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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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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04g | 152*215*30mm |
ISBN13 | 9791196023904 |
ISBN10 | 1196023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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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에 대해서 얄롬처럼 이야기로 풀어주는 사람을 또 만났다.
아르헨티나의 게슈탈트 치료자인 호르헤 부카이다.
그러나 그가 얄롬과 다른 점은,
얄롬은 치료자와 내담자의 입장을 짜임새있는 플롯에 담아냈다면,
호르헤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읽을 수 있는 우화들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어쨌든 마음에 든다.
그래서인지 맨 앞에는 '이 땅의 모든 데미안에게' 라는 말이 쓰여있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
내담자들(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할 모든 이)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데미안이라는 사람이 호르헤에게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그 과정마다 호르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렇게 데미안은 스스로를 비난했다가 심리치료 자체를 회의했다가 하면서 성장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야기들 중에는 아는 것도 있었다.
저자가 다 지어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 자신도 지혜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다녔다는데,
그 이야기들을 치료적 상황과 주제에 맞게 옮겨 적었다.
그런 점에서 남에게 벽돌을 던지고 그 벽돌을 줍는 게 귀찮아서 자기에게 돌아오도록 고무줄을 단 남자 이야기도 와닿았고(반전 방어기제),
자기 귀가 먹었으면서 아내가 자기 말에 대답을 안 한다고 귀가 먹었나보다고 말하는 남자 이야기도 와닿았다(투사 방어기제).
이야기를 하는 방식 자체가 게슈탈트적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도출되는 결론들도 게슈탈트 치료와 멀지 않다.
자기존중, '해야만 한다'는 것은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대로, 그러나 책임감도 같이, 등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한편 상담 도중 스스로가 너무 싫다는 데미안에게
'그렇다면 이 방에 있는 사람 중 절반이 데미안을 싫어하네요.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볼래요?' 하는 데에서는 특유의 유머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은,
치료자의 입장보다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들을 때에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숨겨진 성장 욕구를 자극하는 이야기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 말이다.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교훈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그저 생각해보도록 이야기만 던져주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최선을 다한 나무꾼' 이었다.
한 나무꾼이 새로운 목재 제재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결과 열여덟 그루의 나무를 베었다.
계속 이렇게만 해달라는 조장의 격려에 고무된 나무꾼은, 다음날은 더 많은 나무를 베고자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열다섯 그루밖에 베지 못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휴식도 하지 않고 더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베어낸 나무 수는 점점 줄어들기만 했다.
그때 조장은 물었다. 도끼날을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였냐고.
나무꾼은 나무를 베느라 바빠서 도끼날을 갈 시간이 없었다고 답한다.
때로 멈춰야 할 때가 있고,
바로 그 때가 날을 벼려야 할 때일 수 있다.
어쩌면 삶의 실패는, 앞만 보고 가려는 우리에게 좋은 신호가 되어줄 수 있다.
그 외에도 어릴 때부터 사슬에 묶여 있어서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코끼리 이야기도 좋았고('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다시 시도해보는 것'),
글을 쓸 줄 몰라 사창가 문지기 자리를 잃었던 남자가 큰 사업을 하게 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 치료적 관계도 끝을 맺는다.
이때 호르헤가 데미안에게 편지를 주는데, 그 편지글 중 한 부분도 내 가슴을 찔렀다.
'자기혐오'가 화자인 입장에서 쓴 편지였는데,
자기가 불러일으키는 슬픔은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그 커다란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너는 나를 너의 자녀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공감이다.
너무 힘들고 슬플 때 그런 나 자신을 자책하느라,
오히려 더 많은 상처와 아픔을 아이들한테 줄 때가 많다.
자기에게 머무는 것이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차라리 자기연민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순간이다.
지금 나는 그런 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사람과 상황을 많이 못만날지라도,
한번쯤 시도해보기 좋은 것 같다.
결국 가장 좋은 길은 나다운 치료자가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냥 지금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뭔가 길을 밝혀주는 이야기들을 만나,
참 값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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