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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20년 0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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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08*280*36mm |
얼리리더를 위한 6월의 책 : 리유저블컵 3종 세트 증정
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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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린 앤이라니.
내가 어렸을 적에 만났던 빨강머리 앤은 나보다 '언니'였다.
앤의 엉뚱함만으로도 나의 세계가 넘쳐 흘렀던 때였지.
앤이 어떻게 성장했길래 저런 아이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은,
내가 앤보다 더 나이가 들고,
내가 낳은 아이가 내가 만났던 앤의 나이가 되어서야 가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 컬러링 북에 손을 뻗게 된 것은,
내가 만났던 앤의 또래가 되어가는 큰딸로 인해서였다.
이제 사춘기의 문턱에 서 있는 듯한 아이는 어렸을 적 온화한 성품은 온데간데 없고
자꾸만 불평하고 울고 후회하고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빨강 머리 앤"을 소개 해 주었다. 그저 엄마와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였을 뿐.
뜻밖에 아이는 빨강머리 앤에 무척 금방 빠져들어 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의 컬러링북이니, 우리 큰딸이랑 함께 이걸 예쁘게 칠하면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함께 책을 완성하면 추억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만난 책.
놀람1. 하드커버다. 어머 이건 완성도를 높여야만 해. 예쁘게 만들어서 간직해야 겠군.
놀람2.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건 그냥 색칠공부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더 깊은 생각과 이야기를 책이 쏟아내 준다.
이제는 내가 앤보다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이 작고 작은 앤은 어떻게 그 모든 일을 지나며 쓰러지지 않고 견뎌 낸 걸까.
"나는 많은 것들을 희망하는 버릇이 있어요.
세상에 '행복'이 있다면,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거에요."
저 작고 작은 아이는 많은 '슬픔의 심연'을 지나며 희망하는 버릇을 가졌나 보다.
이 책을 펴고 나는 그저 예쁘게 색을 입히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누려고 했다.
그렇지만 어린 앤은 더 깊은 대화를 준비해 나에게 와 주었다.
놀람3. 놀랍도록 함축적으로 내용을 담은 장면들.
둘째가 (남자아이임에도)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자기도 한 장 꼭 칠하고 싶어하길래 하나 골라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pick한 장면은 책의 거의 뒷부분이었다.
새롭게 시작할 마음을 먹는 앤의 뒷 모습.
5살배기 우리 집 막내만 한 얼굴로 시작된 이 컬러링북은 이즈음 와서야 내가 어린 시절 만났던 앤 만큼 자라 있다.
그런데도 앤이 겪어야 했던 일은 곧 마흔을 맞는 나는 아직 하나도 맛보지 못한 쓴 맛들이었다.
그 때 내가 만났던 '앤 언니'의 뒷모습은 '지난 일들을 기억 속 멀리 뒤편에 묻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애잔하게 묻어 있었다.
우리 아들은 앤이 내려다 보는 마을이 예뻐서 이 장면을 골랐다고 한다.
독자가 보는 건 앤의 작은 어깨와 등 뿐이지만,
벚꽃 핀 아름다운 마을을 내려다보며 '과거의 삶을 자기 밖으로 내보내'는 앤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다.
앤은 특유의 "울면서 웃기"를 한 얼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앤 언니'를 만났던 나는 이제 엄마가 되어 엄마가 없는 앤에 대해 다른 마음과 눈길로 그 마음을 읽어보려고 한다.
우리 큰딸은 앤을 보며 어떤 질문을 품고, 앤의 삶을 통해서 무엇을 생각해 볼지 기대가 된다.
사각사각 색연필 굴리는 소리 사이사이로
큰딸과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면
컬러링 북도 한 쪽 한쪽 그 대화가 묻은 예쁜 색이 입혀지겠지.
고맙다 어린 앤,
유난히 험한 비를 몰고 온 이 여름에 우리를 만나 주어서.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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