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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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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7쪽 | 444g | 130*194*20mm |
ISBN13 | 9788973374588 |
ISBN10 | 8973374583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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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6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평소의 독서 방식과는 다른, 조금 정신없는 방식으로 읽게 된다. 제일 처음 장을 읽은 후 제일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읽은 후 다시 뒤로 돌아가서 읽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읽는 버릇이다. 유독 주제의 작품을 읽을 때만 나타나는 이 버릇은 언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부분을 읽을 때는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뒷부분을 읽을 때는 앞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드디어 뒤로도, 앞으로도 갈 수 없는 중간 지점에 도착하였을 때 나는 더 이상 탐구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데 실망감을 느끼고,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에 시달린다. 실망감과 궁금증, 이 모든 것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증과도 같다. 주제의 작품에서는 타인이 해결해 줄 수도 도와줄 수도 없는, 오로지 나만이 해결할 수 있고, 반드시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허기증과도 같은 욕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시작해서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끝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죽음의 중지>는 죽음이 죽이는 일을 중단했다(p44)는 아주 낯선 사건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태초부터 탄생과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과정이었다. 그러나 희망과 기쁨을 상상하게 되는 탄생과는 달리, 두려움과 슬픔을 떠올리게 되는 죽음은 피하고 싶기만 하다. 그런 죽음이 사라졌을 때 사회, 나아가 국가는 영원히 살고 싶은 희망과 절대 죽지 않는다는 공포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p94) 사람들로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죽어야 할 시점에 죽지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비롯하여 그들이 생존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앞에서 갈등한다. 그런데 죽음이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죽음이 사라졌을 때와 동일하다. 단지 7개월을 떠나있었던 것에 불과했지만 죽음에 이른 대기자 명단은 육만 명이 넘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동시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죽음의 강을 건넘으로써 그에 따른 문제들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인간에게 죽음은 가능한 늦추고 싶은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죽음이 다시 돌아오길 원한다. 그런데 죽음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지금까지 죽음이란 대상에게 가지고 있던 두려움은 절망과 고뇌가 합쳐져 더 큰 두려움과 고통으로 바뀌게 된다. 사라졌던 죽음과 돌아온 죽음은 동일하지만 인간은 이전의 죽음과 지금의 죽음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의 중지>는 죽음이 죽이는 일을 그만두었을 때와 죽음이 죽이는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돌아왔을 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죽음은 두 부분에서 동일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이전의 죽음과 지금의 죽음을 다르게 느끼듯이, 두 부분에서 느껴지는 죽음은 무엇인가가 달라졌다. 그렇기에 첫 장의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와 마지막 장의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의 느낌 역시 다르다. 무엇이 다르게 느끼도록 만든 걸까.
소설의 후반부에서 죽음은 여자로 바뀐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다. 그리고 한 번도 잠들어 본 적이 없는 죽음이 남자 곁에서 잠든다. 죽음이 영원히 인간 곁에 머물게 된 것이다.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게 만드는 괴기한 모습이 아닌 평범하고 편안한 인간의 모습으로 영원히 머물게 된 것이다. 이로써 죽음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오로지 삶만이 존재하게 된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지만 지금껏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나는 주제의 소설들을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는 과정이 참 힘든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읽기를 마치면 눈앞이 환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저절로 '아'하는 탄성이 나오는 게 신기했었다. 어렵다고 느껴지다가도 전혀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주제의 글은 참으로 신비롭다. 주제가 이야기하는 사건들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쩌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들이라고 느껴지는 것과 같이 그의 신비로움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신비로움은 언제나 인간의 삶과 존재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언제나 마음은 숙연해진다. <죽음의 중지>에서 주제 사라마구가 이야기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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