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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04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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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52g | 131*187*20mm |
ISBN13 | 9788973816484 |
ISBN10 | 8973816489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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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작가의 말 中」
가족의 울타리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자신에게는 매일의 일상인 것이 남들이 보기엔 꽤나 우스운 일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는 무겁고 버거워 보이는 짐이라도 다른 가족의 눈에는 가겹디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맥주 안주도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독자성, 폐쇄성이 아닐까. 그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언어, 대화의 기술, 배려. 그것은 그 가족이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견고한 유대일 것이다. 그 유대를 찾아 한 가족을 찾아가본다. 가벼운 터치의 일상적 이야기이면서도 무겁게 가슴을 찌르는 상처를 헤집기도 하고, 심드렁하게 내뱉는 인사말 같으면서도 쉬이 흘려버릴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이 가족에게 있다.
‘나’는 이 기괴한 ‘가족’이라는 깊은 숲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에게 대표로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좀 더 우리 편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철저히 가족의 편에 서서 우린 그렇게 이상한 가족이 아니다. 우리 가족의 버릇이 이렇고, 어떨 때엔 저렇게 행동하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좋다는 식이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이 화자와의 첫 대면이 신선하다. 가족의 비밀을, 이야기 보따리를 ‘얼마나’ ‘어떻게’ 풀어 놓아 줄 건지 기대가 된다.
아기를 갖고 싶은 불쌍한 남자들의 영원한 애인 시마코 언니는 매일같이 자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착한(그렇지만 너무 불쌍한) 남자들과의 서러운 연애를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왔다가 떠나갈 때에 조용히 그녀를 지키는 가족이 있어 그래도 그녀는 일어설 수 있다. 그녀의 울음과 슬픔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그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그렇다해도 다시 착하지만 불쌍한 남자를 만나게 되겠지만)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 울 때면 시마코 언니는 정말 고통스럽게 운다. 이를 악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울음을 멈추려고 억누른 오열이 흑, 흐흑, 큭, 크큭, 하고 고조되는 모습은 압권이다. 베개 옆에 투명한 액체가 조금 남은 유리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달짝지근한 냄새는 그곳에서 나는 듯하다. 라벨에 살구 그림과 VODKA란 글자가 보인다. -본문 96쪽 」
울면서 소리를 참는 것은 시마코 나름의 가족을 배려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 울음의 정체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 모두가 안다. 알면서 모른 척 해주고, 알면서 슬픔을 숨기는 척 하는 가족만의 무언의 배려와 약속인 셈이다. 그렇게 슬픔의 극복을 서로 모른 척 해주며 자연스럽게 위기를 넘어간달까. 그런 끈끈한 유대가 이 가족에겐 있다. 그와 같은 경우는 큰 언니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엄마는 우리와 생각이 달라서, 하필이면 이렇게 미묘한 시기에 가느냐, 쓰게 서방이 있는 토요일에 굳이 갈 거 없지 않느냐, 소요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너희들은 대체 몇 살이 되어야 철이 들 거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동시에 소요언니에게 보낼 꾸러미를 두 개나-누가 보내준 자몽과 건어물 등을-순식간에 꾸렸다. -본문 206쪽」
큰 언니 소요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내왔던 겉으로 봤을 때 큰 무리없고 별 사건 사고 없는 결혼생활을 정리하려고 한다. 게다가 그런 언니는 임신까지 했다. 그 사실을 이혼절차를 밟고 소요가 집을 나와 친정집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결국 소요 혼자 감내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 아니다. 소요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라, 소요가 돌아간 ‘가족’이 함께 감내하고자 한다. 집안이 난리가 날 그런 일도 어찌되었던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 되고 자연스러운 강물의 흐름처럼 가족의 일상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그 신비한 소란스러움, 그 대단한 보통날의 힘.
그런 일은 중학교 졸업반 리쓰에게도 일어나고, 대학 진학도 사회진출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가족의 품에서 시간을 유예하고 있는 ‘나’에게도 일어난다. 아르바이트를 금지하고 있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지적받고 곧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졸업식을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정학처리를 받게 되지만 리쓰를 나무라는 가족 ‘구성원’은 아무도 없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로 학교 관계자를 매도하고 가족은 그냥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리쓰의 불퉁해진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할 뿐이다. 당분간 신분을 유예하고 가족의 보통의 나날 속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는 ‘나’, 고토코에게도 가족들은 조바심내지 않고, 그녀를 내몰지 않는다.
그렇다. 엄마, 아빠, 큰언니, 작은언니, 나, 리쓰. 그리고 심지어 애완용 햄스터까지도 그들은 아무도 내몰지 않는다. 그것이 막다른 코너이든, 무시무시한 사회 현실이든, 자기를 직시한 현실 반성이든 간에 어디론가 내몰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 가족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정학 처분을 당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입학식을 위해 작은 추억갈피 하나를 접으러 나가는 ‘소란스러운’ 가족들의 모습 뒤로 그날의 입학식 기념 가족 사진이 떠오른다. 한 장, 한 장, 뭉게구름처럼 사진이 피어나고 떠오르고 사라졌다가 다른 사진이 떠오르는 식이다. 가족의 역사는 반복되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아무도 내몰리지 않은 채로 가족은 그 가족인 채로 행복하고 즐겁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아빠와 소요 언니는 벌써 구두를 신고 현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앞을 다투어 구두를 신고서 차례차례 밖으로 나간다. 4월의 하늘은 상큼하고 화창하고, 부는 바람에서는 향내가 났다. 문을 잠그는 것은 리쓰의 몫이다. -본문 276쪽」
혼자서 가족을 만들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든 단란한 울타리 속에 성격도 취미도 가지가지인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만들게 된다. 가족의 삶에 대해 평가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그 가족의 구성원임을, 나로 인해 그 가족이 완성됨을 알면 그만이다. 그렇게 ‘소란한 보통날’이 가고 내일은 더 ‘소란스러운 보통날’이 시작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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