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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

조정환 | 갈무리 | 2020년 11월 24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46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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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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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130*188*30mm
ISBN13 9788961952521
ISBN10 896195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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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 말, 국가보안법에 의한 전국지명수배령이 내려졌고 1990년에서 1999년말까지 그는 9년 여에 걸친 기나긴 수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한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그의 연구와 사유의 과정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이 ‘발견적 모색’의 긴 시간을 통해 그가 ‘자율주의로의 선회’라고 부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12월 수배 해제 이후 그는 월간 『말』에 1년간 문화시평을 연재하면서 자율주의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국 속에서 Whithin Empire, 제국에 대항하여 Against Empire, 제국을 넘어서 Beyond Empire’라는 의미의 ‘다중문화공간 왑 WAB’(지금의 다중네트워크센터) 을 통해 다중지성과의 접속을 이어 갔다. 그는 또 그 동안 발전시켜 온 현대사회와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집약하기 위해 ‘조정환의 걸어가며 묻기’라는 연속 저작집을 내고 있다.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 [http://waam.net(연구정원), http://daziwon.net(강좌정원), http://jayul.net(웹진정원), http://daziwon.org/(블로그정원)]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레닌과 미래의 혁명』,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인지자본주의』, 『인지와 자본』(공저),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공저) 등이 있고 이외에 여러 권의 편역서와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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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412, 「9장 결론」 중에서

출판사 리뷰

“행동학(ethology)은 각 사물을 특징짓는 빠름과 느림의 관계들과,
정동하고 정동되는 능력들에 대한 탐구이다.”
─ 질 들뢰즈

과학은 함수를 창조한다. 예술은 감각의 기념비를 창조한다. 이들과 달리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실천이다.
개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철학이 권력의 지휘를 받는 사유의 공무원이기를 멈출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철학이 전쟁기계가 될 때 사유는 어떤 선을 그리는가?

들뢰즈의 세기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푸코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5년 11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함으로써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차이와 반복』, 『천 개의 고원』, 『안티 오이디푸스』, 『푸코』, 『경험주의와 주체성』 등 그의 많은 저작들은 철학, 정치학, 사회학, 미학, 예술 등의 학문분과들에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들과 전 지구적 다중의 정치적 상상력에도 꾸준히 영감을 주고 있다.
이렇게 질 들뢰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뚜렷하게 21세기의 시대정신, 대안세계화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하고 있는 철학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언젠가 이 세기(20세기)는 들뢰즈의 날들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 『개념무기들』이 보여주듯이 들뢰즈의 세기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푸코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들뢰즈는, 역사 속에서 사회주의로 수렴된 맑스의 과학(정치과학)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실추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역사적 순간에 철학(정치철학)의 고유성을 다시 주장한다. 들뢰즈는 당시 일부 논자들이 주장하였던 ‘형이상학의 죽음’이나 ‘철학의 초극’이라는 말들을 ‘부질없거나 듣기 거북한 허튼소리’로 평가하였다. 그러면서 감각의 기념비를 구축하는 예술이나, 변수들 사이의 함수관계를 발견하는 과학과는 달리, 개념을 창조하는 것에 철학의 본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함수를 창조한다. 예술은 감각의 기념비를 창조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과학과 예술과 달리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실천이다.

개념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자유로운 활동의 ‘무기’다.

도구와 개념은 어떻게 구별되는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도구와 무기는 방향, 벡터, 모델, 음조, 표현 등에서 구분된다. 무기는 단순한 파괴 도구가 아니며 속도라는 고유한 벡터를 출현시키는 행동의 기계이다. 예를 들어서 유목민이 말(馬) 같은 동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유목민은 수렵한 동물을 먹어 치우기보다 그것을 키우고 조련하여 달리게 함으로써 그것의 속력을 보존한다. 이로써 인간은 빠르게 달리는 동물로 되고 여기에서 애초의 동물은 모터로 기능한다. 이런 방식으로 전쟁기계의 무기는 중력, 이동, 중량, 고도 등의 체계가 아니라 속력에 의거하는 영구 운동체적 배치 체계로 조직된다. 개념이 바로 유목민의 말과 같이 우리들의 무기로 배치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들뢰즈의 개념무기들

들뢰즈는 철학사를 섭렵하면서 차이, 다양체, 내재성, 카오스 등의 개념을 발명하고 이를 통해 칸트가 사유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했던 ‘물 자체’(Ding an sich)를 사유 가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감각 가능하도록 만들 개념들을 채굴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들뢰즈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라는 20세기 후반의 냉전 변증법과 그 냉전적 체제에 대항하고 또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개념무기들을 벼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21세기의 우리들에게 들뢰즈가 제공하는 개념무기들은 어떤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들뢰즈는 인지적 차원에서 잠재적으로 공통적인 관계를 사적 소유와 금융적 수탈의 제도하에 종속시킴으로써 양극화된 몸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의 인지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잠재적 공통관계를 현실화할 새로운 공통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우리의 관념을 그 구성활동에 적합한 것으로 변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사유할 주요한 개념무기들을 제공한다. 이 책 『개념무기들』은 지배적인 사유의 이미지를 절단하여 새로운 개념들을 빚어내는 들뢰즈의 철학공장에서, 우리 시대의 삶에 적합하고 유용한 개념무기들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철학자는 국가의 공무원이나 군인이 아니라 민중의 도래를 촉진하는 전사이다.

윤리학(ethics)의 핵심은 행동학(ethology), 즉 생태정치학(ecological politics)이다.

이 책 『개념무기들』의 부제는 “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이다. 들뢰즈는 행동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재성의 평면 위에서 분자들의 빠름과 느림의 결합인 속도관계(경도)와 정동하고 정동되는 내포역량(위도)에 대한 연구, 다시 말해 상이한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들과 역량들의 결합에 대한 연구가 바로 행동학이라고 말한다. 행동학의 관점에서는 정동들이 사물을 위협하는가 가속하는가, 독이 되는가 영양분이 되는가, 보다 연장된 새로운 관계, 보다 강력한 역량을 구성할 수 있는가 없는가, 더 폭넓고 강력한 세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빠름과 느림의 역량을 어떤 질서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행동학에서 문제는 이용이나 포획이 아니라 관계와 공동체이다.
이 책 『개념무기들』은 들뢰즈가 존재의 동역학과 운동학을 식별한 후 양자를 스피노자적 윤리학(ethics)과 불가분리한 행동학(ethology)으로 어떻게 종합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작업을 통해 이 책은 21세기에 들뢰즈 철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윤리정치적 의미를 규명하고 자본의 스펙터클 공간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면서 다중이 구축해 내고 있는 공통장의 얼개를 더듬어 보고자 시도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들뢰즈의 행동학은 ‘생태정치학’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사변적 실재론의 선구자 질 들뢰즈

20세기에 질 들뢰즈 현상은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적어도 우리는 20세기에 세 번에 걸친 들뢰즈 현상의 출현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번은 1968년, 또 한 번은 1989년, 그리고 다시 1999년이다.
1968년에 들뢰즈는 차이의 사상가로 나타난다. 1968년 전후 들뢰즈의 정치철학은 재현 비판을 거쳐 욕망의 표현으로, 욕망의 표현에서 탈물질적 의미놀이로, 다시 의미의 사건에서 계열화로 발전되어 왔다.
1968년과는 달리 1989년의 들뢰즈는 도주선의 철학자로 나타났다. 두 가지 흐름이 이것을 보여 준다. 하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알려진 새로운 철학적·문화적 조류에 의한 위로부터의 들뢰즈 전유에서이다. 또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들뢰즈 전유에서이다. 이 흐름은 자본 이동보다 이민자들, 이주민들, 청년들 등 새로운 사회적 주체성들의 등장을 강조하면서 기존 질서로부터의 이탈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들뢰즈로부터 읽어내려 한다.
1999년의 들뢰즈는 시애틀의 들뢰즈, 즉 리좀과 네트워크의 정치철학자로 나타난다. 하트와 네그리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권력의 네트워크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다중의 네트워크 투쟁을 그려냄에 있어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을(맑스의 『자본』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참고문헌으로 삼았다. 만국 자본가의 다수적·수목적 연합과 만국 다중의 소수적·리좀적 연합의 이중화라는 대립적 형상을 제시한 바 있는 들뢰즈는 이제 맑스주의의 전지구적 혁신을 주도하는 21세기적 인물로 나타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들뢰즈 붐은 1980년대의 레닌주의 붐에 비견될 정도였다. 들뢰즈의 득세가 전통적 좌파운동의 약화를 가져왔는지, 아니면 전통적 좌파운동의 약화가 새로운 대안 모색으로서 들뢰즈의 득세를 가져왔는지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정치뿐만 아니라 문학예술(‘소수문학론’), 역사(‘대중독재론’), 신학(‘해방신학론’), 철학(존재론과 형이상학), 영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들뢰즈의 사유는 확산되고 전염되었다.
그리고 최근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을 통해 들뢰즈가 다시 객체와 실재론, 그리고 유물론의 철학자로 다르게 반복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1968년 전후의 첫 번째 반복과 유사하게 차이의 존재론과 형이상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2008년의 전 지구적 경제위기의 충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차이를 물질, 객체, 기계 등으로 재해석한다.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객체지향존재론은 들뢰즈 없이는 불가능했다. 들뢰즈는 이미 현실적인 것(the actual)과 잠재적인 것(the virtual)은 모두 실재적인 것(the real)임을 자신의 작업을 통해 규명했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객체는 존재론적 차이이고 욕망하는 전쟁기계다.

책의 구성

1장 「서론」은 이 책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안내 글이다. 「서론」은 들뢰즈 철학의 진화 과정을 그의 주요 저작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기적 역사 속에서 개괄적으로 서술한다.
2장 「기계 : 사회기계와 전쟁기계」는 들뢰즈의 기계론을 다룬다. 오늘날 사변적 실재론의 한 조류인 기계지향존재론(레비 브라이언트)에 큰 영향을 준 그의 기계론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으로 대표되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후기 철학에서 비교적 명확해진 관점이다.
3장 「시간 : 시간의 세 차원과 두 가지 시간성」은 후기 철학에서 명료해진 기계론을 『차이와 반복』과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로 대표되는 중기 철학의 문맥 속으로 되가져가, 존재론으로서의 시간론(“존재는 시간이다.”)의 관점에서 재고찰한다.
4장 「정동 : 정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전쟁에 대한 공포, 실업과 가난에 대한 두려움, 인종 간·성별 간·계층 간 혐오, 불공정에 대한 분노 등 정서적 반응들이 이데올로기적 호소나 이성의 힘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21세기 정보 사회적 현실에서 정서로부터 정동을 구분해 내고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인지를 질문한다. 이 장은 현대 사회를 정보사회로 부를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정보’ 개념을 ‘정서’ 개념과의 연속성 속에서 고찰한 후, 이성과 직관이 정보와 정서의 한계를 넘어설 역량을 정동에서 구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5장 「주체 : 탈주체적 주체되기의 형상들」은, 알튀세르의 ‘주체 없는 과정’ 철학의 다른 형태로 이해되거나 심지어 반주체의 철학으로 이해되어온 들뢰즈의 철학 속에서 주체성의 개념이 어떻게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주체의 이중성이라는 관점에서 탐구한다.
들뢰즈에게는 정치학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6장 「정치·1 : 역설의 존재론과 들뢰즈 정치학의 자장」과 7장 「정치·2 : 소수정치와 삶정치」는 이러한 주장들에 맞서 그의 철학에 장착되어 있는 정치학을 규명한다. 그것이 소수정치학이다. 권력의 운동을 정치로, 그것의 공학적 논리를 정치학으로 보는 전통적 통념을 가지고 들뢰즈 철학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색다른 정치학을 지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들뢰즈는 그 고유의 정치학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그 고유의 정치를 실행한다. 전통적 사유의 이미지가 자유로운 차이들, 유목적 분배들, 원형과 모상에 항거하는 짖궂음들 등을 개념 안의 동일성, 술어 안의 대립, 판단 안의 유비, 지각 안의 유사성에 종속시킨다고 비판할 때 그는 이미 철학에서의 정치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8장 「속도 : 감속과 가속 너머」는 속도 문제에 대한 들뢰즈의 개념작업을 다룬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절박한 문제로 두드러지고 그것이 2008년 이후 전 지구적 자본축적의 위기와 맞물리면서 감속인가 가속인가 라는 속도의 문제가 여러 부문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운동들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생태주의의 감속노선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에 맞서는 「가속주의 정치 선언」이 발표된 것은 주목을 요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글의 필자들을 비롯한 일련의 논자들이 “경과를 가속하라”는 들뢰즈의 명제를 지침 삼아 좌파적 가속의 노선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 장은 운동의 속도와 이행의 속력을 구분하는 들뢰즈의 속도/속력의 이론이 이 쟁점에 대해 실제로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살핀다.

저자 인터뷰

Q. 이 책의 가제가 ‘들뢰즈 철학의 위도와 경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 소개와 본문에서도 ‘위도’와 ‘경도’라는 단어가 발견되는데요, 이 책에서 ‘위도’와 ‘경도’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들뢰즈의 행동학은 운동학과 동역학이 씨줄(위도)과 날줄(경도)로 얽히는 것입니다. 객체의 내포역량(잠재력)을 살피는 것이 동역학이며 그 내포역량의 이동과 운동을 살피는 것이 운동학입니다. 이 책에서 시간, 정동, 주체, 정치, 속도 등은 모두 이 두 차원으로 나누어지는데 크로노스/아이온, 정서/정동, 권력정치/소수정치, 속도/속력 등이 그것입니다. /의 앞이 경도를, /의 뒤가 위도를 표현하는 개념들입니다. 운동학적 개념들은 동역학적 개념들과의 관계 속에 들어올 때 비로소 도구이기를 멈추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Q. 출판 전에 이 책의 제목을 들은 몇몇 독자님들이 철학을 도구가 아니라 무기로 위치 지은 것에 대해서 새롭고 통쾌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무기’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강조하신 것은 철학이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주류 철학은 자본과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도록 조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들뢰즈는 서구의 주류 철학자가 권력에 봉사하는 ‘사유의 공무원’으로 기능해 왔다고 비판하며 이렇게 권력의 도구가 되는 철학을 왕립철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무기는 무엇엔가에 예속되어 쓰이는 도구와는 달리 자유로운 활동을 표현하기 위해 들뢰즈가 사용하는 말입니다.

Q.독자들이 책을 직접 읽음으로써 더 많은 답을 구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지금 지구인들에게 시급한 과제로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들뢰즈 철학의 어떤 개념무기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나 기후위기는 이윤을 찾아서라면 지구 어느 구석이든 달려가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어 온 지난 수백 년간의 세계자본주의 발전이 낳는 재앙적 결과입니다. 자본주의의 지리적 장악, 사회적 지배, 인지적 통제가 계속되는 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된다고 해도 이 재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해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들뢰즈는 이러한 기술주의적 방안과는 달리 탈영토화, 도주선, 소수정치 등의 개념을 통해서 세계자본주의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강조하고 리좀, 블록화, 친구 등의 개념을 통해서 도주하는 힘들의 공통되기를 강조합니다. 애벌레주체성의 속력을 가속하는 정동적 움직임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기술주의적 조치 외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 자연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재편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Q. 이 책은 선생님의 25년간의 들뢰즈 연구의 결실입니다. 이 책의 몇몇 각주들에서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 객체지향철학에 대한 연구를 이후의 과제로 남겨둔다는 서술을 읽었습니다. 이후 선생님의 연구 방향과 차기작 작업에 대해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변적 실재론의 한 가닥인 객체지향철학은 흐름에서 객체로, 동사에서 명사로의 전환을 주장합니다. 얼핏 보면 들뢰즈 철학의 전복과 역전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새로운 철학들은 들뢰즈의 철학과 많은 것을 계승하고 공유합니다.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서 네그리의 삶정치학과 들뢰즈의 소수정치학의 차이와 접점을 연구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존재론을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는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 객체지향존재론 등의 새로운 형이상학들이 들뢰즈의 존재론 및 정치학과 어떤 방향에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탐구하면서 객체지향-자율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해 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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