 비교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다른 동양 사상을 다루는 데 소홀해진 점도 아쉽다. 공자나 맹자, 묵자, 한비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좀 더 장자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동양 사상가들이 주로 비교 대상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장자의 철학은 노장 사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노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므로 노자의 사상과 좀 더 심도 있는 비교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장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장자를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렵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장자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될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자아낸다는 점이 매력이다.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제시된 예화나 사상, 문학 작품을 보면 다시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누군가 그랬다. 좋은 강의는 완벽한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 불완전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아내어 학생 스스로가 공부하게 하는 수업이라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제법 좋은 강의라고 평가하고 싶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로워야 진리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작가의 해석은 나에게 큰 충격이다. 여태 나에게 많은 의문을 주고 숙고의 대상이었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문장이 새롭고 놀라운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 놀라운 글을 서문에 적어놓고 저자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 소통(疏通)이라는 개념을 말한다. 그리고 타자라는 것과 초월적 가치에 대한 비평을 가하며 지금까지 내가 알던 장자에 대한 생각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을 두 번째로 읽는다. 지난 번 열하일기를 읽고 그 해석과 새로운 모습에 즐거워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즐겁고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었다기보다 새로운 모습을 접하면서 인식의 지평이 좀더 넓어졌다고 해야겠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노장철학이라는 표현에서 두 철학자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데 작가는 이 두 사상가가 완전히 다름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국가주의자로써의 노자와 아나키즘의 장자로 구분한 것이다. 첫 서두에 이미 저자가 이번 책을 아나키즘적으로 해석하겠다고 하였는데 보는 내내 그 영향을 직접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소통과 더불어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차이다. 차이는 타자와 나의 사이와 인식과 삶의 문제로 발전하는데 그 해석을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불어 노자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강해지고 장자에 대한 다른 저자들의 해석도 보고 싶게 만든다. 기존에 알고 있던 수많은 의미와 해석 등이 무너지고 새롭게 이해되고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많은데 나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 한계를 알게 되지만 다른 저자들의 해석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다. 그것은 내가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고, 노자와 장자에 대한 공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나키즘적인 바탕에서 쓴 글이라 곳곳에 그 흔적이 넘쳐나고 그 반동으로 왜 사람들이 노자와 장자를 묶어 평가하였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나키즘이 지닌 모습이 노자의 철학과 완전히 다르다고 저자는 평하고 나 자신도 동의하지만 유교적 전통에서 상대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두 철학이 어쩌면 유사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꿈에 대한 장자의 글들은 더욱 이런 생각을 강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보면 후대의 오류나 철학적 해석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 노장철학으로 묶는 것에 대한 반대와 차이를 저자는 보론에 보여주니 이를 참조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리라이팅 클래식에서 자주 접하는 철학자가 있다. 그는 들뢰즈다. 그의 개념을 이번에도 저자는 장자의 철학을 해석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다. 노자나 장자 등과 같이 나에겐 잘 알지 못하는 철학자인 들뢰즈를 접할 때마다 항상 이 철학자의 책을 한 번 읽어야지 생각하지만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저자는 들뢰즈의 이론에서 노자와 장자의 차이를 말하는데 그 해석을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 두 철학자를 발견하게 된다. 수직적 철학과 수평적 철학으로 말이다. 그리고 장자 철학에서 핵심인 타자와의 소통은 그 해석을 볼 때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날려버리게 되고 허무주의 등으로 알려진 장자의 실천주의와 아나키즘적 면모를 발견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나의 머릿속은 회오리치고 있다. 소통이라는 개념과 타자라는 개념과 아나키즘 등등의 수많은 해석과 초월적 존재인 수많은 감정과 정의 등이 책 서문에서 저자가 만한 우리가 흔히 진리라고 말하는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선입견에 휩싸이게 하는지 느끼게 한다. ‘잊어라! 그리고 연결하라!’는 문장에서 알게 되듯이 막힌 것을 터 버리고 새롭게 연결하라는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존 개념과 의미에 막히기보다 새롭게 이해하고 깨달아야겠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이제 조금은 장자에 대한 윤곽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은 더욱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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