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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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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2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8.6만자, 약 2.9만 단어, A4 약 5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442176 |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4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참 예쁜 책을 만났다.
글도 사진도, 글과 사진을 책으로 엮어낸 저자의 마음도.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언제 어디에 있어도 그곳에서 행복할 줄 아는 저자로부터
잔잔한 행복을 전해 받는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의 지루하고도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잠시 살아보는 마음으로 떠나게 되지만, 새로운 곳에서조차 익숙한 자신을 잘 놓지 못한다. 그러니까 결국 새로운 것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도 자신을 고집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지.
새롭게 만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자주 열광하고 감동하지만, 정작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없다. _61p
변종모 여행에세이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작년 초.
꽤 오랜 시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반년간 오로지 여행만 다녔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이후에는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나중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나는 항상 생각지 못한 곳에 존재했고, 기약 없이 길 위를 걸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보금자리에 터전을 이룬지 어느덧 10개월.
반듯하게 네모난 책상에 앉아 각진 모니터와 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금, 작년의 불안함은 자유로움과 맞바꾼 안정감이 대신하고 있지만 문득문득 혼란스러움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던 그때가 그립다는 생각을 한다.
12개 나라 18개의 도시를 다룬 글과 사진들은 그 자체로 참 평화롭다.
글과 사진은 그것을 창조하는 사람을 닮으니 아마도 저자는 끊임없이 치열하면서도 내면에 고요한 평화를 가꾼 분인가 보다. 이토록 잔잔한 글과 사진을 담아내는 것을 보면.
책을 읽고 있던 중 여섯 살 난 조카가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며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하더니 금세 페이지 가득한 사진들 보는 재미에 빠져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맑고 깨끗한 사진들에 맑은 두 눈이 떠날 줄을 몰랐나 보다. 여러 장을 보던 중 아이는 아마 가장 첫 장 훗카이도의 새하얀 눈이 가장 좋았는지 이내 하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의 그림 속 설원에는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나와 자기도 그려 넣더니 이내 동생을 낳고 병원에 있는 엄마도 저 멀리 그려 넣는다. 외로움에 새하얗던, 그래서 마음을 울리던 눈 쌓인 언덕길이 금세 따뜻해졌다.
'사람들은 여행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늘 궁금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때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낯선 곳에 존재하는 재미로, 조금 더 나이가 든 지금은 혼자 사색하는 재미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인생을 나누는 의미로 하고 싶다. 나에게는 이런 의미이듯,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어떤 메시지들을 찾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여행 에세이는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많은 생각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어떤 이에 대한 그리움도, 낯선 길 위에서 찾는 인생 이야기들도.
당신과 나는 어차피 서로에게 꽃 한 송이 주고받은 적 없는 허공 같은 사이인데 당신의 말을 부정하며 상처받을 일도 아니고, 나의 고집스러운 말에 당신의 마음도 꺾어진 꽃잎이 되지 마시라. 우리가 각자 살아가는 동안 내가 본 것을 당신이 똑같이 봤을 리가 없고, 당신이 느낀 것을 나 역시 똑같이 느낄 리가 만무하니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_39p/ 바라나시, 인도
오늘도 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지
내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 가능하지
사람은 사랑을 만나야 비로소 사람인 것이지
늘
자신만 만나므로 사랑 한 번 못 하고 사는 거지
사랑으로 살지 못하니 사람으로도 못 사는 거지 _64p
겸손해지게 한다.
나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상처받았던 나의 지난 어떤 날들에 대해서.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늘 나만 만나기에 사랑 한 번 못하고 산다는 저자의 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람을 만나고자 한다면, 사랑을 하고자 한다면 내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두고두고 곱씹어 본다.
하나의 여행지가 끝나고 다음 여행지의 시작을 알리는 사진을 볼 때, 언젠간 꼭 가리라 마음속에 담아 둔 그곳이 한 페이지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때 환희에 가까운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스페인, 모로코, 뉴욕, 하와이가 그랬다.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나는 어느새 그들 사이에 서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하와이 코나섬의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람결에 찰랑거리는 원피스 끝단을 발목 언저리로 느끼며. 작은방에 앉아 책 한 권으로 여행을 하던 순간이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이 그렇게나 크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존재하게 함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주니까. 좋은 여행 에세이가 주는 힘이란 이렇다.
따뜻함을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서운함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따뜻함은 둥글고 서운함은 날카롭기 때문에. _134p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로 믿지 않는 것이 나의 습성이었을까? 바람을 보지 않고 풍차를 바라보며 바람이라 믿는 것처럼. 나는 너의 겉모습만 믿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는 것에만 열광하던 내가 섭섭했다. 왜? 나의 마음을 못보느냐고, 애? 나의 마음을 못 믿느냐고. 풍차가 없으니 바람도 없다. 네가 없으니 나도 없는 것처럼. _277p
자신이 믿는 것, 믿는 것을 따르는 것. 나는 내가 걸으며 본 모든 것을 믿는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까지도. 그리고 그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의 자세를 믿는다. 자신이 태어난 곳과 겨우 그곳을 벗어나도 자신이 믿는 어떤 선지자에게 닿을 마음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의 절실한 자세. _266p
우리는 평생을 자신의 안과 밖을 오가며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할 것이다. 마음이라도 보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다. _286p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이 예쁘게 정리된 문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 아닌 작은 것에 서운해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으려 하지 않으며 더불어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 사람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는 푸근한 마음 보다 나에게 맞게 바꾸려 했던 날들. 한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휘몰아치던 감정이 가라앉고 뜨겁게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그제서야 보인다. 나는 그 사람을 믿으려 하기보다는 나를 주장하려 했다는 것을. 왜 더 믿어주지 못했나 싶은 후회도 그제서야 몰려온다.
작년 혼자 여행을 다닐 때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때가 다시 떠올라 가만히 있어도 설레는 마음에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저자의 손을 잡고 훗카이도를 시작으로 인도, 포르투갈, 모로코, 미국을 지나 스페인, 이란, 프랑스를 돌아 다시 훗카이도에서 마무리되는 여행길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선선한 황금색이었다고 답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의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 오후 4-5시의 하늘처럼.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어딘가의 그날처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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