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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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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11.79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86851869 |
2024년 04월 26일 ~ 2024년 04월 26일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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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 2024년 04월 28일
2024년 04월 22일 ~ 2024년 05월 05일
2024년 04월 19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9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5월 01일
[과학의 달 EVENT]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8월 04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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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를 만난 건 순전히 고미숙 선생 때문이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여건이 되면 남산에 있는 인문 의역한 연구소 감이당에서 고미숙 선생이 직접 강의하는 강좌를 주로 들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고미숙 선생이 작가이겠지만,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나에게는 고미숙 작가라는 호칭보다는 선생이란 호칭이 예의에 맞는 듯하다.- 고미숙 선생의 강의 중에 예제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연암의 『열하일기』였다. 열하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미숙 선생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열하일기 말고도 주로 언급된 고전이 ‘그리스인 조르바’, ‘돈키호테’, ‘서유기’ 등이다. 이 고전들이 다 길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안주하지 않는 삶. 그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이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고, 새로운 것과의 마주침이 아니던가. 고정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것. 길 위의 여정이야말로 최고의 인문학 공부가 아니던가.
위에 열거된 고전들을 만나고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 삶을 바꾼 책을 든다면 난 〈서유기〉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린 시절 만화영화의 소재로만 생각했던 손오공의 이야기인 〈서유기〉가 나의 사유의 깊이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꿔 놓았으니까. 우리가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고전을 판단하는 건 마치 코끼리의 다리만을 만져보고, 코끼리를 기둥이라고 생각하는 봉사와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전을 원전을 통해 만나보면 그 속에 펼쳐진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길 위의 사유에 해당하는 고전 중 가장 늦게 만난 책이 열하일기다. 우린 서양의 고전은 쉽게 접하면서 동양의 고전, 그중에서도 우리의 고전은 멀리한다. 왜일까? 뚜렷한 이유는 모른다. 막연히 한자문화권의 고전에 대한 두려움, 즉 문자에 의한 두려움도 아니다. 사서삼경은 쉽게 접하면서도 우리네 고전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 이 책도 아직 완역본은 만나보지 못했다-를 멀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추측하건데 아직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의식속에 자리한 식민사관의 영향 때문일까? 우리 것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중히 여기고, 우리 것은 하찮게 여기는.
고전을 만날 때면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전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고민해결을 위해 먼저 해당 고전에 대한 해설서를 참고한다. 헌데 이 또한 단점을 가진다. 물론 고전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해설서를 쓴 작가의 시선에 갇혀 편협된 시각으로 고전을 대하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고민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되는 고전을 만날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서 헤맨다. 원전(원전이나 완역본을 통칭함)을 먼저 만날까? 아니면 난해한 고전에 대한 해설서를 먼저 만날까? 원전을 먼저 만나면 그 난해함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렵고, 해설서를 먼저 만나면 그 해설서가 가진 사고의 영역에 갇혀서 고전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까 두렵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고전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해설서를 읽고, 다시 고전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이 또한 쉬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단 완역본을 읽기 시작했다. 완역본은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잘나갔다. 일기식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대한 기록은 흥미를 돋웠다. 헌데 2권의 초반부를 넘어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심도있게 논의한 대목에 이르면 조금씩 난관에 부딪친다. 특히나 음악에 대해 태학관에서 만난 왕민호와 윤가전을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인 망양록(양고기 맛을 잊게 한 음악이야기)에 이르면 난해함이 극애 달한다. 고전음악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으니 악률과 그 원리에 대한 글과 음악의 문화적 의의는 어렵기만 하다. 헌데 더 나아가 음악을 통해 고금의 사회문제와 왕조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부분을 만나면, 눈은 활자를 따라가고 있지만 정신은 이미 길 잃은 어린아이가 되어 헛된 곳을 정처없이 헤맨다. 이 정도에 이르면 연암의 다방면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한 경외감은 극에 달하고, 연암은 우리와 같은 땅을 살아간 선조가 아니라, 먼먼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사는 외계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난해함과 해박함에 일단 질리고 나면 열하일기에 대한 심오함을 깨닫겠다는 처음의 의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어떻게 해서든 완주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때부터는 정작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심오한 부분은 지레 겁에 질려 설렁설렁 그저 책장을 넘기는 데만 주력하게 된다.
헌데 고미숙 선생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만나보니 정작 흥미있고, 재미있는 부분은 열하일기 후반부에 다 있지 않은가. 넘겨버린 책장과 텍스트 속에 수없이 많은 보물들이 감춰져 있었지만 난 지나치고 말았다. 보고도 찾지 못했으니 이 또한 눈뜬 봉사이다. 이건 책을 본 것도, 읽은 것도 아니다. 그저 구경했을 뿐이다. 이 책『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은 『열하일기』에 대한 고미숙 선생의 끝없는 찬양가이며 보물 발굴기이다. 좋아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고미숙의 글은 연암의 글과 닮았다. 고미숙의 글과 어휘 속에 차고 넘치는 유쾌함과 끝 모를 끼와 해학이 어디서 왔는가 했더니 그 원천은 바로 『열하일기』였다. 하기야 우리네 고전 어디를 들쳐 봐도 그 속에는 삶의 유쾌함과 역설이 차고 넘친다. 그러니 고전문학을 전공한 작가에게 고전이 가진 특유의 해학이 전이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미숙은 “열하일기는 그동안 내가 학습한 표상체계로는 도저히 해독 불가능한, 일종의 ‘책기계’였다. 거기에 담긴 것은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이질적인 사유들이 충돌하는 장쾌한 편력이자 대장정이었다. 파노라마적 관광도 아니고,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도 아닌, 마주치는 것마다 강력한 악센트를 부여 할 수 있는 시공간적 편력, 그래서 그것은 더 이상 여행이라는 이름으로도, 편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릴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것은 오직 ‘유목’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릴 수 있는 것이었다.(23쪽)”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니 열하일기를 만나고 고미숙 선생이 푹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연암의 여정을 답습하기 위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고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열하일기는 얽매임이 없다. 얽매임이 없으니 모든 것이 자유롭다. 자유로우니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한순간의 머무름은 떠남을 위한 전초전이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엮어나간다. 그걸 여행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몰아붙이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움직이면서 머무르고, 떠돌아다니면서 둘러붙는 것, 그것이 『열하일기』다. 고미숙 선생의 말에 의하면 “지금 여기와 온몸으로 교감하지만 결코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암의 『열하일기』이다. 난 열하일기를 읽었으나 열하일기를 보지 못했다. 아직도 분량에 대한 유혹과 속도의 미학에 빠져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텍스트를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그걸 어찌 읽었다고,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열하일기』를 다시 만나봐야겠다. 고미숙은 말한다. 열하일기는 읽을 때마다 계속 다른 장을 펼쳐 보인다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정표가 그려진다고. 삶과 지식의 경계가 사라져,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되는 노마드의 경지에 이른다고. 갈 길이 너무도 멀다.
『열하일기』는 바로 그런 유목적 텍스트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짠한’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다.(26쪽)
“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하여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이런 글을 대체 어디다 쓰겠는가?” 말하자면 글이란 읽는 이들을 촉발하는 ‘공명통’이어야 한다. 찬탄이든 증오든 공명을 야기하지 못하는 글은 죽은 것이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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