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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지고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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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지고 놀다

이충걸 | 도솔 | 1999년 01월 31일 리뷰 총점7.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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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지고 놀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200697
ISBN10 8972200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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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비롯,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 외에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에 이르는, 일관되지 않는 산문집 몇 권을 썼다. [11월의 왈츠], [노래처럼 말해줘], [내 사랑 히로시마], [여덟 개의 엄숙한 노래] 같은 연극 대본도 썼는데 모두 배우 박정자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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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

이상구(flypaper@yes24.com)
일상의 소소한 갈등에 무관심해질 때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어젯밤 라디오에서 그랬다.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소설에서 내 모습을 확인해 보고자, 일상의 갈등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무리한 시도를 할 수 없었던 나는, 일상의 조악한 틈새 사이에 끼여 향략적이고 도피적인 소설 읽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밀리다보니 어째 아직도 덜 영근 유아같은 우스운 꼴이 된 기분인데, 그렇다면 그런 기분을 떨쳐 버리기 위해 잠시라도 소설 읽기를 멈추고 다른 형식에 기대보면 어떨까 하는 악동기질적인 곤조가 말썽을 부린다. 그런 심기불편이 느껴질 때 집어 들 수 있는 '소설'과는 다른 형식의 허세가 '인터뷰.스물아홉 개의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는 예에쁜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이다.

前作이 없는 이 사람은 그 바닥에선 꽤나 유명한 인터뷰 기자라고 한다. 이름과 글을 매치시켜 기억할 순 없지만, 그 지명도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미문에 견줘 보건데, 뒹글뒹글 잡지를 뒤척이다가 몇번쯤은 만나봤음직한 인물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는 '쉬즈'라는 잡지사에서 일했으며, 현재 편집장인 황경신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로,무가지로 배포되다가 지금은 2000원짜리 유가지로 바뀐 '페이퍼'라는 약간은 언더적 성격이 짙은 잡지에서 특유의 미학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들이 같이 일했다는 곳은 '행복이 가득한 곳'이 나오는 잡지사이며, 지금은 '보그'지의 차장이다.

일상의 갈등이 교차 통행하는 소설의 복잡다난함을 피하여 다른 형식을 접해보자고 했던가? 충분히 이유 있는 선택이였지만, 그러나 그런 순진함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은유와, 징그럽게도 깔끔한 비유로 가득한 이 인터뷰어의 아름다움에 이내 짓눌려 버리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 자주 등장하는 메타포의 한켠을 파헤치고 느릿느릿해야 할지, 아님 두리뭉실 분위기에 취해 그냥 흐느적 걸어가야 할지가 무척 고민이였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전자의 힘든 길이였지만, 마지막을 독파하고 난 후 드는 기분은 참담한 느낌이었다.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모든 종류의 글을 쉽고 가볍게 쓸려고 노력하는 내게 이 인터뷰어의 미문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으로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냥 간단히 말하니까 미문이지, 문장의 구조와 비유의 적확성 또한 질투의 대상으로서 충분한 미운오리새끼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민이다. 미운털처럼 늘어만 가는 벤치마킹 리스트에 또 한명의 이름을 올려야 할지, 아님 그냥 고지식하게 집도 절도 없는 곤조를 부려야 할지,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P.S.1.
이 사람은 정말 유명한 인터뷰어답게 남의 말을 참 잘 듣는다. 것두 재주다. 남의 말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딴 생각을 하는데도 남의 말과 딴 생각이 결코 겉돌지 않도록 예의 상대방의 목소리에 주시하며 말을 참 잘 듣는다. 부러운 재능이다. 그래서인지 이 '스물아홉 개의 아름다운 거짓말'은 결국 하나의 심플한 거짓말로 드러나는데, 그렇게 드러난 굵직한 거짓말에는 스물아홉명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그 한편에서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단 한명의 이국자로서의 그의 목소리만 남아 있다.

P.S.2.
이 책이 출판된 '도솔'이라는 출판사, 참 친절한 출판사이다. 책을 읽으면서 간지 간지 끼여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속 글씨와 스물아홉의 문패를 새겼던 글씨는 동일 인물의 것이였으며, 난 아무런 의심없이 그 글씨체 또한 이 트렌디한 외양의 인터뷰어의 것이라 생각했다. 질투 반, 부러움 반으로 세상은 참 불공평하게도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걸 안겨 준다고 생각했으나, 마지막 장에 이 친절한 출판사는 마치 영화의 엔드 크레딧처럼 '손으로 쓴 글씨' '누구'하는 식으로 글씨마저... 했던 순진한 독자들의 질투심을 자상하게 어루만져 줬다. 기억해야할 출판사이다.

P.S.3
항간에 표지 타이틀의 영광을 누리게 했던 은희경과 이 인터뷰어의 관계가 연인처럼 묘사되곤 했다는 풍문이 떠돌았는데, 책을 따라가며 확인한 바에 의하며 이 둘은 그냥 친구고 깊은 우정이다. '에이! 남녀간에 그런게 어딨어?'하고 원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냥 그거다. 싱글벙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상한다. 그러고 보니 이 두 남녀,인물들도 다들 훤하고, 배우기도 많이 배워 참 잘 어울릴법한데. 그래 그런 풍문이 떠 돌만도 해. 흠~~ 스포츠 신문 같은데서 스캔들 기사로 한번 찔러나 봤으면 재밌겠다. 잘 나가는 인터뷰어를 얼토당토 않은 기사로 인터뷰하고, 끝발좋은 작가는 '우린 결백하다'류의 유치한 글로 항의하고. 곧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지면 할애하기도 힘들텐데, 뭐 늘상 울거먹던 거니까, 그전에 정말 할 일 없는 스포츠 신문 데스크에서 한번 헹궈줬으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책 속으로

--- p.130
--- p.313
---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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