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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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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724g | 137*210*30mm |
ISBN13 | 9788952764133 |
ISBN10 | 895276413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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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중력은 항상 붕괴를 수반한다.
(책에서)
얼마 전 TV에서 지구 종말을 다루는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구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상적인 일상과는 거리가 먼 종말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로의 목사는 매일 언덕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팔을 불어대고, 자신이 선 땅을 우주정거장이라 주장하는 스님은 이상한 언어를 해독하면서 외계생명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구 종말을 준비하는 인터넷 모임 인원수도 장난이 아니었고요. 모든 사회적인 소속에서 벗어나 종말을 대비하며 무리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사회 특권층이 사는 고급빌라에 숨겨진 지하 벙커의 정체를 확인하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종말에 대한 그들의 논리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요. 인간의 마음보다 큰 우주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와 우주 사이의 광막한 거리 같은 것을 느끼고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 '말도 안 되는' 그 믿음이 그들에게는 자신을 통째로 내던질 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쓸쓸했습니다. 그래서 웃을 수도 없었습니다.
종말. 종말. 종,말.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나와는 무관한 저 먼 나라의 일인 듯 아득해요. 무관심보다는 무지 탓이 큽니다. 고집스러운 불신도 한몫하겠네요. 저는 미래를 믿지 않아요. 여태 마음에 우주를 품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봅니다. 우주를 품지 못한 저에게 종말은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생각이 여기 닿자 울고 싶어졌습니다. 너무 외로웠고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연유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의 종말을 조명합니다. 책을 쓴 크리스 임피Chris Impey는 우주 생물학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에서 우주에 이르는 영원을 넘나듭니다. 하루살이의 일생과 몇억 년의 세월이 교차합니다. 현재와 미래, 과거와 더 먼 과거를 오가는 이 책은 독자에게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요구합니다.
이 광대한 규모의 이야기는 12장에 걸쳐 진행됩니다. 인간의 노화와 죽음부터 별들의 충돌과 파멸에 이르는 장엄한 레퀴엄이라고 할까요. 천문학은 물론 화학, 지질학, 생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지식이 동원된 이 책은 물론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보여줄 수 없지요. 누구든 끝을 상상할 수는 있어도 끝을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입증된 과학적 사실과 다양한 가설을 토대로 다만 예측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생명체의 지각력은 천혜의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주이기도 하다. 우리는 운 좋은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잠들었다가 토요일 아침에 우주적 의식으로 깨어나 갑자기 불안감에 빠진 오합지졸일지도 모른다. 이보다는 차라리 개미처럼 세상 물정과 상관없이 부지런하거나, 하루살이처럼 단명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니면 낙지나 문어처럼 가까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만 두뇌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마술 같은 사건으로 가득 찬 이 우주에서 마지막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책에서 옮김)
마술 같은 사건으로 가득 찬 이 우주에서 마지막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책은 그렇게 끝맺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는데요. 허탈하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이 미약하다고요. 그런 분들께는 이 책보다 SF영화나 소설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성경도 좋고요.
책의 제목을 주목해 주세요. 의문문이지요. 책을 연 순간부터 독자에게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습니다. 자연스럽게 상상하고 사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원숭이오징어들과 공룡거북, 주먹만 한 딱정벌레와 집채만 한 도마뱀이 등장하는 미래 생태계의 모습에서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도 있고요. 냉동인간이나 로봇인간은 생명윤리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기도 합니다. 얼음층이 녹아 홍수가 덮치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에 바닷물이 증발하고 동물들은 더위에 할딱이며 죽어가고 지구가 서서히 말라가면서 심해 바닥의 퇴적층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유입되고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이 기체마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리고 마침내 35억년 뒤에는 바싹 마른 바위만 남는다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5억 년 뒤의 미래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바싹 마른 바위만 남은 미래의 지구를 보는 우리는 여기, 이 자리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죽음이나 종말이 아닌 삶입니다. 우주가 아닌 바로 여기, 마지막이 아닌 지금이지요. 저는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만족스러워요.
이 책은 우주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상상을 불허하는 세월을 간직한 별들의 노화와 죽음의 과정은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그 폭발적이고 허망한 아름다움의 세월은 역설적이게도 작고 허물어져가는 별에서 죽어가는 우리 존재를 더욱 빛내줍니다. 몇억 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별들에 비하면 우리 일생은 하루살이의 짧은 날갯짓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지요. 최근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르는군요. 지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행성 멜랑콜리아. 최후의 날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지구 종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와 행성의 충돌 장면은 허망할 정도로 짧게 처리됩니다. 시작에서 끝까지 주인공의 심각한 우울증세와 불안감을 쫓아가면서 영화는 진정한 종말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작은 부분이면서 전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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