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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5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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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800쪽 | 128*188*40mm |
ISBN10 | 893292032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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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 내기 위해서야. (1권, 276페이지)
과거, 그러니까, 우리가 살았던 전생에 대하여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최면을 받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연출된 건지 실제로 한 건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그 장면을 보고 놀라워하며 전생을 기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었다. 최면이라는 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 봉인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파헤치는 용도로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이처럼 현생이 아닌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나는 어떨까. 전생을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기억들에 사로잡혀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잡다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느낀 점은 그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과 비교불가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런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는 상상력의 대가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군상들을 표현했던 『고양이』나 인간의 뇌를 살펴보는 『뇌』, 혹은 그 유명한 『개미』라는 작품에서 느낀 바와 같이 이번 작품도 새로운 세계를 나눠주었다. 과거로의 회귀, 즉 최면요법을 통해 나라는 인간의 과거의 삶을 들여다 본다. 과거는 하나의 역사다. 물론 개인의 역사이므로 과거의 모든 역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역사를 이루는 개체임에는 틀림없다.
소설 속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다. 즉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자다. 아울러 과학 교사인 엘로디와 함께 '판도라의 상자'라는 유람선에서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라는 공연을 보게 된다. 공연자인 최면사 오팔은 심층기억을 위한 지원자로 르네를 지목한다. 오팔은 르네를 이끌어 전생의 세계로 안내한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문을 연다. 자기가 나온 번호를 확인후 들어가고자 하는 다른 번호의 문을 열면 그의 전생이 나온다.
르네는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때가 궁금하다. 그가 문을 열었을 때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이폴리트 펠리시에 라는 이름을 쓰는 상병이 독일 과의 전쟁에서 죽는 장면이 나온다. 깜짝놀라 최면에서 빠져 나온 그는 밖으로 뛰어 나갔다가 독일군처럼 생긴 노숙자와 다투다 그를 죽이고 만다. 경찰이 자기를 체포하러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수를 할지 말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학기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한번 심층 기억 속의 전생을 경험한 르네는 최면사 오팔을 찾아가 다른 생도 궁금하다고 하여 레옹틴 백작부인과 고대 로마 노잡이인 제노, 그리고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틀란티스의 게브를 만나게 된다. 그가 경험하는 심층 기억은 이폴리트 때는 그저 그 사람이었다면 레옹틴 백작부인을 바라볼 수 있으며 제노에게는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해준다. 즉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게브와는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하게 된다.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는 전설 속의 섬 아틀란티스를 기억하기 위해 게브와 자주 접속하며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평소의 르네는 기억상실에 가까울 정도로 깜빡깜빡한다. 반면 오팔은 기억 이상 증진으로 괴롭다.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역할이 무엇이던가. 잊어야 하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을 선별한다. 우리가 망각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르네가 심층기억을 위한 최면에 쉽게 빠졌다면 오팔은 쉽게 최면에 빠지지 못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을 봉인해두었던 것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아틀란티스를 기억해 줄 기록을 찾기 위해 르네와 오팔은 경찰을 피해 이집트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자신이었던 게브와 가족, 그리고 아틀란티스의 사람들을 구하고 그들의 기록을 남기게 하는 장면은 보물찾기를 위한 어드벤처 영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르네의 아버지 또한 역사 교사였으나 지금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지식은 그 지식이 쌓인 무게가 버거운건지 기억을 잃기도 한다. 온전히 기억에 의존해야 할 역사 교사가 기억을 잃는다는 건 슬프다. 그래서 전생의 기억을 알게되는 르네가 달리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전생의 르네들은 지금과는 다른 생을 살고 싶어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을 향한 호기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새로 시작할 때마다 그는 선택된 재능들의 조합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꿈꿨지만, 매번 직접 경험하고 살아 보고 나서야 그 바람들이 가진 한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2권, 60페이지)
지난 생의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자 다른 삶을 추구하지만 결국 모든 삶이 완전하지는 않다. 삶은 모든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없으므로. 진짜 내세가 있는지, 전생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이러한 책들이 나오고, 전생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보면 터무니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감추고 싶은 것,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마음의 저 밑바닥 심연에 교묘히 감춰두고 꺼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온갖 지식의 보고와도 다를바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꿈꾸는 세상, 그가 직접 경험했다는 최면의 전생의 기억들.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게 놀랍다. 베르베르의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게 된다. 또하나의 세상을 만났다. 전생의 기억과 현생의 기억이 현존하는 곳, 전설 속의 섬이 되어버린 아틀란티스를 비롯해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라는 점. 역사가 숨겼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새로이 만든 세상에 감탄한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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