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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초보의사의 서울대병원 생존기

홍순범 | 글항아리 | 2008년 12월 12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7점
편집/디자인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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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88g | 153*224*30mm
ISBN13 9788954607339
ISBN10 895460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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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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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소아정신과 진료교수로 일하고 있다. 여러 학술 논문과 전문 서적의 출간에 참여하였고, 대중 서적으로는 갓 의사가 되었던 시절의 초심을 기억하고자 쓴 『인턴 일기』가 있다. ‘생명’을 수호하고 ‘고통’을 줄이는 일을 하고 싶어 의과대학에 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소아정신과 진료교수로 일하고 있다. 여러 학술 논문과 전문 서적의 출간에 참여하였고, 대중 서적으로는 갓 의사가 되었던 시절의 초심을 기억하고자 쓴 『인턴 일기』가 있다.
‘생명’을 수호하고 ‘고통’을 줄이는 일을 하고 싶어 의과대학에 지망했다. 생명에 직결되는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되려 했으나, 정신이 생명 못지않게 신비롭다는 깨달음 끝에, 결국 ‘정신’을 수호하고 ‘고통’을 줄이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교수라는 직업의 정체성에 대해선 ‘진실을 말하는 자’라고 생각한다.
매달 수백 명의 아이와 부모를 만나 상담하며 줄곧 시간 부족을 안타까워했는데,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양육에 대해, 말로 더 길게 설명 드리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을 느껴오다가, 이제 글로 대신 설명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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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에게 병원이란 무엇인가

1.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에게 병원은 어떤 곳인가? 아픈 사람들이 가득한 곳, 무표정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일에 몰두하는 곳, 떨어져나간 살점과 잘려나간 팔다리, 질주하는 침대와 가쁜 호흡, 이 모든 것을 흡수한 천장과 바닥, 긴 복도에는 형광불빛이 모래알처럼 나뒹굴고, 전염되는 축 처진 어깨들. 서로 안면 없는 사람들이 묘한 익명성을 부딪치면서 서로의 안색을 훔쳐보고 내면의 불안을 곱씹는 고통스러운 공간, 때론 친구와 가족을 그곳에서 떠나보낸 기억이 있을 것이며,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서 당황스러운 가슴으로 몰려드는 젖은 향내를 마셨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병원은 찌푸린 얼굴과 쪼그라든 가슴의 상징이다. 꼭 필요한 곳이고 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곳이지만 굳이 가고 싶지는 않은 곳, 가더라도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그런 곳이다.

2.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아니다. 병원은 그런 곳이 아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아팠던 사람들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살아나갈 힘을 회복해서 나온다. 병과 싸우는 인간의 의지가 곤두서고 끝이 안 보이는 싸움에 불철주야 동행하는 희생과 배려가 뒤따르는 곳, 모르는 사람들이 출신과 배경에 상관없이 동병상련으로 맺어지는 곳, 간호사 몰래 외출해서 잔 소주 마시고 돌아오는 곳, 아픈 사람이 가장 우선이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가장 대우받는 곳, 정상적인 사람들이 그런 생의 불우함에 대해 명상에 빠지는 곳. 바쁘게 돌아가는 창밖 풍경과는 동떨어진, 그렇기에 더욱 시간의 흐름에 민감해지고 태어나는 생명과 저물어가는 생명의 변증법 속에서 우리가 온 곳과 앞으로 갈 곳에 대해 인간본유의 상념에 빠질 수 있는 공간. 어떻게 보면 병원이라는 곳은 삶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팽팽하게 압축돼 있는 곳이다.

3. 서로 만나지 못하는 두 갈래의 의학담론
병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균형감 있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위태롭다.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볼 때 의약분업,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대립과 갈등, 의료수가 문제, 의료서비스의 부실 등 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대적으로 부각되었고, 환자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식의 반감이 병원과 의사를 대하는 환자들의 태도에 깔린 기본적인 뉘앙스가 되었다.
그렇다면 삶의 생로병사가 압축된 본질로서의 병원과 사회와 자본주의 체계의 한 톱니바퀴이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갖는 그 이미지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학자들은 의료윤리와 의철학, 대안의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오고 있으며, 사회학자들은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적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병원이라는 거대권력, 자동화된 시스템의 정의롭지 못한 부분을 세부적으로 따져보고 고발하는 류의 담론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과 구분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축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역 의사들의 발언이다. 그동안 현역 의사들의 발언은 의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의료담론 전반의 비현실성과 편협한 시각을 문제 삼거나, 아니면 환자나 문제 제기자 입장에 가담하여 그들의 논리에 구체적은 논거를 제공해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뻗어왔다. 그나마 이제는 이것마저도 드물다.

주요 내용 리뷰

1.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한 15권의 수첩
국내 최초로 인턴의사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다


2008년이 다 저물 무렵,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병원에 대한 책이 등장했다. 『인턴일기-초보의사의 서울대병원 생존기』라는 아마추어 냄새 나는 책이다. 의사시험을 합격하고 레지던트가 되기 전, 누구나 거쳐야 할 지독한 관문이 바로 ‘인턴 1년’임은 일반인들도 알고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8천여 시간이다. 의사가 되려면 누구나 이 시간을 버텨야 한다. 「종합병원1·2」 등 익숙한 병원드라마를 통해서 알려졌듯 인턴은 환자들에게나 선배 의사들에게나 공히 ‘밥’이다. 그런 인턴이 쓴 ‘일기’라면 어설픈 병원생활 적응과정과 환자와 선배의사 양쪽에게 린치당하고도 하소연할 곳 없는 말단의사의 단내 나는 ‘생존투쟁’이 담겨 있으리라는 것도 익히 짐작이 간다.

| 의사고시를 앞둔 의대생의 결심 |
이 책은 우리의 이러한 익살스러운 첫인상을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매우 희귀한 ‘기록물’이라는 점이다. “인턴의사의 전 과정이 숨김없이 기록된 15권의 수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의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던 저자는 입학하자마자 우리 사회가 의사사회 내지는 병원에 대해 가하는 여러 종류의 비난에 직면했다. 간혹 미담과 격려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난이었다. 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왜 병원이 비난을 들어야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의대생이라 하더라도 병원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본과 4학년 때 저자는 첫 수련 과정을 글로 남길 결심을 한다. 그는 졸업과 의사 면허 취득, 그리고 인턴 수련을 차례로 앞두고 있었다. 의사라는 그릇이 어떻게 빚어지는지 너무 궁금했던 그는 꼭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앎을 위해 인턴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 다시 나오기 힘든 희귀한 자료 |
1년간 그렇게 15권의 수첩이 쌓여갔다. 아무도, 심지어 친한 친구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걸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엔 병원이라는 곳이, 그 안에서의 인턴이라는 삶이 너무나 바빴기 때문이다. 자칫 엉뚱한 데 빠져 본업을 소홀히 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짱돌인턴’으로 찍힐 수 있었기에 저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이 작업을 혼자 해나갔다. 인턴들은 레지던트나 전공의들이 내리는 지시를 메모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수첩을 들고 다녔고, 그의 수첩도 그 일환으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저자는 앉아서 5분 쉴 겨를도 없다는 그 바쁜 인턴 업무 중에 글감을 만날 때마다 수첩에 무언가를 “휘갈겼다.” 너무 휘갈겨서 나중에 글로 쓰려고 봤을 때 알아볼 수 없는 대목도 많았다. 이 책은 그렇게 쌓여나간 15권의 수첩을 5년 뒤에 다시 정리해서 펴낸 결과물이다.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을 모두 마치고 한 사람의 “기성 의사”가 된 후 그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수첩 속에 반짝거리고 있는 보석 같은 순간들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변형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불려나온 과거는 현재를 위해 봉사하는 하나의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어린’ 인턴의사는 이미 5년 전에 예감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를 증언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그가 겪은 인턴 생활과 인턴의 마음을 내놓았다.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라는 이 ‘수첩의 아우라’는 모든 부분에서 책의 완성도와 진정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2. 인턴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름 유래부터 세세한 일과까지 상세한 재현


| 의대생·예비 인턴들의 필독서 |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것이지만, 의대생이나 예비인턴들이 읽고서 인턴의 전 과정을 머리로, 가슴으로 숙지할 수 있게끔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 독자들이 병원에 대한 종합적인 상식을 쌓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의사고시를 치렀던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인턴시험과 의사고시의 관계, 인턴 오리엔테이션의 경과, 인턴일정 추첨의 극적인 긴장감, 안과·흉부외과·소아과·마취과·타 병원 파견 등 매달 근무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이뤄지는 업무인수인계와 일과, 적응의 어려움과 업무의 보람, 각과 의사들의 특징, 인턴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제들, 레지던트 시험 준비(틈날 때마다 빈 병실을 돌아다니며 메뚜기 해야 한다) 등을 서술의 기본 골격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목차와 주요 대목을 훑어보면 ‘인턴이라는 존재의 외형적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보기에 다소 코믹스러운 잔심부름부터 진지한 의료행위까지 인턴이 하는 주요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눈에 보일 듯이 보여주고 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인턴 잔심부름 총정리 |
레지던트가 출출한 증상을 호소하면 야식을 처방한다(절대 면은 시키지 않는다. 불어터지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자장면 뒤집어 쓸 수 있다). 선배들이 수술에 들어가면 즉각 달려가 대학원 수업을 대출한다. 과장님의 아침 회진 때 환자 상태를 잘 살필 수 있도록 형광등 스위치를 내리거나 올린다. 이 과에서 저 과로 각종 문서를 배달한다, 중국집 배달원이 밀린 외상값을 받으러 오면 단숨에 처리한다. 선배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화장실에 신간만화를 비치한다. 각종 의료기계를 1층에서 꼭대기로 옮기는 짐꾼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깜짝 간식으로 간호사들 비위를 맞춘다. 레지던트들 아침 기상은 인턴이 책임진다(간지럼 태우기, 그러다가 맞기 포함).

| 기본 의료 업무 총정리 |
정맥주사 놓기(인턴이 가장 많이 하는 일로서 핏줄이 가늘디가는 환자부터 발버둥치는 아이까지 상대하다보면 인턴을 졸업하기 전에 선배의사들을 능가하는 확고한 전문가가 되기도 함), 산소주머니 짜기, 콧줄 끼우기, 변 못 보는 환자 관장하고 세 번 시도해서 안 될 경우 손가락으로 변 파내기(저자는 이 때 장갑을 두 겹으로 낄 것, 물대포 발사 사태에 대비할 것을 강조한다), 밥상 차리기(마취과에서는 환자의 성별에 따라 마?약과 주사가 달라 인턴에게 “남자상 차려라, 여자상 차려라” 하는 명령을 내린다.), 혈액검사기계 관리, 환자내방 기록 정리, 응급실 환자 기본 처치 후 해당 과 레지던트에게 연결시키기, 수술환자 준비(백내장 환자의 경우 눈썹을 깎는다든지 등), 큰 병원으로 환자 이송하기(제주에서 서울로 환자를 이송시킬 때 가운을 입고 비행기에 오른 이야기가 소개된다.) 등을 우선 나열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책에 소개되는 본격적인 업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반드시 책을 통독해야 한다.

| 흡혈귀의 본능에서 비몽사몽 클럽까지 |
저자는 인턴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인턴 잔치는 끝났다”라고 걸린 현수막을 보고 멋이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인턴 잔치는 시작이다”라고 하는 게 고된 업무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위로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여유는 그러나 인턴의 공식일정과 함께 싹 사라져버린다.
저자는 ‘안과’에서 첫 인턴업무를 시작하며 인턴업무의 녹록치 않음을 실감한다. 유난히 기록을 꼼꼼히 남겼던 어느 하루는 단 5분 쉴틈도 없었다. 정맥주사-」회진보조-」성인병동 파견-」퇴원처방-」병실환자 관리 등 일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는 수첩에 “오늘은 정말 바쁜 날이었다”라고 적었지만 이는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착각일 뿐이었다.(pp.55~61)
몸이 바쁜 것은 견딜만하다. 문제는 환자에게도, 선배 의사에게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자신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었다. 소아 흉부외과에서 그는 인턴 생활의 첫 위기를 맡는다. 도대체 잔심부름 말고는 의사다운 일을 할 일이 없었다. 늘 구석의 눈에 안 띄는 곳에서 천국과 지옥, 운명, 전생과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보냈다. 차라리 능력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히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자신감 완전 상실 기간이 지속되었다.(pp.74~77)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겪는 과정일 뿐이었다. 기력을 회복한 저자는 환자는 물론 동료나 선배의사들의 팔뚝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 교수님 혈관 좋으시네.”(p.53) 매일 정맥주사를 놓다보니 생겨나는 흡혈귀의 본능이었다. 정맥주사의 달인이라는 경지를 넘어 환자에게 소변줄을 깔끔하게 잘 넣고, 심폐소생술 때 산소주머니 잘 짠다고 각각 ‘폴리맨’과 ‘앰부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p.135) 결국 간호사들에 의해 역대 내과계열 중환자실 최고의 인턴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p.197)
저자가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명언을 상기시킨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복이 오나니.” 힘든 과정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견뎌내고,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고, 그러면서도 맡은 바 임무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되새기는 과정이 없다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이 인턴이라는 과정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몸소 보여준다. 3층에 있는 응급환자의 채혈을 위해, 비쌀 뿐만 아니라 무겁고 설치하기도 어려운 혈액기계를 통째로 벽에서 떼어내 옮기려는, 경험 많은 의사나 간호사들의 눈에 일종의 “쇼”로 비쳤을 그런 열정을 통해서 말이다.(p.80)

3. 인턴 의사의 눈에 비친 병원의 알몸
의사들이여, 당신들이 건넜던 ‘망각의 강’을 다시 건너오라


| 내부자의 객관적 눈으로 본 의료 현실 |
이 책은 인턴이라는 의사 수련의 한 과정을 시간 순에 따라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이라는 제도에 물들지 않은, 의사 중에서는 일반인의 시각에 가까운 순수한 눈으로 관찰한 병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증받은 시신에서 안구를 떼어내며 시체도굴꾼의 끔찍함을 상상하는 장면(p.68), 환자를 덜 고통스럽게 하면서 주사를 놓기보다는 정확하게 꽂는 데만 몰두하는 자신을 보고 어느덧 돌처럼 차갑게 굳어가는 몸의 일부를 상상하는 장면(p.45), 다른 과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훔쳐보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구경한다는 자괴감으로 갈등하는 부분(pp.79~80)에서 초보의사의 여린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 인턴은 병원의 부조리를 먹고 산다 |
초보의사의 이성과 감성으로 감당하기 힘든 불의와 모순, 병원의 시스템적 부조화가 날것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 책의 읽을거리다. 응급실 교통정체가 벌어지는 날, 애매한 환자를 두고 서로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미루는 의사들(p.205), 아는 사람을 통해서 온 환자가 아니면 아무리 응급환자라도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다른 병원으로 보내라는 명령을 인턴에게 내리는 어떤 레지던트(p.287), 심각한 뇌출혈 환자를 큰 병원에 보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보내는 병원에 병상이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설마 되돌려 보내랴 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밀어내는 일부 지방병원의 행태(p.295),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무조건 의사의 잘못된 진단 때문이라고 따져들고 고소를 불사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은 쫃보의사를 안팎으로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목록들이다. 저자는 환자?게 필요한 정보만 캐내고 재빨리 처방한 뒤 다음 환자로 넘어가는 ‘대화에 인색한’ 의사들의 모습에서 ‘의사는 케토톱이 아니다’라고 부르짖고(p.48), 인턴에게 병원의 잡무를 시킬 것이 아니라 ‘병실 돌아다니며 환자 분들, 보호자 분들과 잡담 나누기’를 인턴의 공식적인 업무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하고(p.49), 고된 인턴생활로 인해 1kg도 안되는 아이를 조산한 여자동료의 사건, 여자 레지던트가 임신 중에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것 앞에서는 ‘여의사는 원더우먼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한다.(p.191) 약한 응급환자를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신경외과 의료진들이, 마취과에서 전신마취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마취과 의사들을 속이고 환자 가족 동의만 얻은 채 수술을 감행해 겨우 성공한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전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시스템적 갈등요소들이 보완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하기도 한다.(p.253)

| 병의 치료에 개입되는 인위적인 요소들 |
의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업무이자 당연한 의사결정이지만, 초보의사의 눈에는 하나하나가 의심과 생각과 반추의 대상이다. 우리는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의 하루하루를 초보의사라는 비디오의 되감기 기능을 통해 돌려서 보고, 부분 확대 기능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의사들의 행태는 물론 병원의 수납절차, 각종 검사와 수술과정에 도사린 여러 가지 우연들을 깨닫게 되고 병을 치료하고 그것이 완치되기까지 의학적 판단 이외에 어떤 인위적인 개입요소가 있을 수 있는지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다소 코믹스러운 에피소드이지만 저자가 ‘안과’에서 인턴 업무에 발을 내딛었을 때 병동에 입원해 있는 백내장 환자들의 눈썹을 모두 깎아버린 사건이 있었다. 예외적으로 눈썹을 깎지 말아야 할 환자들도 있었지만 배운 대로 실행하는 ‘무서운’ 인턴 앞에 예외란 있을 수 없다. 결국 눈꺼풀이 두터운 환자의 눈이 딱 붙어버려서 그걸 떼어 내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 저자는 그 환자의 눈이 붙어버린 것은 눈썹 때문이기보다는 호두껍질을 방불케 하는 선천적으로 면적이 넓은 눈두덩이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함으로써 병실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p.50) 이렇듯, 병원에서는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사소한 실수와 정의롭지 못한 판단도 있고,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는 막무가내 환자들이 레이저 치료를 안 해준다고 떼를 쓰고, 앞사람이 진료 받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 왜 나를 먼저 보지 않느냐고 곤혹스러운 ‘장유유서’를 주장하는 할머니 환자도 있게 마련이다.

3. 의사라는 그릇은 어떻게 빚어지는가
무뎌지는 감각과 고통스러운 사색의 길항


병원은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지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병원이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것이리라. 이 책에도 물론 수많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노래방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다가 의식을 잃고 실려 온 중년 여자를 깨우기 위해 다리를 꼬집자 힘차게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자칫 얼굴을 차일 뻔했던 이야기(p.293), 변을 보지 못해 내방한 할아버지 환자가 관장 후 엎드린 자세에서 참지 못하고 폭포수를 뿜어낸 이야기(p.122)는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 인간적인 의사들, 고뇌하는 휴머니스트들 |
하지만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아이가 몸 속 깊은 곳에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 수차례 굵은 주삿바늘에 깊숙이 찔리는 등 심각한 이야기도 많다. 저자는 레지던트들이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그 아이의 목과 어깨를 특수한 자세로 유지시키는 임무를 맡았는데, 그 때문에 아이와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자세가 되었고 주사바늘이 꽂힐 때마다 절망적으로 찌푸려지는 그 표정과 눈빛을 보며 괴로워했다. 의사답지 않게 그는 ‘이 아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라는 상념에 빠져들었고, 고통의 본질에 대한 명상에 빠지기도 했다. 저자가 바쁜 업무로 인해 정신없이 지내다가 한달이 넘어서야 병동에 걸린 큰 풍경화를 발견한 것처럼, 독자들도 속도감 있게 넘어가는 사건식 구성의 와중에 잠깐잠깐 이와 같은 사색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의사들끼리 있을 때 자주 듣게 되는 “지겨워”라는 말도 저자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의사가 지겹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한다는 것이 순수한 인턴에게는 마음 불편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겹다고 내뱉은 그 의사가 막상 환자의 상태가 좋아질 때면 그 표정이 너무나 환하게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저자는 “지겹다”라는 말을 힘들게 일하는 신체에서 흐르는 땀처럼, 환자에게 전력을 다하는 마음에서 나는 ‘땀’이 아닐까 라고 갈무리한다.
이처럼 이 책은 병원의 숨 가쁜 일상에 대한 소설과 같은 묘사와 그것을 내면에 갈무리하고 논평하는 컀턴의 1인칭 논평으로 이뤄진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이,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만류를 무시한 채 중환자실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기도하는 장면은 압권이다.(p.128) 마치 병을 고칠 수 있는 분은 자신들이 믿는 신이 유일하다는 듯이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의 의료를 이룩한 사람들에게도 종교가 있었다. 독실하게 믿는 나름의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눈물겨운 노력들을 통해 오늘날의 의료를 이룩했다. 그래서 결점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오늘날의 의료에도 이미 신께서 깊이 관여하고 계실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의사가 의학지식을 달달 외우고 현장에서 의료기술만 갈고 닦아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이와 같은 현장경험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만, 특정 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으로도 다루고 있다. 국고 지원 대상이 아닌 좋은 약을 쓰기 때문에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불편한 적자공식’(p.124), 응급환자에게 국가가 치료비의 절반을 부담해주는 응급의료관리료의 모호한 기준에 대한 이야기(p.283), 모든 의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는 걸 현장에서 깨닫는 이야기(p.291) 등은 추천사를 쓴 신영복 교수가 말했듯이 “의학도로서의 냉정한 로고스와 저자 특유의 인간적 페이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독자들의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하는 대목들이다.

| 의학 공부는 상식·감각에 기초하지 않는다 |
아마 독자들은 초반부에 의학공부와 수학공부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턴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결심한 예비 의사의 탁월한 관찰력과 설득력 있는 비교 고찰의 솜씨를 만날 수 있다. 그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한 뛰어난 의사의 휴머니즘적 현장보고서에 대한 거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수학 공부는 학생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수리 감각을 훈련시켜 더욱 숙련된 감각을 만드는듯하다. 이를 위해 초보 단계부터 수학 문제를 직접 다룬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허용된다. 하지만 논리의 징검다리를 잘 따라가면 정답에 도달하며, 논리에 결함이 없는데 오답이 나오기는 어렵다. 혹 자력으로 답을 구하지 못할지언정 해설을 보며 충분히 궁리하면 연산의 매 단계를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의과대학 공부는 학생들의 감각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일단 암기부터 해야 한다. 환자의 문제를 직접 다루는 일도 제한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숙련되는 공부 방법은 용납되지 않는다.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관찰해보니 그렇다라고 그냥 외워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역으로 그럴싸한 논리라도 얼마든지 오답으로 안내한다. 미리 고려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숨어서 논리를 비웃는다.”(p.15~16)

추천평

시종 압도적인 인문학적 진정성이 일관되고 있다…
냉정한 로고스와 필자 특유의 인간적 페이소스가 돋보인다

“이 책은 새내기 의사가 대학병원의 각 과를 두루 거치며 틈틈이 기록한 15권의 수첩을 바탕으로 한 1년간의 인턴 수련기록이다. 독자들은 물론 ‘종합병원’ ‘병원24시’ 등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를 연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극적 드라마 대신 시종 압도적인 인문학적 진정성이 일관되고 있다. 질병과 생명, 의사와 환자, 병원과 간호사와 환자가족에 이르기까지 ‘의사의 길’을 시작하는 인턴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아가는 진솔한 현장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기록이다. 의학도로서의 냉정한 로고스와 필자 특유의 인간적 페이소스가 마치 백지 위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의사는 어떻게 빚어지는가? 한 인간의 성장은 어떠한 감동과 아픔으로 점철되고 있는가? 그리고 필자는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저자는 환자와 의사의 소통을 위해 몸을 던졌다
의사와 환자는 적과 싸우는 연합군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알고 보면 대부분 소통의 문제이다. 소통의 부재는 서로를 의혹의 눈초리로 보게 하고 배척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 사회와 일반인들의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는 의사와 환자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고자 자신의 몸을 던진다. 초년병 의사인 인턴의 시각으로 우리나라 병원 사회를 여과 없이 그려냄으로써 둘의 간극을 좁히고자 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의사와 환자는 모두 병이라는 적과 싸우는 연합군이라는 사실을…….”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
삶에서 겪는 모든 인턴 과정에 대한 은유
삶의 드라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

“원고를 읽는 동안 숨을 고르기 위해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인턴 시절이 너무나 생생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이란 곳은 삶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팽팽하게 압축돼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병아리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룰 자격이 있는 진짜 의사로 성숙해 가고,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숙해 간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조금의 가감도 없이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생사의 아픈 사연에 가슴이 찡해지기도 하고, 풋내기 의사의 어설픈 모습에 미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결국, 누구에게나 껍질을 벗고 진짜 삶의 현장으로 진입해야 되는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삶의 인턴”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모든 인턴 과정에 대한 은유라고 할 만하다. 드라마 속 얼짱 의사들의 드라마틱한 삶이 아니라, 실제 병원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삶의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고경남 (소아과 전문의, 『남극 산책』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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