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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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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46g | 128*188*20mm |
ISBN13 | 9788996150664 |
ISBN10 | 8996150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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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한동안 조용히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고, 그에 못지않게 많은 감정들이 몰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너무 괜찮은, 아니 괜찮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책을 만났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사랑의 중력/ 이은재
라일락 꽃잎 마냥 어여쁜 연보라색 표지의 제목 아래
찢긴 원고지에 적혀있는 한 호흡의 문장.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알았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님이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유난히 친구같은 자매였던지라 한 방을 쓰면서 잘 때면 늘 라디오를 켜두곤 했던 나는 별밤 세대다.
그래서였을까, 작가님의 에세이집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더 반갑게 느껴졌다.
연인, 부모, 친구,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많은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는 글이 많아 자연스레 나를 둘러싼 많은 인연과 관계에 대하여 돌아보게 했다. 떠나간 혹은 떠나보낸 연인, 이제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친구들, 함께 수십년을 자라왔지만 결혼 후 저 먼 곳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나의 자매와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사는 부모님까지. 참 좋았다. 기억 속에서 잊혀지거나, 너무 익숙해 소중함이 무뎌진 존재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어 올려 닦아주고, 바라보며 빛을 내어보는 순간들이.
알바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이의
추운 발소리를 듣는 애비는 잠결에
귀로 운다. /김주대 시인 <부녀> 40p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스며드는 것> 147p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깊이 남는 시를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읽고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혼났던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은 특히 더 반가웠다. 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 끝에 이내 받아들이고, 생을 달리하는 순간까지도 제 자식들 먼저 다독이며 품에 안는 어미의 마음에, 그 눈물겨운 모성애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 후 다시는 다시는 간장게장을 먹지 못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 시 역시 다시 읽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가님 책에서 이렇게 다시 만났다. 무방비 상태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부모를 향한 자식의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가님의 글들을 읽으며, 먼저 천상으로 떠나신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같은 그리움이더라도 과거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진한 그리움에 꽤 많은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잘 해드려야겠다. 곁에 계셔주시는 시간 동안.
인생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습니다.
중요한 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중심을 절대 잃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55p
가끔은 눈물 나게 고달픈 삶이지만
그 현실을 보란 듯 끌어안고 묵묵히 살아가면
지금의 비루함이 언제적 이야긴가 싶게
'내 날'이 분명 옵니다. 150p
하나를 잃으면 두 개를 얻고, 떠나온 자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차는 삶의 섭리는
저를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173p
삶이 고달픈 건 나만의 일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인생 굴곡의 그래프 위에서 구를 만큼 굴렀다고 생각하지만,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직 내 인생은 한창 전반전에 불과하다.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툭툭 털고 씩씩하게 일어서다가도 왜 그런지 인생의 늪에 빠져 발이 영 무겁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런 위로가 참 필요하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가 보다. 글을 읽던 중 만나는 따뜻한 위로에서 눈길을 뗄 수 없는 것을 보면.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찬 '내 날'을 만나게 된다.>는 작가님의 메시지를 곱씹고 또 곱씹어 본다.
내가 바라던 화양연화는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장을 마음에 새기며.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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