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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행성

인간은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어네스트 지브로스키 Jr. 저 / 이전희 역 | 코기토(cogito) | 2002년 02월 28일 | 원제 : Perils of Restless planet: scientific perspectives on natural dis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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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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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640g | 153*224*3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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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어네스트 지브로스키 2세 (Ernest Zebrowski Jr.)
물리학 박사로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자연재해 대비 컴퓨터 모의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1997년 12월 『잠 못 이루는 행성』을 쓸 때 펜실바니아 공과대학의 물리학 교수로 있었으며, '자연재해와 문명'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다. 그 외 저서로 『Practical Optics』가 있으며, 최근에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완전한 원의 개념을 추구해나간 과정을 평이하게 서술한 『A History of the C...
역자 : 이전희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지질과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 대학원 지구물리학 전공(석사 및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종합안전평가팀 박사 후 연수 현재 기상청 지진담당관실 기상연구사

예스24 리뷰

김정희 candy@yes24.com
“자연재해는 우리 인간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과연 그렇다. 종종 텔레비전을 통해 거대한 토네이도가 힘들여 가꾸어온 인간의 터전을 모두 날려 버리고, 홍수와 지진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광경을 목격하면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엄청난 힘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단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그 스펙터클에 경외감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희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안도감이 섞인 불편한 마음을 품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과학자들은 자료를 통해 자연재해에 대해 조사하고, 다음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대자연은 무엇 때문에 이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인가?

2)우리 인간들은 이 같은 사건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두 질문은 『잠 못 이루는 행성』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이 정도 소개하면 대부분 예상하겠지만,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재미를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놀랍게도 의외의 재미가 있으며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책이다.

우선 저자는 자연재해를 재난과학(disaster science)으로서 과학(사물과 사태의 본질과 그 원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과 공학(인류에 대한 봉사를 목표로 삼고 구체적인 결과를 요구 받는다는 점에서) 사이에 자리매김시킨다. 그리하여 “역사적인 자연재해 가운데 일부를 조망하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과학의 진보와 아직도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과학분야, 앞으로 제기될 과학적 질문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경제적 요인, 그리고 우리들이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이상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 이해 수준에 언제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 등”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따라서 결코 자연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면서도 아직 재난과학에 대한 연구 업적이 없는 우리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이 주는 의외의 재미는 역시 “역사적인 자연재해”에 대한 자료에 입각한 구체적이면서도 꼼꼼한 묘사이다. 275,000명의 인구가 하루만에 수백 명으로 줄어든 1755년 11월 1일 리스본에 닥친 쓰나미(지각 변동에 의한 해일),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로 평가”되는 1992년 8월 말의 허리케인 앤드류의 묘사는 재난 영화가 그리는 것처럼 선정적이지 않지만, 그에 방불할 만큼의 긴장과 자연재해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자연재난과 그 과학적 대응에 관한 쉽고도 흥미진진한 안내서

추천평

재난과학(disaster science)은 과학과 공학의 경계에 놓여 있다. 사물과 사태의 본질과 그 원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는 과학에 속하며, 인류에 대한 봉사를 목표로 삼고 구체적인 결과를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이는 공학에 속한다. 자연재해에는 태풍이나 해일, 지진 및 화산 등과 같은 범 지구적인 사건만이 아니라 운석 낙하 등의 천문학적 사건, 전염병과 같은 생물학적 사건 등을 포함하며 따라서 물리학·천문학·지질학·해양학·생물학 등 모든 분야의 과학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미래의 일을 유추해나간다는 점에서 수학과 통계학도 취급하며, 많은 인명을 대피시키고 혼란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는 널리 알려진 학제간(學堤間) 연구의 대표적인 분야가 된다.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자연재해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여름마다 장마와 태풍으로 적지 않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높은 인구밀도는 큰 재해의 발생시 엄청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역사 문헌을 보면 현재 우리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지진이나 화산으로 인한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연구만 있을 뿐 이를 전체적으로 묶어 수행하는 학제간 연구로서의 재난 과학에 대한 개념이 발달하지 못한 실정이다.

『잠 못 이루는 행성』의 저자는 여러 재난과학 분야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면의 학문을 폭넓게 보여주며 학제간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이 책은 전염병을 비롯하여 지진·화산·해일·태풍 등 인간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모든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 자연재해의 양상이 마치 신문기사를 보듯이 생생하게 묘사되며, 이들 재해의 자연과학적 원리 및 이에 대응하는 공학기법들의 서술은 해당 분야의 교과서로 삼아도 좋을 내용들이다. 인류가 장래에 재해를 예보하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인지 전망하는 부분에서는 미래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며, 과학의 발전과정과 그 한계를 설파할 때는 과학사가 및 과학철학자로서의 높은 식견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으로 통합되어 있어 시작부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재난과학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우리나라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로부터 전문인들까지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과 인류의 장래에 대하여 몇 가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크게 보아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다소의 희망적인 내용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인류의 장래에 대한 저자의 비관론적 관점은 명확하고 생생하다. 이스터 섬의 원주민 전체가 스스로의 파멸을 위하여 그토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 또한 방글라데시의 국부(國富)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인구밀도(우리나라의 인구밀도 역시 이 나라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다)로 인하여 매년 우기마다 발생하는 무시무시한 비극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면서도 인구는 점점 더 늘기만 한다는 사실이 인류의 미래를 상징한다는 점, 또는 도시가 늘어가면서 점점 창궐하게 되는 전염병 등에 대한 묘사 등은 너무나 생생해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시되는 낙관론은 분량도 적고 말투도 확신이 없는 듯하여 책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끼워넣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지울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인류가 지금까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일이 설령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그 노력 자체가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절대로 없다. 그리스의 비극이나 『삼국지연의』에서 인간이 운명과 투쟁하는 내용을 보며 모종의 감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인류의 노력에 대해서도 같은 경의를 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고 믿으며 이 믿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 이전희(옮긴이, 기상청 지진담당관실 기상연구사)
자연재해는 우리 인간들의 심리를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구조요원으로서, 어떤 이는 대재난을 막기 위한 장기계획을 세우는 공무원이나 기술자로서, 또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방관자로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이에 관심을 갖는다. 최근의 자연재해에 대한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함께 그들 자신이 희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개인적 안도감이 섞인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 그 와중에 과학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하여 조사를 하고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 무엇이 대자연으로 하여금 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2) 우리 인간들이 다음 번에 이 같은 사건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과 이에 대답하기 위한 현재 및 과거의 모든 시도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앞에 직면해 있는 과학의 도전들이 이 책 전반을 통하여 일관된 주제가 된다.
분명히 재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순수하게 머리 쓰는 연습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지진, 홍수, 태풍 및 전염병에 대한 과학적 모델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현실에서 인정받음에 따라 이들이 공학, 의학이나 다른 직업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길이 트인다. 또한 발달된 과학의 이해는 대중 정책의 장으로 들어서서 예를 들어 개정된 건축 법령이나 개선된 대피 계획을 입안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서는 재해 과학의 유익한 파급효과에 대한 설명을 길게 종합하였으며 필자는 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의 과학 연구는 절대로 다른 사회활동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현대의 사회 체제 사이에는 수많은 피드백 회로가 있어서 이들이 서로 밀접한 공생을 이루도록 한다. 과학은 재단과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며, 또한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발전된 방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 공학 공동체에도 의존한다. 예를 들어 기상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은 도플러 레이더나 위성 계측 등의 원격 탐사 기술을 개발한 공학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오늘날 지진학자들은 최근의 미소전류 가속도계나 이와 관련된 감지 시설의 발전을 통하여 탐구의 새로운 영역에 접근할 수 있었다. 현대의 과학 연구는 인간의 감각기관에만 의존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대자연이 우리의 끈질긴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작고 희미하기 때문에 과학이 우리 인간의 미약한 감각의 폭과 영역을 확장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과학은 공학이 아니다. 과학은 질문에 대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그 질문에 답이 없다고 밝혀질 수도 있고, 그 답변 가운데 몇몇은 대중들에게 엉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공학은 인간의 직접적인 필요와 목적에 맞추어 우리의 자연환경을 개선한다는 더 실질적인 목표를 갖는다. 때로는 두 가지 활동이 겹치거나 서로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과학적 탐구 가운데 어떤 것이 결국 사회에 유용한 것으로 밝혀지는지 미리 결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어두운 골목길을 운에 맡기고 달려가는 것과도 같다.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돌멩이만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폐기된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일본에서 메기의 행동과 임박한 지진과의 상호관계를 찾는 일이 있었다. 이들의 관련 현상은 결국 드물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지진예보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신뢰성 있는 과학적 원리를 찾는 공학자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메기에 관련된 연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 반대로 이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특정 연구과제가 비생산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과학은 항상 무지로부터 시작된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다. 사회에서는 항상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노리며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자연재해를 이해하고자 하므로, 미래의 대재난을 예측하고 완화시키는 일에 대하여 과학자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기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묻는 것은 정당하다. 필자는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해답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대신에 필자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인 자연재해 가운데 일부(합당한 선택이었기를 바란다)를 조망하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과학의 진보와 아직도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과학 분야, 앞으로 추구될 과학적 질문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인, 그리고 언젠가 우리들이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이상적으로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 이해 수준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 등이다.

필자는 재해 전문가들을 위해 이 책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현재와 미래의 정책 결정자, 학생들, 그리고 독립 사상가 등 더 넓은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다. 그들이 중요한 때 결단을 내리느냐 그렇게 못 하느냐 하는 문제가 미래의 재해에 의하여 위협받는 인간들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일부라도 그들의 어휘에서 '상식'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대신 그들 자신의 것까지 포함해서 모든 선입견을 엄밀하게 재평가하기를 진정으로 희망하며 이 책을 썼다. 또한 이를 넘어서서 필자는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활동―오류에 빠지기 쉽지만 스스로 이를 고쳐나가는―을 통하여 대자연의 깊은 비밀을 벗기려는 인류의 투쟁에 대하여 느껴지는 일종의 지적 감동이 성공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네스트 지브로스키 2세
이 책은 관념적인 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책이다. 모든 논의가 더 나은 재난 대책을 지향하고 있다. 과학과 공학적 지식은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을 활용한 정책은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과학에 입각한 각종 예측 방법은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피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게 해준다. 새로운 과학이론의 모색도 자연재난을 예측하여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현재 지구상의 재난 대책에는 몇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학적인 문제다. 댐을 쌓아 홍수를 막을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다한들, 댐을 쌓을 수 있는 돈이 없다면 그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국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는, 자연과 환경의 관계를 살피지 않는 정책가의 무지다. 그들은 생태계 파괴로 생기는 위험을 잘 모르는 채 정책 결정을 하기 일쑤다. 셋째는 과학자 자신이 근본적인 물음에 도전하기를 꺼려하는 침묵이다. 과학이 너무 세분화된 결과 과학자는 자신이 다루는 조그만 주제에만 매달리며, 과학 전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과 사안에 대한 둔감함이다. 이 책의 각종 재난에 대한 포괄성, 과학적 원리에 관한 친절한 설명, 과학과 재난을 보는 통찰력은 궁극적으로 이 둔감함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사족 하나. 사물을 보는 '작용과 반작용'의 관점이 인상적이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아의 구별은 상대적이며 모두 의미가 있다. 인간의 처지에서 보면 쓰나미와 허리케인은 악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쓰나미와 허리케인은 인간의 구조물 때문에 늦춰지거나 멈춰지기도 한다. 허리케인의 존재는 더욱 예민해서 인간의 집 한 채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켜 허리케인의 발전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전염병의 경우도 비슷하다. 인간에게 세균성 병원균은 혐오스러운 적이지만, 세균성 병원균에게 인간은 자신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들은 진화의 방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인체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처럼 재난과 인간집단은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있다. 인간의 작용에 대한 자연의 반작용인 셈이다. 인구 규모가 커질수록 자연재난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는 이스터섬의 역사가 말해주듯, 인류의 절멸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 논리를 더 밀고 나가면 자연재난의 극복은 인간 외적 요인의 제어에서 그칠 수 없으며, 인간 내적인 요인의 개선을 수반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사족 둘. 사례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드물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겨우 1995년 5천 명의 사상자를 낸 고베의 지진과 일본 학자가 제기한 '메기 학설'(메기가 지진을 과연 예보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쟁 정도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지역의 대홍수를 보면서 한강이나 임진강, 낙동강의 홍수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산 폭발을 보면서 백두산과 한라산을, 지진 발생을 보면서 가끔 우리 몸을 떨게 하는 지진을 연상하게 된다.
사족 셋. 한국 영토에 사는 우리로서는 직접 우리에게 절실한 자연재난에 관한 정보가 없다. 그것은 이 책의 결함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학계에서도 호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 지진, 화산 등에 관해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연구 업적을 내야 할 것이다. 기상이변이 생기면, 슈퍼컴퓨터만 들여놓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신앙'의 극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역시 지진과 화산 같은 재난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정책 배려,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 신동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
1775년의 만성절에 포르투갈 리스본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교회에 있었다. 그들 중 자신들이 생애 마지막 미사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 차례의 쓰나미 가운데 첫 번째는 오전 9시 40분에 이곳을 강타했다. 화재가 전 도시를 삼켰는데, 이는 역으로 40,000구 정도의 시체로부터 당연히 발생될 악성 전염병으로부터 생존자들을 구하는 역할을 했다. 지브로스키는 지난 천년 동안 대자연에 의하여 발생한 가장 공포스런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이들이 어떻게 예측가능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사이언스 뉴스

여러분이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다. 어네스트 지보로스키 2세의 빛나는 책 {잠 못 이루는 행성}은 이 같은 드문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책은 화산, 전염병, 지진, 소행성, 쓰나미, 토네이도, 그 밖의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훌륭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보기 드물게 주의 깊고 정확한 과학자인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북스 앤드 필름

역사적 자연재난에 대하여 흥미와 정보를 동시에 담으려는 매혹적인 그물망이다.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실재했으나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한 아주 재미있는 사실들로 가득 차 있다.
-가디언

지구의 파국적인 대변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과학의 요체를 제공한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이같이 위험한 행성에서 어떻게 계속 살아나갈 수 있는지를 숙고하면서 읽어볼 만할 것이다.
-뉴 사이언티스트
"잠 못 이루는 행성"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태양계에 속한 행성인 지구가 계속 요동치는 불안정한 물체라는 점이다. 둘째는 이 행성에 붙어사는 소종족인 인간이 그 요동침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의 요동과 인간의 불안은 반드시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 행성이 제아무리 거대한 불을 뿜고 몸을 비튼다 해도 그곳에 우리 인간의 존재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혜성이 놀라운 속도로 하늘을 가르고 별똥별이 무수히 작열한다 해도 우리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그것은 한 폭의 아름다운 에어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우주의 어떤 일들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넓은 지역에 걸쳐 대규모의 거주민을 덮친다면 상황은 악화된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시간이 없다면 최악이다. 자연재해란 이런 끔직한 부류를 말한다.
우리는 이 자연재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반 시민은 늘 자연의 재난을 겪지만, 하늘을 원망하거나 정부를 욕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과학자와 공학자 다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꿰는 안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책자들은 부지런히 어떤 일을 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과학·공학적 지식은 물론 좀더 근본적인 역사적·철학적 통찰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브로스키는 이 세 부류 모두를 독자층으로 삼는다. 그는 독자와 함께 자연재해에 대한 역사적 경험, 과학적 토대, 철학적 통찰을 나누고자 한다.
일반 시민을 독자층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곧 글쓰기가 남달라야 함을 뜻한다. 지브로스키는 무엇보다도 일반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수많은 사례를 활용한다. 그것은 두 부류로, 하나는 역사에서 끌어오고, 또 하나는 기억이 가시지 않은 현장에서 끌어온다. 1755년 11월 1일 아침 포르투갈 리스본을 덮친 쓰나미(津波海溢)의 위용과 피해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책을 연다. 계속해서 그리스 에게 해의 테라 문명의 멸망, 아틀란티스의 전설, 크레타 섬 미노스 문명의 멸절, 고대 영국 스톤헨지의 석조 건축물, 1906년 샌프란시스코와 1908년 메시나 대지진의 비교, 1889년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의 대홍수, 1985년 1만 명의 사망자와 25만 명의 가옥피해자를 낸 멕시코 대지진, 폴리네시아 이스터 섬의 거석문명의 멸절, 페루의 화산 활동, 시베리아에 떨어진 운석,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토네이도 등 극적인 사례가 이어진다. 극적인 사례에 대한 그의 서술태도는 결코 선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생생한 묘사, 꼼꼼한 과학적 분석, 치밀한 서술 논리를 무기로 한다. 그는 각 사례로부터 자연재난의 근본적 원인, 피해 규모에 영향을 끼친 각종 요인, 재난의 사회적 영향, 효과적인 대응 방식과 그렇지 못한 것, 재난의 예측가능성 등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과학적 분석이 깊지 않고, 설명이 친절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자연재난을 다룬 괜찮은 서적에 그쳤을 것이다. 지브로브스키는 고등학교 정도를 졸업했다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과학적 원리를 쉽게 풀어낸다. 주택을 다룬 장(3장)에서는 재난 때 어떤 집이 무너지고, 어떤 집이 무너지지 않는가에 대한 구조역학을 설명한다. 죽음과 생명을 다룬 장(4장)에서는 진화의 메커니즘, 인구 증가에 대한 과학적 추론, 인간과 전염병의 상호 관련성에 대해 설명한다. 파도와 해일(5장)을 다룬 장에서는 피해의 규모를 결정하는 파동, 파속, 파고 등의 파장이론과 에너지학을 설명한다. 지진(6장)을 다룬 장에서는 지진파의 속성과 지진계의 원리, 지구의 판구조이론, 지진예측학을 설명한다. 화산과 소행성의 충돌을 다룬 장(7장)에서는 화산의 유형과 메커니즘, 분화의 효과로서 쓰나미, 화산재의 대기순환과 함께 소행성의 충돌의 가능성과 피해 규모에 대해 설명한다. 치명적인 바람(8장)을 다룬 장에서는 열대성 사이클론과 허리케인, 태풍, 토네이도의 발생과 발전, 소멸에 관한 대기의 동역학을 설명한다.
지브로브스키의 과학사적 안목은 쓰나미, 전염병, 지진, 화산과 소행성, 사이클론과 토네이도 등을 포괄하는 자연 재난과 그를 설명하는 과학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그는 가장 간단한 역학적 원리에서 시작하여 더욱 복잡한 유체 파동이론의 설명, 통계열역학, 카오스이론(9장)으로 나아간다. 그는 이런 각각의 이론을 과학사의 일반적인 흐름, 즉 뉴턴의 결정론적 과학관에서부터 덜 결정론적인 과학관으로 진화하는 흐름 안에 녹여낸다. 그 효과는 분명하다. 단순한 재난 사례에 암기가 아니라, 그 사례에 깃든 수학, 물리학, 생물학의 핵심 내용을 공부할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과학의 성격 그 자체를 통찰할 수 있게 된다. 각종 재난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과학적 원리를 배우고, 각 원리에 놓인 계단을 건너뛰면서 과학 그 자체를 이해하게 되니, 이는 일석삼조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과학교육을 가르치는 학자답게, 그는 자신이 삼은 주제의 교육적 효과를 잊지 않는다.
과학의 성격 그 자체를 논하는 것은 단지 현학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을 논하지 않고 재난의 근본 문제를 캐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진이나 기상이변은 왜 생기며, 인간은 그것을 얼마만큼 예측할 수 있고,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우리의 과학은 자연재해에 피해를 덜 입는 구조물의 건축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하며, 재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인공 시설물을 만들게 해주며,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기상 예측을 가능케 해준다. 하지만 재현 불가능, 불규칙성을 특징으로 하는 지진, 쓰나미, 기상이상의 생성과 진전을 예측하는 수준의 과학은 아직 없다. 과학혁명 이후 인류가 발전시켜온 뉴턴의 과학이나 이후의 통계학, 통계역학적 이론도 언제, 어떤 시각에 어느 지역에 어떤 허리케인이 등장하여 강한 놈으로 발전해나갈지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흔히 태평양 건너 나비의 날갯짓이 한국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로 불려지는 이론에 따르면, 매우 사소한 계기가 매우 큰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사소한 계기란 너무나도 널리 깔려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측불가능하며, 현대의 가장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로도 이런 바람의 진전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수억 개도 넘는 변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이쯤에서, 지브로브스키는 기상이변이나 전염병 발생과 같은 재난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고전적인 과학 개념으로는 불가능하고 새로운 과학관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가장 비결정론적인 과학이론인 카오스이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도 비선형적인 복잡계 현상을 다룬 과학이론인 카오스이론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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