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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9년 0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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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99쪽 | 1,339g | 152*225*35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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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제 멋에 사는 유쾌한 아자씨를 또 만났다. 어라... 근데 이 아저씨의 글발이 대단하다.
여행작가라면 멋지고, 감수성 예민하고, 자기만의 상상테두리에 갇힌 낭만적인 시인들인데........
이 빌브라이슨이란 아자씨는 낭만하고는 거리에서 조금 빗나간 듯 하다.
여행작가가 재밌다. 호탕하다. 유쾌하다..........
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행운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발칙한 작가 빌 브라이슨 아자씨를 만나면 괜시리 나도 건들거려진다.
예전에 이 아자씨의 발칙한 책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단기> http://blog.chosun.com/jyh1014/5074558 를 읽어서 배꼽잡으며 읽었던 기억이 났는데,
그리고 한번 내 머릿속에 각인된 작가는 또다른 그의 책을 읽게 되는 너무나 바람직한 현상으로
돌아오게 되어 그의 또다른 책,
이 아자씨의 웃음의 농도 기준으로 봤을땐 너무나 착하면서 다소 철학적인 책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http://blog.chosun.com/jyh1014/5090127 까지 읽게 되었다.
읽을수록 참 매력적인 책.... 다시 말하자면 이 분..... 빌 브라이슨 참 입담이 구수한 아자씨다.
여행작가가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웃기기만 하고.... 그러나 이건 편견중의 씨도 먹히지 않는 편견이다.
여행작가라면 최소한 자기가 여행한 곳의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참한 tip이 필수적인데,
그의 글엔 왠만하면 긴 여행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 불편할 것은 하나도 없다.
여행은 자아를 찾아나서는 길이며, 언제든 간 길은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이기에....
메모와 함께 상세한 정보를 주는 여행작가들도 있지만, 글로 읽게 되는 우리는 그 정보보다 사실
재미에 더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왜냐면 우린 지금 길을 나선 여행자가 아니기에....
우린 책 속에서 여행자의 흔적을 더듬어보고 함께 여행하는 듯한 동반자가 되기에.......
나에게 세번째로 발칙한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훈훈한 여행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1년이 지난 뒤
돌아왔다. 책꽂이에 꽂아놓고 그냥 멀찍이서 이 아자씨의 넉살좋은 만면의 웃음낀 호탕함을 그저
바라만보았나보다.
늦여름 더위의 기세가 파란만장한 날, 읽을 책들이 책꽂이에 넘쳐나는대도 나에게 필 꽂힌 이 책,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좌충우돌 아자씨가 그냥 간단하게 베낭 하나만을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미국과 영국이 아닌 이젠 유럽을 사수하러 떠나신다. 유럽도 넓어서 북유럽과 중유럽이다.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오슬로, 파리, 브뤼셀, 벨기에, 암스테르담, 함부르크, 코펜하겐, 예테보리,
스톡홀름, 로마, 나폴리 소렌토 카프리, 피렌체, 밀라코와 노모,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유고슬라비아, 소피아, 이스탄불...
이 아자씨의 여행기를 보면 늘 허겁지겁, 당황스러움, 겨우..... 이런 경우들이 다반사이다.
늘 베낭을 풀 호텔과 식당을 찾느라 분주하고 찾았더라도 투덜투덜,......
여행자들의 기본인 의식주 특히 食과 住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신경이 곤두섦을 느낀다.
어찌보면 여행자이기에 낯선 곳에서의 자는 것과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일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망중한..... 거리를 걸으며 아이쇼핑을 하고, 매력적인 커피솝을 만나면 이국적인 낭만도 즐겨야
되고, 산책을 하고, 한밤중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고단했던 하루 여행자의 삶을 돌아보며 피곤한 몸을 쉬어야하고.... 그렇지만 아자씨에겐 이런 호사가 있는 날들이 거의 없었다.
맨날 찾고 걷고 쫒겨다니는 듯한 신세의 연속이었지. 유쾌한 작가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
그럼에도 당당하게 언어도 잘 소통되지 않는 곳에서의 몸으로 부딪혀 볼 것을 보겠다는 의지는 참
대단해.
훌쩍 넘긴 20여년전의 친구와 함께 했던 유럽을 중년의 아자씨가 되어 다시 찾은 길.
그 혈기왕성했던 날들. 소중하면서도 기억하기 싫은 그렇지만 한번 더 가고 싶은 여정.
그 여정엔 이젠 18살의 동거동락 순수청년들은 없었다.
오로지 홀로 나선 낯섬과 익숙함 사이에 서 있는 훈훈한 글쟁이 아자씨가 찾은 기억의 여정은 많이
변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잖아.
하물며 그 강산이 2번하고도 그 이상으로 변했는데....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전작보다 호탕한 배를 움켜잡는 웃음은 없었다. 하지만 더 강렬하게 와닿는 풍경들이 남아있는 듯 하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북유럽과 중유럽의 25군데의 여정.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우왕좌왕 여행을 하고, 그리고 그것을 들려준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느끼고 또 배운다.
그만큼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공유와 배려의 미덕이 여행작가에겐 또 덧붙여져야하는
착한 마음들인 것 같아 유쾌하면서도 때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함께 떠나봤다.
"나는 분명 여행의 끝에 와 있었다.
저 반대편이 아시아가 아닌가. 우럽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고생만 하고 있는 내 아내는 한 해 걸러 아기를 가졌는데 지금도 임신 중이었다.
아내는 전화통화에서 아이들 중 어린 두 녀석은 성인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잔디는 허리까지 자랐고, 목장 울타리는 일부가 쓰러져가고 있었으며, 양들은 물가의 풀밭에,
소들은 옥수수 밭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나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내 집의 친숙함이 그리웠다.
매일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기도 지겨웠고, 기차와 버스도,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도,
끊임없이 당황하고 길을 잃는 것도,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재미없는 동행이 지겨워졌다.
(중략) 동시에,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멈추고 싶게 하지 않게 타성이 있다." (p385)
여행은 끝은 어쩌면 돌아감일 것이다. 훈훈한 글쟁이 아자씨의 마지막 남긴 말들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여행할때의 기쁨과 힘겨움 그리고 뭔가 끝나감의 허전함과 시원함,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이것이 여행자들의 묘미일 것 이다.
돌아갈 곳이 없고, 반겨줄 가족들이 없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거리를 헤매는 방랑자일뿐.....
여행에서의 힘겨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힘겨움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족을 향한 연민과 위로로
귀결된다.
여행자는 가족과의 떨어짐을 통해 남은 자들 (아내, 아이들)에겐 항상 빚진 자임을 느낀다.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통해 소중한 가족애를 느꼈다면 한번쯤은 떨어져 여행을 떠남도 좋은 듯 싶다.
그러나 이왕 가는 길..... 혼자가 아닌 가족과 떠나고 싶다..... 난^^ 혼자는 무서워~~~
텅 빈듯 쓸쓸하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북유럽의 끝자락에서 오로라를 보게 된 빌 브라이슨의 넋 잃은 영혼에 빙의되어버린 것 같다. 여름이 끝나도록 북극광 사진을 미친*처럼 찾아 헤매다닐게 뻔하다 불을 보듯...알래스카의 동토에도 북유럽 함메르페스트에도 오로라가 펼쳐진다. 같은 오로라일까 너무너무 궁금하다.. 장장 72시간에 걸친 논스톱 버스여행일지라도 마다앉고 북극광을 찾아나서기엔 때도 아직 아니요, 돈도 아직 아니요, 나의 일상도 아직 아니란다. 그저 꿈속에 가둬두고 떫은 감 소금물속에 우려두고 항아리 들여다보고 침흘리며 때를 낚는 이빠진 노인처럼 묵혀두고 삭혀두고 기다릴밖에...
나폴리나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가본 바 없으니, 그토록 부정적이게 써 놓아도 신기할뿐이지만, 빌 브라이슨이 마지막 여정지로 잡은 이스탄불, 유럽인의 관점에선 유럽의 끝이요 아시안의 입장에선 유럽의 시작인 이스탄불에 대한 무지막지한 짜증과 권태는 나에겐 불편함을 넘어 항의편지를 보내고 싶은 맘까지 요동치게 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 이스탄불과 유럽 이스탄불을 잇는 갈라타 다리며, 결코 넓지않는 그 해협의 물살을 가르며 햇살속에 헤엄치던 고래들이며, 눈이 시도록 부셔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았던 새파란 하늘이며, 이슬람과 기독교과 혼재되어있으면서 서로를 무자비하게 파괴하지않고 어설프나마 동거했던 아야소피아성당이며 보스포러스를 바라보며 천상의 보배로 지은 듯 화려함에 치 떨리는 돌마바흐체궁전이며, 모스크 첨탑조차 기묘하게 아름다운...이스탄불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서 요동치는데...
마지막여행지가 이스탄불이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고 자꾸만 이스탄불을 변호하고 있는 내 마음은 꼭 다시금 이스탄불을 찾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아아아아아아~~~"하고 기도시간을 알리는 노래도 듣고싶고, 호텔에 비치된 기도용 카펫을 목욕탕앞에 깔아놓는 우를 범하지 않을 자신도 있고^^, 첫 여행에 해보지 못한 갈라타 다리아래서 고등어 케밥에 맥주도 한모금도 마셔보고 싶고, 공교롭게도 가보지 못했던 톱카프궁전에도 가봐야하겠고, 거리거리마다 모스크의 뾰족한 첨탑꼭대기에 둘러놓고 온 내 마음을 찾아 올지 말지 들여다봐야하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포도주에 풍덩 빠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보르도, 프로방스, 깐느로 이어지는 남프랑스에 푹 빠져보고 싶다^^
snake leg : [맥주과다섭취주의요망]
저번주 빌 브라이슨을 따라댕기느라 매일 밤 버드와이저, 스타우트, 카프리, 하이네켄 한 병씩 마셨다. 마실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러라고 했다. 귀에대고 무지막지 큰 소리로...외쳐댔다. 맥주한모금 안마시고 뭔 여행이야...*&^%$#@!$%^& 그나마 여행이 나흘만에 끝나 다행이라면 다행^^; 병원치료받느라 그동안 자제했던 맥주...의사쌤이 알면 무쟈게 야단치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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