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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7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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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800쪽 | 127*187*40mm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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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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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빼고는 유럽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제국으로 천년을 넘어선 로마가 문화,경제,종교 등 여러 면에서 현재의 유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당연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로마는 그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좁은 지식으로는 새로운 피의 수혈 덕택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라는 표현처럼 만약 로마가 계층 간의 이동이 어려워 새로운 계층의 인물이 로마 중심부에 입성하지 못했다면 로마는 썩은 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유일하고 믿을 만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우수한 인물의 등장과 새로운 인물의 중심부로의 입성은 한국의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의 부모들은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자식교육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부에 우리의 자식이 있기를 바라므로) 그러다 보니 나라의 교육정책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변화를 거듭한다. 그 변화 속에서 부모와 학생들은 혼돈과 갈등으로 시간과 돈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과연 교육정책이 문제일까? 물론 올바른 교육정책의 확립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바꾼다고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소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1.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필요성
직업이라는 것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어느 직업에도 높고 낮음이 없고 우러러보거나 얕잡아 봐도 되는 직업은 없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조선시대도 아닌데도 직업에 의해 계층이 나누어진다. 의사를 대할 때나 변호사를 대할 때의 우리의 태도와 청소부나 마트 직원을 대할 때의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보라. 이런 직업에 대한 인식의 불평등은 자식교육에 목맴으로서 (자신의 아들, 딸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아이들을 혹사시킨다. 만약 어떤 직업이든지 같은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면, 남이 바라보는 직업이 아닌 자신이 바라보고 좋아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낼 수 있게 되고 특정 직업을 획득하기 위한 잔인하고 피 터지는 싸움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2. 직업 간 격심한 소득차이 줄이기.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소득문제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직업이라는 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의사, 청소부 등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소득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은 많은 공부를 해야 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한다. 반면 청소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덥고 추운 날씨에 먼지와 쓰레기와의 싸움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두 직업 다 각자의 직업적인 면에서 좋고 나쁨이 존재하는 것인데 왜 소득의 차는 커야 하는가? 만약 이와 같은 직업 간의 소득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리고 직업 간의 불평등한 인식을 해소 할 수 있다면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선호할 필요가 없으며 고등학교의 공부도 입시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3. second chance 의 제공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만약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진짜 열심히 공부할 건데 라고!
왜 하필 학창시절일까? 물론 풋풋하고 생기발랄한 그 시절이 그리워 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학창시절이 주는 기회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가는 관문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며 이 지점을 관통하고 나면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딱 한번 주어진 기회. 어른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창시절에 공부해야 된다고 수시로 주입하고 압박한다. 만약 두 번째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직업적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면, 학창시절을 아쉬워하거나 그리워하는 대신 내 인생의 다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조정래 선생님의 책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교육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음에도 이렇게 바뀌면 더 낫지 않을까 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들도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시감. 데자뷰. 예전에 겪었던 일을 또 마주치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며 저는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그 기시감은 제가 겪었던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조정래 작가님은 과거 군부정권이 사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을 때 손자시대에는 불법과외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를 기대를 하셨으나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에 태어나 무한경쟁의 교육시스템을 겪었습니다.
대학진학후 시간이 지나면 입시위주의 무한경쟁이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학부모가 됐을 때는 사교육은 필요없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고3 수험생 조카가 있고, 초등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가 된 지금, 저의 기대 또한 보기좋게 배신당했습니다. 저는 과거에 제가 너무나도 힘들게 겪었던 무한경쟁의 학창시절로 제 아이를 밀어넣어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아직까지 우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적표에 석차를 매기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사실과 이름표, 일제고사,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 모두 일본의 잔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에서까지 무조건 일본식으로 통제만 하는 것이 옳은 교육이라는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의 한국교육을 만들어 온 주범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교사 강교민의 친구 아들인 유지원의 이야기에서 청소년들이 지옥같은 입시위주 교육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숫자가 연간 550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자살소식은 뉴스에서 매년 접하지만 내 자식이 아니니까 상관없다며 곧 잊어버리는 우리 어른들의 소름끼치는 무책임함이 그 원인임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자식들이 남들이 업신여기지 못하는, 권력과 금력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을 갖게 하기위한 수단으로서 공부를 절대시합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모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의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에서라면 저도 소설에 나오는 극성부모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아이에게 제가 겪었던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물려줄 것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자신을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후, 저는 좀더 다른 모습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김선희의 아들 최윤섭이 자신의 진로로 대장장이를 꿈꾸고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는 이야기가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은 것을 배운 부분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 다름에 대해 우리 조상들이 남긴 명언.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 자녀의 교육과 진로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하고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신과 자식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숱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불행해진다는 사실은 모든 부모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과 자녀가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기객관화'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자기객관화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저도 좋은 학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직업은 성심껏하면 굶지 않게 해준다.'는 말은 자녀의 진로선택에 부모가 반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그거 해서는 밥굶는다'는 말이 유효하지 않으며 자녀가 꾸는 꿈을 막을 그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해마다 일반학교의 자퇴생이 7만여명이라는 사실에서 지금은 저에게 7만이라는 숫자가 남의 일이지만 제가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교육관을 세우지 않는다면 저 7만이라는 숫자속에 제 아이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에서 공부란 필요에 따라 적당하고 알맞게 하면 되는 것이다. 교육이란 학생의 개성에 따른 능력을 발견해내고 그 능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풀꽃도 꽃이다]에서 읽은 이 두 문장에 대해 한없이 공감하며 이것을 제 교육관의 뿌리로 삼으려 합니다.
소설 마지막 장의 제목은 '그래도 희망의 나무심기'입니다. 교육현실은 암울하지만 소설 속 강교민과 같이 참교육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것. 그리고 혁신학교 실시를 공약으로 들고나온 진보교육감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래도 우리 교육에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혁신학교를 주장한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이 땅의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인식한 학부모들의 작지만 큰 변화일 것입니다 . 또한 아우슈비츠의 늙은 아버지와 젊은 세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씀하신 희망은 우리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몇년 전 고려대학교 학생인 김예슬씨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썼습니다. 그리고 경주마처럼 쉼없이 달려온 그녀는 무한경쟁 교육시스템이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을 만들어냈다며 자퇴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대학과 사회의 모순을 말한 그녀의 선언은 이 사회를 향해 던진 작은 돌멩이었지만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우리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로부터 작은 균열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면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생각해왔던 '좋은 부모'에 대해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좋은 부모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강력한 교육 민주화가 이루어져야하며 강.교.민을 위해 저또한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희망의 나무를 하나씩 심어나간다면 돈과 욕망 그리고 무한경쟁이라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작동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밤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이제 길가에 피어있는 풀꽃을 본다면 예전처럼 무심코 보아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풀꽃도 꽃이니까요.
풀꽃도 꽃이다
- 풀꽃도 어여삐 볼 줄 아는 세상으로 바꾸어 가자
사실 이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 가족에겐 아직 먼 미래같다. 나와 남편이야 이미 공부는 졸업한지 오래고, 9개월짜리 아기에게 최고의 미덕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지 1등짜리 성적표가 아닌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에 태어난 순간부터 어쩌면 아기들은 길고긴 경쟁의 출발대에 서게 된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터넷의 발달로 요맘때쯤 아기가 몇 ml를 먹는지, 몇 시간을 자는지도 일일이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며 아직 옹알이를 하는 아기에게 들려줄 수 있는 영어 동요책이 유아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당당히 올라와있는 시대다. 어쩌면 이 상황이 먼 미래라는 건 내 생각뿐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정말 술술 읽혔다. 우리네 현실을 무섭도록 실감나게 반영한 장면이 와 닿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일렬로 줄세워진 성적표를 보고 불평하는 학생들을 시작으로 정말 다양한 교육계의 문제가 여기 저기에서 튀어나온다.
공부 스트레스, 엄마의 욕심, 왕따, 은따, 스따, 일진, 셔틀, 학교폭력, 과열된 영어교육, 문화식민지, 외국 유학, 흙수저-금수저. 대치동 학원가 족집게 과외, 가난, 학생 아르바이트...
이 정도면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도 막막할 정도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으로 ‘40조에 육박하는 사교육 시장’을 지목한다.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 몇 개씩 돌리는 게 기본이다. 학원이 아니라면 방과 후 교실이라도 돌린다.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다시 친구를 만나고, 놀고, 공부하고, 숙제를 가져와 자기 전까지 한다. 사교육의 늪은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수능 전에는 책 말미에 나온 대치동 엄마들처럼 일 분 일 초를 다투며 저녁을 먹고 학원에 돌릴 정도다.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가방과 의자에 자물쇠까지 채우는 열성 엄마들의 뒷바라지를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학생들에게 굉장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안 겪어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공부 스트레스’. 이 스트레스로 인해 하루 평균 1.5명이 죽어가고 있다니... 통계의 딱딱한 숫자로 다가온 진실의 무게는 더 무겁다. 부모라면 제 자식이 공부 잘하길 바랄 테고,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으니 갈등의 골은 깊어질 뿐이다. 소설 중간 중간에 소개된 안타까운 실화와 시가 그것을 말해준다.
갈 곳 없는 학생들의 분노는 때로는 부모에게로, 때로는 그들의 선생에게로, 그렇지만 주로 그들의 동급생에게로 향한다. 적나라한 학교 폭력의 실체를 묘사한 장면을 보며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자신보다 약하고 가난하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폭력들. 그 모습을 묵인하는 학급 구성원들. 공부 지옥에서 혼자만 탈출한 예슬에게는 ‘은따’라는 형벌이 내려진다. 일진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반격한 동기는 결국 퇴학을 당하고 면 뽑는 기술을 배우러 간다. 지원의 친구 주상은 지금도 남호와 태식의 ‘셔틀’ 노릇을 하고 있을까. 참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다.
해답은 없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가 나와 자식을 분리시켜 생각하고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든든하게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말은 쉽지. 당신 자식이 공부 못해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하는 부모들의 골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왜 잘 해야 하는 걸까.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간 다음,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명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일명 ‘금수저’를 물려주기 위해서? 여기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분명 우리는 모든 직업은 존귀하다고 배웠다. 하지만 내 자식은, 나는 못 했어도 내 자식만큼은 힘 덜 들고 시간 덜 투자하며 돈은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포기하기가 힘든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주말 드라마에서 아들이 네일 아티스트를 꿈꾸는 여자 친구와 결혼한다고 하자 전력으로 그것을 반대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 편 큰 아들은 교사 여자 친구와 결혼한다고 하자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을 다 읽었음에도 아직도 확신하기가 힘들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웃으면서 무조건 찬성을 외쳤을까? 나름 스스로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뜨끔했던 장면이 있다. 최미혜와 딸 예슬이가 화장으로 실랑이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나중에 우리 딸이 화장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린 친구들이 뽀송한 피부에 BB크림을 바르고 아이라이너, 틴트를 진하게 덧칠하는 모습을 보면 퍽 좋아보이진 않는다. ‘저러다 나중에 피부 탄력 떨어지고 엄청 후회할 걸’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지금도 이런데 10년 후, 20년 후는 더하지 않을까. 화장을 하고 교복을 수선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하고 싶으면 특별한 날 바를 수 있게 좋은 화장품을 사주는 것. 바르게 클렌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지금의 나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안인 것 같다.
강교민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한평생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그런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최근 들어 진로 교육이 많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수많은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적다.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다. 의사, 약사, 판검사를 외쳐대는 것은 그들 세대에 그런 직업을 가진 것은 곧 신분상승이었고 권력과 돈을 거머쥐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직업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김선희의 아들 최윤섭이 대장장이를 한다고 하자 그 부모는 천하다고 기함을 했지만, 알고보니 박대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예술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꼭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업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로 교육이 아이들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풀꽃도 꽃이다’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유지원과 원누리, 원명준이 다니게 된 대안학교, 또 혁신학교가 그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대안학교, 혁신학교 말만 많이 들어봤지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검색해본 바로는 공교육의 바깥에서 그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생들의 자립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대안학교다. 혁신학교는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협력, 토론, 배려를 주창하며 학생 중심의 민주 질서를 확립하는 곳으로 대안학교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이러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 것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학생을 감시와 억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최대한 존중한다. 대안학교, 혁신학교에서 학생들은 서로 무시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것을 배운다. 갑자기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 시스템을 이들 학교처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나와 같이 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가치를 좇다 보면 서서히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혁신학교에 대한 지지와 진보 교육감의 당선이 그 수요를 보여주듯 말이다.
마음껏 놀고 뒹굴고 꿈꾸게 하자. 친구들과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놀게 하자. 안 되는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알려주자. 돈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이며,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사고방식은 버리자. 영어는 필요한 만큼만 잘 하면 된다.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자. 책을 사랑하고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자. 다른 이의 아픔에 같이 눈물 흘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자. 나부터가 바뀌자.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퇴근한 남편에게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더라고. 당신은 우리 딸이 나중에 뭐 했으면 좋겠다는 거 있어?”
“음..당신 말 듣고 보니까 우리 애기가 하고 싶은 거 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오오, 정말이야? 왜 당신 예전에 약사 시킨다고 그랬었잖아.”
“아니야, 약사 안해도 괜찮아. 당신이나 나중에 혹시나 공부 못 한다고 애 잡지 말아.”
“아, 안 그래. 안 그럴거야 진짜. 실컷 놀게 해줘야지. 지 하고 싶은 거 하고.”
“지금 이 말 꼭 기억해.”
“하하하, 알겠어. 이래놓고 나중에 나도 뭐라 하는거 아냐?”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꼭 아는 것처럼, 9개월 된 딸은 방실방실 웃으며 토끼 인형의 귀를 쭉쭉 빨았다.
화제의 작가 조정래 선생님의 화제의 신작을 드디어 읽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조정래 작가의 팬이다. 근대사 3부작 시리즈도 모두 읽었고(솔직히 한강과 태백산맥은 읽은 지 오래돼서 최근 읽은 아리랑처럼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정글만리도 당연히 신간으로 구입해서 읽어봤다. 작년에 출간된 [조정래의 시선]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시선 책에서는 교육문제를 꼬집은 책이 2015년 출간 예정이라고 했지만 6개월 정도 늦은걸 보니 편집자의 손이 많이 갔거나 편집자와 작가 사이의 트러블이 있지 않았나 예상된다. 어찌되었든 독자 입장에서는 기대하던 작가의 신간을 만나게 되었으니 기쁘다.
동료에게 이번 휴가는 조정래 작가의 신작과 함께 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책 꽤나 읽은 그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그 작가의 소설은 3부작 이후부터는 너무 계몽소설로 가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정글만리에서도 한국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대광이나 송재형을 통해 말하고 있지 않았나? 아무튼 나는 동료의 평에 굴하지 않고 작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자 서문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주인공 강교민이라는 이름은 무엇의 줄임말일까?” 오호라! 강교민의 본 말을 찾는 것이 미션이군, 그러나 그 미션은 100쪽 남짓 읽는 사이에 잊혀 버렸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너무 적나라케 나오기 때문이다.
첫 장 부터 아이들의 알 수 없는 외계어들이 나온다. 칠순이 넘은 노 작가가 자료수집 하는데 제일 어려웠던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이외수 작가도 청소년들의 국어 파괴현상을 막아보고자 그들의 댓글을 바른 말로 고쳐주는 댓글을 달다가 지쳤다고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10대들의 언어를 수집하고 번역하느라 애쓴 작가의 수고가 느껴졌다. 아마 현직 중등 교사가 읽었다면 나보다 더 심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 외계어에 숨어있던 교사, 부모,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어른에게 비수처럼 와 닿았다. 성적공개는 사형선고, 교사를 비롯한 모든 어른은 찌질이, 엄마는 악마이고 아빠는 엄마에게 돈 벌어다 바치는 찌질이로 묘사되고 있다.
내가 주목한 등장인물은 중3 유지원(남), 중3 신예슬(여), 고2 배동기(남) 이다.
유지원과 신예슬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과외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배동기는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주변에 부모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 부모들의 삶이라는게 엄마는 헬리콥터 맘이고 아빠는 죽도록 돈만 벌거나 아님 알코올 중독자다.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강남 학생들의 삶이라는게 이런 건지, 하루 종일 과외와 학원으로 치이면서 살아가고, 엄마는 그런 자식을 감시하기에만 바쁘다. 엄마들끼리 만나도 하는 얘기는 온통 성적, 입시, 과외 이야기뿐이다. 저자가 교육이 문제라는 전제로 글을 써 나갔으니 어두운 면만 나오는 것이 당연하기도 한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부모 자식간 대화가 모두 거칠고 불경스럽다. 나도 그 시절에 그랬던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난다.
일반적이고 모두들 열망하는 보통교육에서 위 세사람은 모두 튕겨져 나온다. 유지원은 발악하여 대안학교로 전학가고, 신예슬은 중학교 졸업만 하면 꿈을 위해 프랑스로 유학가기로 했다. 배동기는 그동안 당해왔던 일진에게 강한 한방을 날리고 퇴학당해 학교를 떠나지만 사회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개인회화 강사인 포먼이 학생과 성관계를 갖고 그 결과 여자를 임신시킨 죄로 한국에서 쫓겨날 판에 놓여있다. 일본과 한국여자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백인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보면서 그 절의 제목을 ‘자발적 문화식민지’라고 붙였다. 그러나 영어교육이 많이 약해진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 1위에 동시 통역사가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 어플이 그 자리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영어 학원 폐업 신고가 늘고 있다고 한다.
1부에 등장했던 세 명의 주인공들은 주변인을 통해 자신의 소식을 알려주고 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신예슬은 눈감고 디자인을 그릴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결국 퇴학당한 배동기는 면 뽑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 중국집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다. 유지원만 직접 자신의 소식을 전해왔다. 유지원은 혁신학교로 전학 가서 원 없이 책을 읽고 토론수업도 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그가 정한 진로는 농부다. 수입 농작물에 의존하지 않고 토종 농작물을 아끼고 보호하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유지원의 진로가 식량자원을 시대로 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유지원만큼이나 특별한 진로를 정한 인물이 등장한다. 대장장이가 되고 싶은 최윤섭이다. 최윤섭이 대장장이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저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적도 그럭저럭 좋고 집안도 좋은 윤섭의 진로 때문에 어머니는 앓아누울 지경이다. 그래서 윤섭의 부모는 윤섭이가 진로를 정하는데 도화선이 된 21세기 대장장이 박대성을 만난다. 거기서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대장장이의 삶을 장인의 삶으로 미화시킨다. 무형문화재 급이니 넉넉한 수입에 대학 강의까지, 당연한 결과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면 모두 그렇게 성공할 수 있을까? 거기서 중요한건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다. 박대성도 공장 철물이 쏟아져 나올 때 폐업하지 않고, 수입이 줄어도 대장간을 유지하고자 했던 그 뚝심 덕에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의 이름을 박대성으로 지었나보다.
2권의 맨 마지막에는 대치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금수저의 삶을 보여준다. 학교 끝나면 엄마가 픽업하고 이동하는 중에 보약을 먹은 후 학원에 가서 억대연봉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다. 학원 강의실 이동시간에는 엄마들이 먼저 출동하여 맨 앞자리를 맡고 인근 고기 집에서 한우를 허겁지겁 먹은 후 다시 수업 받으러 들어간다. 엄마들은 언제나 대기 모드며 자식이 SKY 대학에 철썩 같이 붙을 거라 믿으며 3년 동안 공을 들인다. 그런 엄마들 덕에 대치동 학원가는 오늘도 성업 중이다. 그런 모습을 하버드 대학생 눈을 통해 실낱하게 비판한다. 하버드에 있는 한국 학생들은 말이 없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대치동을 와 보니 알겠더란다.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으니 하버드에 와서도 교재만 죽어라 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부는 사유는 빠지고 외우기만 열중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간에 혁신학교가 잠깐 나오고 있지만 그게 완벽한 해결책에 될 수는 없다. 혁신학교가 흥행에 성공할수록 많은 인재가 그 학교로 모이게 되고, 그럼 그 학교도 민사고나 특목고와 같은 소수의 귀족학교로 전학할 수 있다. 중요한건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교육부장관은 20년이 넘게 근속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뿐만 아니라 5년 안에도 교육부장관이 여려번 바뀌지 않는가! 언제 짤릴지 모르는 교육부장관이 어떻게 10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러 면에서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소설이다.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제시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약간 부족하다. 하긴 교육전문가들도 내 놓지 못하는 대안을 어찌 소설가가 제시할 수 있겠는가.
입시라는 소모전에 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청춘을 보내고 있다. 2016.8.6.(토)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이 바로 수능 D-100일 이란다. 그 청춘들은 알까? 대학에 가면 새로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100세 인생을 놓고 보면 학창시절은 겨우 인생의 20% 밖에 안되는 기간인데, 그 기간이 평생을 좌우할 것 이라고 어른들이 말하고 있다. 어른들도 경험했으면서 그런 심한 거짓말을 하니....
청춘들에게 고하노니 눈 앞의 입시만 고민하지 말고 더 멀리 인생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아이가 고3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의 일상에 맞춰 일어나고 아이가 들어올때까지 깨어있다가 아이가 자면 그때 본인도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삶은 없고 오로지 아이의 일상에 맞춰져 있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이 나에게 말하길 고3 엄마같지 않다고 말한다. 어딜 봐서 고3 엄마냐고. 주말이면 등산 다니고, 여행을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란게 어차피 아이가 하는 것이고 나는 아이를 위해 먹을 간식과 음식만 준비해 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부하라고 하거나 감시해봤자 공부할 아이들은 하고 하기 싫으면 절대 안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에게 성적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잔소리로 받아들이는게 속상했다. 그래서 몇 마디의 말을 하고 싶어도 참는 편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도 있잖은가. 자신의 아이를 조카나 이웃집 아이려니 생각하면 아이와 싸울 일도 없다고. 아이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대화하다보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잘 안다. 오히려 지금은 아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좀 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그 적정선을 지키는게 참 힘든 일이며 쉽지 않다.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태백산맥』과 『정글만리』의 작가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이다. 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나도 겪고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하게 읽게 된 책이다. 내 아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모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없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어떻게든 SKY를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첫번째가 아빠의 경제력, 두번째가 엄마의 정보력이 있어야 SKY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SKY 혹은 인 서울을 하는데는 경제력이 우선이라는 소리다. 과외를 시키면 아이의 성적은 오를 수 밖에 없으니 부모도 시키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이가 진짜 어떤 대학 무슨 과를 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친구 중에 아이에 대해 자신의 온 시간을 할애하는 친구가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 공부를 잘하고 부모가 아이를 위해 조력할 수 있는 경제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아이를 위해 학교를 밥 먹듯이 다니는 걸 아이 초등학교때부터 해왔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어떤 교재로 공부하는지 서로 비밀에 부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게 그쪽 지방의 현실인듯 했다.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랄까. 이제 마지막 몇개월을 남겨두고 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듯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아이들이 공부에 치여 있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이 때가 아닐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해야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진로를 부모가 대신 결정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다. 나 또한 아이가 되도록이면 고생하지 않은 길, 편한 길을 찾아 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이러한 직업도 괜찮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을 하는 건 자신이 아니던가.
그래서 작가가 하는 말에 더 귀기울여졌다. 부모가 꽃길이라 여겨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다보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부모 말을 따라가다 자살에 이르기도 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 원하지 않은 공부를 한다는게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강교민의 입을 빌어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아이들을 끌어안는 법을 보여주고, 반 아이들, 혹은 친구의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강교민이 하는 일에 무조건 찬성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싶고, 부모가 생각하기에 좀더 편할 길을 가기를 바랄테니까.
작가가 이렇듯 강력하게 말하고 있어도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둔 부모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는게 좋지 않을까. 이렇듯 아이들은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고통으로 인해 죽고 싶어한다는 것을. 작가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부모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고민들을 함께 했고, 영어 공부를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행태를 말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한 핏줄이되, 그 생명체로서의 존재는 완전히 별개의 독립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개성도, 능력도, 성격도 다 다르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의 인생도 다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2권, 279페이지)
위 문장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하는 말을 새겨듣고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해주려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아이에게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자기 스스로 하길 기다리는 수밖엔 없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 전2권, 합권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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