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 두 세계의 이음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요? 우리 나라의 신화책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시대의 경문왕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나라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스의 고대 신화에도 아주 똑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이렇게 그리스에 같은 이야기가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이 비밀의 열쇠는 바로 《아라비안나이트》에 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아랍어로 씌어진 이야기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랍 이야기만 싣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도, 이란, 이집트, 그리스, 심지어는 중국 이야기까지 아우르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동양 이야기와 서양 이야기를 이어 주는 이음매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문왕 이야기, 미다스 왕 이야기와 아주 똑같은 이야기가 인도에도 있습니다. <타이본 왕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내용이 궁금하다고요? 경문왕 이야기, 미다스 왕 이야기와 아주 똑같지요.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이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요? 물론 있지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책으로는 성경을 꼽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리스 신화를 꼽습니다. 이 두 종류의 책을 읽지 않고는 서양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꼽는 책이 바로 《아라비안나이트》입니다. 이 책을 읽지 않고는 세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서양 문화의 세계와 동양 문화의 세계를 이어주는 이음매이기 때문입니다. 만화로 그려진《아라비안나이트》는 청소년 독자들의 목마름을 달래 줄 훌륭한 샘터가 될 것입니다.

이윤기(소설가ㆍ번역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