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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일기 (1986∼1989)

김현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02월 28일 리뷰 총점7.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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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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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4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05850
ISBN10 893200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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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명)

저 : 김현 (김광남, 金炫, 金光南)
본명은 김광남으로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유학했으며, 1990년 작고하기까지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62년에 평론 「나르시스의 시론(詩論)」을 『자유문학』에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이후 여러 문예지와 잡지에 평론을 발표하였다. 프랑스의 현대문학과 사상, 특히 실존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실존적 정신분석 방법에 ... 본명은 김광남으로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유학했으며, 1990년 작고하기까지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62년에 평론 「나르시스의 시론(詩論)」을 『자유문학』에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이후 여러 문예지와 잡지에 평론을 발표하였다. 프랑스의 현대문학과 사상, 특히 실존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실존적 정신분석 방법에 비평의 기초를 두었다.

한국문학사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국 개화기의 문학』(1969) 등의 저서를 남겼다. 저서에 『존재와 언어』(1964), 『상상력과 인간』(1973), 『한국문학의 위상』(1977), 『문학사회학』(1982), 『분석과 해석』(1988) 등이 있으며, 김병익(金炳翼) 등과의 공저 『현대한국문학의 이론』(1972), 김윤식(金允植)과의 공저 『한국문학사』(1973) 등이 있다. 1989년에 제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 문학에서 그의 가장 큰 공로는 우리 문학을 그만큼 읽은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꼼꼼한 책읽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언제 읽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소설,시,평론 등을 읽고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서 글을 발표한다. 그가 제일 싫어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읽지 않고 풍문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는 좋은 신인을 발굴하고 인정하는 작업을 가장 많이 한 비평가일 것이다. 그것은 그의 끝없는 독서와 탁월한 감식안에 의하여 가능하다. 그가 그처럼 열심히 읽은 것은, 4.19로부터 시작된 격동의 역사 속에서 문학인을 무엇을 할 수 있고 문학은 무엇일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 이념을 내세우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작품에 근거하지 않은 이론을 몹시 싫어한다. 그러한 이론은 그 자체로서도 공허할 뿐만 아니라 문학을 문학 아닌 다른 이념에 종속시킴으로써 문학의 힘과 역할을 왜곡,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정신 속에 팽배해 있는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샤머니즘을 타파하는 데서 문학의 역할을 찾고 있다. 시와 소설을 정확하게 읽고 정밀하게 분석하고 전체적인 전망 속에 해석한 그의 평론집들은 바로 그러한 그의 문학관을 뒷받침해준다.

프랑스 문학자로서 그는 해방 후 제 3세대라고 할 수 있지만 첫번째 한글 세대인 그가 남긴 업적은 외국 문학의 연구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초현실주의,실존주의,구조주의,후기구조주의 등 20세기의 주요한 문학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기 위해 독창적인 비평사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바슐라르, 공드만, 지라르, 푸코, 그리고 쥬네브학파에 관한 주요한 저술을 남겼다. 그의 연구와 저술은 사계에서 국제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외국 문학을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비평가로서 연구함으로써 그의 저술의 궤적을 추적하는 것이 그의 정신의 풍요로운 성장 과정을 확인하게끔 만든다.

그가 꿈꾸어온 세계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있는 억압 없는 사회였지만 그가 살아온 세계는 폭력이 지배하는 야만적인 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번도 긴장된 의식의 줄을 풀지 못하고 고통스런 성찰로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그가 문학을 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삶과 세계를 보다 잘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의 글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그의 고통스런 성찰을 통해 우리가 세계와 삶의 모습을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와 마찬가지로 폭력없고 자유로운 사회에 관한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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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

박상준 laughter@yes24.com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생각으로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면,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무엇을 왜 욕망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 앎에 대한 욕망은 남의 글(삶, 생각)을 읽게 만든다.”

이 책 『행복한 책읽기』는 김현의 유작이지만, `김현의 책읽기'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하는 중요한 입문서이다. 1985년 12월 30일에 시작되어 1989년 12월 12일에 끝난 김현의 이 (독서)일기에는, 책읽기를 통해 `삶의 구체성'에 다가가고자 한 성실한 인문주의자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책상물림'으로서 그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 있는 긴장관계를 책읽기를 통해 확인하고, 그 반응으로서의 사유를 글로 써내는 일상을 영위했고, 이 일기는 그 일상의 자연스런 소산이다. 누구보다도 빨리 읽고, 빨리 쓰곤 했다는 김현은 이 일기를 통해 당대 작가들(특히나 한국작가)의 시, 소설, 비평서, 철학서, 사회과학서, 고전 작품 등에 대한 깊은(그러면서도 때로는 헐렁한) 사유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기록.

“황동규의 『악어를 조심하라고?』(문지, 1986)도 활달하지만 직관의 깊이가 있다. 그 깊이를 성숙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명료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깊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의 (직관의) 깊이는 `계단을 기어올라가 옥상 난간에 뜨거운 배를 대고' 있는 악어의 시선의 깊이이다. 그 높이 있음이 별을 향한 초월적 바람의 의지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는, 그러나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하강적 바람의 의지라는 데 그의 시의 특징이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높은 곳에 있다. 그러나 나는 내려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높이 있는 자로서의 부끄러움을 그가 직관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그러한 부끄러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 읽어가다, 제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를 움직인 시인의 마음과 만나는 자리가 `어쩔 수 없이 높은 곳'에 있지만 `내려가'고자 하는 `나'로서 표현되는 이러한 문장은 새록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최소한의 수준은 보여주고 있다', `읽을 만하다', `깊이가 없다', `수준이 고르다/고르지 못하다', `읽힌다/안 읽힌다' 등의 표현을 통해 젊은 작가들을 평하는 그의 태도에는 20여 년간이나 대가의 자리에 있었던 그의 이력이, 그가 비판해마지 않았던 `사제적 권력'으로서 `김현 비평'이 상징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한 측면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의 일기 읽기를 즐겁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15년 전 그가 평했던 작가들에 대한 짧은 기록들과 그들의 현재를 짚어보는 것이다.

가령, “복거일이 자신의 원천 중의 하나: 영어를 잘 한다는 것. 『비명을 찾아서』나 『높은 땅 낮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제일 환희를 느끼는 것은 어려운 영어책이나 영어 편지를 잘 읽고 쓸 때이다”라는 지적은 훗날 복거일이 주창한 영어공용화론에 생각을 잇게 하고, 장정일에 대해 “그가 이인성, 박인홍이 그것을 뛰어넘듯이, 그것을 뛰어 넘어 역사와 삶의 깊이에 이를 수 있을까? 그의 세대를 뭐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사이키델릭 세대? 그가 섹스 과잉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쓴 대목은 실제로 10년 후 장정일이 `섹스의 과잉' 작가라는 혐의를 뒤집어 쓴 필화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책읽기'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김현의 독서일기'가 아니라 `김현의 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는 영화나 음악, 공연물에 대한 짧은 평 그리고 이런저런 생활의 단상들이 이 책을 채우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영화나 음악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인상을 기록한 수준이다. 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상의 원천은 거의가 책읽기에서 나온 사유와 닿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김현의 독서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짚어 보자. 남의 일기, 그중에서도 책에 대한 개인의 사유를 정리한 독서일기를 찾아 읽는 가장 원칙적인 목적은, 타인이 행한 독서에 대한 호기심, 나아가서 그 호기심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적극적인 유용성의 발로일 것이다. 사유을 훔치며, 확인하며, 자극받아 행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에 대한 욕망. 이쯤 닿으니 갑자기 『아라비안 나이트』가 읽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하다.



책 속으로

--- p.81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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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신랄하다, 거침없다, 꿰뚫는다. 그리고 나는 안타깝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o******5 | 2010-08-30 | 신고

이윤기 선생의 타계 소식으로 인한 허망한 마음에 두문불출하다 <행복한 책읽기>에 대한 게으른 리뷰로 슬며시 세상 밖을 내다본다. 최근 들어 나의 책읽기는 오래 전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마음이 끄는 대로 다시 읽기 중이다. 이윤기 선생의 타계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읽고 있던 책이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였다. 거의 15년 만에 다시 꺼내 보는 책이다. 어찌 보면 이윤기 선생의 타계소식에 이렇게 마음 아파하며 일상의 일들에서 손을 놓게 만들어버린 이 끝없는 상실감에 빠지게 된 그 처음은 김현 선생이었다.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알았고 자연스레 번역가 이윤기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었다. 에코뿐이더냐... 밀란 쿤데라, 토마스 만, 귄터 그라스, 소포클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희비극들, ‘천일야화’와 ‘데카메론’까지 내 독서 영역을 넓히는 데 바로 이 책 한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고 고백한다. 지금 내 책장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문지사 시집들과 한동안 빠지지 않고 사 모았던 무슨무슨 문학상 수상집들도 다 이 책 한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난해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품들에 대한 도전의 용기 또한 이 책에서 얻었다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책읽기는 김현 선생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셈이다.     


<행복한 책읽기>를 읽었을 때 이렇게 멋진 분을 유고작으로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너무나 아쉬워했었다. 훗날 알게 된 이야기지만, 김현의 빈소에서 문인들이 모여 “앞으로 백 년 동안 야만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며 김현 선생의 죽음을 두고 한 사람의 문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 문단의 커다란 상실로 받아들였다 한다. 또 김현 선생의 제자인 시인 황지우는 김현 선생이 등단한 1962년부터 타계하신 1990년까지의 한국 문학은 김현 비평에 의해 축복받았다고 했다 한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의 김현 선생의 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느낌 하나. 김현 선생과 동시대를 살며 글줄 깨나 쓴다는 혹은, 작가의 길로 막 접어들려는 신참들은 대단한 행운의 시대를 살지 않았나 싶다. 그의 절제된 칭찬에 창작 욕구는 마구 솟아났을 테고 그의 혹평은 날카롭고 아팠으리라. 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열렬히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었으리라. 엄청나게 방대한 독서량이 눈에 띈다. 한 해 동안 쏟아져 나오는 거의 모든 저작물들을 챙겨 본 듯하다. 대가나 신참을 가리지 않고 그만이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충고도 아끼지 않고 쏟아낸다. 몇 가지 옮겨보면...


황동규의 <악어를 조심하라고?>(문지,1986)도 활달하지만 직관의 깊이가 있다. 그 깊이를 성숙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명료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깊이라고 부르고 싶다. 성숙은 두터움이 더 강조되는 어휘이고, 명료성은 논리성 사상성이 더 강조되는 어휘이다. 직관의 깊이에는 그 모든 것이 다 어우러져 있다. 그의 그 깊이는 "계단을 기어 올라가 옥상 난간에 뜨거운 배를 대고"있는 악어의 시선의 깊이이다. 그 높이 있음이 별을 향한 초월적 바람의 의지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는, 그러나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하강적 바람의 의지라는 데 그의 시의 특징이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높은 곳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내려가야 한다. 그것이 엘리트주의일까? (52쪽)


정호승의 <새벽 편지>(민음사,1987)는 애절하게 아름답다. 피 묻은 별의 그리움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그의 시는 절제된 슬픔 때문에 애절하다. 피 묻은 별의 그리움이란 자유를 향한 그리움에는 피가 묻게 마련이다는 정치적 상상력의 시적 치환이지만, 그 치환이 경직화되어 있지 아니한 것이 그의 시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 세계의 폭과 깊이는 좁고 얕다. (117쪽)


최하림의 <겨울 깊은 물소리>(열음사, 1988)를 공들여 읽었으나 깊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리듬하고 별 관계없어 보이는 전라도 사투리며, 라이 보리 같은 외래어도 눈에 설었다. 시, 말, 새, 바다 등의 어휘들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그의 사유가 어디에 가 있나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의 산물 <말과 현실>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는 결국 초기시의 세계로 되돌아왔는데, 초기시의 가난은 없어지고, 그렇다고 그 다음의 정열도 없어져, 기교만 남은 느낌이다. (131쪽)


최성각의 <잠자는 불>(민음사, 1988)은 읽힌다. 그러나 감동적이지는 않다. 울림이 옅어서, 재치도 재치 같지가 않고, 고통도 고통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마르셀 에메처럼 가볍게 날지도 못한다. 우화적이지도 않다. 그럼 뭣일까? 지루한 가벼움이랄까. 가난도, 사랑도, 데모도....다 둔하게, 지루하게 가볍다('잠자는 불' "앞으로 가는 고기"......'모르는 사람들') 악마 같은 고통이 더 필요하다.


김선학의 <현실과 언어의 그늘>(민음사, 1988)도 마찬가지다. 꼼꼼히 읽어보면, 별로 틀린 소리 같지 않은데, 지루하다. 모범 답안 같은 비평을 보는 지루함이다. (198쪽)


안도현의 <모닥불>(창비,1989)은 재미없다. 체험의 폭도 좁고(평교사의 지루한 체험), 사유의 깊이도 없다, 아니 없어 보인다.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의식이 무의식을 완전히 억압하고 있다. 좋은 교사, 좋은 시민. 옳다고 알려진 것만을 사유하는 젊은 시인의 그 순응주의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의 재능이 이 정도였는가? (218쪽)


지금은 한국문학의 대가의 위치에 올라있는 김훈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한국일보 기자 시절의 김훈의 풋풋한 글에 대한 평이 절로 웃음 짓게 한다.


한국일보 사보(1987년 봄호)가 갑자기 내 손에 들어왔다. 웬일로 한국일보가 그것을 보내줬나 모르겠다. 천천히 읽어나가다가, 김훈의 '문학기행 유감'을 읽게 되었다. 그의 글은 기자의 글로서는 거의 파격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 드러냄 때문에 그의 글에 대한 찬반이다, 그의 남의 글에 대한 찬반은 매우 분명하고 확실하다. 그의 글을 보니까 아버지에 대한 그의 애정/증오가 그의 글쓰기의 밑바닥에 있음을 알겠다. 그는 깊게 사랑하거나 짙게 미워한다. .......그의 글은 거침이 없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 같으나, 그 생각난 대로 씌어진 것들은 훌륭하게 이음새 없이 붙어 있다. (96쪽)


김훈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푸른숲, 1989)은 김훈 특유의 화려한 수사의 모음이다. 그의 글은 이상하게도 일상적인 삶을 그가 묘사하고 있을 때에도 화려하다. 그 이유는 그가 "업과 더불어 짜증과 더불어 모자람과 더불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데에 있다. 자기 삶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는 글은 어떤 경우에도 수사쪽으로 기운다. 소박도 그때에는 하나의 수사이다. 그 수사가 남의 감정을 뒤흔든다. 그 수사에는 흔히 삶의 진수가 숨어 있다. "판소리의 바탕은 한국의 산하와 한국의 자연, 그리고 거기서 벌어진 삶의 내용 전체"(269)라든가 북을 만드는 데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고 죽은 늙은 황소의 가죽이"(286)좋다. 라고 그가 쓸 때, 그의 수사는 수사 이상이다. 그의 책-세상 읽기는 사람 읽기에 다름 아니다. (266쪽)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현의 비평을 통해서 시적 신분증을 얻었다 하는 송욱 선생의 글을 보면서 아마도 그 시대 문인들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되돌아가는 진로>(문예중앙, 1986년 겨울호)를 보니, 박태순이 내 글을 괴팍하다고 했다고 한다. 괴팍하다니.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을 뿐이며, 남들도 다 쓸 수 있는 글들을 쓰는 것을 삼갔을 따름이다. (57쪽)


 책상을 뒤지다가 송욱 선생의 글을 한 편 발견했다. 아, 그런 글이 있었지. 학장을 그만둔 뒤 너무 쓸쓸해해서, 그의 시선집을 만들자고 말해, 거기에 해설을 썼는데, 책이 나온 뒤에, 중국 그림 전시회에서 복사판을 한 장 사다주면서 이 글을 주셨다. 과분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김현의 '말과 우주'를 읽고


사람의 몸은 거울이 없고 보면 제 눈으로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는 아마 우리 존재가 실존적이라는 뜻을 드러내는 사실이리라. 그의 글을 일고 나는 대중탕에 걸려 있는 큰 거울을 생각한다. 내 온몸을 비추어주는 겅루을, 그러나 그의 글은 그러한 거울과 흡사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매우 다른 측면이 더욱 중요한 아주 희귀한 거울이다. 이십대에서 사십대에 이르는 시인으로서의 내 전신상을 드러내주는 공간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거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내 시의 독자들에 있어서랴! 나는 그의 글에서 내 시적 신분증을 얻었다. 하물며 독자 여러분들에 있어서랴! 그의 이 글에서 내 시론인 시적 평전에 없는 방법을 보여준다. 하물며 내 시론의 독자들에 있어서랴! 우리는 그의 글을 읽고 비로소 시가 실존의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시인은 제 눈으로는 자기 시의 온몸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는 아직 젊다. 그에게 장차 눈부신 변신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1987년 3월 16일, 송욱


마지막 몇 해의 일기에서는 죽음을 예감이라도 했던 것처럼 죽음에 대한 단상들이 눈에 띈다.


삶의 순간순간이 죽음과의 싸움인데 그것을 모르고 희희낙락 지낸다. 그러나 고통이 없다면 죽음의 실감도 없으리라. 많이 아프라, 죽음이 너를 무서워하도록. (232쪽)


어떻든 한 젊은 시인은 죽었고 우리는 살아남아 그를 이야기한다. 죽음만이 어떤 사람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해도 괜찮게 만들어준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 (231쪽)


젊고 재능 있는 시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김현은 그의 유고시집의 해설을 썼다. 바로 그 젊고 재능 있는 시인이 기형도다. 기형도의 누이를 만나 기형도의 살아생전의 이야기들과 가족 이야기를 전해 듣는 일화도 이 일기에서 소개하고 있다. 요절한 시인을 안타까워하더니 기형도가 세상을 떠난 그 다음해 김현도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천재는 요절을 하는 건지, 요절이 천재를 만드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재능의 수혜를 오래도록 받고 싶어 하는 평범한 독자인 나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29세의 기형도, 48세의 김현, 63세의 이윤기. 이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이들이 쏟아낼 미지의 글들을 손에 만져보지도 못하고 빼앗겨 버린 것 같은 애달픔이다. 그것들은 분명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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