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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7년 01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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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09분 |
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션자이, 너를 정말 많이 좋아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감상했을 때는 대만판 <건축학 개론>으로 느꼈다. 건축학 개론의 주인공이 여자 (서연-한가인)이라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남자라는 차이점이 있다.
다시 본 <그 시절>에서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 ^-^)/
그녀는 흔한 어장관리녀 였던 게 아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보니 진심이 느껴지고 훈훈함까지 얻었다.
여고를 나온 덕에 남녀공학 주인공들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은 불행히도(?) 겪지 못했다.
보면서 예전에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당시 내 주위에선 유일하게 남녀공학을 다녔는데 대학교에 가서 한동안 심심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때가 너무 재밌었고 MT니 뭐니 다 갔었기에 대학교에서의 설레임이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고.
푸핫. 이제서 납득이 간다. 그리고 그점을 이해하는 것이 <그 시절>에 푹 빠져드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온 모범생 션자이.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커징텅.
어느날 커징텅이 션자이 뒷자리에 앉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학 공식을 가르쳐주라는 담임샘의 말로 억지로 가까워졌던 두 청춘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친하게 된다. 그리고 젊은 날 누구에게라도 그렇듯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맞는다.
범생이지만 벽이나 편견같은 게 없는 션자이는 뭇 남학생들의 로망의 대상이다.
티격태격하고 불같이 서로에게 화를 내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다가가고 응원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싱그럽다. ‘친구와 연인 사이’ 유행가같지만, 그 속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삶의 모토가 살아 있었다.
앞과 뒤에 앉은 두 사람이 어느날 수학 문제를 풀다가 의견이 오가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답을 맞추기 위해 대충 공부하는 커징텅에게 션자이는 제대로 하라고 혼을 준다. 그러자 커징텅이 ‘수학 공식을 어떻게 알건 10년 후면 다 잊어버리고 그러면 다 소용없는건데 왜 이렇게까지 집요해야 하냐’고 묻는다.
무얼 위해 공부를 하냐는 물음에 션자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무언가를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있으니까’라고.
사실 대학 진학 따위는 큰 안중에 없던 커징텅에게, 션자이는 공부를 하는 동기부여를 줬다. 어떻든지간에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떳떳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
입시 시험에서 뜻밖에 커다란 실수를 해서 점수를 망친 션자이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는 커징텅이었다. 자기와는 전혀 다른 삶의 자세를 지녔던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녀를 가장 좋아하던 아이이기도 했고.
각자 대학에 진학하고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아 데이트 여행을 하는 장면은 이후 펼쳐질 러브라인의 복선이었다. 션자이는 커징텅의 순정을 잘 알지만 자기를 특별한 여자로 보는 친구가 부담스럽다고 솔직하게 토로한다. 커징텅은 ‘언젠간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다. 꼭 결혼할 거다’라 말하면서도 션자이가 대답해주겠다고 하자 겁이 나서 대화를 회피했다.
그러다가 어떤 사소한 듯 중요한 계기로 서로 완전히 헤어짐을 결정하는 씬은 순수하면서도 그래서 아픈 스토리였다.
비가 내리는 속에 이별을 하는, 아시아권 영화의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들은 (내게) 언제나 가슴을 두드린다.
커징텅은 물론이고, 션자이에게도 이 일은 가슴 아픈 상처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순수하던 고등학교 때 만난 둘도 없는 친구가, 연인이 될 수 없어서 멀어져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차원의 고통일 것 같았다.
그래서 두 남녀는 지독히 서로를 안 보고 지냈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커징텅도 션자이도 남남처럼, 웬수처럼 단절하고 보냈다. 그러다 1999년 대만에서 큰 지진이 나는 사건이 있었다. 각자 대학 캠퍼스에서 있던 중에 커징텅은 션자이의 안위가 궁금해서, 자기도 막 피신나온 상황에서 핸드폰으로 타이베이에 전화를 건다.
자연재해 덕분(?)이었지만 그런 계기로 둘은 2년간의 앙금을 풀어낸다. 그렇게 거창한 설정이나 묘사가 아니었지만 이 부분이 나는 참 좋았다.
둘이 나누는 대화는, 통하는 마음은, 오글거림도 가식도 아닌, 아름다운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서른 무렵 커징텅과 고교 동창생들은,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션자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다. 션자이의 예비 신랑은, 잠깐 등장하긴하나 외모와 분위기가 어쩐지 커징텅의 정반대 타입으로 보였다. 또래보다 나이가 많고, 견실하며, 계획적인 인생 속에 살아온 뭔가 그런 남자랄까? 기습 키스 씬으로 끝맺는 엔딩은 예전에는 그냥 엉뚱한 발상이라고만 보고 넘겼다.
그런데 커징텅의 성장이 느껴졌다. 그 ‘성장’의 내용은 션자이가 바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그런 부류의 발전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작가로 왕성히 활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둘은 대화를 나눈다. 어쩌면, 자신들의 지난 사랑에 대한 마지막 대화일 것이다.
“난 계속 철없이 살래.” “물론 그래야지.”
이 마무리가 이번에 보면서 정말 좋았다.
영화가 남자의 시점이기에 션자이의 심리를 자세히 알 순 없지만, 그 마지막 대사와 그녀의 미소짓는 표정에 느꼈다.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을 정말 기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만족하지만, 커징텅의 앞날도 축복하는 그런 마음을.
실연당한 커징텅과 실연시킨 션자이의 모습이 다 이해가 가고 그랬기에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10대에서 서른 무렵까지의 사랑 이야기인데 , 풋풋하고 진심어린 러브 스토리였다.
작가가 되어 있는 현재 에필로그에서 커징텅은 ‘성숙한 철 없음’을 보여줬다.
션자이에게서, 그녀와의 애틋했던 사랑에서 삶을 배우고,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변화시킨 모습이 가슴 벅찼다.
소소해 보이지만 큰, 멜로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re my apple of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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