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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8년 0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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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566g | 153*213*20mm |
ISBN13 | 9788925516486 |
ISBN10 | 8925516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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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4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작가의 기행 속에는 그의 눈으로 바라본 한 시대의 수많은 예술인들이 책 속에 녹아있다. 그는 쿠바의 거리를 걸으며 체 게바라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가슴으로 품고, 멕시코에선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고통으로 가득했던 시절을 한 편의 영화처럼 기린다. 그외에도 무수히 많은 예술가, 혁명가들의 숨이 그의 발길이 닿는 곳에 녹아있다. 그는 라틴에 녹아든 원색의 예술가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그들이 남긴 역사의 뒤안길을 밟는다. 독자는 그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김병종의 책을 읽고 있으면 텍스트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마술이란 생각이 든다. 몇 페이지를 들춰 읽었을 뿐인데도 어느새 활자는 라틴재즈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눈 앞에는 문장과 문장이 남긴 장면들이 한 편의 로드무비가 되어 가슴을 적신다. 이쯤 하면 김병종이란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대학시절 이미 두 군데의 신춘문예에 등단했을 정도로 문학적 기질 또한 타고났던 그. 그가 그려낸 화려한 원색의 그림들과 감성적인 글들은 하나의 둥그런 원이 되어 매혹의 활개짓을 하는 라틴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그것이야 말로 김병종의 예술이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라틴은 우리처럼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간이라기보단 차라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같다. 책을 읽다가도 중간중간 주먹을 움켜쥐고 언젠가는 꼭 이 곳에 가고 말리라 다짐을 하게 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이다. 쿠바에 가서 아바나클럽을 마시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래된 고서를 읽다 보면 라틴의 예술가들, 혁명가들이 그러했듯이 생의 참됨을 깨닫게 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에.
이따금 나는 이 넓은 지구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아도 주위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보자. 그러면 곧 이 땅보다 더 넓은 대지의 어디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모여 만든 나라들이 지구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생은 인간과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소통 없인 살아갈 수 없는 세상. 그 속에서 모두가 똑같이 사랑을 하고 고통을 느끼고 죽음을 목전에 두며 그러다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일렬의 과정을 밟는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의 생을 살고 있다. 내게는 의미 없이 흐르는 1초에도 세상은 급박하게 변한다. 내가 버린 1초에 누군가가 태어나고 누군가가 죽으며 누군가가 아파하고 누군가가 행복에 겨워 눈물 짓는다. 그게 바로 삶이다. 육십억 인구가 함께 살아가는 삶.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별안간 라틴의 햇살을 머금은 중남미 사람들의 삶이 부러워진다. 내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칠 때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술 한 잔을 마시며 생의 아픔을 순간의 즐거움을 바꿀 줄 안다. 가진 게 없어도 밝게 웃을 수 있는 건 전부 그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물 마시듯 마시는 음료 한 잔을 돈이 없어서 마시지 못해도, 당장 무너져 내려도 어색할 게 없는 집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도, 더 거슬러 올라가 이민자들의 가혹한 수탈과 강요 속에서 평생을 시달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여유로이 웃을 수 있는 건, 전부 춤과 음악, 라틴만의 어떤 강렬한 빛에 녹아든 예술의 즐거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행복하다. 삶은 힘들지언정 마음만은 풍요로 가득 찬 사람들. 그들이 바로 라틴의 사람들이다.
중남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자기 생의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삶이 무료한 사람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 강렬한 색(色)과 에너지에 취하고픈 사람들은 한번쯤 이 책을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작가는 우리를 원색의 아름다운 지구 반대편 세계로 인도한다. 사진 설명이 없어도 라틴을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매력에 푹 빠져 한 몇 달 살아보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책.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들의 눈물을, 혁명으로 쓰여진 역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책. 언젠가는 나 또한 삶과 예술이 어우러진 그들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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