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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생산·소비·노동·국가의 인류학

리처드 로빈슨 저 / 김병순 | 돌베개 | 2014년 03월 10일 | 원서 : Global Problems and the Culture of Capitalism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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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812쪽 | 1,169g | 152*225*40mm
ISBN13 9788971995860
ISBN10 8971995866

관련분류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리처드 로빈스 (Richard H. Robbins)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학에서 심리학, 뉴욕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세계문제, 유토피아 사회, 북아메리카 원주민, 종교 비교, 행동주의 인류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1977년 뉴욕 주립대학에서 우수 교수상을 수상하고, 2005년 미국인류학회와 맥그로힐이 선정한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기술과 사회』, 『문화와 믿음』, 『문화인류...
역자 : 김병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성장의 한계』,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그라민은행 이야기』, 『경제인류학으로 본 무역의 역사』, 『탐욕의 종말』, 『선을 위한 힘』, 『달팽이 안단테』, 『월드체인징』(공역), 『여우처럼 걸어라』,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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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을 보는 튼실한 밑그림과 핵심을 가로지르는 큰 그림의 경이로운 조화!

인간이 숨 쉬는 거대한 세계체계의 심연을 들춰내는 저자의 작업은 실로 경이롭다. 이 책은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직시하고자 하는 일반인들, 자본주의하의 기술정치에 포획된 채 협소한 앎을 ‘전문성’으로 포장해온 지식생산자들 모두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조문영(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세계체계 분석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삶과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접근법과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백승욱(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얼핏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현상들이 심층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을 짚어주는 저자의 안목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상의 난삽한 조각보들이 하나둘씩 이어진다.
김찬호(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현대의 인구증가, 기아, 빈곤, 환경파괴, 인종차별, 종족갈등, 질병의 확산, 테러리즘, 종교분쟁 등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놀랍도록 풍부한 사례로 해부한 스테디셀러

이 책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을 중심으로 한 ‘세계체계론’의 입장에서 인류학적 관점으로 전 지구적 문제들을 분석한 역작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여러 차례 우수 교수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빈스(뉴욕 주립대학 석좌교수)는 1998년에 이 책의 초판을 출간한 이후 2013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계속 개정증보판을 펴내며 최근의 다양한 통계자료와 사례들을 보강해왔다(한국어판은 2010년도 개정 5판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로빈스는 이 책에서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고 그 중간에 반주변부를 두어 자본주의 문화가 어떻게, 왜 형성되었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를 대단히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논한다.

경제적으로 잘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역과 상품소비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문화와 생활방식이 지난 5~6세기 동안 이 세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다. 서유럽에서 꽃피운 이 문화는 미국에서 열매를 맺어 일부 인류학자, 사회학자, 역사가들이 ‘세계체계’world system (이 책에서는 기존에 흔히 쓰이던 ‘세계체제’ 대신 백승욱 교수가 제안한 ‘세계체계’라는 용어를 택했다)라고 부르는 것을 창조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세계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 체계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체계가 인류 역사에서 필연적이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세계체계의 확산을 초래한 원동력이 산업과 기업자본주의였으며 세계체계의 확산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세계를 부국과 빈국, 혹은 부유한 국가 중심의 개발 산업화 지역과 종속된 주변부 저개발 비산업화 지역으로 나눈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로빈스는 주요 분석도구로 ‘세계체계’라는 거대 서사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당대의 어떤 문화나 사회도 인류학자들이 세계체계라고 부르는 것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것들은 모두 세계체계 속에서 중심부나 주변부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분할 상태를 구분하기 위해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개발이나 저개발, 근대나 전통, 또는 제1·제2·제3세계 같은 용어들이 은연중 암시하는 가치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다.”(서문, 12~13쪽)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확산은 특수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식량생산 방식, 특수한 음식물, 보건과 질병의 문제, 환경문제들을 수반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의 확산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종교적·사회적 반발, 혁명과 같은 직·간접적인 형태로 다양한 저항들이 있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 문화가 어떻게, 왜 발전했으며 일부 집단들은 왜 그것에 저항했고 지금도 그것의 발전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이렇듯 이 책은 전 세계가 공동으로 안고 있는 인구증가, 기아, 빈곤, 환경파괴, 인종차별, 종족갈등, 질병의 확산, 테러리즘, 종교분쟁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역사학과 경제학을 배경으로 인류학의 관점에서 밝히고자 한다. 또한 인류학 연구에서 수행하는 매우 구체적인 사례 연구들을 통해 각종 현상들을 분석한다.
이 책은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으면서 그 문제들의 본질과 기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다루는 주제가 매우 방대하다. 하지만 각 주제별로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세계체계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대학생, 대학원생과 일반인은 물론 역사·사회 분야 교사들이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냉철하게 꿰뚫어보고 각기 나름의 대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 자본주의 문화의 핵심 구성요소: 소비자, 자본가, 노동자, 국민국가
리처드 로빈스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행동들은 그것들에 앞서 일어난 사건들을 생각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에 반드시 역사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기업 자유지상주의와 소비주의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문화가 자리잡기까지의 과정, 즉 상인계급의 성장,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새로운 금융기법, 산업혁명 등을 차례로 살피면서 자본주의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로빈스는 이 책 전체를 통해 끊임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욕망과 필요가 현재의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이는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인위적인 문화가 어떻게 그리고 왜 유럽에서 발흥했고 미국에서 꽃피웠으며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었는가, 이의 결과로 세계는 어떻게 변모했으며 그에 대한 저항들은 어떻게 발생했는가 등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로빈스는 인류학자답게 최소한의 개념적 이론 틀을 도입한다. 곧 소비자, 자본가, 노동자, 국민국가를 자본주의 문화의 핵심 구성요소로 상정하고, 이 네 가지 구성요소를 차례로 분석해나간다. 이때 로빈스가 특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독자들이 자민족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문화적 상대주의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 소비가 미덕이라고 강요하는 사회
디즈니월드는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이다. 로빈스는 디즈니월드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디즈니월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개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디즈니월드는 어린이를 내세워 소비를 부추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즈니월드가 소비자들이 기업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깨닫지 못하도록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2월 14일은 세계적으로 초콜릿 소비가 정점에 달하는 밸런타인데이다. 어느새 우리에게도 꽤 익숙해진 화이트데이(3/14)뿐 아니라 삼겹살데이(3/3), 짜장면데이(블랙데이, 4/14), 빼빼로데이(11/11) 등의 온갖 그럴듯한 ‘데이’들이 기업 또는 상인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풍속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는 “오직 소비자가 되는 것 말고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더욱 명백해진다. 책에 따르면 원래 밸런타인데이는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가 최초로 성 밸런타인을 연인들의 사랑과 결부시킴으로써 특별한 날이 되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젊은 여성들이 장래의 짝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상류층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날이 낭만적인 시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다. 특히 장갑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1840년대와 1850년대 미국에서는 카드를 교환하는 풍습이 널리 퍼졌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밸런타인이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가 바뀐다. 한 사람의 연인이나 약혼자를 뜻하던 것에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소비될 수 있는 상업 제품과 연계된 의미로 바뀐 것이다. 19세기 말에 백화점들은 밸런타인데이가 오면 연인들이 주고받을 카드와 장신구, 그 밖의 선물들로 매장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1910년에 조이스 C. 홀이라는 한 외판원은 밸런타인 카드를 특화한 우편엽서 사업을 시작해 그 유명한 홀마크 카드로 발전시켰다. 1990년대 홀마크 카드는 미국 축하카드 시장의 40퍼센트를 점유했다. 크리스마스 등 다른 경축일들이 곧바로 밸런타인데이처럼 대량소비를 견인하는 날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20년대 초 어머니날을 위한 꽃은 경축일에 판매되는 최고의 선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시간, 즉 경축일이 표시된 달력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재구성되었다”고 로빈스는 말한다.

나아가 저자는 오늘날 거의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휴일이자 막대한 소비가 뒤따르는 크리스마스와 그날의 주인공 산타클로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산타클로스는 자본주의 문화의 안 좋은 특징들을 사회 구성원들, 특히 아이들이 알지 못하도록 현혹하며 감추는 매우 정교한 방식 가운데 하나다.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소비자와 자본가, 노동자들의 이상화된 세계를 상징했다. 산타의 작업장에서 일하는(북극에는 어떤 공장도 없고 중국의 조립공장도 분명 없다) 행복한 꼬마요정들이 선물용 상품들(크리스마스 장난감들)을 만들면 장식 달린 모피 옷을 입은 뚱뚱한 할아버지가 그것을 가지고 가서 착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오늘날의 산타클로스 모습은 1862년 정치 풍자 만화가인 토머스 내스트가 그린 것인데, 그가 모델로 삼은 산타클로스 복장이 당시 부자 집안인 애스터 가에서 입었던 장식 달린 모피 옷이었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 상인계급의 부상과 자본가의 탄생
자본가는 어떻게 탄생했고 또 자본주의 발전을 어떻게 견인했을까. 로빈스는 스티븐 샌더슨의 대단히 신선한 관점을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스티븐 샌더슨은 상인계급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고 말한다. 그는 상인들과 지배 엘리트 사이에 언제나 경쟁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배 엘리트들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상인들이 필요했지만 그들을 천시했다. 그러나 상인계급의 경제력이 서서히 커지면서 17세기와 18세기에는 서양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떠올랐다. 샌더슨의 주장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계급투쟁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지주와 농민 사이의 투쟁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주계급과 자본주의 등장의 초석이었던 상인계급 사이의 투쟁이었다.”

* 노동자의 출현은 최근에 나타난 역사적 현상
오늘날 사회구성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자본주의 문화를 이끌고 가는 사람은 소비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자가 없다면 그들이 소비할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노동자,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의 출현은 최근에 나타난 역사적 현상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대다수는 토지를 이용해 자기가 먹을 곡식을 키웠고 남는 것이 있으면 내다 팔았다. 또한 판매나 거래를 위해 여러 가지 물품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들(예컨대 물레나 철제기구)을 손수 만들어 썼다. 세계 곳곳에서 대농장주나 지주들에게 땅을 빼앗긴 영세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은 임금노동자가 되는 것뿐이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콜롬비아의 ‘돈 세례식’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콜롬비아의 저지대에 사는 영세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대농장주에게 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자로 생계를 보충할 수밖에 없게 된 뒤부터 가톨릭교회에서 새로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세례를 줄 때 돈에다 세례를 주는 의식을 은밀히 행했다고 한다. 부모는 갓난아기가 신부 앞에서 세례를 받을 때 1페소짜리 지폐를 들고 있는데 갓난아기의 세례를 빙자해 신부의 축복이 지폐에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이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신비롭게 변화된 지폐는 끊임없이 돌고 돌아 더 많은 지폐를 집안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그 지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부자로 만든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 돈은 생물과 마찬가지라는 생각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은 돈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돈은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에 투자되거나 그런 상품을 만드는 공장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돈 자체가 돈을 번다거나 돈이 자기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달러화 하락을 ‘축 늘어진 달러’, 현금의 유출입을 ‘현금 흐름’이라고 표현한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서는 ‘기업 실적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거나 ‘이자율이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말에는 자본이 본디 스스로 확장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생각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자본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생각하고 또 무의식중에 널리 퍼뜨린다는 것이다.

* 국민국가라는 개념은 19세기 유럽의 산물
지난 200여 년 동안의 세계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라는 용어와 민족주의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0세기 중엽, 독립국가의 지위를 얻는 것은 진보와 근대성의 표식이 되었다. 국가에 이르지 못한 상태, 즉 부족이나 인종집단, 지역블록은 퇴보의 상징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국민국가의 지위를 얻은 지 30년이 넘는 나라는 200개가 넘는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3분의 1도 안 된다. 건국 역사가 18~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나라는 그 가운데서도 몇 군데밖에 안 된다. 그 이전 사람들은 자신을 친인척집단이나 마을, 도시 또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했지 국가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옛날에도 많은 국가가 있었고 실제로 지난 5,000~7,000년 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국민국가라는 개념 또는 일정한 영토 범위 안에 살면서 동일한 문화나 전통, 언어, 민족으로 합쳐진 국민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유럽의 산물이다. 역사학자들 대다수는 1789년의 프랑스혁명을 국민국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민국가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생소함에도 많은 사람에게 국적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엘먼 서비스가 말한 것처럼 ‘국가성’은 “권력에다 무력을 더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국가에 의한 대량학살이나 살인, 폭력의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 자본주의 문화가 세계에 끼친 영향

이 책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언어는 세상을 오직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것들로만 환원시키려는 경향을 무심코 드러낸다. 예컨대 자연은 오직 그것들이 상품화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의미에서 ‘천연자원’이 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들은 ‘농작물’이 된다. 농작물과 대비되는 식물들은 ‘잡초’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농작물을 먹어 치우는 곤충은 ‘해충’이 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나무는 ‘목재’라고 부르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잡목’이나 ‘덤불’이 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동물들은 ‘사냥감’이나 ‘가축’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포식동물’이나 ‘유해동물’이 된다. 경제개발에서 핵심이 되는 말은 GNP, 소득, 고용률, 전력 생산량, 도로 길이, 노동 단위, 농지 면적과 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빠진 것은 경제적 수치로 쉽게 측정될 수 없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들이다(예컨대 사회관계의 질, 환경 미학 등).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자본가들에게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우리는 기업, 은행, 펀드, 채권, 주식, 심지어 국가까지 투자 기회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그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쟁을 벌인다. 또한 그런 다국적 기업들이 상품을 싸게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생산 기반시설(도로, 공항, 전력시설, 금융제도, 통신망 등)을 확충하는 데 매진한다. 국민국가 체제는 투자를 보호하고 시장개방을 감시하기 위해 군대를 유지한다. 교육기관들은 지식과 기술이 있고 규율에 복종하는 노동자들을 양성하는 구실을 하며, 전문기관이나 대학 연구소들은 훨씬 더 좋고 값싼 제품을 만드는 신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정부와 교육기관, 언론과 방송 같은 대중매체들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하라고 권장한다. 일반인들은 투자기관들이 하는 일에 적응하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금융상품을 얻기 위해 거기에 맞춰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삶을 배치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이면에는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부자 나라의 착취와 이기심이 작동하고 있다.

자본주의 문화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에게서 생산수단을 빼앗아갔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아가 세계 곳곳의 문화적 다양성을 없애고 특정한 지역성과 공동체에 대한 구속이나 의무를 제거한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확립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는데 가치 있는 생산자원에 대한 여성의 지배 감소, 대가족제에서 남성 중심 핵가족제로의 변화, 주변부 국가로의 산업 확대, 다자간 국제기구들의 주변부 국가에 대한 구조조정 강요가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막대한 광고와 전투적인 판매촉진으로 개인의 입맛과 취향까지도 기업에 유리하게 길들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더 많은 돈’과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파괴적인 욕구 자체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 한, 부자 나라의 경제정책이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전 세계인들이 빨리 눈뜨지 않는 한, 경제환원주의와 기업 자유지상주의, 소비만능주의로 인한 전 세계적 문제들(기아, 빈곤, 도시화가 촉발한 질병의 확산, 테러리즘, 종교분쟁, 인종차별, 심각한 부의 불평등, 환경파괴 등)을 해결하기는 요원할 것이다.

▶ “돈만 많고 나머지는 보잘것없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맹목적인 경제성장보다 인간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지금까지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은 자의든 타의든 경제성장 신화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오늘날 기아와 빈곤, 질병 확산, 환경파괴, 여성과 어린이, 소수자들에 대한 착취, 국제 분쟁과 군비경쟁은 상상 속의 위험이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날마다 그런 문제들이 초래하는 위협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의 판단에 따르면 이런 문제들의 근원은 바로 자본주의 문화라는 중심 교의, 즉 끊임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요구와 갈망이다. 자본주의 문화의 모든 주요 요소, 즉 소비자, 노동자, 자본가, 국민국가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기를 바란다. (······)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것들의 소유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거나 중요한 가치라면, 생산자들이 굳이 물건이나 도구를 사도록 설득하기 위해 사람들의 심성에 호소하여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을 광고하는 데 1년에 5,000억 달러나 되는 큰돈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724~725쪽)

파국적인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은 그간 줄기차게 이어져왔다. 그 비판들은 주로 생산, 소비, 노동, 환경파괴 등에 각각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외 모든 면을 유기적으로 고찰하고 종합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드물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고하던 자본주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이 체제를 혁신적으로 개혁하는 방법에 대해 전 세계적인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더 이 경제체계가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로빈스는 금융체계 개혁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더는 금융 권력이 전 세계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성장이 결국 부채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반드시 부채와 이자 상환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그러면서 이익을 나누는 ‘무다라바’ 방식과 이익과 손실을 함께 나누는 ‘무샤라카’ 방식을 소개한다. 755쪽 이하 참조).

또한 착취에 기반을 둔 자연자본을 재구축하고 정치자본을 복원하며 사회자본을 재건·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가치관부터 바꿔야 함을 힘주어 역설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모든 요소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소비 행태”라는 지적은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들 중 이 세계체계에서 비롯되지 않은 것은 없으며 문제의 원인과 거기서 파생되는 결과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 전문가 추천의 말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되자, 우리는 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 1970년대 이래 세계체계 분석은 우리가 알던 세계를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요청해왔다. 이 책은 세계체계 분석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삶과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접근법과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우리는 전 지구적 접근법을 미시적인 개개인의 삶과 연결하는 동시에 역사를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세계를 되돌아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됨을 새삼 확인한다. 세계체계 분석이라는 거대한 접근법은 세계 각지의 구체적 삶의 영역을 그림에 넣음으로써 활기를 띠게 되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은 그 시야를 세계체계 수준의 공간과 시간으로 확장하면서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는 사회과학에서 다학제적 접근이 아니라 초학제적 접근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백승욱(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를 어떻게 대면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그 체제가 부과하는 경쟁의 논리에 순응하면서 소비주의가 부추기는 욕망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은 구조의 거대한 부조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들이대지만, 단편적이고 도식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 두 입장의 한계를 넘어서 현대 사회를 객관화하고 성찰한다.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변형되어온 역사적 과정을 다차원적으로 조망하면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세계적인 문제들을 분석한다. 얼핏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현상들이 심층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을 짚어주는 저자의 안목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상의 난삽한 조각보들이 하나둘씩 이어진다. 그 지성의 향연을 만끽하면서 더 나은 세상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보자.
김찬호(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리처드 로빈스는 문화를 구조와 분리된 관념으로, 구조를 문화에 선행하는 외적 체계로 바라보길 거부한다. ‘자본주의 문화’를 해부하는 작업은 자본주의가 구축한 특정한 세계질서, 특정한 형태의 사회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특정한 시선, 문제를 처리하는 특정한 방식들을 살피고, 이러한 힘들에 때로 기생하고 때로 사투를 벌이는 인간 행위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화폐와 소비, 노동, 기업, 국가에 대한 단순명료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해서, 자본주의 문화가 낳은 문제들을 풍부한 인류학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종국에 인간이 숨 쉬는 거대한 세계체계의 심연을 들춰내는 저자의 작업은 실로 경이롭다. 이 책은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직시하고자 하는 일반인들, 자본주의하의 기술정치에 포획된 채 협소한 앎을 ‘전문성’으로 포장해온 지식생산자들 모두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조문영(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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