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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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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2쪽 | 244g | 152*205*20mm |
ISBN13 | 9788992525671 |
ISBN10 | 8992525672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우연한 기회로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제목만 보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한 치 앞을 가늠치 못할 정도로 아리송하다. 그러나 내가 뒷표지를 훑고 난 직후에는 당장 책 빌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우리 학교의 독서시간, 나는 일 분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이 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병풍처럼 펼쳐졌다. 옛 여성들의 삶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책에는 여성을 주요 인물로 삼은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각 다산 정약용과 김려 선생께서 쓰셨는데,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 고전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여성이, 그것도 평민이나 천민 여성이 주인공인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전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읽어 기억에 더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강고가부사가 원작인 첫 번째 이야기 <팔려간 신부>. 어떤 예쁜 18살 여인의 아버지는 그만 중매쟁이의 말에 속아 딸을 한 포악한 장님에게 ‘판’다. 중매쟁이는 그 남자(장님)에 대한 온갖 칭찬을 늘어놓았고 여인의 아버지는 좋아라 하며 당장 결혼을 시키자고 한다. 집에 와서는 중매쟁이가 한 말 그대로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에 겨워서 주절주절 딸과 아내가 듣든 말든 장님의 좋은 말만 한다.
그렇게 결혼준비는 시작되었고 드디어 결혼식 날, 여자와 가족들은 차마 보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중매쟁이는 여인의 아버지에게 풍채가 당당하고, 나이가 갓 서른을 넘겼다고 말했지만 모든 것은 정반대였다. 그냥 봐도 완전 할아버지 수준인데다가 풍채가 당당하기는 무슨 얼굴은 시꺼멓고 구부정한 자세로 초례청에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결혼을 전에 두 번이나 한 사람이며, 자식도 셋이나 있었다.
장님의 아이들은 모든 거짓말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수도 없이 하니, 어떻게 여인이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었을까. 참다못한 그녀는 절로 두 번이나 도망치지만 계속해서 관아에 끌려간다.
신랑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결혼하는 것도 참 안됐지만 이렇게 시집을 가서 고생을 하는 사람은 정말 불쌍할 지경이다. 책을 읽는 나도 슬픈데, 당사자는 또 얼마나 억울했을까. 비록 아직도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남녀차별이 많이 사라진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나는 주인공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여인의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이 훨씬 크다. 나는 여인이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술에 취해 그 자리에서 결혼을 승낙한 아버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인 아버지가 “35p. 이미 이렇게 된 일을 어쩌겠나. 그만 울음을 그치고 신랑을 맞아야지. 어쨌거나 식이라도 마쳐서 체면은 세워야 하지 않겠나. 내가 뭐,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승낙한 것도 아니고, 나도 중매쟁이 말에 속아 이렇게 되었으니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게.” 라고 한 말도 답답했다. 물론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자기가 엎질렀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예 말을 하지 말지. 옛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에 잠기니 그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두 번째는 천민중의 천민, 백정의 딸로 태어난 방주의 이야기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그리 슬프지 않아 다행이었다.^^ 우리나라의 백정은 인도의 카스트 계급 중 가장 신분이 낮은 수드라(불가촉천민)과 같은 셈이다. 그러나 방주는 팔방미인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여인처럼 예쁘고, 마음씨도 착하고, 아버지를 닮아 그런지 일을 하는 솜씨도 좋은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방주는 냇가에서 장 파총을 만난다. 장 파총은 신분은 낮지만 양반집 여성들 못지않은 방주에게 감탄한다. 장 파총은 방주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아버지에게 방주와 자신의 아들을 정혼 시키자고 한다. 글을 쓰신 선생님 말씀으로는 <방주의 노래>가 미완성으로 남았다고 한다. 이야기가 완성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미완성으로나마 우리가 책으로 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방주 이야기를 쓰신 김려 선생님께 감사하다.
양반 중에서도 평민보다 못한 사람들이 참 많았었는데, 방주는 천민인데도 불구하고 양반보다 더 멋있게 살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방주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 파총도 옛날에는 신분차별도 있고, 둘째 번 부인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등 (서자)여러 규정들이 있었을 텐데 그에 얽매이지 않고 방주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두 편의 좋은 작품들은 남존여비사상을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냈고, 그림도 상황마다 다양해서 인상적이었다. 이제 나는 이 책 제목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날개도 달리지 않았는데 새처럼 우리 역사의 뒤편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옛 여성들의 삶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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