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 Neighbor & Story</b><br/>이웃 밭 할아버지의 한숨 · 13<br/>두 개의 바다 · 17<br/>2,000원에 만난 이야기 · 20<br/>김밥 미학(美學) · 22<br/>예성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달 · 25<br/>마지막 여행, 눈물로 끓인 라면 · 29<br/>익지 않은 포도 · 33<br/>엿들은 전화 · 35<br/>손바닥 양산 · 37<br/>다시 기억해보는 사람 · 38<br/>이상한 휴대폰 · 40<br/>안주는 공짜 · 42<br/>눈물로 씻어 먹는 수삼 · 44<br/>두 사람 · 46<br/>술, 전화, 친구 · 48<br/>피정 한담(閑談)- 두 가지 감사 · 50<br/>피정 이야기- 길에서 만난 사람들 · 53<br/>여름이 참 좋다 · 67<br/>바다의 귀가(歸家) · 70<br/><br/><b>2. Thinking</b><br/>두 갈래 길 · 75<br/>기도 1, 2 · 77<br/>똥을 누는 진리 · 79<br/>꼿꼿한 고개 · 82<br/>아장아장, 2분 30초 · 84<br/>선물, 눈물, 빗물 · 87<br/>잘못 탄 지하철, 이 선생 파이팅 · 89<br/>뿌리 선생 · 91<br/>꽃이 피면 · 93<br/>쉰 넘긴 유치원생 · 95<br/>이런 사람, 저런 사람 · 97<br/>아, 똥도 염색이 되는구나 · 100<br/>남의 세상에 오지 마 · 102<br/>햇빛, 햇볕, 햇살 · 104<br/>랍비(라보니, rabboni) 면봉 · 105<br/>다시 찾은 하늘 · 107<br/>엄마 품, 아빠 논리 · 109<br/>모기의 아침밥 · 111<br/>늘 내 편에게 하지 못한 말 · 113<br/>행복의 원칙 · 116<br/>사막이 주는 깨달음, 산이 앗아가는 깨달음 · 118<br/>시래기가 고(告)함 · 121<br/>목줄과 울타리 사이에서 · 123<br/><br/><b>3. Family</b><br/>공기 연가(空氣 戀歌) · 129<br/>맬러뮤트와 햄버거 · 131<br/>아버지의 주전자 · 133<br/>눈물 한 바가지 · 135<br/>몰래 엿본 지갑 · 138<br/>편지 한 통 · 140<br/>꽃사과 꽃잎 날리는 쪽에서 부르는 망울 연가(戀歌) · 143<br/>할머니의 사진첩 · 146<br/>이(李) 씨 백(白) 씨 · 148<br/>익어가는 중 · 150<br/>할머니 엄마 · 152<br/>토끼가 되고픈 아빠 · 155<br/>책에 없는 이야기 · 159<br/>바리스타 이 목사 · 161<br/>목수 아들 목사 · 164<br/>기타는 타악기다 · 168<br/><br/><b>4. Nature & Reason</b><br/>양성굴광성 · 173<br/>고추잠자리가 읽어준 가을 편지 · 175<br/>히아신스의 외출 · 177<br/>숨 좀 쉬자 · 180<br/>마술사 반딧불이 · 182<br/>목사가 된 배추 1 · 184<br/>목사가 된 배추 2 · 187<br/>가장 넓은 이불 · 189<br/>늙어간다는 건 · 191<br/>고개 숙인 오후 · 193<br/>익어가다 익어가다 · 195<br/>낙타와 말 · 198<br/>거울 산 · 200<br/>가을 만들기 · 202<br/>백운산의 덤 · 203<br/>늦어도 빨라도 · 206<br/><br/><b>5. Church & Faith</b><br/>비 새는 예배당 · 211<br/>된다는 건 · 213<br/>새가 날아드는 교회 · 214<br/>시간 된 기도 · 216<br/>믿음과 신념 사이에서 · 218<br/>줄넘기 없는 복싱 · 220<br/>편지가 된 강낭콩 · 222<br/>증명 · 224<br/>똥의 진리 · 226<br/>화가로 살기 · 229<br/>휴지와 목장갑을 넣어주는 주유소 · 231<br/>자기 사랑 · 233<br/>지치게 하는 사람 · 235<br/>곳곳마다 선생님 · 237<br/>농부 하느님 · 239<br/>어른과 신앙 · 241<br/>나는 사람일 뿐이다 · 242<br/>늦은 밤에 전화하는 아이 · 244<br/>나무의자 한 개쯤 곁에 두는 이유 · 247<br/>풀의 조건 · 249<br/>목련꽃 아래에 서다 · 251<br/>생일 연가(戀歌) · 253<br/>허 참! · 255

이기봉은 철학·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모악산 아래 들꽃교회에서 목사로 살고 있다.<br/>그가 처음으로 수필집을 냈다. 수필집 출간을 축하해주려고 시인 유종화가 짧은 글을 썼다.<br/>아래 글은 유종화의 글이다.<br/><br/>30여 년 전의 일이다. 이기봉과 나는 목포민예총 문학분과 회원으로 만났다. <br/> 거기서 우린 시도 쓰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는 저 높이 계시는 예수를 그리워하며 기타를 퉁겼고, 나는 뻐드렁니가 매력적인 예순이를 그리워하며 노래를 불렀다.<br/>그렇게 만난 이기봉이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수필집을 낸다고 원고를 보내왔다.별거 있겠어 목사가 예수 찬양 얘기나 썼겠지, 뭐. 읽기도 전에 이렇게 단정 짓고 별 생각 없이 원고를 넘겼다.<br/>그런데 이게 웬 일 거기에는별의별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br/>내 집 개를 보듯 나를 보시던이웃 밭 할아버지, 물어볼 말만 뱉으시곤 앞만 보시는 할머니, 거리가 가까우면 전화가 더 잘 들린다는 친구, 술값만 내면 안주는 공짜로 주는 옥산댁, 청포도는 파래서 아직 안 익었다는 여인, 시력이 남아 있을 때 내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서 찾아온 친구, 목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남자, 세상에서 목사는 이 목사뿐이라는 이상한(?) 부부, 오르락내리락하는 달을 가진 예성이......<br/>그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기봉의 남다른 눈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하찮게, 시시하게 여기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거기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그의 눈을 보았다. 그 눈이 바로 작가의 눈이다. 그렇게 그는 이미 작가가 되어 있었다.<br/>표현은 성경을 닮아서 늙었지만, 내용은 그의 눈을 닮아서 신선했다.<br/>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 담긴 사랑......그 사랑은 평생 예수를 마음에 품고 살았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예수가 바로 사랑이고, 사랑이 바로 예수가 아니던가.<br/>제기랄, 이기봉의 수필을 읽다가 하마터면 내가 예수 믿을 뻔했다.<br/>- 유종화(시인)<br/><br/><b>저자의 글 / 책을 펴내며</b><br/><br/>어느 순간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br/>무척 보기가 싫었다. <br/>수화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수화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글로 말하고 싶었고 말이 글로 변화 하는 꿈을 꾸었다.<br/> <br/>내 글 안에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가족, 그 관계의 끈들로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오직 사랑만 있으면 되었기에 사람이라는 통발에 사랑이라는 미끼를 달아놓고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했다.<br/><br/>내 글은 특별나지 않다.<br/>말이 많아진 것이 싫어서 글로 한 것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br/>하지만 이 책을 들고 문득 나를 찾아온 사람과 말로 가슴을 비워낼 그 날을 꿈꾼다.<br/><br/>말이 글이 되고 책으로 바뀌기까지 항상 제 자리에서 기다려준 혜영, 효사, 효림이, 그리고 들꽃공동체 식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br/><br/> 2019. 9월. 빈 예배당에서 서성대며<br/> 이기봉

두 개의 바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람 날에 창문을 닫고 ‘두 개의 바다’를 펼쳤다.
생생한 삶의 흔적들이 선명한 목차로 시선을 압도했다. 발랄하면서도 묵직한 5개의 장으로 나눈 97편의 산문들이 저마다의 이미지로 가슴을 흔들었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쌓아두고 어찌 견뎌왔을까?

첫 글 ‘이웃 밭 할아버지의 한숨’에서부터 ‘나무 의자 한 개쯤 곁에 두는 이유!’까지수십 개의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마음은 사계절을 넘나들었다. 산문집 한 권에 담기에는 아쉬운, 그림책, 동화, 시, 여행기, 칼럼까지 다양한 장르를 만나는 기쁨을 오롯이 누렸다.

표제작 ‘두 개의 바다’는 완도의 작은 섬 ‘생일도’다.다시마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전인 ‘하나의 바다’와 갈매기놀이터인 ‘또 하나의 바다’를 형상화한 애피소드다. ‘생일도’는 교사인 아내가 두 아들과 관사생활 하던 섬이다. 바다에서, 교회에서, 마을에서, 자연에서 체험한 상황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묘사되었다.

그곳 출신인 진돗개 강아지가 보호자 없이 배를 타고 오던 사연은 가슴이 먹먹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다야!’라는 부름에 바람을 가르고 뛰어오던 ‘그 녀석’만으로도 단편집이 차고 넘칠 것만 같다.

결국은 ‘사랑하라’는 잔잔한 울림이 있는 장편의 산문집이다.
나무의 벗겨진 상처를 맑은 눈으로 들여다보는 사랑을 간직한 필자는,
일출과 일몰의 색에 다양한 비유를 곁들일 줄 아는 시인이자 이야기꾼이다

석양을 등지고 자전거 짐받이에 토끼식량을 싣고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소년이었고, 목수 아버지와 이쁜 할머니 엄마를 둔 막내아들이었다. 달과 가까운 동네에서 가난하고 낮은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청년 신학생이었으며, 모과 꽃 닮은 아내와 공동선을 지향하며 개척교회를 부흥시키던 신혼을 보냈으며, 두 아들뿐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며 농사꾼 목사가 된 들꽃교회 공동체 선장님이다. 늙어간다는 것을 지긋이 응시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모악산 능선 아래 김밥을 먹는 순간에도 바다 향을 헤아리는 작가의 감성을 지녔다.

명사들의 이론적 철학서보다 단순 명징한 철학들이 행간에 숨어있다. 구부정한 허리로 시골길 걸어가는 촌로들의 애잔한 남도 사투리에 버무린 명철한 삶의 문장들이 해학으로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손과 발이 그려낸 지도를 따라 남도 여행 속으로 들어가 걷고 있는데, 어느새 들꽃교회 현관에서 편안한 자태로 여유를 즐기는 강아지, 고양이들 숨소리 듣게 한다. 배추밭에서 이끌어내는 삶과의 조율은 농사꾼이 아니라면 공감조차 할 수 없는오묘한 진리다. 들꽃교회 텃밭에 날아드는 새들과 말 못하는 명자나무의 아픈 숨결을 끄집어내는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은 ‘화가로 살기’에서처럼 지금까지 삶의 행적들을 ‘두 개의 바다’에 쏟아낸 작가의 후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필자의 삶이 녹록치 않기에 다정하고 섬세한 문체의 결이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사목자로서 묵상하게 되는 피조물의 상생과 자연에 순명하는 농부의 삶이 교차되어선지 은유와 비유가 개성 넘친다.흥미진진 다큐가 펼쳐진 시골밥상처럼 정겹다.

일찍이 비유와 상징의 선구자이셨던 예수님의 비유를 학습한 수제자처럼 ‘생일도’의 다시마를 막 건져 올린 듯 개성 있는 비유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산을 오르내리며 넉넉히 챙겨오는 마음자락들 따라 다니느라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땡볕아래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한 바가지의 물을 숨도 쉬지 않고 넘기듯 글을 읽었다. 더불어 사는 공동선을 꿈꾸며 오늘도 들꽃교회의 텃밭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땅을 만지고 있을 목사님과 모과 꽃 닮은 아내를 그려본다.

먼저 읽는 특별함은 잠시,소감을 써야하는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물러간 태풍이 뒤늦게 빗줄기를 몰고 왔다. 본문 속 ‘세상에서 가장 넓은 이불’이 내려오는 중이다. 하느님의 선물인 가장 넓은 이불이 소외되고 아픔 겪는 피조물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생일도’의 갈매기들은 다시마를 키우는 부모와 어린 일꾼들을 응원하기를,
커피 향 피어오르는 들꽃 마당에서 대금 연주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아내에게 들려주는 날이 어서 오기를, 선하고 아름다운 주변인들이 들꽃교회 마당에 모여 음악을 펼치고 시를 읊조리고, 텃밭에서 수확한 열매로 공동체 밥상을 나누기를 간청하며, 오래 전부터 출판을 권했던 일인으로 커다란 기쁨을 나눈다.
- 김영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