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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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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548g | 140*210*30mm |
ISBN13 | 9791189995539 |
ISBN10 | 1189995530 |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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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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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이라고 해도 벌써 38%나 살아버려서 한동안 시간가는 것도 아깝고, 회사생활도 힘들고, 사람 만나는 것도 지친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들이 처가에 가 있으니,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또 이 가족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람있게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시점에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관계, 건강, 소유 등 제가 요즘 딱 생각하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다 나와있었습니다.
회사생활 10년차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밥벌이의 지겨움,
의도하지 않은(?) 쌍둥이의 탄생에 따른 아기 돌봄,
대학원 과정을 진학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부족한 과정을 공부하고 싶은 배움,
가족, 친구, 그리고 삶을 살아오면서 겪은 사랑,
직장, 동료, 선후배 등과의 관계,
30대 후반이 되자 하나씩 고장나는 몸을 보며 건강을,
부동산 폭등과 주변의 친구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대박을 이뤘을 때의 그 자괴감과 소유에 대한 고민 등
제가 요즘 너무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키워드에 대한 인생 상담 또는 선배의 이야기 그 자체였습니다.
1장은 밥벌이 입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이게 시의 전부입니다. 이 시의 제목은 '퇴근길'. 이 시는 제목부터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어볼까요? "퇴근길.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그 다음이 중요해요! "아 이것마져 없다면!" 그래요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퇴근길에 희망이라곤 '삼소'뿐인 겁니다. 이것마저 없다면 그 시절을 어떻게 버티며 살 수 있겠느냐는 탄식과 원망이 들려오지 않습니까.
---p.22 ~ 23
하지만 이 시는 과거 퇴근길의 큰 부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쓰여진 시라 그럴겁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사실 저를 비롯한 80년대 ~ 90년대 태어난 직장인은 꼭 이렇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요즘도 삼삼오오 친구들과 소주에 삼겹살 한 잔, 아아 아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집에 일찍 가서 쉬거나 가족과 보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소금 시 --- 윤성학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당랑권 전성시대> (창비, 2006)
언젠가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이용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The Color of Snow, The Taste of Tears !' 소금이 '눈의 색깔, 눈물의 맛'이라니요. 감동이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은 눈물의 맛입니다. 소금은 눈물없인 얻을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장인을 샐러리맨이라고 부를 때, 그때 샐(Sal)의 라틴어 어원이 바로 소금입니다. ---p.40 ~ 41
일이냐, 삶이냐, 문제는 그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일생을 일과 삶의 대립으로 간주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며 편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p.59
다음은 아이입니다. 저도 지난해 원하고 원하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야말로 부모에게는 평생 맛보지 못할 즐거움과 근심을 함께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부모를 위해 자녀가 존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생 부모에게 줄 행복을 자녀는 어린 시절에 이미 가 준 셈이고, 부모가 남은 생에 그 빚을 갚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p.68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편할 것 같네요. 알랭 드 보통이 이러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기보다는 일반 가전제품이 더 상세한 취급 설명서와 함께 온다." 아, 무릎을 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문득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면서 우리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저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보니 조금씩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지금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삶에 치여서 전화 한 통 제대로 못 드리는 것 같아서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 책은 어느덧 아저씨가 되어버린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으로 알려진 말입니다. 들을 수록 참 근사한 말입니다. 그런데 번역도 그럴싸 하지만, 원래의 영어 문장이 더 재미있습니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직역하자면 이렇습니다. "인생은 클로즈업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롱숏으로 보면 희극이다."
희극 영화의 감독답게 실제로 채플린은 자신의 영화에서 클로즈업 기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코미디의 웃음은 전체 상황을 관망하면서 보아야 웃음이 극대화되기 때문이죠.
---p.151 ~ 152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너무 일희일비 하는 것은 마음 건강에 해가 됩니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자답게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합니다. 저자는 '관찰'을 하라고 말해줍니다.
관찰은 창의성과 인성을 낳고, 그럴때 창의성과 인성은 서로 배반하지 않습니다. 세렌디프의 왕자들 이야기처럼 무엇보다 그들은 관찰을 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관찰이란 세계의 숨겨진 질서, 감춰진 비밀을 바로 보는 일일 겁니다.
기존의 정답처럼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관계 안에서는 세렌디피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세렌디피티는 (...) 기존 루틴답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페니실린이든, 아스피린이든, 포스트잇이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든, 하나같이 기존의 정답을 거듭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들입니다.
세렌디피티란 뭔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 아닙니다. (....)저들은 한결같이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관찰하고 공부하고 숙련해온 아마추어 출신의 프로들입니다. ---p.182
요즘들어 공부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저는 특히나 고전공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사람은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배워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五生也有涯 而知也无涯 (오생야유애 이지야유애)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 앎의 세계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사랑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부부가 나오는데, 재밌는 구절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 p.226 ~ 227
사실 아직 이 정도의 중년의 나이가 아니라서 이 느낌까지는 모르겠지만 요즘들어 부부란 평생가는 친구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어느 덧 중년에 가면 내가 무언가를 가졌는지에 대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이야기들을 인생선배로 동네 좀 배운 아저씨처럼 들려줍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덧 살면서 시를 잊은 나이가 되었는데 우리의 시가 주는 인생의 무게와 고민, 생각을 응축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움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 <푸르른 날에>
그리울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행복하지 않습니까?
정재찬 교수님이 들려주는 <인생수업>에 초대합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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