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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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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 문학동네 | 2012년 05월 25일 리뷰 총점8.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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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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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14.5만자, 약 4.8만 단어, A4 약 9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1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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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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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내가 아무리 너를 부인해도 너는 있다.
얼마나 생은 아프도록 눈부시고 좋은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화제의 연재작

“어디에선가 박하 향기가 나면
내가 다녀갔거니 해줘”

계속 살아야 하는,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하는
가엾은 우리, 우리를 살게 하는 이야기!

허수경 장편소설
『박하』


2011년 1월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으로 1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던 허수경, 그녀가 2011년 12월 장편소설 『박하』를 들고 다시금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근 4개월에 거쳐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일일연재로 소개된 『박하』는 그 시작부터 여러모로 화제가 된 소설이었다. 시인 허수경이 쓴다는 거, 시인 허수경이 독일로 가 공부로 삼은 고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거, 한 세기를 놓고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로 말미암아 인간이라는 존재의 안팎을 시공간을 거슬러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거, 그렇게 집요하게 근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거, 특유의 애잔한 정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져 있으나 그걸 집는 마음의 구부러짐으로 결국 인간의 심장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거.

사고로 아내와 아이 둘을 잃고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 한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 이연, 『박하』는 바로 그 사내, 이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라고 쓰인 노트 속 칸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전개된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이연은 출판 편집자다. 한 사람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으나 참고서 팀으로 발령이 나더니 결국 실업자가 되고 만다. 거기다 저릿한 연애 시절을 거친 후 결혼한 아내마저 두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두 번이나 불륜을 저지른, 사십대 중반의 허허로움을 이기지 못해 부유하던 그였으나 그로써 완전히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런 이연에게 대학 내내 동지였던 마준이 노트 한 권을 건넨다. 20세기 초 중국을 떠돌다 독일인에게 입양되어 고고학자가 된 이무의 기록이었다. 이연은 그 기록을 읽으며 이무과 자신을, 또 이무와 마준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연은 마준을 따라 독일로 가고, 거기서 또 이무의 기록을 따라 터키로 향한다. 이무의 기록에는 하남이라는 고대의 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이무는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노마드 여인 하남을 만나게 되고, 하남에게는 동시에 여러 시간을 살아가는 병이 있다. 하남과 사랑에 빠진 이무는 그녀와 삶을 꾸리고 싶어하지만, 탐욕스러운 식민지 시대의 기운이 터키를 침범하기 시작한다. 이무의 기록을 모두 읽고 난 이연은, ‘존재하지 않는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여둔 책에 대한 아이디어 폴더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아내가 썼던 시 한 편으로 시작을 꿈꾼다.

그녀가 서 있는 곳, 그곳은 고대였고
내가 서 있는 곳, 이곳은 20세기.
나는 하남을 불러보았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 그녀도 이 시간, 내가 서 있는 시간 속에 있구나.
다행이었다. 참으로 거짓말 같은 참말.
-p178

바야흐로 21세기, 시인 허수경은 왜 20세기의 이야기를, 그보다 더 앞선 고대의 이야기를 한데 묶을 수밖에 없었던 걸까.

“이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벌써 6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처음,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였던 하투샤라는 폐허 도시를 방문할 때였어요.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고대 도시였지요. 처음 그 고대 도시를 방문한 날 저는 그곳에서 바위 계곡에 피어 있던 야생 박하를 보았습니다. 박하향은 희미했으나 그 향기에 몰두하면 할수록 향은 더욱더 진하게 제 코를 스쳤습니다. 그 냄새 속에 몇 사람의 얼굴과 삶이 떠올랐습니다.”

박하로 대변되는 자연, 그 자연을 우리가 왜 찾는가…… 결국 그 무한성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1세기 만에 우리는 얼마나 빨라지고 거대해졌는가. 우리가 이룩했다고 믿는 그것, 그 발전의 그늘 뒤에 남은 우리의 모습은 과연 그에 비할 만큼 성장하고 성숙한 그것인가. 시인 허수경의 소설적 촉은 바로 그로부터 발한다.

“우리들이 가진 비극 가운데 하나는 고대인이나 중세인들처럼 자신의 운명을 ‘신의 의지’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신화가 사라지고 난 뒤 ‘신의 의지’라 체념하면서 간단없이 삶을 싹, 정리할 수 있는 배짱도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신화의 자리에 질문하고 반성하고 사유하는 인간을 놓아두었습니다. 삶은 정리되지 않고 영혼이 받은 죽음에 이르는 충격도 간단하게 처리되지 않습니다. 위로를 받을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영혼의 파탄 지경을 겪으면서도 계속 살아야 하는,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하는 우리.”

이 소설이 너무 슬플 수밖에 없는 이유, 그래도 어떡할 수 없는 이유, 우리가 처한 현실이 바로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존재 자체가 가지는 원초적인 비릿함을 누가 희석시켜줄 수 있겠는가. 소설 속 인물들은 대화보다 혼자 읊조리기를 즐겨하는 편이고, 이를테면 포기와 체념도 빠른 편이다. 도저히 정형의 문장으로는 나올 수 없는 감정적 토로도 많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헐거움과 뻑뻑함은 일정한 코바늘뜨기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어떤 물결의 일렁임을 따르는 듯 쉴 새 없이 출렁거린다. 그로 인한 멀미, 멀미라는 고독……

이때 허수경이 풍기는 고독은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비롯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물 속에 비친 나를 보는 심정, 그러나 그 ‘나’는 비단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나’임이 분명할 것이다. 허수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삶 앞에서 노마드가 아닌 자, 누구란 말인가. 방황하고 떠도는 것이 운명인 우리들이 이를 자주 잊는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 전쟁…… 이 수많은 재앙에 있어 가장 아픈 부분은 자연과 인간의 어떤 ‘영원의 표정’이 그 와중에 파괴되었고, 다시는 그 ‘영원의 표정’이 복구되지 못할 만큼 치명적인 부상일 것이라는 시인의 추측이 그리 빗겨나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아팠다면, 통증을 느꼈다면, 그것이 또한 치유이리라. 인간의 몸이 원래 그러하므로. 본디 자연을 따르는 것, 그렇게 자연을 영혼 속에 새기는 것, 이 소설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작가의 말
그랬다. 나는 항상 멀리 있었고 너 역시 그래서 우리는 이 생애에서 몇 번이나 만났던가. 그런데도 너는 잊혀질 만하다 싶으면 짧은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그게 우리의 인연이거니 생각했는데 참,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내가 그리워하는 너는 언제나 너의 소재지를 밝히지 않으니 그게 힘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인연을 붙들고 괴로운 것도 괴롭지 않은 것도 아니었던 시간에, 글을 쓰기 위해 오렌지빛 램프를 켜며 책상 앞으로 돌아온 나날들.

책을 한 권 다 쓰고 난 뒤 생각을 해보면 모든 글쓰기의 내면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19세기 말과 20세기,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금 21세기, 모두를 통틀어서 상처 없는 바람을 안고 간 사람은 없었겠지. 그리고 그 상처의 바람은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가슴에 품고 헤매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중략)

아, 내가 아무리 너를 부인해도 너는 있다.
얼마나 생은 아프도록 눈부시고 좋은가. 네가 어느 거리에서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나를 생각하니. 그리고 이 글이 쓰이는 동안, 고백한다, 너를 생각해보지 않은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네가 누구인지 나는 몰라서 글 속의 길은 좁고 가팔랐다.
2011년 11월,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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