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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1년 08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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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본 글은 각도에 따라 과도하게 낯 뜨거운 찬양으로 오인될 글을 다소 포함하고 있으니 평소에 남 칭찬 하는 것에 취미가 없으셔서 칭찬하는 소리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드시는 분들이나 ‘오냐 너 노래 얼마나 하나 보자!’ 하고 음악이 나오자마자 가창력부터 무대매너까지 점수를 매긴 후에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그 사람과 주먹다짐이라도 할 것처럼 싸우는 게 취미이신 분들은 건강을 위해 이 글 위나 밑에 작성될 다른 리뷰를 보시거나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서 미리듣기 음원을 먼저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요즘 노래마냥 후크송이 존재하지 않아 미리듣기 음원만으로는 판단이 힘들 수 있으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1. 왜 나는 글을 써야 했는가?
대학을 졸업한 뒤로는 음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서 인지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귀찮고 피곤했다. 모두가 평론가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딱히 글을 걸어놓을 만한 개인공간도 없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세상 모두가 던져서 쌓아올린 거대한 돌탑에 돌을 던지는 무의미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음악을 만났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항상 이야기 하지만 지독한 편식의 반복 뿐 이였던지라 많은 이들 앞에서 이야기하기가 쑥쓰럽지만 이번엔 이야기 하려고 한다. 너무 사랑스러운 여가수가 하나 등장했다. 거기다 그 뿌리가 판소리다. 세상에나! 판소리는 노인 분들이나 듣는 것이 아니었던가?
2. 왜 젊은 귀명창들은 늘어나질 않는가?
얼마 전 1박 2일에서 국악고 소녀로 인기를 끌던 소녀가 아이돌로 데뷔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끔 국악을 배웠던 아이돌 소녀들이 사랑가 한 대목을 개인기처럼 펼쳤던 것은 기억이 난다. 요새 대세라는 아이돌로도 그렇게 쉽게 변신하는 수많은 소리꾼 소년 소녀들은 왜 요새 젊은이들과 어울리질 못할까?
필자의 좁은 시야로 본 견해를 이야기 해 보면 젊은이들은 판소리를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하는 판소리의 이미지는 ① 눈이 머는 독약이나 똥물 같은 것을 마시고 북받치는 한에 절규하는 소리. 혹은 ②평소에는 잘 안입는 한복처럼 특이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기도 힘든 음악 정도가 아닐까? 인식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소리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판소리의 위상이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그만큼 성역에서 신성화 되어 결국 젊은 귀명창이 늘어나기는 점점 어렵게 되었다.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소중한 노래들을 폄하할 마음은 없다. 피나는 노력과 공력으로 만들어내는 노래는 분명 듣는 이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강산이 5년 만에 바뀌는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는 삶의 소소하지만 중요한 순간들에 녹아들어 그것을 위로하기에는 현재 우리의 판소리는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젊은 국악인들이 노력하고 있음은 돌아다니면서 듣고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허나 공연이 아닌 음반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외양은 현대의 것과 손잡아 현대음악의 흉내를 내었을지언정 노래의 내용과 가사가 젊은이들의 영혼과 접속한 적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3. 그렇다면 놀애 박인혜는 어떠한가?
장황한 서두를 꼼꼼히 읽으셨다면 이제부터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느 정도 눈치 채셨을 법도 하다. 그렇다 그녀는 판소리의 유전자를 가졌지만 자신이 겪었을 법한 인생의 순간에서 노래를 퍼올리는 사람이다. 그 젊음의 노래에는 무엇이든지 해줄 테니 소원을 말해보라는 교묘한 성 상품화도 정확한 실체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최고라는 어린 치기도 없다. 누군가에게 팔리기 위한 젊음이 아닌 실제 그녀나 그녀 나이 대의 여성들이 고민했을 법한 청춘의 편린들이 녹아 있다.
그녀의 첫 음반 <청춘은 봄이라>는 서양의 형식이나 양악기와의 협연에 조금도 주눅 들 지 않고 말 그대로 악기가 만들어낸 선율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그녀의 목소리가 압권이다. ‘어떤 방식의 크로스오버가 국악의 정신을 잃지 않고 서양음악에 찌든 현대인들의 막힌 귀속으로 뛰어 들어 갈 것인가?’ 와 같은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사명감이 그다지 많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판소리의 뿌리를 단단히 붙잡아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녀가 가진 소리에 대한 거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그녀의 거침없는 소리를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될 만큼 이 음반에서 그녀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녀의 노래에 등장하는 춘향이와 심청이는 왠지 노인 같아 보였던 원작 캐릭터의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본래 나이를 찾는다. 연인의 떠나감에 불안함에 머리와 치마를 쥐어 뜯는 춘향이와 효심보다 검은 바다에 곧 몸을 던져야 하는 공포가 더 커 보이는 심청이는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두려워 말고 주눅 들지 말고 각자마다 다른 봄이 있으니 다른 것도 조금 느린 것도 즐기라고 말하는 <청춘가>는 청춘에 일 많이 하고 늙어서 놀라는 기존 판소리 단가를 자연스레 뒤집어 버리며 이 시대 청춘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곡은 2번 트랙 <헤어진 자리> 이다. 우리 소리 색을 진하게 지니면서도 이 시대 대중음악들과 진검 승부 할 수 있는 감성과 흡입력을 지닌 노래다. 처음 들었을 때 대중음악과 국악의 사이에서 두 가지 빛을 동시에 내고 있는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어쩔수 없는 감정 폭의 차이가 존재 하긴 하겠지만 마치 장사익 선생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멋진 경험이었다.
4. 노래 와 놀이 사이 ‘놀애’
놀애는 동사의 어간 ‘놀’ 에 접미사 ‘애’ 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며 현재 모래라고 쓰고 있는 말의 어원이라고 한다. 음반 부클릿의 말미에 노래를 통해 세상과 놀아보는 것,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노래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1집 음반을 들어보니 그녀는 세상과 놀 준비는 끝난 듯싶다. 최고로 성숙한 감동을 주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을 듯한 패기와 도전으로 요리된 진수성찬을 맞이한 청자들 에게는 제철음식 마냥 아주 맛있는 소리 음반이 될 것이다.
사족 : 사실 그녀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라 본문에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그녀는 꽤나 괜찮은 미모를 자랑한다. 쇼핑몰에서 코딱지만 하게 보여주는 재킷 사진으로는 그녀의 외면적 매력을 만끽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음반 부클릿이 사진에 인색하여 그녀의 모습을 많이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 것. 그녀는 부지런 하여 굉장히 바쁘게 활동하니 검색엔진에 그녀의 이름을 쳐보도록. 그리하여 그녀의 라이브를 보게 되면 그녀의 괜찮은 외모보다 뛰어난 노래 솜씨에 더 크게 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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