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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2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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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50g | 145*210*30mm |
ISBN13 | 9788973812714 |
ISBN10 | 8973812718 |
2024년 06월 13일 ~ 2024년 06월 18일
2024년 06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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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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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때 대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제목이 힘이 가장 컸습니다. '미술품 위조 사건' 이라는 제목만으로 엄청난 호기심을 이끌어 냈으며,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더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스치듯 들었던 책입니다.
미술품 위조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도 계속 어딘가에서는 은밀히 진행되고 있을,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후로 그림자 처럼 늘 따라다녔을 '위작' 에 대한 소설이라는 점은 특별한 소재는 아니였지만 충분히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거리 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미술품 위조 사건이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희대의 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 된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이상 호기심만으로 바라 볼 수 없었던 소설 '미술품 위조 사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주 어릴적 그림을 취미로 장난삼아 그렸던 시절. 저는 따라 그리는 재주가 뛰어났었습니다. 한번 본 것을 기억해 재구성하는 능력보다 그림이나 사물을 유심히 살펴보고 똑같이 그려내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릴적 만화나 풍경, 사람들을 그냥 마구 그리면서 지냈었죠. 부모님도 주변 사람들도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서 고등학교 3학년때 아주 늦은 시기에 전공을 미술로 맞추고 미대를 진학하기 위해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미대에 입학을 했고, 대학 생활 내내 그림이라는 창조적인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미대로는 손꼽는 학교였기 때문에 동기생들도, 교수님들도 모두 엄청난 자부심과 작품 활동들을 했었습니다.
지금 저는 그림을 업으로 하고 있진 않습니다. 이유는 학교를 다니면서 제가 평생을 해야 할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너무 간단했습니다. 제가 미술을 선택했던 그 이유가 미술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리는 재주' 였습니다. 그리는 재주를 타고 났기 때문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창조적인 활동이나 생각은 그림이 아닌 음악쪽에 있다는걸 깨닫고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보고 그리는 그림이나 정밀화는 누구보다 잘 그릴 자신이 있지만 내 안의 희미한 무언가를 유로 창조해 내는 작업을 그림에서는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어릴 때 뿐만 아니라 대학때 늘 들었던 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이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 뜻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최초의 그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바로 자연을 모사하고 사람을 모사하면서 때어났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바라보고 뜯어 봐도 이해하기 힘든 추상화의 경우도 붓 가는 대로 마구 그린 그림이 아니라 이런 모사의 과정과 창작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혹은 완성되어 가는 부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술품 위조 사건' 은 그런 점에서 보면 전혀 특별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특별하지 않은 주제가 책으로 까지 쓰여지고, 이 책은 '2010년 에드가상 최우수 범죄 실화 부문 후보작' 에 까지 거론이 된 것일까요? 어찌보면 '위작' 이라는 활동이 범죄에 쓰일 수 있고, 얼마나 커다란 범죄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나의 사건 때문이였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바라보는가?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정말 흥미로웠던 점은 주인공인 존 드류가 어떻게 위작을 만들고 어떤 방법으로 유통을 시켰으며 얻은 수익이 얼마나 되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 고고한 미술학사들과 전문가들을 속일 수 있었는가?' 였습니다.
사실 존 드류 한명에게 농락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영국뿐 아니라 전 유럽, 미국에 걸쳐 그의 방대한 사기 행각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 가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예전에는 위작을 가려낼 방법이라곤 전문가의 판단과 그 작품의 출처나 작가의 사인, 누가 혹은 어디서 소장하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판단의 밑거름이였지만 현재는 위작이라는 행위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충분한 인식과 자외선, 적외선등을 이용한 정교한 위조품 식별 기술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학자나 명성 있는 기관들은 여전히 사기꾼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거기에 대한 제법 훌륭한 답변을 책의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전문가들은 종종 특정 화가 또는 특정 시대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흔치 않은 발견' 에 의해 세상에 나온 그림을 보기를 기다린다. 는 것 이였습니다.(p322)
한 예로 '반 메헤렌' 이라는 사람의 일화가 소개 되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의 위작을 시작했고, 그것이 들통이 나더라도 자신의 위작에 속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1년형을 선고 받기 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그림은 수백만 길더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라면 돈을 내고서라도 왔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 이 그림은 아무런 가치 없는 하챦은 물건입니다. 공짜로 보여준다고 해도 아무도 이 그림을 보려고 길을 건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p321)
또 에릭 햅번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림은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의 의견일 뿐입니다."
이 얼마나 세상을 향한 통쾌한 질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주관적인 것이 바로 예술품입니다. 하지만 가장 객관성을 띄어야 하는 것 또한 예술품입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가장 주관적인 시선으로 만든 예술품을 가장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평가를 하는 이 아이러니컬한 문제에 대한 부분을 콕 짚어 이야기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대중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 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든, 곡을 만드는 작곡가든, 노래를 하는 가수든, 책을 쓰는 작가든 그들 모두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작품 활동을 해나갑니다. 그들에게 객관적인 입장 이란 '대중적' 이라고 들리기도 합니다. 창조를 하는 사람들에게 대중적이라는 말은 또 하나의 흔하디 흔한 이야기나 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조심합니다.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해 '대중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대중이나 전문가들이지 그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바로 헛점이 생기게 되는데 그건 바로 '객관적이여야 한다.' 라는 함정입니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작품, 누가 봐도 진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존 드류는 바로 그 헛점을 파고들어 이 희대의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약간은 엉망인 위작이라도 그리게 한 뒤 그 작품을 진품 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방법이 보였습니다. 바로 누구나 원하는 '객관적인 자료' 를 파고들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가 그 분야의 전문적인 학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작품의 깊이나 내면을 보기 보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증거들에 매혹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사인을 위조하고, 가장 믿을 만한 증거로 작품의 출처나 영수증, 누가 소장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첨부하면서 교묘하게 전문가들과 중간 업자들을 속였고, 권위 있는 기관이나 협회에 접근하여 그들의 환심을 사고 그들을 유린하면서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업자나 공범자로 만들었습니다.
존 드류는 결국 잡히게 되는데 그는 가장 '주관적'으로 작품을 바라 볼 수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꼬리가 잡히게 됩니다. 책의 후미에 그가 법정에 서게 되는 과정이나 법정에서 변호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마치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빠져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이 그렇듯이 그는 피해자이며, 자신을 모함하려 한다는 망상을 만들어 빠져나가려 하지만 더이상 그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게 됩니다. 그건 누가 봐도 명백한 '객관적' 증거 때문입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때로 그들의 상상 속 자아에 의해 '포개졌다.' 또는 '덮어씌었다.' 라고 표현 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존재감을 인정 받지 못하면, 즉 칭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받지 못한 칭찬과 사랑을 받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말입니다. 책은 그들을 '오리가미스트' 라고 표현하더군요.
픽션이였다면 그냥 흥미롭게 읽고 끝낼 수 있었던 책이지만 한 때 미술을 전공했었고, 현재 예술쪽에 몸담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에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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