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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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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9쪽 | 664g | 153*224*30mm |
ISBN13 | 9788992355087 |
ISBN10 | 899235508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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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각종 미디어에서 수없이 조명하고 천착하는 아이콘이 되어왔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조는 조선을 개혁하고자 했지만 갑작스런 의문의 죽음으로 개혁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의 군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근자에 폭발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그의 존재감은 과연 어떤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개혁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비운의 왕에 대해 왜 21세기 한국사회는 현미경을 들이대며 재천착하는 걸까.
조선시대 최고의 군주로 세종을 꼽는데 주저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조선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룬 세종은 수백 년이 지난 후손들의 마음속에 강렬히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 못지 않게 정조의 대중적 인기가 녹록지 않아 자못 흥미롭다. 세종이 왕조 500년의 안정과 기틀을 마련했다면, 정조는 모순된 왕조를 혁신한 군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당파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던 18세기에 등장해 수많은 반대 세력들을 제압하고 왕권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정치력에서는 오히려 세종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이 역사학계와 대중들의 일관된 견해이기도 하다.
『이산 정조대왕 - 조선의 이노베이터』는 당시 혼란한 정국을 발군의 정치력으로 수습하고, 신권에 의해 난자당한 왕권을 회복하며 조선의 개혁을 이룬 이산 정조를 다룬 책이다.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귀주에 갇힌 채 굶어죽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자란 이산이 어떻게 그 한恨을 인내하며 뒷날의 역사가 인정하는 위대한 군주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더욱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방적 서술이 아닌 관점별로 정리하여 한 군주를 조명하고 있어 보다 합리적인 가독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은 총 4개의 카테고리로 가름하여 정조시대를 서술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최대의 행차였던 1795년의 을묘원행을 전면에 배치하며 제왕의 위세를 보여주려 했던 정조의 위엄을 소개한다. 2부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과 고진 역경을 헤치며 왕위에 오른 정조의 정체성과 이를 풀어가는 정치력을 얘기한다. 3부에서는 개혁군주로서의 정책과 업적을 세심하게 서술한다. 계속해서 홍국영을 위시한 정조 안의 사람들과 반대세력인 정조 밖의 사람들을 소개하며 내용을 마무리짓는다.
딱딱한 한 시대의 역사를 다뤘음에도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맛깔난 대화체로 풀어낸 저자의 재치에 있다. 한 군주와 당시의 시대상을 쉽게 소개하기 위해 저자는 정조와 신하·백성간을 흥미로운 상상적 대화체로 조화시킨다. 다소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본래 정조가 민초의 삶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군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그러한 유머러스한 접근은 정조라는 군주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고 본다. 더욱이 정조가 상언上言·격쟁擊錚의 제도를 집대성한 왕이었기에 백성에 대한 정조의 사랑을 위트있는 문체로 우의하여 승화시킨 점에서 그 가벼움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개혁군주'라는 타이틀을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초점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의 이노베이터'라는 책의 부제를 일관되게 뒷받침하며 조선을 개혁한 군주로서의 정조의 존재감을 잘 드러낸다. 신하가 군왕을 세우는 당시의 모순된 조선왕조를 군왕이 신하를 세우는 정상적 국가로 되돌리려 했던 정조의 혁신의지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에서 어떻게 펼쳐졌고 어떻게 열매 맺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조 사후 역사에 있어 결과적으로 조선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정조라는 아이콘을 보다 입체적으로 천착하는 것은 응당 필요하다. 정조의 죽음 이후 정순왕후를 위시한 노론 벽파의 한풀이로 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으며, 순조의 친정과 함께 또 다른 피바람이 불며 외척의 세도정치라는 조선 후반기 씻을 수 없는 망국의 원인이 된 역사적 귀결을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보다 거시적인 연결의 빈곤함은 몹시 아쉽다. 요컨대 조선의 망국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조 사후의 중요한 역사를 불과 여섯 페이지의 에필로그로만 담은 점은 나무보다는 숲의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 역사의 거시적 인과성을 배제한 구성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홍씨에 대한 저자의 무리한 해석이 비공감된다. 남편 사도세자와 적대적 관계였던 노론 집안의 딸로서 남편이 뒤주 속에서 죽어가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혜경궁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아들인 세손(훗날 정조)까지 잃을 수는 없었기에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겠는가. 이에 대해 정치적 입장과 계산으로만 풀이하여 혜경궁홍씨를 재단한 것은 옳지 않은 접근이다. 아직도 혜경궁홍씨와 《한중록》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팽팽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리하게 정치적 색깔을 객관화시킨 해석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책에 대한 호오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시 정조로 돌아가보자.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당쟁이 심할 수록 공동체의 행복은 요원해지는 법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당파싸움의 현장에서 왕권을 회복하고 국가의 기틀을 상식적으로 개혁하려 했던 정조는 응당 위대한 이노베이터였다. 작금의 우리사회를 보자.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침반은 리더십의 부재와 민심의 요동으로 불행복을 가리키고 있다. 어쩌면 최근 정조의 리더십과 개혁의지가 새롭게 재조명되는 것도 이러한 21세기 혼란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방증하는 것이리라.
한국인들은 아무에게나 '대왕大王'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지 않는다. 한민족 5천년의 장구한 역사는 그리 많은 대왕의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인들 사이에서 '정조대왕'은 결코 뜨악한 호칭이 아니다. 어느 신하보다도 뛰어난 지덕을 겸비한 군주, 발군의 정치력과 추진력으로 백성들의 절대 지지를 받은 군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철저한 준비로 면밀함이 돋보인 군주, 무엇보다 조선의 뼛속까지 바꾸고자 했던 혁신군주 정조는 그야말로 위대한 <대왕大王>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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