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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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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66g | 133*195*20mm |
ISBN13 | 9788955612349 |
ISBN10 | 8955612346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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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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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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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 바다출판사, 2018년 , 원제 : 五千回の生死 )
왜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은 읽기도 전에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걸까. 왜 그의 소설은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책을 펼치는 내 손을 떨게 하는지...
내게 미야모토 테루는 언제나 연민과 고독과 까닭모를 처연함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아마도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세상살이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밑바닥의 생활을 꾸려가기 때문이요, 굴곡진 삶에서 오는 내밀한 기억과 상처를 지닌 채 살아 왔기에 연민과 정서의 환기가 빨리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기꺼이 살아간 이야기가 아니라 ‘버티듯이 마지못해 살아낸 이야기’. 오천 번의 생사를 오가면서 생을 겨우 살아온 이야기. 단편 소설집 『오천 번의 생사』에는 그의 전작인 『환상의 빛』과 『금수』를 잇는 ‘기억과 삶/죽음’에 관한 아홉 편의 이야기가 오롯이 들어있다. 각각의 이야깃 속에 등장 인물들이 처한 현실은 하나같이 무겁다. 가난, 죽음, 실연 등등 실패가 들러붙은 삶이다. 그런데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그런 현실을 불굴의 용기로 극복하기보단, 묵묵히 계속 이어나가거나, 결국 죽거나 달아날 뿐이다. .그가 들려주는 씁쓸하고 한없이 아련한 아홉 편의 일부를 직접 감상하시기를.
“그럴 때 나는 마치 그것이 자신의 병이나 되는 듯이 그 사내에게 토마토는 대체 뭐였을까, 편지에는 그 사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 쓰여 있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그 편지는 분명 이타미 고야의 커다란 교차로 아스팔트 밑에 지금도 묻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토마토를 봐도 그때의 일이 떠올라 슬퍼지지는 않는다. 핏덩이 같았던 썩은 토마토 다섯 개의 영상이 나를 섬뜩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토마토를 단 한 조각도 먹은 적이 없다.”(p.42) 「토마토 이야기」 중에서
"나는 어머니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속 가득히 퍼져나갔다.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머니가 한 그 말을 가슴속에서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고 느꼈다. 눈물이 나와 불꽃이 번져 보였다. 나는 고모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살짝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해서 흘러 떨어졌다. 슬픈 건 아니었다."(p.71)「눈썹 그리는 먹」 중에서
"……어렸을 때의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하고. 순진무구했던 시절, 마음속에 미래의 행복밖에 그리지 않았던 시절, 비도 천둥도, 견디기 힘든 더위나 추위도 자신을 비호해줄 사람의 품으로 기어들 적당한 재료였던 시절. 그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향수는 실의에 누름돌을 올릴 뿐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곧 어렴풋이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선명한 영상이 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모든 게 안개 너머의 부유물처럼 불쾌하게 흔들릴 뿐이었다."(p.80)「힘」 중에서
“오천 번 정도가 아니야. 오만 번, 오십만 번, 아니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는 죽어왔어. 맹렬하게 살고 싶어진 순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지. 그 대신 죽고 싶을 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수십만 번이나 다시 태어난 것을 알 수 없게 되는 거지.”(p.111)「오천 번의 생사」 중에서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평화롭게 한 적이 있는가. 평화주의, 자유주의, 거기에 어떤 실제적인 이론과 방법이 있나? 없네. 다 그림의 떡이지....상냥해지면 되는 거네. 세상 사람들이 상냥해지면 그걸로 되는 거지. 그렇게 된다면 세상의 어려운 문제 같은 건 다 해결될 걸세.“(p.150)「알코올 형제」 중에서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이라고 하는 가마사키의 목소리와 그가 든 목검 끝이 푹 엎드려 그대로 드러난 부분에 우격다짐으로 비틀어 넣어지는 감촉이 되살아났다. 나는 왜 매주 그 천한 남자에게 다녔는가. 나는 거기서 무엇을 했는가. 목검은 곧 무엇으로 바뀌었는가. 그가 천하면 천할수록 나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말에 나는 얼마나 이완되었는가.”(p.167)「복수」 중에서
“발광의 공포라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나는 적당한 말이 없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죽는 것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p.196) 「양동이 밑판」 중에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게다가 이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니까요.
이야기를 하는 중에 요시코에게 결혼하기로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국으로 귀환하는 것은 그 남자의 의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요시코는 남자의 이름도, 나이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p.222) 「보라색 두건」 중에서
“원통사의 문 앞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광장이 있었고, 절의 붉은 색 기둥은 황혼과 잘 어울려 그곳만 시간이 비껴간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왠지 절 구경이 귀찮아져서 원통사 거리에 조그만 찻집이 있다면 거기서 차라도 마시며 있고 싶었다. 어떤 말이라도 좋다, 내 나름대로 이별의 마음을, 이시노에게 보내는 편지 안에 새겨놓고 싶었다. 이시노가 죽었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p.233) 「쿤밍·원통사 거리」 중에서
늘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만 관심을 갖고 지내다가, 우리 의식으로 감당하기 힘든 죽음을 대하면 누구나 당혹스러우리라.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언어로 형상화할 수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죽음 너머 피안의 세계를 우린 무수히 많은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했지만 다 실패다. 그러기에 종교는 그 죽음 너머를 가장 그럴싸하게 표현해서 살아남았다. 어떤 종교든 내세에 대한 해답을 주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죽음에 대한 하나의 태도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특별히 사납지도, 특별히 살갑지도. 그리고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가 없고 유예하거나 극복할 수도 없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죽음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마음가짐이다.
미야모토 테루는 죽음을 다루지만.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만 죽음과 관련된 우리의 태도를 다루는 데 충실하다. 삶을 떠밀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기억의 힘이라는 것. 그 기억이 누군가에게 다른 의미로 전달되거나, 내 기억의 의미를 타인이 이해할 수 없기에 인간은 늘 고독하다는 것. 혼자라서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해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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