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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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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학

인간 이후의 존재론과 신자유주의 너머의 정치학

김형식 | 갈무리 | 2020년 10월 22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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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145*210*35mm
ISBN13 9788961952460
ISBN10 896195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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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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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문화연구자. 동국대에서 신문방송학과 국문학을 공부했다.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문화이론과 영상이론을 공부했으며, ‘좀비서사와 주체성’에 관한 논문으로 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슈퍼히어로 영화와 윤리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허무주의나 비관론에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철학과 대중문화를 넘나들고 있다. 2014년 계간지 『문화/과학』을 통해 문화평론 활... 문화연구자. 동국대에서 신문방송학과 국문학을 공부했다.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문화이론과 영상이론을 공부했으며, ‘좀비서사와 주체성’에 관한 논문으로 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슈퍼히어로 영화와 윤리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허무주의나 비관론에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철학과 대중문화를 넘나들고 있다. 2014년 계간지 『문화/과학』을 통해 문화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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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466, 「8장 일상 없는 삶의 지속과 반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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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좀비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살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좀비 아포칼립스는 도래할 것인가? 환경재앙과 팬데믹, 신자유주의의 심화, 무엇이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가? 부두교좀비부터 포스트좀비까지, 왜 좀비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됐는가? 99%의 좀비-되기, 월가시위와 촛불집회는 어떻게 좀비혁명으로 구성되는가?

나는 박제처럼 굳어버린 무기력하고 위선적인 인간이기보다, 차라리 역동적이고 솔직한 좀비이기를 원한다. 좀비는 욕망에 충실하며 그것을 가로막는 것에 분노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멈추는 법이 없다. 좀비는 어떠한 종류의 권위나 규율 앞에서도 순응하거나 훈육되지 않는 야성적 역능이다. 거리로 나와 장소를 점유한 그들은 사멸 가능하며 살 가치가 없는 생명, 처분 가능한 위태로운 삶이라는 박탈의 자리에 저항하고, 그럼에도 나는 이렇듯 여기에 서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대로 죽게 내버려진 채 처분당하지만은 않겠다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원한다고 소리 높여 선언한다. 충만한 비정상으로서의 좀비는 몰락한 불모의 세계를 풍요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열어젖힌다. (본문 중에서)

좀비와 코로나19 팬데믹
21세기는 ‘좀비의 세기’로 기록될 것이다. 가히 ‘좀비 현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좀비가 출몰하고 있다. [부산행]은 1,1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드라마 [킹덤]은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좀비는 영화, 드라마, 소설, 그래픽 노블, 게임, 웹툰 전반을 장악했으며, 이제는 학계에서도 좀비를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좀비에 관한 연구가 언제 갑자기 일어날지 모르는 치명적 감염병에 대한 시뮬레이션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있듯이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좀비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과 이로 인해 손쓸 수 없이 파괴되고 망가져 가는 세계의 모습은 마치 좀비영화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외에도 대규모의 자연재해, 기후변화, 초미세먼지, 방사능 유출, 금융위기, 양극화, 테러리즘, 전쟁 등 현대사회가 처한 위기의 목록을 끝없이 열거할 수 있다. 좀비영화는 인류문명이 멸망하는 순간을 압도적 스펙터클로 재현한다. 금방이라도 스크린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은 생생한 위협으로 나타나는 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임박한 파국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좀비영화를 보며 내가 사는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며, 언제라도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의 종말이라는 묵시록적 공포와 불안감은 좀비의 유행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관객 수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K-좀비영화 [#살아있다]와 [반도]가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공중파에서는 드라마 [좀비탐정]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가 처한 위기의 정도에 비례하여 좀비의 출몰은 잦아지며, 좀비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의 정동을 양분 삼아 번성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좀비는 매 시대의 상황과 정동을 반영하며 가장 다채롭고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어 온 괴물이다. 좀비는 사람들이 지닌 막연한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알레고리다. 저자는 좀비를 통해 한국사회의 오늘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비할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좀비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좀비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초하고자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좀비는 인류의 타자에 대한 유구한 억압과 배제의 역사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좀비학은 무엇보다 주체와 타자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고 재설정해야 한다. 좀비학은 인간학의 안티테제로서 인간학과 긴밀하게 연관되며, 특히 주체성 변화의 도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며 전개된다.
좀비학은 오늘날 인간을 둘러싼 여러 담론들과 인간에게 부여된 지위가 전혀 자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인간학이 형성된 역사와 배경을 추적하고 인간학을 해체하고자 한다. 좀비학은 인간이 만든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구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시대에 가장 근원적이며 ‘혐오스러운’ 타자(좀비)를 사유의 중심에 두고, 인간학을 그 토대부터 전복하려는 사유 양식이자 태도다.
좀비학은 ‘존재론적 전회’를 통해 좀비가 인간뿐 아니라 다른 존재자들과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좀비학은 인간을 정체성이나 유사성에 기반한 위계로부터 구해내며, 가장 먼 타자 모두와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서 구성하고자 한다. 좀비학은 파국으로 치닫는 현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좀비학은 인간이 해체된 자리에서 출발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사유와 발견들을 자원으로 활용한다. 좀비학은 현재의 지배적인 담론, 억압적인 권력, 파국적인 세계에 대항하는 긍정의 존재론, 정치적인 주체, 제도적 배치들을 창안하며, 궁극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삶과 세계를 발명하려는 집요하고 줄기찬 노력이며 결말이 열린 운동이다.

부두교좀비의 탄생은 데카르트의 근대철학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최초의 좀비 탄생이 근대철학과 제국주의의 결합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중세 신본주의 세계관의 급격한 붕괴 속에서 데카르트는 새 시대를 위한 철학을 마련하려 했다.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인간은 유일하고 우월한 이성적 존재, 생각하는 명석 판명한 주체로 여겨진다. 이제 유럽인은 선험적이며 확고부동한 주체, 보편적이고 균질한 주체로서 세계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반면에 여기에서 벗어나는 이질적인 존재들은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인간이 된다.
이런 주체 중심적 관념은 역사철학과 결합하여 제국주의 지배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다른 인종을 착취하고 죽이는 데 정당성을 제공한다. 데카르트는 인간만이 영혼을 지닌 존재이며, 동물은 영혼이 없는 ‘자동인형’이라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피식민지의 주민 역시 자동인형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을 채찍질하고 죽인다 해도 인간은 아무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이들이 내는 신음은 그저 기계의 삐걱거림처럼 기능상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과 영화들을 분석하여, ‘부두교좀비’가 백인이 자신을 보편적인 주체로 정립하면서 배제한 바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세기 초까지 서구 문화는 피식민지 노예를 끔찍하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무기력한 비인간, 부두교좀비라는 인간 이하의 타자로 상상했다. 이들은 자신의 처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가련한 비생명들로, 원래 있어야 할 곳(집, 무덤)에서 이탈되어 부당하고 과도한 노동에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노예다. 이들은 주술사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백인의 지배나 인도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비주체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식인좀비는 안티-휴머니즘의 반근대적 괴물이다
근대철학의 가장 강력한 적대자인 니체는 ‘신’의 절대성에 근거한 인간 개념의 해체를 위해 ‘신의 죽음’을 선언했으며, 뒤를 이어 푸코는 ‘인간의 죽음’을 선언했다. 푸코에 따르면 ‘인간’ 개념은 발명된 지 수백 년에 지나지 않은 담론적 구성물이며, 모래사장에 그려진 그림과도 같아 이내 사라질 위태로운 형상에 불과하다. 저자는 구성된 담론이자 관습적 의미에서의 근대적 인간 주체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으며, ‘식인좀비’야 말로 반근대적 괴물이라고 주장한다.
로메로 감독은 인간의 죽음과 휴머니즘의 종말을 온몸으로 표상하는 괴물 식인좀비를 탄생시켰다. 로메로의 영화에서 식인좀비는 부모와 가족을 살해하며 닳아빠진 근대적 가치체계에 징벌을 내린다. 근대적 주체는 영혼과 육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영혼에 특권을 부여한다. 반면 좀비는 영혼 없는 육체로서 등장하여, 육체가 내리는 정언명령인 배고픔에 굴복하여 타인을 살해하고, 그 육체를 먹는다는 점에서 철저히 반근대적이며 반휴머니즘적이다. 좀비는 근대적 인간 주체가 지녔다고 가정되며, 다른 존재와 변별되는 특성으로 여겨지는 가치들(인간으로서의 존엄, 이성, 윤리 의식)을 철저히 배반하고 짓밟는다.
이 책은 근대적 인간 개념과 휴머니즘의 폭력을 비판하지만, 동시에 허무주의적 안티-휴머니즘으로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체를 최후까지 제거해 버리면, 어떠한 변화를 위한 행위 주체 역시 상정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의 퇴행적 반복, 몰락의 항구적 지속만을 남길 뿐이다. 저자는 인간과 휴머니즘의 죽음 선언이 인간의 본질이나 존재 근거, 혹은 도덕과 윤리를 사라지게 하려는 허무주의나 반-사회적 기획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상실이나 부정적 함의로 축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긍정과 생성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현대철학의 출발점이다.

뛰는좀비는 우리 시대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는 기표다
뛰는좀비영화에서 출몰하는 좀비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순식간에 세계 전체를 유린한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며 서로 죽고 죽이다가 결국 절멸에 이른다. 인간들이 아무리 높은 장벽을 세우고 안전지대를 마련하더라도 좀비는 끝내 그것을 돌파하고 인류를 파멸로 이끈다. 세계화와 운송 수단의 발달은 좀비의 신속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응집된 현대 대도시 공간은 좀비가 활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좀비의 습격이 시작되면 문명의 이기는 일순간 정지되고 안락한 도시는 가장 위험천만한 공간이 된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철저히 망가지고, 추악한 속살을 드러낸 도시에서 비참하고 끔찍한 생활을 이어간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화라는 두 가지의 압력이 초래한 파열이 존재론의 부재와 주체의 공백이라는 지점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공백의 지점에서 뛰는좀비라는 괴물이 출현한다. 저자는 뛰는좀비라는 기표를 통해 좀비자본주의, 감정자본주의, 난민, 테러리즘, 사회 안전망 파괴, 정체화, 소수자와 타자 혐오 등 우리 시대의 수많은 위기와 모순, 은폐된 병리적 현상들을 폭로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근본적 원인을 추적한다.
이 책은 다윈, 린네, 커즈와일, 모라벡, 다마지오 등의 과학기술 담론, 피케티와 랏자라또 등의 경제 담론, 에피쿠로스, 니체, 푸코, 들뢰즈, 바디우, 브라이도티, 네그리, 르페브르 등의 철학 담론 등을 광범위하게 검토하며 좀비의 존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현대 자본주의를 진단하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하고 종합하여 존재론적 전회를 시도하고, 좀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유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좀비주체가 다른 세계를 마련할 역능을 지닌 새로운 존재라는 혁명적 정치학을 제시한다.

포스트좀비영화의 교훈은 파국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은 언제나 세계의 위기를 조장하며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현 상태가 ‘최악의 위기’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사정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라며 긴축을 강요하고 최소 임금, 최소 복지를 추구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강탈해간 세금은 사회나 빈자들을 위해 쓰이는 대신, 파산의 위기를 초래한 초고소득자와 은행, 대기업에게 쏟아 부어지면서 마땅히 사라졌어야 할 ‘좀비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되살아난다. 그들이 생산한 경제 위기의 반복 속에서 정작 ‘진정한 위기’는 끊임없이 은폐된다. 저자는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진정한 위기가 마침내 터져 나오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담론과 가짜 정보들의 범람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코로나가 지구가 행하는 자정작용이며 생태계에서 인간은 그저 바이러스와 동일한 존재라는 자기혐오적 태도, 신이 타락한 인간을 단죄하고 있다는 식의 온갖 억측과 가정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부정적 정동과 공포증적 태도로 몰아간다. 권력은 이런 정동을 이용해 통제를 강화하고 초법적 조치들을 도입해 자신의 이득을 도모하려 시도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더는 여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전부는 인간이 지구의 생기적 망 위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서로 상호매개되며, 그 존재의 기층에서부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결국 그 영향은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뿐이다.
좀비는 우리에게 바이러스에 초월성을 결부시키려는 모든 시도와 다양한 허무주의적 태도에 맞서, 팬데믹의 원인이 지극히 내재적이고 인간의 행위에 뒤따르는 논리적인 귀결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팬데믹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탐욕이 불러온 사태이며, 인간 스스로 초래한 재앙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충분히 예견 가능하고 실제로 예측되었던 사태의 발발일 뿐이며, 우리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르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점이 ‘포스트좀비’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포스트좀비영화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로 파국에 이른 세계를 묘사하지만, 그것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좀비는 다른 세계를 건설할 주체다
이 책은 좀비를 단순히 타자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괴물이나, 정체성에 기반한 내부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좀비를 삶과 세계를 향한 적극적인 투쟁의 주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좀비의 탄생과 출몰, 그리고 대유행은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적절한 존재론과 주체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새로운 존재론과 이에 기반한 인간 개념의 재정립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새로운 철학적 사유들과 과학적 발견들을 자원으로 삼아 대안의 존재론과 주체를 마련하고자 한다. 좀비를 부단히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속박하는 세계,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정동의 주체로 잠식시키는 억압적 권력으로부터 탈주시켜 긍정적 역능으로 넘실대는 정치적 주체로서 조명하고자 한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근대적 존재론에 맞서, 니체와 푸코의 비판을 경유하고 포스트휴먼 담론과 생기적 유물론, 다중 주체와 육체 정치를 통해 좀비를 근본적으로 전유하는 과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존재론에서 인간은 단일하거나 균질하다고 가정되는 근대적 주체가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중첩된 ‘혼종성의 주체’다. 위계적으로 구성되고 배타적인 특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들과 함께 상호매개되며 상호의존적 관계로 공존하는 ‘일원론적 포스트휴먼’이다. 현 상태에 머물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창안하고 발명하며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유목적인 포스트휴먼’이다. 삶을 파괴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에 맞서, 다른 세계를 발명할 역능이 잠재된 ‘다중’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 양상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비인간이자 괴물의 형상으로 좀비를 제시한다. 또한 새로운 존재론에 기반하여 좀비를 새로운 세계의 주체로서 정초하고, 지배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다른 삶의 양식과 윤리적 형식들을 정향하고자 시도한다.

‘월가 점령 시위’와 ‘촛불집회’의 좀비-다중
오늘날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위와 봉기에서 좀비-되기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포스트좀비들은 더는 죽음의 자리로 처분되지 않겠다고, 위태로운 삶/생명으로 남아있지 않겠다고 선포한다. 포스트좀비는 노예나 괴물, 질병, 바이러스, 테러리스트, 맹목적 충동과 같은 억압과 부정의 대상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주체로서 세계를 파괴로부터 구해내고 새로운 배치와 리듬의 대안 세계를 발명하고자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는 시위들에서, 특히 ‘월가 점령 시위’와 ‘촛불 집회’에서 좀비-다중은 스스로의 잠재된 위력을 드러내며 공통의 열망으로 한데 모였다. 기성 권력은 촛불 시민을 ‘촛불 좀비’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국정원은 국민의 ‘좀비화’를 염려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상을 관리하고 국민을 영원히 속박된 노예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좀비-다중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역사를 초과하는 섬광같은 사건의 순간을 마련했다. 좀비-다중은 이전의 시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즉 중심이 없는 수평적이며 네트워크적인 시위, 새로운 원격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모여들어 공간을 점유하되 점령하지 않는 시위, 자발적이며 특이성들이 난립하는 다원적이고 왁자지껄한 집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스스로 좀비라고 선언하며 육체의 현전으로서 거리를 점유하고, 이대로의 세계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경고하며 권력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저자는 포스트좀비는 자신의 욕망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든 가능성을 무참히 앗아가는 현 세계에 맞서 지금과는 다른 배치와 관계, 보다 나은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세계의 다른 가능성을 고지하는 사건은 이미 발생했다’고 선언하며, 사건에 잠재된 세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돌입한다.

책의 구성
1부 「좀비란 무엇인가?」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좀비에 대한 여러 질문과 논점을 제기하는 장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1장 「예외상태의 괴물과 회복되지 않는 일상」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 [부산행]과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좀비가 유행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인간과 비인간 경계가 유동적이며 점차 모호해지고 있음을 분석하며, ‘위기의 통치술’이 어떻게 우리를 비인간으로 만드는지 살펴본다.
2장 「비인간의 존재론」은 안드로이드, 뱀파이어, 늑대인간, 유령 등 다양한 형태의 괴물 혹은 비인간과 좀비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인간에게만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는 ‘인간학’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으며, 인간학의 안티테제로서의 ‘좀비학’을 제시한다.
2부 「좀비는 어떻게 탄생하고 살해당했는가?」는 좀비의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 본격적인 분석이 시작되는 부분으로, 크게 ‘인간’ 개념과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전개된다.
3장 「인간의 탄생과 제국주의의 타자」는 근대철학이 어떻게 인간을 유일한 주체로 만들었으며,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마련했는지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피식민 노예는 ‘인간’의 다른 극단에 자리한 부두교좀비로 탄생하여(살해당하여) 타자화되었다.
4장 「인간의 죽음과 안티-휴머니즘의 괴물」은 20세기 중반 ‘인간의 죽음’ 선언 이후 ‘반근대적 주체’의 표상으로 등장한 식인좀비가 어떻게 주체를 해체하고 전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이 시기의 좀비영화가 매스미디어와 소비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근대적 가치체계의 종말을 시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5장 「파국의 세계와 심화되는 공백」은 2000년대 이후 파국에 근접하는 현대사회를 다각도로 비판하는 부분으로, 이 책에서 가장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 감염병의 유행, 환경문제, 신자유주의의 심화 등이 초래한 뛰는좀비의 등장과 묵시록적 파국 서사의 유행을 다루며,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위기를 좀비라는 기표를 통해 분석한다.
3부 「좀비는 어떻게 저항하고 탈주하는가?」는 앞서 제기한 여러 문제를 종합하고 존재론적 전회를 시도한다. 기존의 인간 개념과 좀비 담론에서 벗어나, 좀비를 새로운 주체로서 제시한다.
6장 「괴물에서 벗어나는 좀비들」은 ‘일원론적 포스트휴먼’과 ‘유목적 포스트휴먼’ 담론을 경유하여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좀비서사를 검토하고 좀비를 존재론적으로 일신하고자 한다. 좀비를 감염자나 소수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영화는 좀비를 존재론적 평면 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7장 「폐허를 딛고 새로운 주체를 발명하기」는 최근의 시위와 봉기의 양상과 더불어 첨예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다루며 포스트좀비주체를 정치적으로 재조명한다. 종말과 파국의 상념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욕망하는 좀비, 세계를 발명할 역능이 잠재된 ‘다중 주체’로서 좀비를 제시한다.
8장 「일상 없는 삶의 지속과 반복」은 친숙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삶과 일상의 관계를 살펴보며 일상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없는 삶’의 양상과 그 속에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관음과 냉소로 빠져드는 좀비를 분석하며, 영속적인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들어가는 글의 「좀비는 누구의 이름인가?」와 나가는 글의 「좀비 선언」은 책 전체를 열고 닫는다. 각 부분은 책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어, 책 전체에서 전개될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들은 형식상으로는 유사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반전되는데, 이는 좀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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