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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10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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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2.0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6.8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10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9064656 |
[단독][50년 대여 SET] 역사광과 이야기광을 모두 만족시킬 세계사
2024년 05월 09일 ~ 2024년 05월 23일
2024년 04월 30일 ~ 2024년 05월 31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8월 04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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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 남산 팔각정에 갔던 적이 있었다. 흐릿한 날씨였는데, 팔각정 근처에서 봉화대를 봤다. 그 자리에 봉화대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던 터라 다른 문화재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봉화대를 요모조모 살피고, 거기에 있던 설명을 읽어 보고 내려 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조선무사’를 읽어 보고는 아차 싶었다. 내가 눈에 보이는 봉화대나 그 내력만 살폈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봉화를 지켜야 했던 봉수군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그제서야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봉수군은 일도 고됐지만, 천시까지 받았다고 한다. 엄동설한에 산꼭대기에서 망을 보고, 근무하는데도 거적으로 대충 만든 막사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거기에 식량 보급도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고, 날씨가 비가 오거나 궂으면 다음 봉화대까지 직접 달려가 소식을 전해야 했다니 그야말로 요즘말로 하면 3D 보직에 최악의 근무환경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봉수군이 모자랄 경우 60이 넘어서까지 군역이 연장됐고, 봉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게 되면 엄한 처벌까지 받아야 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다시 남산에 가게 되면, 봉화를 보면서 봉수군의 노고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조선무사(朝鮮武史)’의 마력은 이렇게 발휘된다. ‘조선 무사’를 덮은 뒤에는 장수들이나 지휘자 그들의 영광 뒤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영광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조선 필부들의 고된 군역 생활이 찬찬히 눈에 들어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역사적 인물이 아닌 전쟁을 직접 겪어야 했던 병사들, 백성들의 노고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조선의 일반 백성들은 조용조(租庸調) 수취체제에서 용(庸)으로, 군역과 노역을 즉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백성들이 해마다 감당해야 했던 노역 중 가장 힘든 일이 성을 쌓는 일이었는데, 백성들은 연호군이라는 이름으로 차출돼 몸이 부서져라 돌을 날라야 했다. 젊은 장정들이 이렇게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노역에 투입되니, 농사일을 할 일손은 줄고, 결국 노역을 마치고 돌아와도 백성들의 생활은 피폐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하다 더러는 유랑민으로 전락하게 되고, 그것은 다시 주변 사람들이 더욱 길고긴 축성을 감당하게 되는 악순환 구조를 낳게 만들었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성들은 이렇게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태어난 부산물이었다.
그러다 정조대 들어 화성을 축성할 때 처음으로 노역을 제공한 백성에게 노임이 지급됐는데,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노임의 지급으로 화성은 그 어느 성보다 빠르게 지어졌다고 한다. 조선 경제에도 보탬이 됐고.
화성 경우를 보더라도 그간 조선이 백성들이 제공하는 무임 노동력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했고, 과도하게 부과한 노역은 백성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것이 조선사회가 흔들리게 되는 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조선 무사’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조선사회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것으로 첫장을 시작하고 있다. 조선사회에서 무인들이 천시 받았다고 하는 이른바 숭문천무(崇文賤武)는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조선이 당쟁만 일삼고 무를 천시하는 미개한 민족으로 낙인 찍으려는 의도에서 일제가 퍼뜨린 말이지, 조선은 엄연히 국가 권력 자체가 문반과 무반 양대 산맥을 주축으로 하는 관료제 사회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양반의 한축이었던 이름난 무인들 중심의 무사(武史)나 문인들의 시각으로 조선을 바라보는 것을 지양한다. 무(武)는 문(文)과 함께 그 국가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휘관이나 장수, 사건이 아닌 전쟁을 조선을 지킨 무인과 무기, 그리고 이름 없는 백성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조선 무사’를 통찰하고 그 가치를 기술하고 있다.
최근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모 사립대학에서는 인문학과 관련된 학과가 구조조정되면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돈이 되지도 않고 당장에 써먹을 수도 없는 인문학 그것도 역사, 그중에서 사학계 내부에서도 주 연구대상이 아닌 무사를 연구했는지 필자에게 되물어보고 싶었다.
조선사회는 문인으로만 이루어진 역사가 아니었다. 장수와 명장들이 쌓은 승전보는 더 이상 그들만의 전공(戰功)이 아니었다. '조선무사'에서는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거대한 구조와 승자에 가려져 있던, 이름 없는 백성들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 없는 백성들을 역사의 주역으로 당당하게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역사를 통해 거대한 구조 뒤에 가려진 진실에 접근하는 눈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면면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을 현재로 불러온다. 그리고 그 존재와 의미, 가치를 이렇게 되새겨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문득 떠올랐던 시의 몇구절을 인용하면서 리뷰를 갈음하고자 한다.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했을까?
(중략)
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10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거기에 드는 돈은 누가 냈던가?
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브레히트,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김광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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