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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2년 1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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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20g | 153*224*20mm |
ISBN13 | 9788991799783 |
ISBN10 | 8991799787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4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은 교류분석 이론에 따라 어린 시절 비판적이었던 어버이 자아에 의해 의존적으로 남아 있는 어린이 자아, 그리고 내면화된 비판적 어버이 자아에 의해 스스로에게 여전히 가혹하게 대하는, 우리들 중 많은 수가 지니고 있을 모습을 주인공을 등장시켜, 상담을 통해, 교육과 스스로의 통찰을 통해, 전이와 그 해소를 통해 독립된 성인, 나아가 더 성숙한 모습이라는 상호의존적 성인자아로서의 변모 과정을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다. 나의 눈길을 끈 만큼, 많은 북카페 회원들도 관심을 많이 가진 책이었다. 특히, '당신 자신에게 가혹하다고 여겨질 때는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이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했던 것 같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자기 스스로에게 여유롭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토드라는 인물(?)은 원래, 10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철학동화이자 우화소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앞부분에 그 줄거리가 간략하게 소개 되었는데, 사실 나는 절제나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인물의 상담을 좇아 가려니 초기에는 감정이입하기가 더더욱 어려웠다.
이해되지 않는 주인공의 성격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지극히 '미국적'인 화법이 호의적 태도형성에 약간 방해가 됐다. 내담자였던 적도 한 번밖에 없고 상담자인 적은 아직 없지만, 실제 우리가 쓰는 말투와는 너무 달라 공감과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아주 직설적이고 정리되어 있고 도도하다고 할까. 내담자의 말투조차도 말이다. 어쩌면 단지 '미국적'이기보다는 '문어체'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튼 토드는 내담자로서 자기지식을 꽤 가지고 있고 저항이 적으며 저항이 있더라도 성찰을 위해 기꺼이 이겨내고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하는 이상적인 내담자임에 틀림이 없다.
정서의 흐름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 『필리파 페리의 심리치료극장』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슷한 어리둥절함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말의 내용은 함축적이고 대화 흐름은 극적이라고 해야 되나, 조금 진행이 되었어야 나올만한 말이나 행동, 감정이 일찍부터 나오기도 하고, 좀 더 다루어야 할 것 같은 내용이 순식간에 마무리지어져 버리기도 하고, 좀 의아한 부분들이 있었다. 짧은 책에 상담의 맛보기를 보여주려니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해를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다행히 토드라는 인물은 회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과거와 내면을 점점 더 알면서 다소나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내담자로서의 혼란스러움, 기대감, 의존하고 싶은 마음, 깨달음의 시원함 등이 잘 담겨 있다.
그 의자가 자신만의 의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도 이 의자에 앉는 걸까?', '이 상담실이 일 주일에 한 번씩 사용하는 내 방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p. 44),
지난번 헤런과 만난 이후 토드는 일 주일 내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p. 58),
"토드 씨, 우리는 지금 전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당신은 이제 배우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고 결코 옛날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헤런은 다정하게 손을 흔들며 상담실의 문을 닫았다. 강둑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토드는 꽤 오랫동안 우울했던 지난 시간들보다는 훨씬 더 많이 행복해진 것을 알았다.(p. 73)
토드는 상담이 잡힌 그 다음 날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었다.(p. 96)
"혼란스럽다는 느낌은 배움의 과정에서 대체로 첫 번째 단계입니다. 혼란은 정해져 있던 경계가 사라질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기존의 신념과 행동 방식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보와 직면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창조와 불안의 시작입니다." (p. 107)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상담자도 상담자이지만, 현재 심리상담을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거나 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유한다. 상담기간 동안 자연스레 들 수 있는 의문, 반감, 혼돈 등 다양한 감정들이 성장에 수반되는 필수 과정임을 알며 상담의 주된 목표인 자신의 발견을 위해 '치열한 노력과 깨어 있는 사고가 필요'(p. 127)할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담자 헤런의 태도에서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위에 적힌 인용구들 중 굵게 표시한, 상담자가 직접 말하는 부분도 그렇고 아래와 같이 내담자 토드의 심정을 밝힌 부분에서도 상담자가 어때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토드가 살아온 이야기를 헤런에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비웃음을 당하거나 거부당하지 않고, 마음 편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성인의 삶도 아니고 엄청난 죄인의 삶도 아닌, 그냥 토드의 삶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도 행복했던 것은 헤런이 흥미진진하게 듣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p. 154)
일부 개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새로운 시각도 제공하고 있어 좋았다.
"분노는 우울한 생각을 견제하는 최상의 방어거든요. 화를 낼 때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내부의 어떤 두려움을 남에게 투사하면서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대신 남에게 화를 낼 수가 있는 것이지요."
(p. 178)
또한 우리의 모습이란 어떠해야 하는 지까지도.
"감성지수는 당신이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왜냐하면 감성지수를 통해 당신은 독립적인 인간으로부터 상호 의존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독립적이라는 말은 독특한 개성과 재능으로 당신을 당신 자신이게끔 하는, 일종의 자부심을 지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상호 의존이 좀 더 성숙한 모습입니다. 서로 차이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호 의존이란 사회 관계나 직장에서 다른 살마들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p. 197)
책을 읽다보면 나도 토드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방에 앉아 아무런 편견이나 비판 없이 내 이야길 들어줄 상대를 만나 끝도 없이 내 이야길 털어놓고 싶어진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바로 블로그가, 또 나의 사람들이, 내겐 바로 그런 상담의 장이자 상담자들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의 가혹함이란 말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해야 했던 많은 분들, 부디 수시로 자신을 만나고 또 그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시길, 평생이 그런 노력의 연속이라 해도.
"자기 비판보다 더 혹독한 비판은 없습니다.
우리 자신보다 더 엄격한 재판관은 없습니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아주세요."
(p. 109,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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