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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6년 05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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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8쪽 | 562g | 145*210*30mm |
ISBN13 | 9788965745549 |
ISBN10 | 8965745543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2024년 03월 12일 ~ 2024년 05월 31일
[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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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 작가의 다른 작품
홈즈가 보낸 편지
트위터 탐정
설록수
셜록 홈즈의
증명
몽유도원기
# 읽고 나서.
많은 분들의 리뷰에서 모든 것이 나중에 퍼즐의 조각처럼 딱 딱 들어맞았다고들 하셨는데,
읽어보니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초반을 읽을 땐, 뭐 이렇게 숨겨진 비밀이 많다는 건지, 근데 왜 비밀은 안
알려주고 장편 속 단편같이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좀 불만스러웠다. 이렇게 단편 여러 개가 묶인 다음 실제 메인 사건은 싱겁게 풀리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퍼즐 조각들은 제 역할을 했고, 무심코 지나친 이야기들도 하나하나 블럭이 쌓듯이 쌓아져 사건이 풀리는데 단단한 역할을
해주었다.
사진작가 정석주는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 겁탈 당하고 살해당한 303
살인사건의 5번째 피해자로 붉은 소파에 누워서. 그 후로 그는 붉은 소파를 가지고 전국을 유랑하며 사진을 찍는다, 범인이 저 소파에 앉게
된다면, 본인은 확실히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딸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갈 무렵 사위이자 사진작가인 재혁과 강력부 소속 경찰
나영의 소개로 몇 개 사건의 사진을 찍으며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딸 사건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조사를 하다, 사건의 피해자들이 본인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범인을 찾아낸다.
사건은 그렇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힌다고 피해자와 가족의 평생 숙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듯, 역시나 남은 이야기들, 딸의 비밀, 누나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배후에 진정한 악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정석주는 그것마저 붉은 소파를 통해
해결한다.
전문가들 특히 예술 쪽의 전문가들이 본인 분야에 매우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시작해서 사진으로 끝내는 사진작가, 딸의 죽음까지 사진으로 남긴 사진작가를 보는 것은 (매우
개인적으로) 섬뜩하기도 했다. 김정국도 이런 집착을 보고 '나와 같은 부류'라 생각한
것일 테지? (네이버가 말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 사이코패스의 정의와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 계속해서 한 가지에 골몰하여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당장 눈앞에서 누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할 사람, 즉 '사이코패스' 라고 하면서.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 부분만을 제외하면 우리 사회가 치켜세우는 '천재'들이 다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예전에 본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에서도 그렇고, '몰입의 즐거움'도 그렇고, '1만시간의
법칙'도 그렇고,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라고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섬뜩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단지 어디에서나
도를 넘어서면 안 되는 것뿐인데, 그렇게 보면 천재와 사이코패스는 종이 한 장 차이로구나.
정석주는 인간다움은 과거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김정국의 '인간다움'을 끌어내기 위해 그의 과거를
하나둘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가 한 잔인하다 싶은 행동들이 사실은 내 모습을 인정해 달라는 구조 요청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그래서였을까? 본인도 본인의 손에 나라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걸까? 너는 나와 같은 부류니까라는 말은 너라면 나를 이해하고 내
구조요청을 들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과거 그의 모습이 하나하나 사진에 담기고 그는 무너진다. 그나마 희망은 있다. 무너진다는 것은
과거를 받아들인 것이고, 정말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얘기니까.
처음 나영이 석주에게 의뢰하는 부분 - 몰입이 좀
안되긴 했다. 얼마나 큰 힘이 있다고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를 소파에 눕혀 사진 찍는 걸 허락한다는 거지? 어떤 피해자(혹은 가해자)가 경찰의
소개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싶어 할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덕분에 석주와 나영이 만나고, 벌써부터 배후의 힘이 느껴지고, 동기와 계기가 생기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좀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사진을
통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일은 과학수사에서도 늘 사용하는 일일 테니까 딱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범죄 수사관이 아닌 프로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는 점은 새로웠다. 렌즈를 통해 한 꺼풀 더 덮여야 사람의 진심(?)이 보이는 것도 아이러니했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호수 303호에 통상적으로 상서로운 숫자로 인식되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숫자로 인식되는 3이 들어간 것도 난 왠지
새로웠다.
ㅎ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최고였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한국 작가가 쓴 책을 읽을 때, 번역된 외국 소설을 읽을 때 분명히 차이를 느낀다. 한국
작가가 쓴 책, 특히 최근에 나온 책들은 착착 감긴다고 해야 하나, 하고 있는 말을 내가 끝맺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문체 덕에 정말 잘
읽힌다. 이 책도 그랬다. 거기다가 각 파트가 짧고, 절묘하게 끝나서 다음 파트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하다가 오랜만에
책 한 권을 하룻밤에 거의 다 읽어버렸다. 연재소설이 아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 이북으로 읽으니 책 페이지 수가 감이 안
온다. 종이책 페이지 수를 옆에 표시해주면 좋을 텐데. 폰으로 읽으니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서 확실히 읽기는 편한데, 손으로 책장 넘기는 맛이
없는 건 또 아쉽네.
++ 표지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모르고 서점에서 표지만 봤다면 손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이북에는 표지가 까맣다. 다운받을때 문제가 있었나? 표지가 안 보임.
문학성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조형해 내는 과정 끝에 탄생한다. 한편 가독성이란 다매체 시대, 다양한 볼거리에 노출된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서사가 아닌 문자 서사로서 소설로 이끄는 매혹의 지점을 의미한다.
- 붉은 소파 제12회 세계문학상 심사평 중
무슨 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책을 보고 느낌을 쓰는 건 갈수록 힘들다. 느낀 점만 쓰는 건 아니기는 하지만. 정석주는 사진작가다. 지금은 사진작가로 사진을 찍기보다 붉은 소파를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것만 찍었다(붉은 소파에 앉은 사람). 그게 열다섯해다. 열다섯해 하면 생각나는 건 뭘까, 살인 공소시효다. 정석주 딸은 열다섯해 전에 누군가한테 붉은 소파 위에서 죽임 당했다. 그건 303 연쇄살인사건으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정석주 스스로 범인을 찾으려고 붉은 소파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 사진을 찍었다. 정석주는 범인이 거기에 앉으면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정석주 제자 이재혁이 찾아오고 정석주는 시체 사진을 찍게 된다. 죽은 여자는 어떤 아파트 303호에서 살던 사람이고, 얼마 뒤에 정석주 딸이 죽임 당한 빌라와 같은 곳에서 죽은 여자와 불륜관계였던 남자가 죽임 당한다. 정석주는 사진을 찍다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것도 있지만 사진기를 잘 아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을 보고, 그게 범인을 잡는 일로 이어진다.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 정석주는 딸 은혜와 닮은 형사 김나영을 만난다.
정석주가 시체 사진만 찍은 건 아니다. 엄마가 사라지고 열여덟해 만에 영구시체로 나타난 번역가 김명희 프로필 사진도 찍으려 한다. 사진작가는 사람을 찍을 때 그 사람을 알아야 더 잘 찍을 수 있을까. 정석주는 김명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제대로 찍으려 했다. 붉은 소파에 앉은 사람한테도 정석주는 말을 걸었는데. 김명희도 붉은 소파에 앉힌다. 자기 목에 상처를 내는 김명희를 보고 정석주는 예전에 자신이 사귄 모델을 떠올렸다. 그때 정석주는 모델이 보내는 구해달라는 신호를 못 들은 척하고 달아났다. 이제는 달아나지 않은 건가. 붉은 소파에 앉으면 자기 이야기를 더 잘할까. 붉은 소파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말할 기회가 온 걸 거다. 정석주는 그걸 말하게 하는 자리를 만든 거겠지. 죄를 짓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괴로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다 괴로워한다. 그런 사람이 더 많다면 좀더 나은 세상이 될 텐데 싶다.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르는 게 낫겠지.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면 그 일에 갇혀 살지도. 공소시효가 지나면 죗값을 치르지 못하겠다. 마음의 상처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한다. 상처받는 것도 괴롭지만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도 괴로울 거다. 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산다 해도 힘들겠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용서 받을 수 없으면, 스스로 용서할 수밖에 없을지도. 둘레 사람이 그런 말해도 자신은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말할 기회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기회가 없는 사람도 있다. 사라진 사람이 언젠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기다린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죽었을까. 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자기 상처를 낫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걸 안고 죽을 수밖에. 죽을 때는 미련이 없는 게 낫겠지. 아무리 잘 살려 해도 그렇게 하는 거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정석주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낸다고 말하면 이상할까. 멀리 있지 않았지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살아있기라도 해야 피해자 식구는 범인을 원망할 텐데, 그런 사람이 없다니. 정석주가 알게 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그 일이 더 중요할지도. 그건 정석주 자신을 아는 거다. 사이코패스라는 누군가와 똑같은 자신이다. 사람은 자신을 얼마나 알까. 자기 자신을 다 알기는 어렵겠지. 안다 해도 거기에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정석주도 힘들어했다. 자신을 사진작가로 만든 건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누군가한테서 도움을 받는다 해도 재능이 없으면 잘되기 힘들다. 정석주는 재능이 있었던 거다. 재능만 있으면 안 되고 그걸 좋아해야 한다. 정석주는 자신이 사진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담은 사진을 누군가 보고 감동하면 기뻐했다. 이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칭찬받으면 기쁜 거. 그런 걸 사이코패스라 할 수 있을까. 정석주는 이제라도 자신과 닮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게 했다. 누구한테나 지난날은 있다. 지난날이 있고 오늘이 있는 거지. 역사와 다르지 않구나.
이걸 보기 전에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건 그 사람을 놓아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도 든다. 가까운 사람이 그 사람을 생각하고 나아지게 해야 할 텐데, 하는. 이건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남을 괴롭히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과 앞에서 말한 건 좀 다를까. 사람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될지도. 아무리 마음을 써도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난 긍정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나도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다. 그런 사람 피하기만 하면 안 될지도. 그게 나쁘다는 걸 말하면 조금은 생각하지 않을까. 그건 끈기가 있고 그 사람을 믿어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 조금 달라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같은 말이구나. 5장 태초에를 보다보니 앞에서 본 것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앞에도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정리했다. 앞에 이야기가 있어서 뒤에 이야기도 나온 거다.
좀더 좋은 생각을 쓰고 싶었는데, 이런 말은 안 하는 게 나았겠다. 정석주는 앞에 드러나는 사람이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한사람이 더 있다. 그 두사람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일은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그건 일부러 알게 한 걸지도. 잘못, 죄를 지은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다음을 말한다. 작가는 죄를 지은 사람도 구원받기를 바라는 걸지도.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건 참 힘든 일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다를지도. 사람은 다 죄인이라는 말도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그것을 그냥 두기보다 제대로 마주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상처도 그렇구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만, 무언가에 매여 사는 것도 안 좋다. 안 좋은 걸 알아도 그렇게 사는 사람 많겠지. 이런 책을 보고 조금씩 풀어가면 좋겠다. 나도 그래야 할 텐데.
*더하는 말
이것을 올리면서 내가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 다시 바꾸기도 그래서 그냥 썼는데 생각났다. 한 사람 때문에 그런 거였다. 정석주가 구원하려고 한 사람. 그게 지난날과 상관있어서. 살인 공소시효는 열다섯해였다가 2007년에 스물다섯해(25년)로 바뀌었다. 2013년에도 법이 바뀌고 달라지고, 지금은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우리나라도 살인 공소시효가 없어졌구나. 누군가를 죽이고 죗값을 치른다고 해도 그걸로 끝난 건 아니다.
희선
☆―
“범인 검거는 단순히 피해자와 그 유족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도 살인자를 구원하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살인자는 잡힐 때까지 자신이 지은 죄 안에서 허우적 거립니다. 누군가 그 사람이 저지른 죄를 눈치챌 때까지는 속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135쪽)
“(……) 제가 아는 인간다움이란, 과거에서 오는 것입니다. 지금껏 자신이 축적해 온 것들, 그것들을 똑바로 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한 것은 칭찬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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