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이후의 장구한 차향 영동
화랑과 율곡 이이, 교산 허균과 사명대사의 차향이 짙게 배인 곳이 강원도의 영동이다. 경포대와 한송정, 죽서루와 활래정 같은 차실 정자들이 선경 속에 늘어서 있고, 오대산 우통수와 건봉사의 예천은 우리나라 최고의 찻물로 손꼽힌다.
숨은 선비들의 차 생활 춘천·원주
춘천에는 고려의 대표적인 차인이었던 청평거사 이자현이 머물던 거사선의 요람 청평사가 있다. 호반의 아름다운 절이다. 그런가하면 원주의 치악산 밑에는 조선 초의 선비 원천석의 묘가 있다. 배경이 다르고 삶도 달랐지만, 속세의 영욕을 티끌처럼 여긴 고고한 두 차인의 향기가 똑같이 배어 있다.
나옹 화상의 다선삼매가 영글던 곳 양주·여주
양주의 회암사는 지금 터만 남았지만 여말선초에는 국내 최대의 가람이었다. 끽다거와 다선일여의 차풍을 이 땅에 정착시킨 고려 말의 차승 나옹 혜근이 머물던 절이다. 여주의 신륵사 역시 나옹 선사가 머물던 절이며, 나옹의 차향이 경내 곳곳에 배어 있다.
다산의 차향이 깃든 고장 남양주
우리 차의 새로운 부흥을 선도한 실학의 거봉, 다산 정약용이 태어나고 묻힌 곳이 남양주다. 그의 생가와 무덤이 유적지로 잘 정비되어 있다. 그가 자주 찾던 절이자 초의 선사를 비롯한 벗들이 모여들던 수종사는 풍광이 빼어나고 물맛이 전국적으로 소문난 우리 차 문화의 요람 같은 곳이다.
목숨보다 무거운 포은의 차 한 잔 용인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우주만물 속에 숨겨진 이치를 궁구하는 최고의 방편으로 삼았던 차인이 포은 정몽주다. 그가 새로운 왕조에 저항하며 초개같이 목숨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그의 이러한 차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묘역이 용인에 있다.
태고 보우와 다선일여의 차 정신 고양
조주의 끽다거 차풍을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한 인물이 태고 보우 선사다. 동국 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큰스님이자 우리나라 차의 정신적 측면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차인이다. 그가 머물던 태고사가 삼각산 태고사다.
『다부』와 한재 이목의 차 생활 김포
약관의 나이에 이미 심오한 차의 경지를 터득하고, 그 현묘한 세계를 1,300여 자의 시로 노래하여 기록으로 남긴 인물이 한재 이목이다. 떳떳하게 살다 깨끗하게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 이른 나이에 증명해 보인 불우한 천재 차인이었다. 그의 묘역과 사당이 김포에 있다.
백운과 함허 스님의 차 생활 강화도
고려의 최고 문장가이자 차인이었던 이규보의 묘가 강화도에서 발견되었고, 그가 앞장서서 팔만대장경을 새기던 선원사 터에서는 고려시대의 차 맷돌이 발견되었다. 강화도의 정수사는 전국 최고의 석간수로 꼽히는 찻물이 있는 사찰이고, 차승으로 이름 높던 함허 기화 스님이 머물던 곳이다.
충청도 양반들의 차 문화 충청도
최치원과 김시습, 이색과 김정희, 김장생과 송시열의 매운 차향이 곳곳에 배인 고을이 충청도다. 차는 나지 않아도 차인들은 많았고, 지조와 절개를 아는 양반들이 많이 살았다. 이들의 차 생활을 통해 과연 차인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거듭 생각하게 된다.
추사의 차 생활 예산
예산의 추사고택은 굳이 차인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적이다. 차인이라면 응당 남들이 맡지 못하는 차의 향기를 여기서도 진하게 맡을 수 있는데, 고택 곳곳에 걸린 주련들에서 특히 추사가 마시던 진한 차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인근에 수덕사와 해미읍성 등의 관광지가 있고, 외암리 민속마을도 유명하다.
추사와 제주의 차 문화 제주도
아름다운 섬 제주의 특산품은 이제 감귤이 아니라 차다. 갇힌 몸이 되어 한 잔의 차로 시름을 달래던 추사의 차향이 그가 머물던 적거지에 맴돌고 있고, 아모레퍼시픽의 광활한 차밭과 오설록 차 박물관도 제주에 있다. 제주도는 차를 최고의 특산품으로 삼아 미래 우리 농업의 기틀을 새롭게 다질 계획들을 실천하는 중이다.
원효와 무애차의 향기 전라북도
전남에 이어 전북에서도 최근 차나무 재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북에서 차가 생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창과 남원은 조선시대 때부터 지역 토산품으로 차가 생산되던 곳이다. 원효와 진묵을 필두로 하는 스님들의 차향이 개암사의 원효방, 선운사와 실상사, 봉서사 일원에 짙게 배어 있다.
다산과 그 제자들의 차 생활 강진 (1)
차의 주요한 산지 가운데 한 곳인 강진은 다산이 유배되어 머물던 고장이어서 다산의 차향이 짙게 배어 있다. 차를 즐긴 차인이자 차 농사와 제다법에서도 가장 선구적인 업적을 이룩한 다산 관련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백운동과 백운옥판차 강진 (2)
다산의 차향은 근세와 현재에도 고스란히 강진에 이어지고 있다. 백운옥판차를 만들던 이한영이 강진 사람이고, 그가 찻잎을 채취하던 백운동이 월출산 밑 강진 땅이다. 백운동은 다산과 초의를 차회를 열던 곳이기도 한데, 지금은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장원산업의 차밭이 이 일대에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우리 차의 중흥조, 초의 선사의 흔적 해남
다성 초의선사가 머물며 우리 차의 중흥을 이끌었던 곳이 해남의 대흥사와 일지암이다. 주변의 강진, 장흥과 더불어 조선 후기 우리 차 문화사의 중요한 획들이 모두 여기에서 그어졌다. 초의선사의 차향을 따라가는 일은 우리 차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찾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다.
운림산방과 소치의 차 생활 진도
진도는 추사의 대를 이은 화가이자 차인인 소치 허유의 차향이 짙게 배인 곳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한 화가의 눈으로 골라낸 최고의 경승지에 운림산방이 자리하고 있다. 의재 허백련의 삼애다원과 춘설차 역시 소치 허유에 그 뿌리를 둔 것이어서, 소치의 차향은 지금도 광주와 서울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고산 윤선도의 차 생활 보길도
완도군에 속한 섬 보길도는 조선 시조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산 윤선도의 차향이 짙게 배인 섬이다. 해남의 녹우당과 더불어 보길도의 부용동과 동천석실에서 그의 차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동백이 피는 초봄이나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당한 한여름에 방문하면 제격이다.
의재와 응송, 그리고 민족의 차 광주·나주
광주와 그 인근 지역들은 차의 생장에 필요한 천혜의 조건들을 두루 갖춘 곳이자, 실제로 우리나라 차의 주요 산지가 된 곳들이다. 무등산에는 의재 허백련의 삼애다원이 있었고, 초의를 세상에 알린 응송스님이 주석하던 운천사도 광주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가 전래된 곳이라는 불회사는 광주 인근인 나주에 있고, 초의가 출가해서 처음 차를 배운 운흥사 역시 나주에 있다.
한국 전통 제다의 본고장 장흥
최근 차의 열기가 가장 뜨겁게 번지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장흥이다. 보림사와 청태전을 중심으로 차의 산업화를 위해 군 전체가 나서고 있다. 곳곳에 야생의 차밭들이 남아 있고, 약초가 많이 생산되어 차와 약초의 브랜딩을 통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기대되는 곳이다. 산업적으로 보자면 후발주자지만 역사적으로 보자면 가장 선진적인 고을이 장흥이다.
녹차의 수도를 꿈꾸는 아름다운 차밭의 고장 보성
차 하면 사람들은 보성을 떠올린다. 그만큼 차의 생산량이 많고, 다른 고장들이 수공업에 매달릴 때 기계화와 대량 생산을 시작한 곳이다. 봇재 일대를 중심으로 관광농원화된 대규모 차밭들이 펼쳐져 있고, 5월이면 전국적인 규모의 차 행사도 열린다. 국내 유일의 해수녹차탕도 보성에 있다.
화엄사와 선암사의 다맥 구례·순천
구례의 화엄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라고 알려진 곳 중의 하나이다. 연기조사 관련 설화가 남아 있고, 연기조사가 어머니에게 차를 공양하는 모습을 새긴 효대도 있다. 순천의 선암사는 창건 이후 현재까지 차를 기르고 만들고 애음하는 전통을 지켜온 사찰이다. 칠전선원의 차밭과 제다 관련 유물들이 다수 남아 있다.
충담·설총·고운과 신라의 차 경주 (1)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그것도 신라의 차향이 짙게 배인 박물관이다. 충담과 설총, 고운의 차 생활을 통해 신라의 차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당시의 차 생활이 어떠하였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차향을 따라가는 경주 여행은 옛날 수학여행에서 느꼈던 고리타분함에 향기를 더해줄 것이다.
매월당과 대각 의천의 차 생활 경주 (2)
경주에 신라의 차향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의 인물인 매월당 김시습은 경주의 남산에서 차나무를 직접 심어 가꾸며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었다. 그가 금오산에서 즐기던 차 생활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초암차의 기본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매월당의 차는 위의와 소박함을 동시에 지닌 차였던 것이다.
허황옥과 가야의 차문화 김해
가야왕국의 본거지였던 김해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차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인도 출신의 공주 허황옥이 김수로왕에게 올 때 차 씨앗을 가져다 심었다는 기록과 관련 유적들이 여럿이다. 한반도에 불교를 처음 가져온 것도 허황옥 일행이었다고 한다. 향기로 남아 전해지는 가야의 차 생활을 들여다보자.
백성을 위한, 실천하는 차 정신 함양
함양은 조선의 큰선비였던 점필재 김종직이 우리나라 최초의 관영 차밭을 조성했던 곳이다. 일찍이 신라의 최치원은 함양에 우리나라 최초의 방제림인 상림을 조성한 바 있으며, 최치원과 김종직의 차향은 지금도 함양 곳곳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시내 한가운데의 학사루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사명 대사와 영남루의 차향 밀양
밀양은 점필재 김종직의 고향이자 차승 사명대사가 태어나고 활동하던 곳이다. 표충사와 사명대사의 생가, 표충비 등이 사명대사의 차향을 오늘에 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밀양은 고려 때부터 차 겨루기 대회가 열렸다는 영남루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차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솔사와 효당 최범술 사천
근대 우리 차 문화 부흥의 선구자였던 효당 최범술 스님이 주석하며 차를 기르고 만들어 애음하던 절이 사천의 다솔사다. 천년고찰이자 임진왜란 당시와 일제강점기에는 저항정신의 메카가 되었던 사찰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원이 이 사천 땅에 생겨났다. 기계화와 자동화를 앞세운 대규모 농법으로 우리 차를 세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차 문화와 산업의 자존심 하동
하동은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 아름다움과 산업적 가치 모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차 문화 기행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고장이요, 차 문화 기행의 일번지로 삼을만한 고장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차밭이 손짓하는 지리산의 차 문화 특구, 하동의 주요 유적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