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노래(베드로와 유다)
바이올린 독주에 이어 타악기 주자가 돌로 음고를 연주하고, 입을 울림 공간으로 사용한다. 수난 코랄이 다시 나오며, 이때는 어둡고 불확실한 반음계 화음이 뒤따른다. 베드로는 반복해서 예수를 부인하고, 합창이 다시 돌아온다. 물 속의 소리가 쓰디쓴 울음으로 변한다. 유다는 자신의 배반을 고백한다. 다시 한번 코랄이 불린다. 슬픔에 찬 현의 에필로그에 돌의 마찰 소리가 뒤따른다.
바라바를 주시오
히스테릭한 군중 장면. 합창단이 불길하고 강한 리듬으로 돌을 연주하고, 군중의 격앙되고 신랄한 외침과 웃음이 이어진다. 고통스러운 침묵이 흐른 뒤, 군중은 바라바를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스도는 이를 비웃는다. 이는 군중을 더욱 화나게 하지만 그리스도는 그들의 용서를 기도한다. 탄둔에게 십자가형의 순간은 극심한 고통과 크나큰 슬픔의 순간으로 문화 혁명기 전제 정치와 비통함, 굴욕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죽음과 지진
슬픔에 찬 외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첼로가 연주하는 슬픈 곡조가 참을 수 없는 고뇌를 드러낸다. 승려들의 노래가 다시 들려온다. 그리스도는 신에게 마지막 청을 한다. 그가 죽자 땅이 순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갈라진다. 기악이 산산이 부서지는 강렬한 음악을 연주한다. 슌(xun)의 외침이 먼저 들린다. 이 옛 관악기의 낮고 떨리는 소리가 고통으로 찢기는 목소리를 낸다.
물과 부활
물 드럼이 부드러운 리듬을 연주하고 어둠이 빛으로 바뀐다. 남성 합창이 코랄 선율을 노래하고 물 속에서 어둠을 찾아낸다. 여성 합창이 다시 코랄 선율로 응답하고 물 속에서 결백의 소리를 찾아낸다. 작품의 주요 음악 소재가 작열하는 확신의 합창으로 드러난다. 그리스도 역의 베이스 독창이 사랑할 시간, 평화의 시간을 예감한다. 이 종교적인 드라마의 마지막 순간 모든 연주자가 물그릇으로 모이고,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물의 소리로 끝을 맺는다.
세례
'물의 수난곡'은 신비한 제식과 부드럽지만 불분명한 소리로 시작한다. 남성 합창이 순환 형식으로 노래한다. 탄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작도 끝도 없고 단지 지속된다. 멜로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구절을 전개한다. 물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바흐가 '마태 수난곡'의 영적인 전개를 위해 하나의 코랄에 다른 가사를 붙인 것과 같이 탄둔도 자신의 수난 코랄을 지었다. 이것이 모양을 갖춘 첫 멜로디이고, 마지막에 반복된다.
현이 감정에 호소하는 낭독을 시작하고 몇몇 악절은 즉흥 연주된다. 베이스가 예수의 수난을 이야기하고 소프라노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음을 소화하고 코랄 선율을 부르며 화답한다. 남성 합창은 되풀이되는 승려들의 노래를 소개한다. 이 곡은 서양 음악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한 배음을 만드는 특이한 모음으로 되어 있으며 4도 간격으로 변동한다.
이 악장은 베이스가 부르는 승려들의 노래와 소프라노의 수난 코랄 멜로디가 번갈아 나오면 끝을 맺는다. 탄둔은 설명한다. 나는 바흐의 대위법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음과 음의 관계뿐만 아니라 말과 말, 이미지와 이미지, 문화와 문화에 대한 관계를 설정합니다.
유혹
거친 리듬이 이 악장의 특징이다. 타악기가 지속적으로 맥박을 올리고 합창과 매몰찬 울림을 이뤄낸다. 유혹으로 변장한 악마(소프라노)가 교묘한 가창으로 예수의 신념을 흔든다. 나는 발리와 인도네시아의 제례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탄둔은 이렇게 시인한다. 베이스가 예수의 신앙을 확고히 노래하고, 유혹하는 귀신을 몰아낸다.
최후의 만찬
남성 합창이 수난 코랄을 노래하지만 물은 눈물로 바뀌어 진실을 얻고자 울부짖는다. 그리스도는 빵과 포도주로 성찬의 예식을 거행한다. 그리고 제자 중 하나가 그를 배신하리라 예언한다. 짧은 코랄이 그게 접니까?라고 걱정스레 터져 나온다. 그리스도가 예언을 반복해 말하고, 음악은 슬픔을 노래한다.
물의 카덴차
마지막으로 예수의 피를 상징적으로 봉헌하는 모습이 물의 타악기를 위한 카덴차로 연주된다. 이 카덴차는 전자 효과로 증폭되고, 일그러지고, 형태를 이룬다.
게세마네 정원에서
제자들은 잠들고 그리스도는 기도한다. 남성 합창이 노래한다. 엘리 엘리 라말라 바로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하게 될 말이다. 합창단의 티벳 종소리와 타악기가 그가 배신당했음을 알리고, 합창단이 악마 같은 타악기 소리 위로 그를 체포하라고 외친다. 매번 예수는 조용히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며, 강한 비트의 리듬이 놀랄 만한 강도로 반응한다. 제자들은 도망간다. 합창이 수난 코랄을 노래하고 순환하는 물의 이미지가 이제는 침묵을 통탄하는 눈물로 바뀐다.
헬무트 릴링과 슈투트가르트 바흐 아카데미가 위촉한 곡은 간단한 듯하면서도 엄청난 내용의 것이었다. 즉 바흐의 서거 250주기를 맞아 영어 가사로 된 수난곡을 작곡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탄둔이라는 작곡가가 곡을 위촉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의외였다. 비록 그의 음악이 깊은 정신적인 내면을 고찰하고 있긴 하지만, 그의 음악 언어는 모국인 중국의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1957년에 태어난 탄둔과 그의 가족은 서양에서 비롯된 모든 문물을 타락한 것이라 매장했던 문화 혁명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는 20세 되던 해에 마오쩌뚱이 죽었고, 친구와 함께 다시 문을 연 교회에 갔다가 바흐를 접하게 된다. 그곳에서 바흐의 오르간 곡을 접할 수 있었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마태 수난곡' 중의 코랄을 듣게 된 사실이다. 바흐나 기독교와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던 그였지만, 이 음악이 희망과 심오한 신앙을 다루고 있음을 직감했다. 작곡가로서 그는 자신이 음의 건축이라 부른 구조와 질서, 형식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바흐는 그가 크로노스 사중주단과 중국 류트인 비파를 위해 작곡한 제례 음악극인 '유령 오페라'(1994)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주자는 노래는 물론 돌, 종이, 공과 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한다. 작품의 끝 부분에 바흐 음악의 일부가 물을 사용한 악기로 연주된다. 이런 이미지가 새로운 수난곡의 시발점이 되었다. 탄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은 문화가 물을 근원이 되는 은유로 사용한다. 즉 물은 세례의 상징이다. 또한 탄생, 창조, 재창조와 관련이 있다. 땅으로 내려왔다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는 물의 순환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부활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부활이 삶의 회귀일 뿐만 아니라 희망과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삶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물의 소리로 시작하고 끝낸다. 탄둔의 이야기 전개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과 좀 다르다. 즉 그는 예수의 세례로 시작해서 부활의 암시로 끝을 맺으며 다음과 같은 전도서의 말을 인용한다.
사랑할 시간, 평화의 시간, 춤출 시간, 침묵의 시간…
물은 강력한 시각적인 이미지로 투영된다. 무대에는 열일곱 개의 투명 그릇에 담긴 물이 놓이며, 그릇 밑에는 불빛이 들어온다. 이들은 십자가 형태로 무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눈다. 각각 두 개의 합창단을 위한 구역(하나는 소프라노와 알토, 다른 하나는 테너와 베이스), 두 독창자를 위한 구역(소프라노와 베이스), 두 현악 주자를 위한 구역(바이올린과 첼로)이다. 세 사람의 타악기 주자가 십자가의 끝에 위치하고 지휘자가 나머지 하나에 선다. 새로운 수난곡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물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타악기가 부드러운 두드림으로 되울린다. 모든 연주자가 쌍을 이뤄 잘 다듬어진 돌을 연주한다. 스코어에는 바다 또는 강으로부터라고 적혀있다.
탄둔은 아주 폭넓은 성악 기법을 사용한다. 몽골의 배음 창법부터 그가 서예이라고 부르는 경극의 고음 창법까지 다양하다. 이 기법은 코랄 양식의 4부 합창과 독창자들이 낭독하는 레치타티보로 되어 있어 바흐의 수난곡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탄둔은 일반적으로 예수의 말씀을 부드럽고 직접적인 음악으로 작곡해 정교한 노래로 만든 다른 부분과 구분했다.
현악의 작곡에도 여러 문화의 영향이 배어 있다. 탄둔은 중국식 첼로인 얼후부터 몽골의 말머리 모양 현악기와 중앙 아시아 지역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무릎에 고정하고 연주하는 케만치까지 고대 실크로드 지역의 악기를 두루 끌어들였다. 연주에는 전통적인 서양의 바이올린과 첼로가 사용되지만 연주자는 독특하고 낯선 음고와 미분음, 긴 멜리스마 선율 등 그들이 사용했던 것과는 영 다른 음향을 경험하게 된다. 두 사람의 독창자는 옛 중국의 도자기로 만든 피리인 슌(xun)을 연주한다. 모든 자연 음향이 전자 장비의 처리를 거친다. 디지털 샘플러가 또 다른 발견된 소리를 추가한다.
가사는 대부분 마태 복음으로부터 가져왔고, 작곡가 자신이 짧은 시적인 단상을 덧붙였다. 작품은 2부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