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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3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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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85쪽 | 1,024g | 156*225*35mm |
ISBN13 | 9788972916314 |
ISBN10 | 8972916315 |
2024년 04월 17일 ~ 2024년 05월 01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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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은 지구상에 생명이
시작되면서 함께 시작된 현상이지만, 그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물론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정도의 감(感)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를 알게 된 것은 겨우 15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중부 유럽 한적한 아우구스티누스파 수도원의 수도사인 멘델에 의해). 그것도
수십 년 동안이나 묻혀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재발견되었고, 그
직후에야 ‘유전학(genetics)’라는 학문이 시작되었다. 이 유전에 대한 이해, 혹은 유전학의 시작은 ‘유전자(gene)’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유전을 매개하는 게 어떤 기운이나 피와
같은 액체가 아니라 물질적 존재, 즉 유전자(遺傳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유전이라는 현상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현상이면서 그릇되게 알고 있었던 까닭에, 그리고 유전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되면서는 연구자마다 나름대로 이해하고 정의내렸기 때문에 유전자의 개념은, 사실 지금도 그리 명확하지가 않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단백질을
지정하는 첫 암호부터 끝 암호까지만을 의미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절
부위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생물학자들은 이 개념을 가장 선호하는 듯 하다). 또는 좀 더 확장해서 특정 형질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통틀어서 말할 때도 있고, 보통은 유전체(genome)를 의미하는 뜻으로 유전자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이런 개념은 헷갈린 것은 맞지만, 그래서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 개념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생물학자들은 그리 혼동을
느끼지 않는다. 맥락상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전과 유전자, 그리고 그 역사를 대중에게 쉽게 알릴 때는 적지 않은 곤혹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는 일종의 교과서이며, 일종의 예언서이다. 멘델과
다윈에서 시작해서 2010년대 가장 핫한 생물학의 주제인,
CRISPR-cas9 (크리스퍼-카스 나인이라고 읽는다)을
이용한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 또는 유전자 수술(genetic
surgery)까지 다룬다. 유전자가 염색체에 존재하며,
그것들이 위치를 지정할 수 있음을 모여준 모건의 이야기, DNA가 유전자의 본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그리피스, 에이버리의 이야기,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왓슨-크릭의 이야기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리고
이 유전 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우생학과 나치, 소련(리센코주의)의 이야기도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등을 통해서 이미 많이 소개된 이야기다. 이후의 유전공학, 인슐린을 생산해내는 세균 이야기며, 유전자 조작을 통한 불치병의 치료 등에 대한 얘기도 그리 낯선 이야기도 아니다(물론 낯선 이야기도 없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유전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공자에게도 무척 도움이 된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 아니 학위를 받은 연구자에게도 여기의 지식은 그리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있는 연구자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또 사실은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러한 유전학의 역사를 그 주변의 연구와 관련 지어서 의미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 책은 (전공자에게도) 상당히 고급 지식을 선사하고 있다. 또 물론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그건 그런
고급 지식을 그리 어렵지 않은 용어로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한 비유와 예를 통해서 잘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무케르지는 이런 고급 지식들을 모두 하나의 줄기로 엮고 있는 점이다. 바로 이 책의 가치다.
그 하나의 줄기는
단순한 역사가 아니다. 유전자에 관한 역사를 통해서 눈부시게 발달한 기술이 가진 힘을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불완전함을 인식하는 것을 강조한다. 유전자를 이용한 기술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믿으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철학적 문제와 실제적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즉, 과거의 우생학과 관련한 국가의 폭력이 이제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넘어오게 되었는데, 그게 우생학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묻고 있다. 무케르지는 현장의 연구자답게 기술의 발달 자체에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올 파장의 무게를 인식할 것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의 역사가 정부에게 유전적 ‘적합도’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했을 때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쳤다면, 현 시점에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그 힘이 개인에게 맡겨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과연 그것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환원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환원된다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역사에 대해서 충분한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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