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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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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0.25MB 파일/용량 안내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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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카리는 그 무렵 여러 가지 일을 알고 있었다. 계절마다 별자리의 위치도 알고 있었고 목성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밝기로 보이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도, 지구에 계절이 있는 이유도, 네안데르탈인이 자취를 감춘 시기도, 캄브리아기에 사라진 종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멀리 있는 모든 것에 강한 동정을 품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들의 대부분을 잊어버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저 예전에 알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기억할 뿐이지만. p. 12
소싯적,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먼 옛날,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레임을 안고 짝사랑을 해 본 적도 있고 돌이켜보면 자잘한 실수와 순간의 선택들이 관계를 결정지어 버렸다는 아쉬움도 들 때가 있다. 무서운 것은 망각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소년기와 사춘기를 지나면서 사람은 성장하기 마련이고, 인생의 리듬은 벚꽃이 떨어지는 스피드인 초속 5센티미터에서 때로는 비가 내리는 초속 5미터로, 때로는 트레일러를 운반하는 시속 5킬로미터로 변화한다. 그러다 문득 본래 페이스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자리에 멈춰 서서 방황한다. 다시 벚꽃이 초속 5센티미터로 춤추는 계절이 올 때까지 말이다.
본 소설은 저자 신카이 마코토가 제작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사실적인 배경 작화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본래 문학전공인 신카이가 소설판으로 출간한 것이다. 일본 작품 중에는 글에서 스크린으로 혹은 그 반대로 매체를 옮겨가면서 원작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예를 많이 봐 왔기에 반신반의하며 구매한 책인데, 소설 『초속 5센티미터』는 원작의 서정적이고 은은한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원작 감독이 직접 집필한 책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으로 원작과 비교해가면서 읽었는데, 원작에서 독백으로 소화한 장면들이 소설에서는 거의 빠짐없이 내레이션으로 이식되었다 (사실 원작에서는 대사보다 독백이 더 많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배경이나 사운드 이펙트 등도 빠짐없이 글로 설명되기에 원작에서는 쉽게 지나치는 장면들이 조금 더 자세하게 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원작의 장면을 빠뜨린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추가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더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가령 본 글의 첫 부분에 인용한 구절도 원작에서는 은은하게 암시가 될 뿐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소설은 원작과 같이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원작에서는 은유적인 장면 전환과 엔딩 크레딧으로 대부분을 설명하는 세 번째 파트가 책에서는 훨씬 자세하게 설명된다.
대체로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원작에서의 장면들이 이러이러한 설정을 염두로 두고 만들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만하고,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책’이라는 매체에 알맞게 충분한 설명으로 개연성을 부여한 것 같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저자의 후기에 의하면 상호보완적이라고 한다. 물론 어느 쪽이든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건 같다.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가 자신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를 직접 소설화 한 작품이다. 책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조금 얇은 듯 해서, 애니메이션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처음엔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내용을 제대로 다 담고 있는 걸까-싶었다. 감독이 직접 소설화 했다지만, 애니메이션을 소설화 했다는 것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본의아니게 약간 기대치를 낮춰 보고 있었던 부분도 없지 않았지 싶다.
우선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 후기에 신카이 마코토가 남겨놓은 대로 우선은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봐봐야 겠다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그가 애니메이션을 구지 소설화 한 것은 분명 애니메이션으로 미처 다 말하지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역시 영화와 소설이 상호보완적이 된 부분이 있다고 하니 그의 말대로 작품을 좀 더 즐기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봐야 겠다.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은 충분히 흥미를 끌만 했는데-1화 벚꽃초 초반부에 주인공 아카리와 타카키의 대화 속에 그 의미가 나와있다. 벚꽃 이파리가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초반에 제시된 쉽게 체감되지 않는 이 속도와 눈처럼 날리는 벚꽃의 이미지가 글을 다 읽을 때까지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품은 자극적인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고, 그저 일상의-평화롭고 소소한 감정의 변화들, 작은 환경 변화에 따른 누구나 성장하면서 한번쯤 가지고 있을 법한 기억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성장통을 내레이션 위주로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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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아카리와 타카키를 중심으로, 2화 '코스모너트'가 타카키를 좋아하는 여학생 스미다의 시점에서 전개가 되기는 하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타카키가 중심이 되서 전개된다. 1화가 어린 아이들의 감정 묘사로 공감대 형성 보다는 조금은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선다면 2화는 좀 더 성숙되고, 3화는 너무 커버린 어른들의 어떻게 보면 글을 읽는 입장에서 슬퍼지리만큼 건조한 감정의 변화들이 나열되어 있다.
결말과 함께 타카키가 고독한 감정에 빠져 지나치게 건조해져 버린 3화가 조금 급한듯 해서 아쉬웠던 것과 1화에서 2화로, 2화에서 3화로 넘어가는 과정이 괴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하면-글로도 아름답게 그려지는 배경과, 배경에 어울어지는 캐릭터들의 감정변화가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 들추어 볼수 있는, 전체적으로 '예쁘다' 소리가 나오는 책, '초속 5센티미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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