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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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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7쪽 | 445g | 141*211*30mm |
ISBN13 | 9788974835248 |
ISBN10 | 897483524X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중 최고의 히트작은 “건축학 개론”이다. “당신도 누군가의 첫사랑 이었다”라는 카피가 말해주듯이, 학창시절 누구나 갖고 있을 첫사랑에 대한 아릿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 저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이제는 말라붙어 버린 앙금을 다시 우려낸 영화였다. 건축학 개론을 같이 들으며 서로가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끝내 서로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헤어진 후, 다시 건축을 매개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모든 첫사랑의 불변의 공식처럼 그들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마무리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첫사랑의 애틋함을 가진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거기에 나이가 조금은 있는 분들에게 인기가 있던 영화였다. 이 영화의 영향인지 최근에 건축에 대한 인기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고 3인 아들이 올해 건축학과를 생각하고 준비 중인데, 최근에 이 영화의 인기로 인해 ‘건축학과의 지원율이 높아 질 가봐 걱정이다’는 애기를 들어보니 그 인기는 우리가 생각한 이상인 모양이다. 하기야 이 영화의 인기로 인해 TV의 각종 프로의 소재로 건축과 집에 대한 애기들이 많이 등장하는 걸 보니 그러한 우려가 사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애기한대로 아들은 어릴 때부터 건축에 대한 흥미가 있어 집에는 세계 유명건축물에 대한 소개자료 및 유명 설계자들의 작품에 대한 책자가 많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위시로 하여 필립 코델유 존슨 등이 건축한 건축물에 대한 도식부터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한 건축의도부터 설명에 이르는 다양한 건축 관련 서적들이 말이다. 그 덕에 건축을 보는 나름의 안목은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건축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뼈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이루어지는 공간의 미학이라는 것도 말이다. 하기야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내면을 보지 않고 외모가 주는 만족감으로 상대를 쉽게 평가하는 우리네 실상을 보면 건축물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이 책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닮은 집”의 표지를 열고 언제나처럼 머리말을 보고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 책이 2005년에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된 문고판에 대한 개정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최근에 건축에 대한 인기에 편승하여 상업적인 의도로 출간된 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 말이다. 하지만 이 책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러한 나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 책의 글쓴이 서윤영은 건축이 전공이고,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며, 이미 건축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글쓴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전혀 강요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맞다고 윽박지르지도 않는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소박한 지식을 근간으로 모든 주장을 물 흐르듯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난 이 책을 통해 건축에 대한 지식보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전형을 보았다. 몇 시간짜리 건축학 개론의 강의를 듣고 난 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 풍요로움에 흐뭇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집을 짓는다. 그러나 모든 동물이 다 집을 짓는 것은 아니고 특정 종, 대개 새나 개미, 벌 등 곤충이 집을 짓는다. 오히려 지능이 높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알려진 영장류는 집을 짓지 않는다. 즉 영장류 중에서 인간만이 집을 짓는 다는 것이다. 그건 진화론 및 자연 순응에 따른 생물학적 특징으로 그렀단다. 그러한 생물학적 특징으로 시작된 이 책은 인류의 4대문명의 발상지에 따른 집 구조의 차이와 변천과정, 그리고 우리네 집의 역사와 집이 시대를 반영하는 아이콘임을 그 특유의 논리로 풀어나간다. 우리네 조상들은 집에다 붙이는 이름을 통해서도 집에 계급을 부여했단다. 더불어 우리의 전통가옥에서 마당이 주는 의미와 사랑채의 위치, 집의 구조에 따른 남녀 위상의 변화, 현대의 주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서재를 갖고자 하는 작금의 욕구가 역사적으로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간결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건축 활동은 곧 소비활동이며 이는 모든 소비활동이 그러하듯 시대의 지배담론을 따르며 개인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재현 한다’는 논리로 집은 단순히 거주공간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상의 반영하는 시대의 아이콘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집을 분석함으로써 그 시대의 문화와 제반 환경을 엿볼 수 있으니, 집이란 단순히 시대의 건축물이 아닌 그 시대상을 반영한 하나의 문화적 창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건축물이란 그 시대의 욕망과 문화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건축은 지배담론과 사회제도의 시녀로 작용하는 까닭에 새로운 사회제도가 발생하면 그 제도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건물도 함께 나타나고 또한 그 건물은 기존의 사회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려 보면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집안에서 치르었다. 시골 마당에서 보았던 전통 혼례식이며, 장례식 등은 모두 집안의 마당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모든 행사를 집밖의 대체공간에서 한다. 하기야 한세대 전만 해도 명절이나 기념일, 집들이 등의 집안행사에 다양한 친척과 손님들을 비롯하여 소소한 방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주택내 공간의 축소에 따른 내밀화의 결과이다. 이러한 사회현상도 집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변해서 그리된 것이다 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즉 현대의 주택은 과거에 비해 편리해 진 듯 하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공적 영역이 완전히 소멸된 반쪽 자리 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적영역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 사랑방과 마당이었다. 마당은 집의 부속물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 모든 가옥에서 그 집안의 중심이었다. 즉 방이란 마당의 부속물이고, 집의 중심은 마당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오면서 공적 공간이었던 사랑방과 마당이 없어짐으로 집이 가지는 공적 영역이 소멸되어, 갈수록 집이라는 공간이 내밀화의 공간으로 변형되어 간 것이다. 그러한 마당과 사랑방의 영역이 현대주택에서는 거실이라는 항목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아파트 평수에 유달리 집착하는 우리네 면모를 내다볼 수 있었다.
또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불어 닥친 아파트 광풍은 단순히 집에 대한 욕심뿐만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주거안정을 도모하면서, 거기에 수반되는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등을 통해 노동자를 더욱 온순하게 만들어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단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아파트는 지금 우리의 생활을 안정시키면서 또한 옥죄고 있다. 아파트가 정치 문화적으로 어떤 파생적인 생산물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아파트의 정치적, 시대적 담론이랄까?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근간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그 근원은 중산층이 소유한 집의 문제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작가의 주장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희망주택”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다. 그 집이 어느 유행가 가사의 한 구절처럼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이던, 부의 상징으로 미화되고 있는 수십 평대의 주상복합아파트이던, 요즘 인기 있는 노년을 대비한 전원주택이던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희망주택”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건축물 보다 그 건축물이 담아야하는 공간이 아닌가 한다.
집이란 구조물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그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어떤 이는 혼자서 그 공간에 거주하고, 어떤 이는 다른 이들과 그 공간에 거주한다. 하루의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몸을 쉬게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또 는 새로운 내일을 충전하는 공간, 가족들과 화목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 또 어떤 이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내밀함을 드러내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이처럼 집이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분위기를 달리한다.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골조물이나 집안의 가구 등이 아니라, 그 집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그 무엇이다. 그러기에 ‘초가삼간도 님과 함께 면 나는 좋다’는 유행가 가사가 인구에 회자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나의 그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사랑과 행복으로, 어떤 이에게는 무관심과 애증으로, 어떤 이에게는 한없는 외로움으로 채워진 공간일수도 있다. 내가 오늘 돌아가 내 몸을 의탁할 집에서 정녕 주요한 것은 그 집을 이루는 구조물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그것 이다. 우리가 집을 볼 때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 따라 내가 사는 집은, 내가 오늘 돌아갈 집은, 천국일수도 있고 지옥일수도 있다. 아니 세상에 그 어떤 곳보다 편안한 공간일수도 있지만, 가장 불편한 공간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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