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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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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16쪽 | 174g | 128*205*20mm |
ISBN13 | 9788932034942 |
ISBN10 | 893203494X |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 북에코백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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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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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에게는 기억하는 시간이 많다. 그는 이 많은 시간을 요리한다. 과거를 더듬고 현재를 다듬어 버무린 다음 예감이라는 모양으로 미래의 접시에 요리를 담는다.
이 시인을 발견한 계기가 있다. 나는 신형철 작가를 좋아한다. 그가 두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 절묘한 수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그래서 그는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에 그의 시화집 [인생의 역사]를 읽었다. 부록에서 박준 시인의 시집에 대한 발문을 발견했다. 유독 눈길이 갔다. 바로 돌 하나 던져 새 세 마리를 잡았다. 그의 시집과 수필집을 찾고, 구매하고, 읽었다.
시집은 어렵다. 특히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하는 시집들은 더 어렵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뿌연 안개 속 틈 하나를 발견해서 얻는 깨달음의 무게는 묵직하다. 그 깨달음은 항상 내 앞에 놓은 밥상을 엎어버린다. 그리고 새로 놓인 밥상에는 처음 먹어본 듯한 새로운 요리가 하나씩 있다. 요리의 맛은 가관이다. 절묘하다는 말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다. 우리나라 시 백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새겨놓은 심미적 유전 형질 같은 것이 박준의 시에는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미덕이 있다고도 한다. 내가 본 그의 미덕들을 정리해본다.
그에게는 그리움이 있다.
그에게는 심미안이 있다.
그에게는 무심함이 있다.
그의 시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의 시에는 유별난 ‘나’가 있다. 그 ‘나’는 작은 것에 반응하고, 그 차이를 요리하고, 만든 차이를 음미하다 못해 애인으로 삼는다.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한 채.
그의 시에는 시간들이 있고 그는 시간을 항상 돌아본다. 돌아본 시간들은 미숙했지만 서로에게 공평했고, 나른한 일상이 있고, 작은 욕심도 보이고, 낙관의 기운도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들이 가는 마지막 목적지는 평화다.
박준에게는 준비성이 많다. 그는 현재를 불러서 다독이며 미래를 지시한다. 신형철은 그런 박준의 마음을 ‘현재를 미래에 선물로 주려는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누구에게? 바로 자신에게.
박준은 두 삶을 산다. 신형철의 말을 빌리면 아픈 일들을 잊지 않으려는 삶과 우리가 함께 있을 시간들에 대한 예감으로 버텨내는 삶이라고 고백한다. 이런 두 삶을 살려면 두 배 이상의 사랑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박준은 삶이 두 개 듯 사랑도 두 개다. ‘아픈데 가렵다’고 하는 배려의 사랑과 ‘가렵고 아프겠다’는 공감의 사랑이다.
박준은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기다렸던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 회상과 예감을 오간다.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고, 그를 아프게 할 말과 행동을 걸러내며 준비한다. 먼저 한 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사는 그런 돌봄이 그에게는 있다.
박준은 요리사다. 박준에게 요리는 ‘당신이 먹으면 좋을 것을 좀 만들어 두는 일’이라고 신형철은 말한다. 요리 역시 미래에 혼자 미리 갔다 오는 일이고, 당신을 데리고 한 번 더 그곳에 가는 일이니 박준에게 요리는 돌봄과 같다.
그에게는 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세상에 흔한 작은 것들이다. 그 작은 것들은 나름대로 다름이 있다. 다름은 누군가를 반대편에 두는 일지만 틀림처럼 벽이 없다. 반대편은 내가 서있는 곳과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알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들이 이 시집에서 벌어진다. 신형철의 평론가의 말처럼 그는 아마도 ‘작은 차이들의 연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사람 같다.
이런 박준이 가진 마음씀들이 결국 사랑이 아닐까? 그가 우리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이 시집이 내게 준 보살핌은 내가 겪었던 어느 누구의 돌봄보다 따스했다. 박준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닮은 고마움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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